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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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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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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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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리무중

DUMMY

사실 시스템의 모선과 함선 잔해에서 나오는 독기는 함선 안에서만 흐르는 게 아니다.

그냥 놔둔다면 사방으로 퍼져, 쓰레기장을 덮고도 남아 왕국 전체를 독기의 늪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누구도 쓰레기장에서 살아갈 수 없는게 당연한 일.

그래서 쓰레기장의 주민들은 힘을 합쳐서 함선에서 나오는 독기를 함선 안으로 몰아넣었다.

나로써는 알 수 없는 마법적 결계를 이용한 괴상한 기계들을 사용해 지하 10m 이상 독기가 올라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물론, 이 결계도 완벽하지 않아서 밖으로 조금씩 독기가 세어나오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무튼, 지하 10m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결계 아래에 잔뜩 농축된 네크로 가스의 바다 속으로 잠수한다는 소리와 같다.

극도로 농축된 네크로 가스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전부 녹여버린다.

심지어 방독면의 필터도 말이다.

그 때문에 지하 10m를 돌파하기 위해선 상시 정화 마법을 발동하거나, 모선 안을 돌아다니는 정화 로봇을 잡아서 그 부품을 얻는 수 밖에 없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정화 로봇을 잡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어우, 침침해라. 진짜 한 걸음 앞도 보이질 않네.”


독기가 가득 뭉치며 만들어낸 보랏빛 안개.

짙은 보랏빛의 안개는 주위의 지형마저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만든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선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정화로봇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으음... 뭐 보이는 거, 있어?”

“그렇게 노려본다고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주인님.”

“아냐. 내 정성에 감동해서 카메라가 좀 더 힘을 낼수도 있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 보인다. 뭔가 보인다.”

“어?”


내 노력을 카메라가 알아준 걸까?

갑자기 좀 독기가 옅어진 것처럼 시야가 확보된다.

이 정도면 주위의 지형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겠네.


“힘내, 카메라! 넌 할 수 있어!”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주위의 독기의 양이 줄어든 겁니다. 주인님.”

“그래?”


독기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그건, 설마...

휘익.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무엇인가 내 앞을 지나쳐 독기 너머로 사라졌다.


“방금 그건...?”

“정화 로봇. 더럽게 빠르네.”


그래.

이게 정화로봇을 잡기 어려운 이유의 대부분이다.

숙련된 마법사의 마력탄만큼 빠른 속도로 안개 속을 이동하는 정화로봇을 아무 준비도 없이 격추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충분히 준비 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면, 정화 로봇을 잡는 건 무리가 아니다.


“독기가 옅어진 곳,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주인님.”

“독기가 옅어지는 곳을 따라가. 빨리 추적하자.”


정화로봇을 잡기 위해선 정화로봇이 이동하는 경로부터 미리 파악해야 한다.

정화로봇은 비전투 로봇이어서 그런 것인지 꽤나 단순한 움직임을 보인다.

직선으로 쭉 날면서 장애물을 감지하면 이동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정화로봇들마다 이동 방향을 바꾸는 패턴이 다르긴 하지만, 그 패턴만 알아내면 충분히 정화로봇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정화로봇을 잡는 게 지하 10m를 통과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보니, 쓰레기장에서도 정화로봇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그 결과 정화로봇의 패턴을 입력하기만 하면 정화로봇의 이동경로를 계산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게 다 열심히 지하 10m에 결계가 쳐지기 전에 만들어진 지도 덕분이다.

그때는 참 힘들었지.

제대로 된 보호복을 만들 수 있던 때도 아니고, 그냥 치유 마법과 포션으로 때우며 모선을 탐사했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지?

그 때 절벽에서 추락했을 때도 그렇고, 내 목숨이 은근히 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독기가 옅어진 곳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무언가 주위의 안개와 다른 안개가 풍기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님. 저 앞에...”

“어, 나도 보여.”


보랏빛의 안개와는 다른 회색빛의 연막.

나는 습관처럼 생체총을 찾았지만, 이번엔 생체총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체총 대신 고철 소총을 꺼내 연막을 겨누자, 파직거리는 스파크가 연막에서 튀겨왔다.

서둘러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연막 안에서 붉은 램프가 깜빡이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 벌써 나타났네.”


스모커.

뭐, 시스템들은 저걸 어떻게 부르는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저걸 스모커라고 부른다.

언제나 늘 주위로 연막을 흩뿌리고 다니기 때문에 스모커란 이름이 붙여졌다.

