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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하늘에 가린 진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드라마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6
최근연재일 :
2020.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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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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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히에이 산의 괴수 (5)

DUMMY

그리고 그 선택 덕분이었을까. 홋카이도 분타의 신도들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달린 끝에 겨우 그 괴물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려 오십의 신도가 목숨을 잃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그나마 싸게 먹혔다고 볼 수 있었다.

전혀 적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제대로 기습을 당한 것치고는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히에이 산을 벗어난 코우킨과 한베는 바로 교토에 위치한 교단 본산으로 달려와 이를 보고하였다. 치구사는 여기에 동행하지 않고 정부 기관으로 돌아갔다.

그런 코우킨의 보고에 본산의 상위 신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기 탐지가 전혀 통하지 않는 괴물이 있다? 그런 존재가 히에이 산에 있었다니... 너희들. 그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으렸다?”

“만약 내 말에 거짓이 있다면 내 목을 내놓도록 하지.”

도쿄 지부의 장인 마사무네의 물음에 코우킨은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래도 경쟁을 하는 상대 파벌에게 추궁을 당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적당히 컨트롤하며 답하였다.

그것을 보며 나고야 지부의 장인 아키히로는 팔짱을 낀 자세로 거드름을 피우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너의 목이 지금 무슨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멍청이가 아닌가. 이미 너의 목은 너의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아키히로 님. 우리가 맡았던 임무는 요괴를 토벌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조금의 문제도 없이 해결했습니다. 히에이 산의 요괴는 대부분 궤멸시켰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번외의 문제입니다.”

“한베. 너는 끼어야 할 때를 아직도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윗분들의 대화이시다. 닥치고 조용히 고개나 숙이고 있어라.”

아키히로의 공격적인 말에 한베가 대신 답을 하자 나고야 지부의 간부 중 하나인 아사히는 교활한 눈빛을 하며 혀를 놀렸다. 그것에 한베와 아사히의 눈은 마주쳤고 그 사이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도음진리교에 들어온 시기가 같은 입단 동기인 둘은 견습생일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금은 더욱 그랬다.

최대 파벌인 도쿄와 나고야 지부의 장이 이렇게 나오는 가운데 중립의 위치에 있는 시코쿠 파벌의 장 분시치는 침착한 얼굴로 코우킨의 변호를 해주었다.

“한베의 말에 맞다. 아직 교주께서 오시지도 않았는데 우리끼리 너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군. 요기가 느껴지지 않는 괴물이라면 이건 절대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흥! 요기가 느껴지든 아니든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는 것이지. 리더인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시코쿠 파벌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다.”

“후후... 리더인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너의 파벌에 속해 있던 놈이 한국에서 그렇게 객사한 것이 아니겠는가. 최소한 마사무네 밑에 있던 녀석은 현명하게 돌아와서 한국의 이변을 보고하는 공을 세웠는데 말이야.”

“뭐라고! 이 놈이!”

분시치의 답변에 아키히로는 발끈하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바로 그 때 교주의 기도실 앞에 대기하고 있던 호법 신도가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교주께서 나오십니다.”

‘척 척 척’

그 말이 나옴과 동시에 상위 신도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기도실의 문이 열렸고 노회한 교주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선 채로 모두를 찬찬히 돌아보았고 코우킨에 이르러서 시선이 멈추어졌다.

“코우킨은 고개를 들거라.”

“네. 교주님.”

“너의 보고는 들었다. 여기 적힌 것들이 모두 사실인 것이냐? 투명화 술법을 쓰는 괴물, 압도적인 민첩성과 날카로움으로 신도들을 학살했던 괴물, 지면을 제 맘대로 움직여서 벽을 만드는 괴물... 그리고 이것들 모두 요기나 도기가 느껴지지 않았단 것이 말이다.”

“네.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 수는 어느 정도였더냐?”

“첫 번째 괴수는 보이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비명소리가 들렸던 것으로 봐서 3~4기 이상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괴수는 동시에 넷 이상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세 번째 괴수는 한 기만 확인했습니다.”

