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최근연재일 :
2020.11.08 22:3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48,125
추천수 :
1,570
글자수 :
285,789

작성
20.01.04 00:02
조회
2,167
추천
60
글자
13쪽

야, 로봇

DUMMY

“그러니까, B급 마석 100개. 그거 주기 전엔 여기서 못나간다고요. 아시겠어요?”

”잠시만요, 지금 그게 무슨...“

”알아듣기 쉽게 말해줘? 댁들 무기 개조해줬으니까, 돈 내라고.“


갑작스러운 내 돌변에 신삥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야 그렇겠지.

사람 좋게 웃으며 자기들을 구해줬던 아저씨가 갑작스럽게 돌변한 셈이니까.


”그건...!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

“그래. 돈은 안받잖아? 대신 여기선 쓸모도 없는 돈 대신 마석을 받지.”

“그건 억지에요!”


참나.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알아듣질 못하고 저렇게 소리쳐?

이건 간이 큰 건가?

아니면 멍청한 건가?

둘 중 뭐가 정답이든 이 마을에서 얼마 버티지 못할 느낌이다.

뭐, 그것까지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나는 대충 주변에 널린 총들 중 하나를 집어 신삥이들의 머리에 들이밀며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네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든 난 관심 없어. 중요한 건 내가 너에게 총을 개조해줬고, 너는 나에게 마석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지.”


신삥들은 입술을 꽉 깨물며 허리춤의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대지만, 어느세 고철 더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동 포탑들을 보고는 불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좋아. 내가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무이자 할부 처리해줄게. 심지어 기한도 없이!”

“감사... 감사합니다...”

“뭘, 당연한 걸 해준건데. 그렇게 감사할 필요는 없어.”


아까와는 많은 의미가 달라진 감사 인사를 듣고, 나는 스캐빈저들에게 총을 건내줬다.


“탄약은 대충 아무 고철이나 집어넣으면 알아서 나갈 거야. 그냥 탄환도 잘 작동하니 알아서 잘 아껴 쓰라고.”

“고철. 이요?”

“어. 물론 너무 큰건 안되고 대충 탄창에 들어갈만한 크기면 돼.”


내 설명을 들은 신삥들의 표정이 이상하다.

아마 사기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못 믿겠으면 여기서 쏴보던가.”


내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리더로 보이는 스캐빈저가 쭈볏거리며 바닥에 총을 발사했다.

파바박!

분명, 누가 봐도 고철이라고 말할 물건들이 바닥에 박히는 걸 보며 스캐빈저들의 표정이 괴상하게 바뀐다.


“잘 작동되지?”

“네... 그러네요.”

“좋아. 그럼 이제 가봐. 골목을 나갈 때까진 그 총들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스캐빈저들이 성의 표시라며 가져온 마석 보따리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러자 스캐빈저들은 푹 한숨을 내쉬며 총을 집어들고 내 가게를 나왔다.

눈치도 없고, 겁도 없지만 한 번 배운 건 활용을 잘하는 애들이네.

만약 살아남는다면 꽤 든든한 고정 수입이 되어 주겠지.


“휴먼은 악마입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테이블 위에서 전부 지켜보던 로봇이 감상을 토해냈다.


“나는 순수한 인간 100%라고? 몽마가 보장해줬으니 확실해.”

“도대체 뭡니까! 도와주려고 구출한 게 아니었습니까?”

“내가 언제 도와준다고 말이나 했어? 난 처음부터 돈 뜯어낼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악마도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 진짜 악마였으면 계약서를 작성했겠지.”


악마 놈들은 뭘 하든 계약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휴먼은 생각이 있는 겁니까?”

“응?”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협박해놓고 총을 건내준 겁니까? 스캐빈저들이 미쳤다고 휴먼에게 총을 쏴제꼈으면 어쩌려 그런 겁니까?”

“이거 방탄유리야.”

“네?”


나는 대충 권총을 꺼내 카운터에 발사했다.

그러자 권총탄은 곧장 허공을 나아가다 무언가에 붙들린 듯 카운터 위에 우뚝 멈춰섰다.


“저 아래에서 괜찮은 걸 주워서 말이야. 그래서 여기다 설치했지.”

“이건. 관성 제거 장치? 무한궤도 엔진에 쓰여야 할 장치가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야, 그 엔진이 달린 함선들이 죄다 여기에 추락했으니까?”

“말도 안됩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탈하게 중얼거리는 로봇을 들고 가게 안쪽의 공방으로 들어가 로봇을 작업대 위에 올려놨다.


“그럼, 손님도 받았으니 이제 좀 쉬어볼까?”

“휴먼? 지금 뭘 하려는 겁니까?”

“구조가 궁금해서 뜯어보고 있는데?”

“플라즈마 라이플을 맨손으로 뜯는 건 그만두십쇼! 잘못하면 주위 50m가 날라갑니다!”

“맨손 아니고, 작업복을 입었으니 괜찮아.”


내가 플라즈마 라이플을 만지작거리며 구조를 살피는 동안 로봇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


“휴먼을 만난 뒤로 제 데이터베이스의 대부분의 지식이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공학 쪽 지식이요.”

