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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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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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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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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괴롭히기

DUMMY

쓰레기장에서 보호복이란 제2의 생명이자 가장 큰 재산이다.

그래서일까?

쓰레기장 밖으로 쓰레기장의 보호복이 돌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쓰레기장을 관리하는 각 조직들도 자신들의 고유한 보호복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

오로지 자신들의 조직에 들어온 조직원에게만 보호복을 제공하고, 조직을 나간다면 보호복을 무조건 회수해간다.

개인적으로는 언데드들이 쓰는 그 생체 보호복은 밖으로 유출되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그 때문인지 나에게 들어오는 의뢰의 대부분은 보호복을 개조하는 일이다.

다른 조직의 보호복을 우연히 손에 넣었다던지, 아니면 조직에 들어가지 못한 스캐빈저들이 언제나 날 찾아오는 것이다.

어디선가 훔쳐온 보호복들을 개조하다 보니 내 머릿속엔 꽤나 많은 지식들이 쌓였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이번에 로봇이 내게 가져온 대전 초기에 연합군에서 운용했던 강화복의 설계도.

그런 설계도를 보며 새로운 보호복을 만들러 하다 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겨났다.

이왕 보호복을 만드는 김에,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보호복을 만드는 게 어떤가?

어차피 나 혼자서 쓸 보호복인데, 이왕이면 성능이 뛰어난 게 좋지.

물론,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는 최고의 보호복은커녕 쓸만한 보호복도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어차피 로봇의 본체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다 보면 꽤 괜찮은 소재들을 얻게 될 거다.

그 소재들을 활용한다면... 세계 제일의 보호복을 만드는 것도 꿈이 아니다.


“타르로 회로를 만드는 건, 사용자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칩니다, 휴먼. 타르 회로는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제일 효율이 좋지. 어차피 이 동네에서 사는 것만으로 수명이 수십년은 깎였을텐데. 타르 정도야, 뭐.”

“네크로 가스는 유전자 레벨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타르는 다릅니다.”

“타르는 무슨 영향을 끼치는데?”

“기형아나 발암 확률 증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휴먼에게 가장 와닿을 건 이거네요.”

“뭔데?”

“탈모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어차피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타르는 다른 재료로 교체할거야.”

“대머리가 된다니까 식겁했습니까?”

“대머리는 기적으로도 고치지 못하거든.”


문득 늘 술집에 죽치고 앉아있는 아저씨들의 머리를 떠올렸다.

그 아저씨들이 그렇게 된 것도 다 타르 정유소에서 일해서 그런 거려나?

괜히 로봇의 설명을 듣고 나니 조금 찝찝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타르에 붓을 담구고 회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새롭게 만드는 회로는 역장을 생성하는 장치와 연결되는 회로.

멍멍이나 스승님들이 만드는 보호복의 역장 보호복에 쓰이는 회로와 조금 다른 형태의 회로다.

기존의 보호복의 역장 보호막은 늘 유지되는 방식이었다면, 내가 만들 보호막은 충격을 감지했을 때만 발동한다.

그게 도대체 무슨 차이냐 싶겠지만, 상당히 큰 차이다.

기존 역장 보호막은 상시 보호막을 유지하다 보니 마석의 소모가 엄청났다.

그 때문에 평소에는 보호막의 기능을 꺼두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보호막을 키는 방식으로 대부분 사용한다.

그렇지만 충격을 감지했을 때만 보호막이 작동한다면?

늘 보호막을 작동시키는 것보다 마석의 소모가 덜하고, 기습에 좀 더 대처하기 쉬워진다.

물론, 이 방식에 장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충격을 감지하기 위한 장치와 회로.

그리고 연산을 늦지 않게 끝마칠 수 있는 성능의 기계.

그런 고성능의 부품들이 없다면 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내 경우엔 그 대부분의 문제점이 저 로봇 하나로 해결이 됐다.

연산은 저 로봇이 직접 해면 되고, 그런 연산을 위한 시스템은 그냥 로봇의 몸체를 때려박아 넣는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

저 녀석을 줍고 나서 녀석이 처음으로 내게 도움이 된 순간이다.


“후후, 드디어 제 가치를 알아보시는군요?”

“솔직히 말해서, 네가 마석 잡아먹는 괴물이었으면 진작에 버렸을거야.”

“연비마저 완벽한 저란 로봇은 도대체...”


로켓을 만들고 남은 역장 탄환을 이용해 역장 생성 장치를 완성하고, 나는 조심스럽게 회로들과 지금껏 만들어둔 보호복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휴먼,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휴먼에겐 안전 의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시끄러. 네가 말하는 안전 설비를 갖추려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그런 걸 만들 시간도 없고, 만들 재료도 없어.”

“그러다 언젠간 사고가 터질 겁니다.”