코우킨은 한베에게 미리 정리된 보고를 외워왔기에 교주의 질문에 조금의 틈도 두지 않고 답하였다. 그것을 보며 아키히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비아냥 거리듯이 말하였다.

“흥! 다 합쳐봤자 열도 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100명의 인원을 동원해서 고작 그 정도에게 털려서 도망을 치다니... 교주님. 이는 우리 도음진리교의 수치입니다. 당장 코우킨과 한베 등 홋카이도 분타의 상위 신도들을 강등시키고 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교주님. 홋카이도 지부의 신도들은 기습을 당한 것입니다. 상대의 수는 어쩌면 더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강적에게 일격을 맞았을 때는 철수하는 것이 병법의 기초와도 같습니다. 제가 볼 때 홋카이도 분타는 위기 속에서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벌을 내리시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아키히로의 말이 떨어지고 몇 초도 되지 않아 분시치는 반대 의견을 내었다. 그것에 아키히로는 다시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러면서 다시 말을 하려는 순간 코우킨이 먼저 선수를 쳤다.

“교주님. 저를 따르는 신도들의 절반을 저승으로 먼저 보내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내장을 토해내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변을 교주께 알려서 우리 교단이 대비를 하게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오욕의 시간을 견뎠습니다. 이제 그 임무를 달성하였으니 저는 죽어도 조금의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서 제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할복을 하라 하셔도 달게 따를 것입니다.”

“......”

코우킨의 말에 아키히로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훨씬 세게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아키히로는 슬그머니 교주에게 시선을 돌렸고 계속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교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허허. 별일이로구나. 그간 실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우리 도음진리교에 이런 일이 연속으로 생기니 말이다. 서쪽의 한국과 동쪽의 홋카이도 모두 말이지.”

“아. 면목 없습니다.”

교주의 말에 한국 관련 임무를 맡았던 마사무네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것에 교주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일본에, 아니, 이 세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홋카이도의 이변은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네? 교주께서 말입니까? 굳이 그럴 것까지...”

교주의 말에 아키히로 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릴 때 도음진리교에 들어온 후로 지금까지 최소 30년 이상의 세월 동안 계속 교주를 모셔왔던 그들이었지만 이렇게 교주가 직접 전투 임무를 맡은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불사의 존재. 교단의 역사에 의하면 몽골 제국에 맞서서 전쟁을 하던 그 시기부터 존재하여 지금까지 죽지 않고 계속 살아오셨다고 하는 존재가 바로 교주님이시다. 실제로 우리가 본 3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으셨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투에서도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저렇게 가볍게 부러질 것 같은 몸을 하고서 전장으로 가시겠다니... 이건 위험하다.’

마사무네는 그리 생각하며 반대 의견을 말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아키히로가 더 빨랐다.

“황송하기 그지없는 말씀이십니다. 이 아키히로의 생전에 교주께서 전장에 임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요. 너무나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 하신다면 이 교단의 모두가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임무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키히로. 교주의 곁에서 모든 것을 뿜어내며 싸우겠습니다.”

‘쳇. 이 아첨꾼이...’

아키히로의 말에 분시치는 그를 흘겨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아키히로의 말이 터지자 다른 중소 규모의 지부장들 역시 비슷한 말을 늘어놓았고 마사무네가 반대를 할 틈도 없이 결론이 나게 되었다.

그렇게 도음진리교는 히에이 산 토벌을 위한 대대적인 진군을 개시하게 된다.

교주가 나선 임무였기에 각 지부에서는 최소한의 관리 인원을 제외한 모두가 참여하였다. 그렇게 한 곳에 모인 교단의 전투 신도는 수가 무려 천 오백을 넘었다. 그런 대대적인 진군은 일본인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에 수상의 오른팔이자 도음진리교 담당을 맡고 있는 모리는 수행원들을 데리고 서둘러 달려와 교주의 앞에 섰다.

