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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하늘에 가린 진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드라마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6
최근연재일 :
2020.06.05 10:1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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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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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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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히에이 산의 괴수 (2)

DUMMY

“지금처럼 산 전체가 요기로 뒤덮인 상황에서 갓파가 정령의 모습을 유지할 가능성은 만무합니다. 아마 요기에 휩싸여서 요괴와 같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전투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건가. 아쉽군. 그럼 이번에는 ‘쇼고’가 앞에 서도록.”

“알겠습니다.”

홋카이도 분타에서 코우킨, 한베, 쓰쓰고와 함께 간부 급에 해당하는 쇼고의 이름이 불리자 그는 합장을 하면서 대열의 앞에 섰다. 키도 작고 존재감이 없어서 평범한 신도라고 보았던 그의 등장에 치구사는 움찔하면서 그를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곧 그들의 앞에 갓파가 나타났다. 치구사는 책으로는 여러 번 보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하다는 듯 갓파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한베의 말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갓파의 눈빛은 붉기까지 하였고 자세부터가 공격 태세가 역력하였다.

“쉬이이익!”

갓파는 이를 바득 갈면서 무언가를 뿜어내었다. 그것은 녹색의 가루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그것은 갓파의 입김을 타고 신도들에게 날아왔다. 이에 코우킨은 쇼고에게 외쳤다.

“독 가루이다. 쇼고!”

“후후. 문제 없습니다! 바람술!”

쇼고는 히죽 웃으면서 손가락을 빠르고 움직였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작은 회오리바람이 치기 시작했고 곧 그것의 범위는 확대되었다. 다가오던 독 가루는 바람에 휩싸였고 쇼고는 손가락 끝을 갓파에게로 향하였다.

“기유?”

독 가루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갓파는 움찔하였고 피할 새도 없이 바람은 갓파를 휘어 감았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독이기에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바람의 세기가 워낙 강한 탓에 갓파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이것에 쓰쓰고와 코우킨은 기회라고 보고 선두로 치고 달려갔다.

“압박술!”

코우킨은 이를 드러내며 자신의 주 기술을 시전했다. 이에 갓파는 꼼짝도 하지 못했고 쓰쓰고는 갓파의 후미로 돌아 들어가 주먹을 들어 강타를 연속으로 먹였다.

‘파아앙 파앙 퍼억’

“쿠에엑!”

한 방 한 방이 커다란 파공음을 내었고 이에 맞은 갓파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넝마가 되어갔다. 그렇게 갓파는 거미 요괴처럼 쓰러졌고 곧 숨이 끊어졌다.

이에 치구사는 한베에게 달려가 감탄과 함께 그간 참고 있던 질문을 하였다.

“이야~ 만만치 않은 요괴들 같았는데 정말 쉽게 대응하시네요. 그렇데 도음진리교는 이렇게 대장들이 다 처리를 하고 신도들은 뒷정리만 하는 건가요?”

“네? 후후. 뭐 신도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원이기에 쓸 데 없는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신도들이 하는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신도들도 선두에 서서 싸워야하지요.”

“네? 히익!”

한베의 의미 모를 말에 치구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시야에 땅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한 둘이 아니었다. 적게 잡아도 이십 개체 이상이었다.

“저, 저것이 무엇입니까?”

“저승의 망자들입니다. 요기가 너무 강하면 저승의 망자들이 이승으로 와서 묻힌 시체에 깃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근처에 무덤은 없는 듯 한데 아무래도 홍수가 일어났을 때 떠밀려온 시신들이 있나 봅니다.”

한베는 기괴하게 생긴 수십 구의 망자들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으며 답하였다. 그런 한베의 뒤에서 주변을 살피던 코우킨은 빠르게 답을 찾으며 지시하였다.

“한베는 북쪽, 쓰쓰고는 서쪽, 쇼고는 동쪽을 지휘한다. 나는 남쪽을 맡겠다. 각자 2,3,4,1분대를 지휘하도록.”

“알겠습니다!”

코우킨의 전술에 간부들은 한 치의 의문도 가지지 않은 채 할당된 분대를 이끌면서 망자들에게 달려갔다.

“와아아아아아!”

일반 신도들은 간부와는 달리 망자를 상대로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자신들의 간부를 믿는다는 듯 함성을 지르며 뒤를 따랐다.