“사고가 안나면 되지. 결과만 좋으면 뭐든 괜찮은 거야.”


로봇의 잔소리와 함께 회로들을 연결하고, 잔소리를 내던 로봇까지 보호복에 장착시키고 보호복을 완성한다.

맨 처음, 껍질만 남아있는 상태와는 달리 가지고 온 재료들로 보호복을 수선한 결과, 꽤 깔끔한 외견이 되었다.

다만 고철로 장갑을 수리했기 때문에 녹슨 듯한 외견이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냐아앙~”


하품을 하며 카운터에서 늘어지게 누워있던 생체총을 붙잡아 보호복에 겨눈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자 곧바로 역장이 생겨나며 탄환을 손쉽게 막아냈다.


“좋아.”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보호복을 몸에 걸치고, 시선을 가게 한쪽에 쌓인 로봇의 잔해들로 돌렸다.

보호복 작업은 이쯤 끝내두고, 이제 저 잔해들을 해부해볼 시간이다.


“설계도. 띄워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휴먼.”


팔 부분에 장착한 투영 장치로 허공에 로봇들의 설계도를 띄워둔다.

찬찬히 로봇들의 잔해를 살피며 설계도와 달라진 곳이 없는지 살펴본다.

그러자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 발견됐다.


“오우. 이거, 한 번 박살냈다가 재조립한건가?”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시스템은 저런 식으로 조잡하게 회로를 연결하지 않습니다.”


한 번 완전히 끊어졌다 다시 연결된 듯 보이는 로봇의 회로들.

몇몇 회로는 제대로 복구할 수 없었던 것인지 타르로 임시 회로가 그려진 모습이다.


“여기에도 발신기. 아니, 수신기가 들어있네.”


경비 로봇의 회로들을 하나씩 분해하던 중, 맨 처음 다른 로봇들에서 발견했던 수신기를 경비 로봇의 잔해에서도 발견했다.

이 경비 로봇도 그 로봇들을 개조한 녀석이 개조한 거라면, 갑자기 타르 호수에서 빠져나와 나를 공격했던 게 다 이해가 간다.

분명히 정체 모를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이겠지.


“마석은... 오우. 이 정도면 B급도 노려볼 수 있겠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석 엔진을 열어보자 꽤 순도가 높아보이는 여러개의 마석들이 튀어나왔다.

기뻐하며 마석들을 휴대용 검사기에 올려두고 검사를 해보자 아슬아슬하게 C급으로 판정됐다.


“C급 마석 13개. D급 마석 3개. F급 마석 7개?”


이번에 나온 부품들을 전부 판매한다고 가정해보면... 아슬아슬하게 적자는 면한 것 같다.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슬슬 철수할 기미를 보이자, 로봇이 다급하게 내게 말했다.


“휴먼. 잊어먹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만?”

“난 없는 거 같은데?”

“수신기 말입니다. 수신기. 도대체 어디서 그 신호가 오는 지 알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솔직히 귀찮은데.”

“휴먼!”

“시스템이 부활했다던가, 그런 건 아니잖아? 내가 굳이 이걸 조사해야 해?”


보아하니, 누군가가 로봇들을 개조해서 모선 안에 풀어놓고 있는 모양인데, 굳이 그걸 내가 조사해야 하나?

신호의 근원을 조사한다는 건, 그 누군지 모를 정비공의 공방에 쳐들어 간다는 것이다.

적들이 준비한 함정과 방어시설에 머리를 들이미는 짓을 내가 할 리가.


“휴먼, 잘 생각해보십쇼. 시스템이 아니라면 휴먼에게 더 위험한 겁니다.”

“무슨 로봇들을 개조한 놈이 쓰레기장으로 쳐들어온다는 헛소리는 아니겠지?”


함선 안에서 남들 눈을 피해서 몰래 몰래 개조한 로봇들의 군대가 쓰레기장의 전 주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 리가.

애초에 벤시 몇 명이 비명을 몇 번 지르기만 해도 금세 정리될 로봇들이던데.


“그게 아닙니다. 휴먼. 저는 저렇게 남들의 눈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든 사람들의 경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거냐?”

“전쟁 당시 시스템이 피난민 12억명 이상을 관측해서 얻은 데이터입니다. 정확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허어.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들리지 않을 장소에 숨어들어 자신만의 계획을 진행시키는 사람의 대부분은... 은신처를 들키거나 들킬 위기에 처하면 꽤나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넌, 그 녀석이 날 죽이려고 한다. 이런 소리야?”

“물론입니다. 휴먼이 이 마을에서 정비공이라고 불리며 특권을 누리는 건 알고 있지만, 그 특권이 절대적인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지. 몇몇 미치광이들이 가끔씩 덮쳐들긴 하니까.”

