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힐튼 서울, 남자 남자를 만나다
1110호 거실에는
김여정 당 비서를 지키는 마지막 경호요원인 호위사령부 요원 네 명이 총을 꺼내 문을 향해 겨누고 있다.
내부 침실에는 잠옷을 입은 김여정이 한 요원 뒤에서 ‘벌벌’ 떨고 있다.
1110호 문이 빼꼼히 열린다.
그러자 호위사령부 요원 네 명은 일제히 문을 향해 권총과 아카보 소총을 사정없이 쏘아댄다.
문 사이로 동그란 물체 두 개가 동시에 굴러들어온다.
“(일제히) 수류탄이다!
엎드려!”,
“쾅”
소리와 함께 1110호 거실은
폭발음에 사방으로 파편과 사람 신체의 일부가 날아가고 그와 동시에 연막탄이 터지면서 실내는 뿌연 연기로 가득하다.
6월 16일 04:31시
호텔 정문.
호위사령부 요원 십여 명으로 둘러싸인 인간방패 사이로 몸을 뒤뚱뒤뚱거리며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호텔 정문을 빠져나온다.
벤츠 600 리무진의 뒷문이 열리고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몸을 숙인 채 차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벤츠 600 리무진은 비상등을 켜고 호텔을 빠져 나가고 그 뒤를 경호 차량이 꼬리를 이어 달려간다.
6월 16일 04:31시
호텔 1110호.
수류탄의 폭발로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짙게 뿌옇던 실내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거실에 있던 호위사령부 요원 네 명중 둘은 절명했고 두 사람은 바닥을 기며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거실은 화약 냄새와 매캐한 연막탄 냄새가 진동한다.
HE는 거실을 통과해 김여정이 있는 침실로 향한다.
침실 문을 열자 호위사령부 요원 한 명이 HE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고, 그 뒤에 김여정이 부들부들 몸을 떨며 서 있다.
HE가 침실의 문을 닫는 동안에도 그 요원은 총을 발사하지 않는다.
HE는 한 손에 수류탄을 들고 그 요원을 응시하며 침실 문밖을 향해 고함을 친다.
“김여정은 아직 살아 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이 방에 들어오려는 순간,
수류탄과 함께 김여정의 몸은
분해될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거실에 방패가 세워지고 그 방패 뒤로 북한의 호위사령부 요원들과 남한의 국정원 타이거 팀 요원들이 몸을 낮추고 있다.
침실에서는 김여정을 마지막으로 경호하는 호위사령부 요원이 손가락에 천천히 힘을 준다.
“탕!”
총알이 발사되고 동시에 HE의 몸이 그를 향해 달려간다.
총알은 허리를 숙인 HE의 왼쪽 어깨를 관통한다.
HE의 손끝이 요원의 옆구리를 찌른다.
그 때까지 벌벌 떨고 있던 김여정은 호위사령부 요원이 총을 발사하자 피식 옆으로 고꾸라진다.
“퍽”
소리가 침실 안을 울린다.
HE의 옆구리 공격에 요원이 하단 막기로 막자 두 사람의 팔이 부딪히고 두 사람 다 놀라는 표정이 되어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선다.
호위사령부 요원이 하단 막기 자세에서 공격을 해 오자 HE는 뒤로 밀리며 방어하기에 바쁘다!
다시 두 사람은 한 걸음의 사이를 두고 마주본다.
호위사령부 요원의 눈이 HE와 마찬가지로 충혈 되어 있다.
HE, 이태우는 눈이 충혈 되다 못해 그의 눈 꼬리에서 피가 배어나와 광대뼈를 따라 어깨까지 흘러내리고 있다.
지금 HE의 얼굴은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져있고 호흡도 불규칙하다.
총상을 입은 옆구리와 어깨에서 분출하는 피로 인해 그의 양복 쟈켓은 붉게 물들어 있다.
괴로워하는 HE에 비해 그와 마주 서서 대결자세를 취하고 있는 호위사령부 요원은 표정과 호흡이 평상시처럼 변화가 없다.
그는 잠시 공격 자세를 늦추고 자세를 바로 한다.
한 번의 결투로 두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 지 파악하였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HE임을 안 것이다.
“님자! 어디서 왔슴?
청해에서 왔슴?”
