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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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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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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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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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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하 10m로

DUMMY

“교회 지하에 이런 게 있다는 거. 수녀님도 알고 있어요...?”

“수녀님이 아니라 신부님. 신부님은 당연히 알고 있지. 뭐, 신부님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이런 걸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마 제일 먼저 정비공들이 나를 조지려 할걸?

괜히 왕국 자극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너는 앞으로 여기서 저거에 필요한 회로를 생산할거야. 알겠어?”

“저, 저기요. 딱 봐도 회로가 보통 필요한 게 아닌데요...?”

“그러니까 내가 널 노예로 만든게 아니겠어?”


내가 평생 회로만 만들다 늙어죽을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을 시켜야지.


“회로를 만들 때 필요한 건 거기 있던 장비들 말고는 더 없지?”

“뭐... 주기적으로 시약을 갈아주긴 해야 하는데요.”

“그럼 됐어. 필요한 재료들은 내가 알아서 구해다 줄테니까.”

“네, 네...”

“생각해보니까, 마녀는 음식을 안먹어도 살 수 있지?”

“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공복감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닌데...”

“그럼 밥은 대충 3일에 한번 정도면 되지?”

“네?”

“3일에 한 번이면 되지?”

“네....”


다른 사람들에겐 대충 연구를 하느라 밥을 잘 안먹는다고 말해두면 되겠지.

마녀가 자신의 공방에서 사용하던 장비들까지 전부 지하실로 옮기고, 나는 마녀를 지하실에 놔둔 채 지하실 문을 닫았다.


“주인님. 주인님에게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이제는 의심조차 가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내가 양심적이란 소리지? 칭찬 고마워.”

“참 행복 회로를 돌리는 솜씨가 인상적이네요.”

“뭘, 나 정도면 진짜 양심적이라니까? 멍멍이가 돌리는 공장은 이것보다 더 심하다니까?”


거긴 노예로 공장을 돌리는 것도 아닌데도 그 정도인데, 노예에게 이 정도로 대우해주는 난 그야말로 이 시대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마을엔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겁니까?”

“지금 너랑 대화하고 있잖아.”

“형~ 신부님이 밥 먹으래~”

“금방 간다!”


로봇과 대화하던 그때,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서둘러 보호복을 벗어 방 한쪽에 놔두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진짜 고기가 들어간 식사를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 나는 보호복을 착용한 채로 가게로 돌아왔다.

배달부가 배달한 각종 부품들과 전리품들을 창고 안에서 가게로 옮기고 나는 본격적인 정비를 시작했다.

로봇을 보호복에서 빼내 탁자 위에 올려두고 보호복의 상태를 살펴본다.

마녀의 마법을 정통으로 맞아서일까?

대부분의 회로가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잔뜩 망가진 상태였다.

타르로 회로를 수리하던 중, 나는 한가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야, 너 되게 운이 좋은 거 같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주인님?”

“다른 회로는 죄다 망가지기 직전인데, 네가 있던 회로만 멀쩡하네.”


로봇이 들어있던 부품을 제외한 모든 부품들은 마법의 영향으로 비실비실한데, 로봇이 들어있던 부품만 멀쩡하게 잘 작동한다.

이건 운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 작용해서일까?

뭐, 중요한 건 결과다.

지금으로써는 원인을 알아낼 수도, 알아낼 방법도 없으니 넘어가자.

보호복을 구성하던 회로의 수리를 끝마치고, 나는 이번에 짐꾼 로봇에서 뜯어낸 부품과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부품들을 한데 모았다.


“또 무언가를 만들 생각입니까?”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정보 교란에 대책을 세워두지 않은 거 같아서.”


고철더미를 뒤지며 보호복의 헬멧으로 개조하기 적당한 물건을 물색한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띈 물건이 하나 있었다.


“오우, 이런 것도 있었네?”

“그건 잠수복 아닙니까?”

“맞아. 그것도 아주 구형.”


동글동글한 랜즈와 머리를 전부 감싸는 놋쇠 핼멧.

아직 마도 공학이 발달하기 전 만들어지던 잠수복의 머리 부분이다.


“도대체 이런게 왜 여깄습니까?”

“쓰레기장이니까.”


쓰레기장에 고철이 있는 거니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지.

뭐, 쓰레기장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던 고철들 중에 우연히 구형 잠수복이 있었고, 그것들 중 하나가 내 가게까지 흘러들어 왔을 뿐일 것이다.


“기본 베이스는 이걸로 하고. 여기에다가 짐꾼의 카메라를 더하면...”


흠.

그럭저럭 꽤 괜찮은 결과물이 탄생할 것 같다.

그냥 놋쇠만으로는 방어력이 위험할테니 마녀의 항아리에 담겨있던 정체모를 가죽을 덧대자.

잠수모의 전면부 렌즈는 카메라로 교체하고.