“교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도음진리교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다니요. 이렇게 하시면 일본 전체가 도음진리교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허허. 그간 우리가 음지에서 주로 활동하긴 했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타마모노마예 등 대단한 요괴를 토벌할 때는 이런 일들이 자주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며 일본의 백성들은 환호성을 질러 주었지요.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케이스가 아닙니다. 당신들은 초능력자와 같은 존재가 아닙니까.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전한 시대에 당신들의 그 능력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큰 혼란이 옵니다. 다른 나라에서 당신들을 납치하여 실험 등을 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그대로 갚아주면 될 일.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니 정부에서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허허.”

모리의 반대에 교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답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모리를 스치듯이 지나가며 나아갔고 아키히로는 모리를 흘겨본 후 교주의 뒤를 따랐다.

그 순간 교주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발을 멈추었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려 모리를 보았다.

“그런데 모리 공. 방금 하신 말씀을 들으니 떠오른 것이 하나 있군요. 다른 나라에서 우리 신도를 납치하여 초능력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 비슷한 사례가 이미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나라가 아니라 우리 일본의 군부에서 그것을 했었지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였지요. 군부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의 능력을 전장에 동원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신도가 납치를 당하여 실험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그, 글쎄 말입니다.”

교주는 동네 할아버지처럼 후덕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지만 거기서 풍기는 기운은 모리의 심장까지 얼어붙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런 모리의 답변에 교주는 히죽 웃으면서 답하였다.

“관련자들 모두를 제가 죽였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지요. 허허. 그러니 우리의 정체가 밝혀져서 우리가 위험해질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교주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말하고 다시 갈 일을 갔다. 그것을 보며 모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하였다. 역시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강단이 생겼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이상하게 교주의 앞에서는 언제나 긴장하게 되는 것을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음진리교의 전력은 홋카이도에 도착했고 그대로 히에이 산 앞에 포진하였다. 마사무네, 아키히로, 분시치, 코우킨 등은 자신의 지부 신도들을 통솔하면서 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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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히에이 산의 괴수 (3) 20.06.02 29 0 11쪽
26 히에이 산의 괴수 (2) 20.06.01 28 0 11쪽
25 히에이 산의 괴수 (1) 20.05.29 31 0 11쪽
24 도음진리교 (9) 20.05.28 36 1 12쪽
23 도음진리교 (8) 20.05.27 33 0 12쪽
22 도음진리교 (7) 20.05.26 26 0 12쪽
21 도음진리교 (6) 20.05.25 28 0 11쪽
20 도음진리교 (5) 20.05.22 32 0 12쪽
19 도음진리교 (4) 20.05.21 35 0 12쪽
18 도음진리교 (3) 20.05.20 29 0 12쪽
17 도음진리교 (2) 20.05.19 37 0 12쪽
16 도음진리교 (1) 20.05.18 39 0 12쪽
15 봉신대의 기억 (3) 20.05.16 42 0 20쪽
14 봉신대의 기억 (2) 20.05.16 35 0 13쪽
13 봉신대의 기억 (1) 20.05.15 30 0 15쪽
12 악령 회수 (3) +1 20.05.15 40 1 14쪽
11 악령 회수 (2) 20.05.14 37 1 14쪽
10 악령 회수 (1) 20.05.14 39 1 14쪽
9 죽고 살아난 자 (4) 20.05.13 36 1 14쪽
8 죽고 살아난 자 (3) 20.05.13 43 1 14쪽
7 죽고 살아난 자 (2) 20.05.12 46 1 13쪽
6 죽고 살아난 자 (1) 20.05.12 51 1 14쪽
5 인산광역시 (3) 20.05.11 62 2 14쪽
4 인산광역시 (2) 20.05.11 83 2 14쪽
3 인산광역시 (1) 20.05.11 110 4 13쪽
2 역사 공부 (2) 20.05.11 181 3 13쪽
1 역사 공부 (1) +1 20.05.11 55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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