같은 이름의 몬스터가 원래 존재했지만, 그 몬스터가 멸종해버리며 이젠 스모커란 이름은 저 녀석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터벅.

스모커가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이고, 나는 곧장 고철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파직!

스모커의 몸에서 방출되는 전기가 더욱 강해지며 내가 발사한 총알을 격추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발사한 총알이 스파크에 막히는 일은 없고, 그대로 스모커의 몸은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아아, 이건 플라스틱이란 것이다. 시스템이 가져온 것중 제일 쩌는 물건이지.”

“갑자기 뭡니까?”


아, 플라스틱은 최고다.

자기장에 영향을 받지도 않아, 고온에도 쉽게 불타지도 않아.

심지어 잘 썩지도 않아 부패 마법에도 면역을 가진다.

거기에 쉽게 부숴지는 것도 아니니 그야말로 신의 물질이라고 부를만한 물건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쓰레기장이 직접 플라스틱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자체 생산할 수만 있다면 모든 기계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을텐데.

그게 안되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주인님, 주위에서 자기장이 더 감지됩니다.”

“이런, 바글바글하게도 몰려왔네.”


역시나 한 마리 혼자서 덤벼들었을 리가 없지.

내 주위를 감싼 보랏빛 안개가 뿌연 연막으로 물들여지며 붉은 램프가 연막 속에서 반짝거린다.

램프의 수로 봐선 대략 8마리는 몰려왔네.

다행히 아직 내 뒤를 포위한 건 아니다.

등 뒤까지 포위 당하기 전에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연막 속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을 향해 고철 소총을 발사하자, 스모커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라진 불빛은 2개.

그럼, 이제 6마리가 남은 건가?


“오른쪽. 주시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휴먼.”


로봇에게 보호복의 우측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스모커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게 시키고, 나는 우선 왼쪽으로 움직이는 3개의 불빛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파직거리는 스파크가 튀며 2개의 불빛이 또다시 꺼지고, 남은 하나의 불빛이 펄쩍 뛰어올랐다.

그러자 잠시 동안 스모커의 본모습이 연막 밖으로 드러났다.

기계로 만들어진 사냥개와 같은 로봇의 모습.

연막 밖으로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지금이 기회다.

나는 서둘러 미리 제어탄을 장착해둔 고철 권총을 뽑아들어 스모커에게 발사했고, 제어탄은 무사히 스모커의 제어권을 빼앗아왔다.


“오른쪽에서 오는 놈들한테 자폭시켜!”

“알겠습니다, 주인님!”


곧장 내 시야 한켠에 우측 카메라가 찍어보내는 화면이 떠오른다.

나를 향해 곧장 뛰어오른 3체의 스모커.

3체의 스모커가 내게 달려드려는 순간, 로봇이 조종하는 스모커가 뛰어들어 스모커들에 부딪혔다.

스모커의 전기 충격기 부분이 폭발하며 스모커 안에 보관되어 있던 연막을 불태우고, 그대로 커다란 폭발을 연쇄적으로 일으켰다.

콰광!

폭발이 발생한 충격으로 주위의 독기와 연막이 잠시 걷히며 주위의 모습을 드러낸다.


“후우... 어떻게든 가까이 오기 전에 처리했네.”


겨우 한숨을 돌리며 바닥에 널린 로봇들의 잔해를 살펴본다.

잔해가 하나, 둘, 셋... 일곱?

뭐지?

하나가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무엇인가 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이 나를 덮쳤다.


“주인님, 뒤입니다!”

“윽?!”


서둘러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다가온 스모커 한 마리가 강철의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보호막이 작동하며 스모커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내고, 나는 곧바로 대응사격을 가해 스모커를 고철로 만들어버렸다.


“어우, 위험했네.”


보호복을 개조할 때, 마녀의 가죽으로 안감을 덧대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한숨을 돌리며 스모커가 어디서 온 것인지 살핀다.

내 시선에 걸리지 않게끔 한참을 빙 돌아서 접근한 거 같은데...

설마, 맨 처음에 총격을 가했을 때 불빛이 사라졌던 게 파괴되어서가 아니라 우회해서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잔해를 살펴보자 그 예측대로였다.

스모커들의 잔해에서 마석들과 전기 충격기 정도를 챙기고 서둘러 정화로봇의 흔적을 따라갔다.

