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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하늘에 가린 진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드라마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6
최근연재일 :
2020.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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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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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봉신대의 기억 (3)

DUMMY

하북의 영웅이었던 원소는 이렇게 급사를 하게 되었고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군주를 잃은 원소 세력은 장남인 원담과 삼남인 원상의 내분이 생기면서 자멸하게 되었다. 조조는 이렇게 하북 4개 주를 먹게 되면서 천하의 패권을 쥐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옆에서 보고 있던 비류는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그대로 꿈에서 깼다. 너무나 기묘한 꿈이었고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되었다. 이에 비류는 심상치 않다고 보고 이수재에게 이 모든 것을 말하였다.

“한마디로... 조조를 다룬 이야기가 꿈에 나온 것이네? 이야. 이거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무슨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 하핫.”

“사형. 저는 농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형은 짐작 가시는 것이 있습니까?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이런 꿈이 제게 나타난 것일까요?”

“음... 내가 보기에 이것은 네가 봉신대를 관리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너는 몇 달 동안 매일 봉신대를 살펴왔었지. 그리고 봉신대는 매우 신묘한 존재이기에 그런 너와 동기화가 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을 너에게 전해주는 것이지.”

“봉신대의 기억이요?”

“정확히 말하면 봉신대에 있었던 령들의 기억이라고 봐야겠지. 즉, 가설을 세워보자면 봉신대에 조조의 령이 있었고 그것의 기억을 봉신대가 가지고 있다가 너에게 전한 것이다.”

이수재는 제법 그럴 듯한 가설을 세워 말해주었고 비류도 그것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에 그런 기괴한 술법을 쓰는 요괴가 관여했다는 것인데... 그들은 대체 무엇일까요? 정말로 이 세상의 신인 것은 아니겠죠?”

“후훗. 글쎄... 정말 그런 것이 우리의 신이라면 매우 끔찍한 일이겠군. 우리를 가지고 놀기 위해서 창조를 했다는 뜻이니... 그게 맞는다면 이 세상이 이렇게 혼탁한 것은 그런 존재가 이 세계에 내려와서 유희를 즐기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이수재는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혐오스러운 눈빛을 지으면서 아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면서 다음 계획을 세워갔다.

<비자각령>

백화고등학교 사건으로 잡게 된 결계사에게 결계술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후 이수재는 주기적으로 강원도의 각 지역을 가서 봉신대 령 감지 결계를 쳤다. 혹시나 감지되는 것이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한 달에 걸쳐 무려 20일을 이렇게 하였지만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이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갔고 며칠만 더 하고 다른 방법을 알아보자고 생각하며 이수재는 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한 ‘거진’ 지역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3번 정도 왔다갔었고 이수재는 이번에는 거진에 위치한 공군 레이더 부대 근처로 가서 그곳을 두르는 결계진을 쳤다. 군인들 사이에 령이 빙의된 존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고 이것은 주효하였다.

“음? 오옷. 느껴진다. 저 안에 령이 있어. 봉신대의 령이...”

이수재는 드디어 하나 찾았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떠서 군대 내부를 살폈다. 그러나 군대의 특성상 외부에서 안을 파악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었고 이에 이수재는 고민을 했다.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허가가 필요하기에 바로 가서 물어보는 것은 무리였다.

이에 이수재는 선회하여 군대에서 나오는 이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수재는 오랜만에 김동욱을 불러서 탐지기 용으로 썼다.

“저 사람 어때? 뭔가 범상치 않은데... 뭔가 느껴져?”

“아니요. 전혀. 그런데 이게 제 기억을 찾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군인이라니... 저는 군대도 면제였다고요.”

“뭐? 이런 복 받은 놈. 아니, 그게 아니라 나를 믿고 일단 찾기나 해봐. 네가 친근감을 느끼는 자들 사이에 너의 기억에 대한 실마리가 있을 테니까.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해본 것 아니다.”