치구사는 뒤에서 멍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낙하산으로 정부의 요직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듯 치구사는 곧 정신을 차리며 도음진리교의 전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적을 향해 돌진하여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선두에 선 자들은 쓰쓰고라는 분과 비슷한 체술파들이다. 그들은 전투하기에 편한 복장을 하고 있고 커다란 선장을 들고 있거나 아니면 맨주먹이다.

그 체술파들이 선두에서 적을 막아주면 2선에서는 한베 님 같은 도술파가 지원을 해준다. 부적 등을 써서 말이지. 그렇게 상대의 움직임이 둔해지면 3선에 있는 자들이 공격적인 도술로 적을 제거한다. 3선은 코우킨 님 같은 타입들로 보인다.

이렇게 역할 분담이 딱 되어 있구나. 이게 도음진리교의 기본적인 전술일 것이다.’

치구사가 이렇게 판단할 무렵 망자들과의 전투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각 간부들은 신도들을 잘 이끌면서 각자 할당된 적들을 정리하였다. 그 속도는 비슷했다. 이에 치구사는 리더인 코우킨이 가장 먼저 처리하지 않은 것에 고개를 갸웃하였지만 곧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코우킨이 맡은 남쪽의 적들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자신이 그곳을 맡은 것인가. 그러고 보니 그 다음으로 많은 쪽이 한베 님. 그 다음은 쓰쓰고와 쇼고 순인가. 코우킨이란 자는 그 짧은 시간에 이를 파악하고 인사를 배분한 것이로군. 일개 분타의 리더가 이런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니...’

치구사는 만만치 않은 요괴들을 이렇게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이 처리하는 도음진리교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히에이 산의 외곽을 모두 정리한 코우킨 등은 날이 저물어가자 휴식에 들어갔다. 한나절 넘게 전투만 하면서 지친 감이 역력하였기에 리더인 코우킨이 휴식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간부들은 그 시간에도 쉬지 않은 채 회의를 하였다. 가장 먼저 입을 뗀 이는 한베였다.

“코우킨 님. 히에이 산 외곽은 비교적 시야가 트이고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기에 요괴를 토벌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안쪽은 다릅니다. 숲이 너무 울창해서 대낮에도 어둡기 그지없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진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흥! 한베 님은 기습 따위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우리의 대비는 완벽합니다. 기습 따위에 당할 가능성은 백에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쓰쓰고는 호전적인 외모에 어울리게 한베의 신중론을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한베는 예상했다는 듯이 쓰쓰고를 보며 뭐라 말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쇼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야 같은 것은 우리에게 그리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한베 님을 비롯하여 추적술에 능한 신도가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요괴들이 아무리 몸을 숨긴다고 해도 그 요기를 감출 수는 없는 법. 얼마든지 찾아내어 제압할 수 있습니다.”

“쓰쓰고 님과 쇼고 님의 말씀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요괴들을 퇴치해온 경험을 돌이켜보면 항상 외곽에는 요기가 떨어지는 요괴들이 포진하였고 깊숙한 곳에는 강한 요괴들이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히에이 산은 외곽에 거미 요괴 등 만만치 않은 요괴들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내부에는 분명 막강한 요괴들이 있을 터...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한베는 쇼고까지 쓰쓰고와 의견을 같이 하자 속으로 당황하였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의견을 밝혔다. 부관들의 생각이 이렇게 갈리자 선택권은 리더인 코우킨에게 오게 되었다. 이에 코우킨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흘렀고 코우킨은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으며 눈을 떴다.

“더 강한 요괴가 있다고 해봤자 우리가 걱정할 상대는 아닐 것이다. 전설적인 요괴 구미호나 귀신 등이 아니라면 우리 도음진리교의 전술과 경험으로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 또한 이는 교주께서 우리 분타를 믿고 전권을 주신 일이다. 이런 신뢰에는 빠른 토벌로 보답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일 아침부터 진군을 할 것이니 다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코우킨의 선택은 쓰쓰고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이에 쓰쓰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답했다. 한베는 이에 속이 쓰렸지만 역시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간 도음진리교의 내부 파벌 싸움은 도교 지부와 나고야 지부... 이 둘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 중앙에서 한참 떨어진 우리 홋카이도 지부는 그리 실권이 없었다. 코우킨 님처럼 야망이 강한 분에게는 참기 힘든 일이었을 터... 그 야망이 이런 조급증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뭐 그래도 하시는 말씀이 이치에 벗어나지는 않으니 따를 수밖에... 문젯거리가 생기면 이 한베가 청소하면 될 것이고.’