호위사령부 호위 1 국 최정예 요원. 지금 김여정을 마지막으로 경호하고 있는 요원은 호위사령부 호위 1국 제 9 조 소속으로 공화국 제 1 의 요원인 최동영 소좌이다.
그의 입에서는 강한 함경도 사투리가 나온다.
호위사령부 요원의 입에서 함경도 사투리가 나오자 HE, 이태우도 이에 대답을 한다.
“맞다!
나는 청해에서 왔다!
그럼 갑산에서 왔는가?”,
“아니지~비! 내래 삼수에서 왔슴!
삼수에서 온 최동영이라 하오!”
“그래! 내 청해에서 왔다!
나는 이제 할 일을 다 했다!
나는 김정은이나 김여정을 죽이러
이곳에 온 게 아냐!”,
“그럼~ 왜 왔슴?”
“억울하게 죽은 동료들을 위해
남과 북 모두에게 경고하려고 온 거야!”
“알겠슴둥!”
최동영 소좌가 마지막 말을 하는 순간, 호텔 1110호 창문 밖에서 ‘스르륵’ 소리가 들린다.
옥상에 있던 대통령 경호실 스네이크팀 요원들이 밧줄을 내리고 진입하려 하고 있다.
밧줄이 내려온 소리에 이어 밧줄을 타고 사람이 내려오는 소리가 청각이 극도로 발달되어있는 최동영 소좌의 귀에 들린다.
소리의 감각을 느끼자 최동영 소좌는 다시 HE를 향해 공격 자세를 하고 달려든다.
“우장창창!”
“탕! 탕! 탕!”
그와 동시에 밧줄을 타고 세 명의 대통령 경호실 스네이크 요원이 HE를 향해 조준사격을 하며 1110호 창문을 깨고 침실로 진입한다.
자세가 흐트러진 HE가 미처 방어 자세를 잡기도 전에 최동영 소좌는 HE를 끌어안고 반대편 창문을 향하게 달려간다.
HE, 이태우는 달려드는 호위사령부 요원을 보며 반사적으로 공격 자세를 취했지만 -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그에게서 전혀 살기를 느끼지 못한다.
HE는 최동영 소좌의 의도대로 몸을 맡기고 그와 한 몸이 되어 창문을 향해 뛰어간다.
스네이크 요원들이 조준사격으로 쏜 총탄 대여섯 발이 HE가 아닌 최동영 소좌의 등에 박힌다.
HE와 최동영 소좌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 11층에서 떨어진다.
“떨어지고 나면
무조건 9시 방향으로 뛰기오!”
두 사람이 껴안은 채 한 몸이 되어 창문을 뚫고11층에서 추락한다.
추락하며 곧 땅바닥에 닿으려는 찰나, 두 사람은 서로 팔과 다리를 뻗어 두 사람의 몸과 몸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한다.
HE를 보는 최동영 소좌의 눈에는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연민의 정이 배어나와 있다.
“잘 가기오!”
“친구! 왜?”
최동영 소좌의 잘 가라는 말에
HE, 이태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친구라고 화답을 한다.
자신을 향해 조준 사격한 총알을 대신해서 맞고, 지금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11층에서 함께 몸을 날린 그가 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죽으면서 자신을 구하려는 이 사람은 자신의 친구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에 만난 1,2분 동안의 짧은 만남이지만 이 남자는 친구임이 분명하다.
잘 가라는 말과 함께 최동영 소좌는 두 사람이 팔을 뻗어 잡고 있는 모양을 ‘휙’하고 뒤집어서 자신의 등이 땅바닥으로 향하도록 몸을 돌린다.
“쿵!”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11층에서 떨어져 바닥에 충돌한다.
최동영 소좌의 등이 바닥에 충돌한다.
최동영 소좌는 11층 30여 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을 모두 자신의 몸으로 흡수한다.
그는 바닥에 충돌하는 순간, 충격이 자신의 몸에 전달되는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느끼면서도 힘차게 - 마지막 힘을 다해 - 마주잡고 있는 HE를 저 멀리 던져버린다.
HE를 그에게서 분리시킨다.
11층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의 반작용 힘과 최동영 소좌가 밀어낸 힘으로 HE의 몸은 최동영 소좌에게서 분리되어 5미터 정도 튀어 오르다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11층 30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의 강도는 100키로 미터 속도로 달리는 11톤 덤프트럭과 부딪혔을 때와 똑같다.