그렇지만 어디서 자꾸 솟아나는 것인지 자꾸 몰려드는 스모커 무리 때문에 추적은 더뎠다.


“수류탄이나 방전탄을 써먹을 수 있으면 참 좋은데.”

“사용하시지 그렇습니까? 보유량도 널널한데요.”

“무슨 통구이 될 일이 있나.”


빌어먹을 스모커의 연막은 꽤나 괴상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불에 잘 타고, 전기도 잘 통하는 연막이라니.

심지어 너무 스모커가 많아져 방전이 심해지면 그대로 폭발해버린다.

만약 내가 고철류탄이나 방전탄을 던진다면 내 주위를 둘러싼 연막이 폭발하며 나를 노릇노릇 구워버리겠지.

덮쳐드는 스모커들을 격퇴해가며 정화로봇을 추적한 결과, 정화로봇이 방향을 바꾼 것으로 추정되는 벽에 도달했다.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수치를 입력하던 그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마치 거대한 골렘이 걸어다니는 듯한 소리.

누군가가 여기에 골렘을 가지고 내려온 걸까?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골렘을 사용한다면 이곳보다 더 깊숙한 장소에서 사용할 것이다.

고작 이런 곳에서 골렘을 사용할 리가.

그렇다면 뭐지?

도대체 이 소리의 정체는 뭐지?

지하 10m에서 이런 소리를 낼 로봇이 나오던가?

아니.

그런 로봇이 나온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런 발걸음 소리로 누군지 알 수 있냐?”

“본체만 되찾는다면, 가능합니다.”

“지금은 못한다는 거잖아. 젠장.”


어쩌지?

후퇴할까?

아니, 어쩌면 정령사나 소환술사가 근처에 있는 것일수도 있다.

그 둘이 이런 데 있을 가능성은 무척 적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는가?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발걸음 소리가 점점 내게 다가온다.

서둘러 고철 소총을 장전하고 독기의 안개 속에서 소리의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뚝.

뚜둑.

철퍽.

발걸음이 가까워지며 무언가 걸쭉한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물귀신 계열의 비실체형 유령?

아니, 그렇다고 하면 발걸음 소리를 설명할 수가 없다.

긴장하며 소리의 주인을 기다리던 그 때,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뭐지?

그리고.

부웅.

안개 속에서 갑작스럽게 거대한 주먹이 튀어나와 내게 날라들었다.


“우왓!”


고철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뒤로 쓰러지듯 주먹을 피한다.


“으워어...”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네크로 가스 때문에 살이 녹아내리고 있는 거대한 살덩이었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이 있을 법한 위치에 얼굴이라고 할만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지금은 네크로 가스 때문에 완전히 녹아내린 상태지만.


“살덩이 골렘? 아냐, 그건 아닌데. 뭐야, 저거?”


골렘이라면 어련히 마력이 느껴져야 하겠지만, 눈 앞의 살덩어리에선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맨몸으로 여기에 헤메어 들어온 거인?

내가 저 살덩어리의 정체를 추론하는 동안, 로봇의 입에서 지금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흘러나왔다.


“...시스템.”

“뭐?”

“시스템이... 느껴집니다. 주인님.”

“뭐? 시스템이 느껴진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저 생명체에게서, 시스템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뭐?”


그러니까, 저 살덩어리에게서 시스템이 느껴진다고?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작가의말

너무 기계랑만 싸운거 같아서 살덩이랑도 싸우게 해봤습니다.

참고로 몬스터 미스트는 슬렌더맨처럼 생겼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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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낯선 천장 +5 20.01.18 845 35 12쪽
19 위기탈출 공돌이 20.01.17 850 32 12쪽
» 오리무중 +2 20.01.17 912 34 12쪽
17 지하 10m로 +2 20.01.16 971 36 12쪽
16 지하실의 비밀 20.01.15 987 35 14쪽
15 어둠의 상인 +5 20.01.14 1,027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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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녀사냥 +3 20.01.13 1,024 36 13쪽
12 총으로 해결 못하는 일 +3 20.01.11 1,060 35 15쪽
11 공돌이 괴롭히기 +3 20.01.10 1,154 38 12쪽
10 배달부 +3 20.01.09 1,229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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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야, 로봇 +8 20.01.04 2,171 60 13쪽
3 지금 이해를 못하시나본데 +7 20.01.03 2,485 57 18쪽
2 고철을 모아서 +9 20.01.02 2,721 70 14쪽
1 고철더미에서 +9 20.01.01 3,599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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