거짓말도 여러 번 하면 익숙해지는 법. 이수재는 능숙하게 김동욱을 속이며 부대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계속 지목하였다. 그렇게 밤 8시가 되었고 갑자기 부대의 대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청색의 스포티지 형 차가 나왔고 그 속의 인물을 바라본 김동욱의 눈빛이 변하였다.

“헉! 있습니다. 저 안에 친숙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어요.”

“뭐? 정확히 누군데? 운전자야?”

“아니요. 운전자는 아니고... 뒤에 탄 사람입니다.”

김동욱은 검지로 가리키면서 말하였고 이수재는 괜히 수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가리고는 김동욱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잘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게. 이제 돌아가 봐도 좋아.”

“네? 이게 다인가요? 기억을 찾는 것은...”

“그건 내가 저 사람에 대해서 조사를 해본 후에 알려주도록 하지. 수고했어.”

이수재는 김동욱에게 필요한 것을 다 뽑아내었다고 보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살려서 추리를 해보았다.

‘저 차량은 보통 부대의 부대장이 탄다. 그리고 뒷자리에 탔다는 것은... 저 자가 거진 공군 부대의 부대장이란 뜻. 흐음... 이번 령은 직업군인인 것이구나. 정말 직업군도 참 다양하군.’

이수재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거진 공군 부대에 대해서 지역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를 통해 그는 부대장의 직위와 이름까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그는 소령 직위에 있는 ‘진병주’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너무 부족하였고 부대장의 신상정보는 기밀이기 때문에 쉽게 알 수도 없었다. 이에 이수재는 어찌 해야 할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익숙한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헛. 이번에는 텀이 짧군요. 하하. 한 달만에 무슨 일이십니까? 이수재 님.”

“네. 원 님. 이거 부탁드릴 것이 하나 더 생겨서 말입니다.”

이제는 애니콜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안하무인의 원이었다. 그는 이수재의 부탁에 눈을 빛내면서 무엇이든 말하라고 했고 이수재는 거진 공군 레이더 기지의 부대장인 진병주의 신상을 알아봐줄 수 있냐고 물었다.

“헤헷. 어떻게 아시고 전화를 하시는 거죠? 제 특기 중 하나가 바로 해킹입니다.”

“헉! 그랬군요. 그런데 이거 불법 행위를 요청 드려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괜히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실 것 하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잡아내는 실력자는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소령 하나 정도 신상을 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겁니다. 그럼 이만...”

원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정말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분 정도가 지난 후 다시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이에 이수재는 설마 하면서 전화를 받았고 원은 신나게 설명을 시작했다.

“하하. 다 끝났습니다. 이름은 진병주. 소령으로 재작년에 진급하였고 직책은 공군 거진 레이더 기지 부대장. 인생은 대단히 무난했군요. 아! 여기서 무난은 우리 같이 파란만장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실상은 대단한 엘리트입니다.

어릴 적부터 모범생 그 자체였습니다. 언제나 공부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운동도 매우 잘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평도 좋은 말을 넘어서 극찬만이 가득하군요. 리더십에 정의감도 강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말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학생을 맡게 되어서 영광이다’라고까지 적혀 있을까요.

수능에서도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서 충분히 서울대학교를 갈 수 있음에도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도 수석졸업을 했습니다. 어디서 이런 1등급 제품을 찾아내셨습니까.”

원은 감탄하면서도 왠지 시기심을 느끼면서 물었다. 그리고 이 설명에 이수재는 무언가가 부족함을 느꼈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만났던 봉신대 령과 다른 점이었다.

“혹시... 그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

“네? 사고요? 어디 보자... 어느 정도의 사고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죽을 수도 있을 정도의 큰 사고를 말합니다. 그래서 기억상실이 왔다던가 하는 이력이 있습니까?”

“하핫. 너무 잘 나간 인물이라서 이수재 님도 질투심이 생긴 모양이시군요. 애석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병원 진료 기록이 아주 깨끗하군요. 타고난 강골인 모양입니다. 뭐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렇겠지요.”