손이 가는 대로 고철들을 집어다 전체적인 틀을 잡고, 보호복과 연동될 회로를 그려넣는다.

앞으로 내가 향할 모선의 지하 10m 구역은 엄청난 양의 네크로 가스로 가득한 곳.

평범한 보호복으로 진입했다간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방독면 필터가 녹아내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독기로 가득찬 모선 안에서 꼼짝없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런 죽음을 막기 위해서 방독면의 성능을 올리는 작업 또한 같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독면을 보호복에서 뜯어내 잠수모와 하나로 합친다.

지하 10m를 통과하기 위해선 외부의 공기를 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장해둔 공기를 사용하는 방식의 방독면이 필요하다.

일단 헬멧에 공기를 집어넣을 구멍을 만들어 두면...

이걸로 헬멧은 완성인가?

나는 내가 완성한 헬멧을 바라보며 감상을 흘렸다.


“흠, 나쁘지 않아. 완전 최고는 아니지만 꽤 괜찮게 뽑혔어.”


원래 동그란 렌즈가 자리잡고 있던 잠수모의 정면은 방독면이 대신 차지하고, 방독면의 렌즈가 있을 부위는 카메라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조심스럽게 헬멧과 보호복의 회로를 서로 연결하고 보호복의 마석을 갈아끼우자, 카메라가 작동하며 내 앞에 영상을 비췄다.


“이게 원래 구형 잠수모라고는 상상도 못하겠네요.”

“잠깐 이리 와봐.”


탁자 위에서 내가 헬멧을 착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로봇을 다시 보호복 안으로 집어넣는다.

로봇이 보호복 안으로 들어오며 카메라를 조작하고, 나는 로봇에게 이것저것 카메라를 조작해볼 것을 지시해본다.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보기도 하고, 카메라로 내가 보는 시야를 촬영해 저장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카메라의 성능을 시험하던 중, 로봇이 내게 한 가지 조언을 건냈다.


“주인님. 이왕 카메라를 장착한 김에 증강 현실을 이용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증강현실?”

“제가 주인님이 눈으로 본 정보를 정리해서 알기 쉽게끔 화면에 띄우는 것입니다.”

“아. 마법사들이 탐지 마법을 썼을 때처럼 말이지?”


몇 번인가 마법사들이 탐지 마법으로 고철 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아내던 모습을 떠올리고 그렇게 말하자, 로봇은 내 말을 긍정했다.


“물론입니다. 약간 회로를 변경하기만 하면 지금의 회로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입니다.”

“좋아. 설계도 띄워줄 수 있지?”


로봇의 조언에 따라 보호복의 회로를 변경해본다.

그러자, 놀랍게도 정말 단순히 회로 몇 개를 추가하는 것 만으로 로봇이 말한 증강현실인지 뭔지가 가능해졌다.

정확히는 로봇이 새로 신설된 회로를 통해 카메라를 제어해서 가능한 거지만 말이다.


“후후. 제 유용함을 깨달으셨습니까, 주인님? 이걸로 제 호감도도 좀 올랐죠?”

“그래. 1 정도 올랐으니 노력해봐.”

“이 정도면 5 정도는 줄만하지 않나요?”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자꾸 유용함을 어필해서 감점됐어.”

“그럴수가!”


아무튼, 로봇이 제어를 한다면 이렇게 약간의 회로를 추가하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게 가능하단 말이지?

무언가 재밌는 발상이 떠오를락 말락하는데.


“흠. 네가 말해준 회로를 응용하면...”

“주인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비슷한 회로를 그린다고 회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회로가 엉켜서...”

“쨘. 완성.”

“어, 어라?”


로봇이 알려준 회로를 약간 변경하자, 꽤 괜찮은 결과물이 탄생했다.


[제어탄: 42]

[고철류탄: 0]

[방전탄: 0]

[잔여 동력: 87%]

[보호막: 정상]


내가 직접 체크하지 않아도 보호복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걸 무기에도 장착하면 남은 탄환도 얼마인지 알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내가 사용하는 다른 무기들에 추가적으로 회로를 그려넣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회로를 그려넣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잔뜩 성이난 생체총에 볼트 몇 알을 물려주고 풀어주자 생체총은 펄쩍 뛰어올라 가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럼 이제 산소통만 만들면 준비는 다 끝나네.”


한참 개조에 집중하느라 찌뿌등해진 몸을 기지게를 펴 환기하고, 나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작업할 것은 지하 10m에서 사용할 산소 탱크.

생각하고 있는 개조안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개조를 위해선 먼저 지하 10m로 내려가야 한다.

지하 10m를 돌파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부품이 오로지 지하 10m 에서만 등장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로봇에게 따로 부품을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지 물어봤지만, 본체를 되찾아야 알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개조는 이 정도인가?”