그 충격의 힘은 사람을 - 말 그대로 - 산산조각 나게 만든다. 사람의 신체를 구성하는 온 몸의 뼈가 바스러지고 힘줄들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느다란 핏줄까지 터져버린다.
이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최동영 소좌는 자신이 자신의 몸으로 전부 흡수하고 HE를 살린 것이다.
“타타타타타!”
“탕 탕 탕!”
HE와 최동영 소좌가 창문을 깨고 한 몸이 되어 떨어진 1110호 침실 창가에서 스네이크 요원과 호위총국 요원들이 두 사람이 떨어진 지점으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다.
HE가 몸을 추스르고 땅바닥에서 일어나자 그의 발 옆으로 “퍽! 퍽! 퍽!” 총알이 박힌다.
“그만!
사격을 멈추라우!”
“사격중지!”
호텔 후문을 나온 호위사령부 김태석 대좌와 국정원 허정열 실장은 동시에 사격중지를 명령한다.
HE, 이태우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총구가 집중되어 있다.
그는 이제 ‘독안에 쥐’보다 더 ‘꼼짝달짝’ 못하게 되었다.
호텔 11층에서 그를 향해 총구가 겨누어져 있고, 호텔 본관 후문 주위에 있던 이십여 명의 국정원 요원들, 그리고 호텔 본관 후문에서 쏟아져 나온 호위사령부와 국정원 요원들이 HE를 향해 총구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9시 방향 숲속에는 SWAT 요원들이 총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동서남북, 어느 곳도 HE, 이태우가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인다.
호텔 11층에서 비 오듯이 쏟아지던 총격이 멈췄다.
HE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다.
“이태우! 총을 버려라!”
“포기하라우!”
국정원 허정열 실장과 호위총국 김태석 대좌가 교대로 HE, 이태우에게 총을 버리라고 권유한다.
HE는 몸을 돌려 자신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두 사람을 쳐다본다.
“아아!
피곤하다!”
“아아!
이제 편하게 잠들고 싶다!”
“아아!
그녀의 품에 안겨서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싶다!”
HE, 이태우의 마음, 내면 안에서 이제 포기하라고 말을 하고 있다.
HE는 스스로 그 자신을 달래고 있다.
느끼지 못했던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총을 맞은 옆구리와 어깨로부터 ‘웅웅! 욱씬욱씬!’ 온 몸으로 고통이 전달된다.
1110호 입구에서 맞은 첫 번째 총알은 옆구리를 관통하여 빠져나갔고 최동영 소좌가 쏜 총알은 어깨뼈에 깊숙이 박혀 있다.
두 군데의 총상뿐만 아니라 11층에서 떨어지며 받은 충격이 몇 배 더 고통스럽다.
30미터 자유낙하충격을 90%이상 최동영 소좌가 흡수하였다고 하지만 10% 남짓의 나머지 충격이 HE, 이태우에게 전해진 것이다.
땅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발목, 무릎 그리고 대퇴부의 근육과 뼈들이 하나하나 잘게 조각나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
눈앞이 흐려진다.
자신에게 자수를 권하는 두 사람의 형상이 흔들리며 둘에서 하나, 다시 하나에서 둘로 겹쳐지고 분리된다.
“으으으!”
HE, 이태우는 신음소리를 내며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에 전해지는 고통에 허리를 구부린다.
몸을 웅크린 그는 건너편 숲을 바라본다.
그곳은 조금 전, 죽음으로 자기를 살린 친구 최동영이 말한 그 9시 방향이다.
자신이 있는 지점에서 숲까지 대략 50미터 거리이다. 6초면 달릴 수 있다.
“살아야 한다!”
“처음 만난 최동영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었다.”
“생사를 앞에 둔 상황에서
최동영이 죽음으로서 나를 살린
이유가 있을 거야!”
“최동영 뿐만이 아니야!
누군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들이
나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살아야 한다!”
HE는 숲속을 향해 전력으로 온 힘을 다해 뛰어간다.
숲 쪽에서 달려오는 HE의 몸을 향해 대여섯 개의 빨간색 적외선이 통과한다.
K1A 자동소총에 붙어있는 저격용 레이저 빔이다.
HE, 이태우는 그의 폭풍 같은 질주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빨간색 적외선 레이저 빔을 비추는 방향으로 뛰어간다.
“탕! 탕! 탕!”
꽁 볶듯이 총소리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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