한베는 그리 마음을 다잡으며 막사를 나왔다. 그런 그의 시야에는 막사 밖을 거닐고 있는 치구사가 보였다. 그는 한베를 발견하자 눈을 빛내면서 다가왔다.

“회의는 잘 끝나셨습니까. 한베 님?”

“치구사 님이 이곳에는 왜...? 다들 휴식을 취하고 있을 텐데...”

“쉬고 싶기는 했지만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 하여 잠이 오지 않더군요. 제가 처음에 대 요괴 담당 부서로 배속되었을 때는 윗선에서 무슨 장난을 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세상에 요괴가 어디있냐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어떤 큰 잘못을 해서 좌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 부서의 고참 선배는 매우 진지한 얼굴로 그간 극비로 다뤄지던 것들을 알려주었습니다. 세상에는 도술이라 불리는 일종의 초능력이 존재하고 일본에는 그 도술로 요괴를 토벌하는 집단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진실에 반신반의한 채로 오늘 이 자리로 오게 된 것인데 이 날 제가 본 요괴와 도음진리교의 모습은 저의 상상을 뛰어 넘는 일이었습니다.“

치구사는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늘어놓았다. 한베는 왠지 대화가 길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지만 워낙 속내를 잘 감추는 사람답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떤 면에서 말입니까?”

“요괴는 상상했던 대로 기괴하고 무섭더군요. 그런데 이에 대항하는 도음진리교의 모습은 그런 요괴가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절도가 있고 강했습니다. 또한 침착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더군요. 대체 당신들은 어째서 이렇게 강한 것입니까?”

“하하. 그 이야기를 하자면 매우 깁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요.”

“훗. 저는 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게 그런 것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치구사는 수면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듯 눈을 빛내면서 말하였다. 이에 한베는 자신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싫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치구사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한 치구사와 대화하는 것이 한베에게는 그리 싫지는 않았다. 방금 전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이 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일단 치구사는 코우킨 등과는 달리 무조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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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히에이 산의 괴수 (3) 20.06.02 29 0 11쪽
» 히에이 산의 괴수 (2) 20.06.01 28 0 11쪽
25 히에이 산의 괴수 (1) 20.05.29 31 0 11쪽
24 도음진리교 (9) 20.05.28 36 1 12쪽
23 도음진리교 (8) 20.05.27 33 0 12쪽
22 도음진리교 (7) 20.05.26 25 0 12쪽
21 도음진리교 (6) 20.05.25 28 0 11쪽
20 도음진리교 (5) 20.05.22 32 0 12쪽
19 도음진리교 (4) 20.05.21 35 0 12쪽
18 도음진리교 (3) 20.05.20 29 0 12쪽
17 도음진리교 (2) 20.05.19 37 0 12쪽
16 도음진리교 (1) 20.05.18 39 0 12쪽
15 봉신대의 기억 (3) 20.05.16 41 0 20쪽
14 봉신대의 기억 (2) 20.05.16 35 0 13쪽
13 봉신대의 기억 (1) 20.05.15 30 0 15쪽
12 악령 회수 (3) +1 20.05.15 40 1 14쪽
11 악령 회수 (2) 20.05.14 36 1 14쪽
10 악령 회수 (1) 20.05.14 38 1 14쪽
9 죽고 살아난 자 (4) 20.05.13 36 1 14쪽
8 죽고 살아난 자 (3) 20.05.13 42 1 14쪽
7 죽고 살아난 자 (2) 20.05.12 46 1 13쪽
6 죽고 살아난 자 (1) 20.05.12 51 1 14쪽
5 인산광역시 (3) 20.05.11 62 2 14쪽
4 인산광역시 (2) 20.05.11 83 2 14쪽
3 인산광역시 (1) 20.05.11 110 4 13쪽
2 역사 공부 (2) 20.05.11 181 3 13쪽
1 역사 공부 (1) +1 20.05.11 55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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