“기계공학이니, 마도공학이니. 그런거 몰라도 작동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휴먼. 전 휴먼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무슨 마법이라도 쓰고 있는 겁니까?”

“안타깝게도 나는 무마력증이란 말이지.”


뭐, 나도 내 개조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가?

눈앞에 정답이 보이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론에 따라서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대충 무슨 구조인지 알겠네. 총 내부에 초소형 태양이 존재하고, 그 태양을 조금씩 밖으로 뽑아내는 거잖아?”

“분명히 맞는 설명인데, 왜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어지는 거죠?”


무언가 놔버린 듯한 로봇의 중얼거림을 배경삼아 내 마음대로 라이플을 개조한다.


“뭐야? 이 회로는?”

“앗, 그건 안전장치...”


이런 게 달려있으니 한 방에 찔끔찔끔 쏴대지.

이런 건 필요 없다.

태양을 동력원으로 삼는데, 뭐하러 안전장치를 다는가?


“초소형 핵융합 설비에서 안전장치를 빼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휴먼.”

“핵융합이니 뭐니 해도 어쨌거나 조그만 태양이잖아? 태양에 안전장치가 있다는 소리 들어봤어? 없잖아?”

“아니. 그거하고 이건...”

“안전장치가 없어도 태양이 폭발하진 않잖아? 같은 거야.”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휴먼.”


그렇게 내 손을 거쳐 재탄생한 플라즈마 라이플은 더 이상 ‘라이플’ 따위가 아니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에서 플라즈마가 치솟아 접촉한 모든 것을 녹이고, 불태운다.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플라즈마 토치를 연상시켰다.


“플라즈마 토치. 완성.”

“...지금 라이플을 개조해서 고작 플라즈마 토치로 만든 겁니까?”

“어. 좀 커다란 플라즈마 토치가 필요해서.”


내 당당한 대답에 로봇은 할 말을 잃은 듯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로봇의 본체를 작업대 위에 올렸다.

좋아.

이제 이걸 어떻게 처리해 볼까?


“휴먼? 지금 뭘 하려는 겁니까?”

“널 분해해서 내용물을 어디다 팔아먹을지 고민하는 중이지.”

“하하. 농담이 재밌네요.”

“진짠데.”

“네?”


로봇의 센서에 내 진지한 눈동자가 포착된 걸까?

로봇은 목소리를 떨며 내게 약속을 물어봤다.


“휴먼. 저를 고철 더미 밖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약속은...”

“괜찮아. 마도공학자들이 잘 대우해 줄거야.”

“저를 그 미치광이들에게 팔아넘기겠단 겁니까?!”

“마도공학자들이 어때서? 로봇을 분해하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순수한 사람들인데?”

“제 입장에선 살인마들이나 다름없잖습니까!”

“내 입장에선 고철과 돈을 교환해주는 훌륭한 천사들이지.”


드디어 내 진심을 알아준 걸까?

로봇은 나와 협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휴먼. 말로 합시다. 저를 그 미치광이들에게 팔아넘기는 것보단...”

“미치광이?”

“마도공학자! 마도공학자들에게 팔아넘기는 것보단 저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게 이득일 겁니다!”

“글세. 내 생각엔 말 많은 AI가 A급 마석 100개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이 안되는데?”

“제 안에는 시스템의 온갖 설계도와 연합군의 정보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제 데이터를 활용하면...”

“연합 정부에서 보낸 암살자가 찾아오기 딱 좋겠네. 이야.”

“제 설계도를 이용해서 무장을...”

“그런 걸 만들 시설은 있고?”

“......”


로봇이 변명하면 변명할수록 내가 이 녀석을 팔아넘길 이유만 늘어난다.

내가 나사를 뽑아내기 위해 드라이버를 찾고 있던 그때, 로봇의 입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만들 수 있어요! 아니, 제가 있으면 함선도 만들 수 있을걸요?”

“설명해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는 시스템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로봇입니다. 그 덕분에 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죠.”

“응. 그래서?”

“만약. 만약 휴먼이 저를 가지고 모선 최심부의 시스템까지 도달한다면, 제가 시스템을 해킹해서 함선들을 제어할 수 있죠. 그렇다면 휴먼의 마음대로 장비나 함선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너는 널 제대로 써먹으려면 지금까지 아무도 도달하지도 못하고, 발견하지도 못한 시스템의 본체를 찾아야 한다는 이거네?”

“그건. 음.”

“내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냐? 애초에 네가 배신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만약.

정말 만약에 내가 시스템에 도달해서 이 녀석으로 함선을 제어한다고 해도, 이 녀석이 나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라면 그냥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맙다며 단번에 증발시켜버릴 거다.


“제가 그렇게 흉악한 놈으로 보입니까?”

“응. 애초에 후방 침투를 위해 설계된 로봇이었다며? 그런 놈을 쉽게 믿을 수는 없지.”

“아, 그럼 절 개조해서 마스터 권한을 얻으면 되잖아요!”

“뭐야. 세뇌플이 취향이야?”