원의 답변에 이수재는 자신이 잘못 짚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원이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아! 이 사람...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대형 사고를 치긴 했군요. 후후.”

“네? 그게 무슨 뜻이신지...?”

“SNS에 제대한 병사들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이 진병주 소령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이 사람 아주... 겁을 상실했군요?”

“헛. 겁을 상실해서 머리라도 다친 겁니까?”

“머리 다치는 것에 상당히 집착하시는 군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사람의 성격은 일종의 꼴통 기질이 있군요. 대단히 강직하고 원칙주의자와 같은 인물입니다. 이 부대에 부임하고 나서 1달 쯤 후에 투 스타. 즉, 소장 계급의 인물 아들이 이 부대에 배치된 모양입니다. 이에 소장은 진병주 소령에게 전화를 해서 가장 편한 자리로 넣으라고 말했는데 일개 소령이 그것을 거절했다고 하는군요. 원칙대로 비는 자리로 넣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 병사가 아버지 후광을 믿고 간부나 선임 병사들에게 막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직접 나서서 기합을 부여했다고 하는군요. 그것을 함께 지내면서 본 병사들이 제대한 후 참 군인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원은 내심 감탄을 하면서 아까 시기했던 것을 반성했다. 그 말에 이수재가 뭐라 말을 하려는 타이밍에 원은 다른 SNS 글을 발견하고 말을 이었다.

“대위이던 시절에는 감사계에 있었는데... 여기서도 엄청 났었군요. 보통 군대는 계급이 가장 중요하기에 감사가 의미가 없는 편인데 이 사람은 장성 급 존재들의 문제까지도 다 캐서 원칙대로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상부에서 청탁을 시도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그런 이유로 감사계에 간 지 1년 만에 다른 부서로 전보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탓에 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임에도 진급이 매우 늦은 편입니다.”

“저런... 군대에서 그렇게 살면 삶이 굉장히 피곤해지는데 말입니다. 상부에서 골탕을 먹이려고 부대에 자주 찾아오지 않나요?”

이수재는 자신의 군대 시절 그런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 듯 몸을 떨면서 물었다. 이에 대해 원은 다른 글을 또 발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핫.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이 거진 부대에 부임한 후 소장이나 준장 급 거물들이 부대를 방문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자들이 방문하면 청소부터 싹 다시 해야 하기에 병사들이 매우 힘들어지는 법인데 진병주 소령은 여기에서도 달랐습니다. 그 누가 오든 유난을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응했다고 합니다. 특히 병사들에게 대청소 같은 짓은 절대 안 시켰다는군요.

그것에 장교나 간부들은 자신의 진급을 위해서 병사들을 들볶으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진병주 소령은 병사들의 편이 되어줬다고 합니다. 정말 윗대가리들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 장교, 간부들이 직접 청소를 하라고 했다는군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너희들인데 왜 병사들을 부려먹으려 하느냐’라는 명언도 남겼군요.

아무튼 이런 제대 병사들이 남긴 미담이 숱하게 있습니다. 일개 소령이 이런 사랑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지요.”

“호오~ 그렇군요. 그렇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겠군요.”

“네? 가능성이라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아, 아닙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하하. 그러시지요. 그럼 이만...”

원은 이수재가 자신에게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굳이 이를 캐물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수재는 이런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봉신대의 령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나 장령 급 위치에 있는 인물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수재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자 비류가 이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기자로 위장하여 인터뷰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에 비류는 기자에 어울리는 정장을 준비하여 이수재에게 입혔고 강원도 방송국을 뒤져서 버려진 고장 카메라를 들고 와서 제법 그럴 듯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비류와 이수재는 장교들이 사는 관사로 향하였고 원을 통해 들은 진병주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밤 8시 즈음이 되자 그가 나타났고 이수재는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음? 누구신지?”

낯선 사람이 집의 문 앞에 있자 진병주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고 이수재는 비류가 미리 준비해준 멘트를 하였다.