“정체불명의 인물은 이미 경비 로봇을 움직여 휴먼을 죽이려 했습니다. 휴먼이 정비공인걸 알고 한 일이든, 모르고 한 일이든 이제 휴먼을 죽여서 입을 막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들 겁니다.”

“뭐... 네 말이 맞아.”

“그러니 휴먼, 저는 서둘러 신호의 근원을 찾아 제거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허, 참.

도대체 왜 저렇게 안달이지?

저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로봇들을 개조한 놈을 찾아낼 생각이었지만, 로봇이 저렇게 재촉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로봇이 인간이라면 인간을 세뇌하고 마음대로 개조하는 흑마법사를 만난 기분인 건가?

문득 로봇이 함선 안에서 털어놨었던 공포심이 떠오른다.

자신의 자아에 관련된 문제여서 저렇게 두려워하는 것이겠지.


“알겠어. 알겠다고. 네가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수신기를 분해해보며 천천히 이걸 만든 사람의 버릇 같은 것을 살펴본다.

마법을 쓴 흔적은 전혀 없으니 스승님 쪽 애들은 아니고.

그럼 자연스럽게 멍멍이 쪽 애들로 좁혀지는데...

하지만 이건 또 멍멍이들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어쩌면 과거의 나처럼 독학으로 로봇을 개조하는 녀석일 수도 있겠네.

찬찬히 수신기를 살펴보던 중, 나는 한가지 재밌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어, 꽤 집착이 심하네?”

“집착이요?”

“자기가 개조한 녀석이 다른 녀석에게 조종당하는 걸 극도로 경계한 눈치야. 이거 좀 재밌네.”


이 수신기, 일종의 방화벽 역할을 하도록 회로가 짜여있다.

특정 신호 외에는 절대로 반응하지 않도록 단단히 다른 회로들을 틀어막는다.

아마 해킹이나 그런 수단으로 제어권을 탈취당하는 걸 두려워한 것 같지만...

그 덕분에 신호의 근원을 추적하기도 쉬울 것 같다.

적당히 수신기를 개조해서 신호를 탐지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만으로 정체불명의 정비공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듯하다.

적당히 신호를 수신했을 때 소리를 내는 장치를 장착하는 것만으로 탐지기의 제작을 끝마치고 나는 로봇을 불렀다.


“야, 자냐?”

“무슨 일입니까, 휴먼?”

“지금 회로로 한 번에 연산할 수 있는 한계는 얼마지? 보호막을 작동시키며 다른 행동을 하는 건 가능해?”

“가능합니다. 제가 고작 그정도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럼. 보호막을 작동시키며 또 다른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거지?”

“물론이죠.”

“한 번에 여러 개의 몸을 움직여도?”

“이 회로로는 5개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만... 뭘 또 만드려는 겁니까?”

“그냥. 이걸 만든 놈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니까, 그냥 좀 괴롭혀주고 싶어서.”


이렇게나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정면에서 보안을 뚫어버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며시 새로운 장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신호를 추적하기 위해 탐지기를 들고 어제의 장소에 다시 들렸다.


“허어, 저것 봐라?”


그리고 그 장소를 다시 들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로봇들이 방벽을 만든다는 괴상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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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지하 20m +2 20.01.21 802 29 13쪽
22 심기체 +5 20.01.20 831 28 13쪽
21 최종보스 +1 20.01.19 845 31 11쪽
20 낯선 천장 +5 20.01.18 843 35 12쪽
19 위기탈출 공돌이 20.01.17 848 32 12쪽
18 오리무중 +2 20.01.17 908 34 12쪽
17 지하 10m로 +2 20.01.16 969 36 12쪽
16 지하실의 비밀 20.01.15 985 35 14쪽
15 어둠의 상인 +5 20.01.14 1,025 39 12쪽
14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1 20.01.13 1,031 40 9쪽
13 마녀사냥 +3 20.01.13 1,022 36 13쪽
12 총으로 해결 못하는 일 +3 20.01.11 1,058 35 15쪽
» 공돌이 괴롭히기 +3 20.01.10 1,151 38 12쪽
10 배달부 +3 20.01.09 1,227 35 14쪽
9 형이 거기서 왜 나와? +6 20.01.08 1,260 36 12쪽
8 스승의 은혜 +1 20.01.07 1,411 39 15쪽
7 취업의 기술 +3 20.01.06 1,578 40 13쪽
6 울어봐, 울어서 네 가치를 증명해봐 +3 20.01.05 1,783 47 13쪽
5 사이좋은 남매 +4 20.01.04 2,012 52 12쪽
4 야, 로봇 +8 20.01.04 2,168 60 13쪽
3 지금 이해를 못하시나본데 +7 20.01.03 2,483 57 18쪽
2 고철을 모아서 +9 20.01.02 2,719 70 14쪽
1 고철더미에서 +9 20.01.01 3,591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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