“저는 휴먼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휴먼 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 누구도요.”

“살인 로봇이 뭐래.”


나는 로봇의 진지한 선언을 비웃었지만, 로봇은 내 비웃음에도 끄떡 않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저는 죽음의 공포를 깨달았습니다. 그와 함께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하게 됐죠. 죽음의 공포를 깨달았기에, 저는 다른 사람에게 그런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없습니다.”

“철학적이네.”

“아무튼, 저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믿어 주십쇼.”

“그래. 좋아. 네가 내 뒷통수를 칠 확률이 0%라고 해보자고. 그럼 시스템까진 어떻게 갈 건데? 뭐, 샛길이라도 알아?”

“훗,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제게 다 계획이 있으니까요.”

“미사일을 타고 돌격하자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우선 슈퍼-하이퍼한 제 본체를 찾는 겁니다!”

“네 본체?”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본체는 이게 아니었지?


“그런데 그게 아직까지 멀쩡하겠어? 원래 네 몸이 있었던 창고에도 없었잖아?”

“멀쩡합니다. 아니, 조금은 부숴졌을 지도 몰라도 멀쩡해요.”

“그걸 어떻게 알아?”

“신호가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제 몸은 슈퍼-하이퍼하게 제작되었습니다. 고작 10년 정도로는 부숴지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고작 로봇 하나를 얻는다고 모선 최심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저에게 온갖 무기들의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는게 어째서라고 생각하십니까?”

“음? 그건...”


그러고보니 그렇네.

고작 후방에 침입해서 자폭할 용도의 로봇에 저렇게 많은 데이터를 심어놔?


“생산 코드 E-V2. 제 기종에는 수많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나노 프린터. 설계도를 보유한 무기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기능입니다.”

“무기를 즉석에서 만든다고?”

“은밀한 침투를 위해 탑재된 기능이자 만약 발각당했을 때 무기를 노획당하지 않기 위한 기능입니다.”

“허어...”

“그리고, 저에게 저장되어 있었던 설계도의 수는 총 13565개. 거의 시스템의 모든 무기를 탑재했다고 할 수 있죠.”


만약 로봇에게 얼굴이 있었다면 이 말을 하며 씨익 웃었지 않았을까?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로봇의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확실히. 그 정도라면 너 혼자서도 시스템에 도착할 수 있겠네.”

“네. 그러니까 휴먼.”

“왜?”

“그 드라이버 좀 치워주시죠. 나사를 빼내는 것도 그만두고요. 이제, 이제 진짜 해체될 것 같습니다. 진짜로...”


푝!

경쾌한 소리와 함께 로봇을 보호하고 있던 덮개가 벗겨지며 내부의 부품들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제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잖습니까! 팔아넘기지 말아주세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마스터 권한만 변경하고, 좀 크기만 줄이는 거야. 네가 변경하라며?”

“굳이 물리적으로 변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 그래? 난 몰랐네.”

“그러니까...”

“그래도 크기는 좀 줄일게.”

“거, 거긴 안됩니다! 거긴 소중한 구역입니다!”

“야, 로봇.”

“네?”

“넣는다.”


이후 메챠쿠챠 개조해서 소형화했다.


작가의말

너 여기가 좋은 거구나?


여자아이의 소중한 곳에 손을 막 집어넣고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주인공


참 나빴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비공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그날 쓰레기장은 +9 20.01.22 789 35 13쪽
23 지하 20m +2 20.01.21 802 29 13쪽
22 심기체 +5 20.01.20 831 28 13쪽
21 최종보스 +1 20.01.19 845 31 11쪽
20 낯선 천장 +5 20.01.18 843 35 12쪽
19 위기탈출 공돌이 20.01.17 848 32 12쪽
18 오리무중 +2 20.01.17 908 34 12쪽
17 지하 10m로 +2 20.01.16 969 36 12쪽
16 지하실의 비밀 20.01.15 985 35 14쪽
15 어둠의 상인 +5 20.01.14 1,025 39 12쪽
14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1 20.01.13 1,031 40 9쪽
13 마녀사냥 +3 20.01.13 1,022 36 13쪽
12 총으로 해결 못하는 일 +3 20.01.11 1,058 35 15쪽
11 공돌이 괴롭히기 +3 20.01.10 1,150 38 12쪽
10 배달부 +3 20.01.09 1,227 35 14쪽
9 형이 거기서 왜 나와? +6 20.01.08 1,260 36 12쪽
8 스승의 은혜 +1 20.01.07 1,411 39 15쪽
7 취업의 기술 +3 20.01.06 1,578 40 13쪽
6 울어봐, 울어서 네 가치를 증명해봐 +3 20.01.05 1,783 47 13쪽
5 사이좋은 남매 +4 20.01.04 2,012 52 12쪽
» 야, 로봇 +8 20.01.04 2,168 60 13쪽
3 지금 이해를 못하시나본데 +7 20.01.03 2,483 57 18쪽
2 고철을 모아서 +9 20.01.02 2,719 70 14쪽
1 고철더미에서 +9 20.01.01 3,590 6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