산소탱크와 헬멧을 연결시키고, 산소통을 보호복의 등 부위에 장착시키는 것으로 개조를 끝마친다.

보호복의 정비를 끝마치자, 새롭게 바뀐 보호복은 마치 잠수복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함선 안으로 잠수를 하니 잠수복처럼 보일 뿐인게 아니겠지.


“그럼 이제... 이걸 손봐야겠지.”


휴식을 취할 겸, 나는 헬미르에게서 받아온 고철을 작업대 위에 던져둔다.

로봇의 말에 따르면 생물체의 뇌를 스캔하는 장치라는 고철.

로봇이 보여주는 설계도를 보니, 어떻게 해야 수리할 수 있을진 감이 잡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걸 어떻게 개조해야 좋을지 떠오르질 않는다.

영감처럼 벌레를 활용해서 뇌를 읽어?

아니, 그건 내용을 스캔할 수는 있어도 다른 어딘가에 저장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철들을 뒤적거리며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빌어보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좀 더 부품을 이것저것 모아야 어떻게든 개조할 수 있으려나?


“그냥 눈으로 보면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보인다며, 이건 불가능한 모양이죠? 고철은 개조할 수 없는 겁니까, 주인님?”


그런 나를 비웃듯 나를 도발하는 로봇.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절대 변명하는 건 아니지만 대충 로봇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어떻게 개조해야 하면 될지는 눈에 보여. 다만,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이걸 스캔용으로 쓸 수 없을 뿐이야.”

“네? 그건 또 무슨 변명입니까? 못하면 못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진짜인데.

아니, 이 귀중한 장치를 가상현실 체험기로 바꿔버릴 수는 없지 않는가?


“으아. 아무튼 이건 킵! 일단 10m 돌파가 먼저니까. 네 본체가... 어디에 있다고 했지?”

“최소 500m 아래입니다. 적어도 200m 지점에는 도달해야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500m라. 10m 돌파도 힘든데, 그냥 찾지 말까?”

“그렇게 되면 주인님의 여동생을 치료할 방법은 영영 없어지겠지만요.”

“하아... 원정대라도 만들어지면 슬쩍 끼어들겠는데.”


그러고 보니 슬슬 왕국에서 원정대를 보낼 시기가 아닌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까?

문득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떠오르지만 금세 머리를 흔들어 의문을 지워버린다.

어차피 왕국에 관련된 일은 고민해봤자 바꿀 수 있는게 없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지하 10m를 돌파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단 고철류탄하고 방전탄은 다시 보충하고. 그 녀석을 잡을 무기도 필요하겠네.”


지하 10m로 내려가는데 필요한 준비물들을 중얼중얼 읊으며 나는 다시 고철더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지하 10m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 작업은 그날 하루를 꼬박 쓰고도 다 끝나지 않아 내가 준비를 끝마친 건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였다.


“좋아. 그럼 진입한다.”

“행운을 빕니다. 주인님.”


그리고 오후.

나는 곧장 지하 10m로 진입하기 위해 모선으로 출발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던전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네요.

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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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날 쓰레기장은 +9 20.01.22 798 35 13쪽
23 지하 20m +2 20.01.21 807 29 13쪽
22 심기체 +5 20.01.20 841 28 13쪽
21 최종보스 +1 20.01.19 852 31 11쪽
20 낯선 천장 +5 20.01.18 849 35 12쪽
19 위기탈출 공돌이 20.01.17 854 32 12쪽
18 오리무중 +2 20.01.17 917 34 12쪽
» 지하 10m로 +2 20.01.16 976 36 12쪽
16 지하실의 비밀 20.01.15 991 35 14쪽
15 어둠의 상인 +5 20.01.14 1,032 39 12쪽
14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1 20.01.13 1,037 40 9쪽
13 마녀사냥 +3 20.01.13 1,028 36 13쪽
12 총으로 해결 못하는 일 +3 20.01.11 1,065 35 15쪽
11 공돌이 괴롭히기 +3 20.01.10 1,160 38 12쪽
10 배달부 +3 20.01.09 1,235 35 14쪽
9 형이 거기서 왜 나와? +6 20.01.08 1,268 36 12쪽
8 스승의 은혜 +1 20.01.07 1,419 39 15쪽
7 취업의 기술 +3 20.01.06 1,586 40 13쪽
6 울어봐, 울어서 네 가치를 증명해봐 +3 20.01.05 1,791 47 13쪽
5 사이좋은 남매 +4 20.01.04 2,019 52 12쪽
4 야, 로봇 +8 20.01.04 2,176 60 13쪽
3 지금 이해를 못하시나본데 +7 20.01.03 2,491 57 18쪽
2 고철을 모아서 +9 20.01.02 2,728 70 14쪽
1 고철더미에서 +9 20.01.01 3,609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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