“네. 저희는 강원 티비 채널에서 왔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강원도의 훌륭한 군인을 선정하여 취재를 하고 있는데요. 알아본 결과 진병주 소령님에 대한 미담이 많아서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온 본인의 미담에 대해서 혹시 아십니까?”

“흠... 뭐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리 대단할 것은 아닌지라... 군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병주는 이수재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이에 이수재는 물러서지 않고 원에게 들었던 모든 내용들을 다 읊었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잘 알고 칭찬을 해주자 진병주의 마음은 열렸고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이에 비류는 고장난 카메라로 그를 비추는 척 하면서 휴대폰을 몰래 꺼내서 영상 촬영을 했다. 혹시나 그의 영상이 필요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이수재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럼 진병주 소령님. 정말 훌륭한 군인이신데요. 이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군요. 진병주 소령님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이십니까?”

“으음... 아무래도 군인인 이상 군인을 존경하기 마련입니다. 여러 군인들이 다양한 위인들을 대는 법인데 저의 경우는 명확합니다. 저는 충무공 이순신을 가장 존경합니다. 하하. 좀 신기한 이야기인데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순신의 이야기만 보고 그의 삶을 동경하며 달달 외웠다고 하더군요.”

“호오~ 이순신 말입니까...”

진병주가 이순신을 언급하자 이수재의 동공은 확대되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삶이 이순신과 유사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순신 역시 뛰어난 능력과 많은 전공이 있었음에도 정치질을 못하고 강직한 성격이었던 탓에 한직만을 떠돌던 사람이었다. 어릴 적 친구인 류성룡의 천거가 아니었다면 왜란 당시 그 위치에 올라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바로 걷어차며 자신의 길을 걸은 탓에 진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진병주와 비슷하였다. 이에 이수재는 승부수를 던질 때라고 보고 넌지시 물었다.

“저 혹시... 봉신대란 것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봉신대 말입니까? 아니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혹시 3년 쯤 전에 기억상실 같은 것을 겪어보신 적은...”

“하하. 저는 아직 젊습니다. 그런 일도 없었고 기억력도 아주 좋습니다. 어릴 적 모든 사건들을 다 읊을 수 있지요.”

진병주는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에는 한 점의 거짓도 묻어 있지 않았고 이에 이수재는 혼란이 왔다. 다른 것만 보면 봉신대의 령이라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기존의 령들과 다른 것이 있었다.

봉신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것과 령이 육신으로 들어옴으로 인한 원 주인의 기억상실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이수재는 비류와 함께 사원으로 돌아왔고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그는 봉신대와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닐까요? 3년 전에 봉신대가 해방되면서 나온 령들은 사고 등으로 인해서 죽은 육신으로 들어가서 환생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봉신대의 령이 아닌 것이죠.”

“그렇지만... 내 촉이 보기에 그는 너무나 전형적인 봉신대의 영웅이야. 특히 본인이 존경한다는 이순신과 판박이지. 아무래도 더 체크를 해봐야겠어.”

이수재는 그리 말하고는 다음날 진병주를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이번에 대동한 이는 김동욱이었다. 둘을 만나게 해서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김동욱의 표정은 눈에 띠게 변하였고 진병주가 떠난 후 이수재에게 느낌이 확실하다고 말하였다.

이는 이수재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는 전날 떠나면서 이 관사에 결계진을 쳐둔 상태였다. 그리고 이수재의 결계진은 그에게 확실하게 느낌을 주고 있었다. 진병주의 몸에서 봉신대의 령이 감지되고 있던 것이었다.

이수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였다. 비류가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을 정홍기에게 보내준 것이었다. 고선지의 령이 빙의된 정홍기는 그 영상을 본 후 바로 이수재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하하. 아~ 이런 느낌이었군요. 제게 특별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을 때는 너무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네. 이 분에게서 특이한 친근감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마치 형제와도 같은 익숙함이네요. 앞으로 이런 느낌이 드는 분이 있으면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보아하니 군인이신 것 같은데 이분이 저를 알아봐준 분이십니까?”

“아니요. 그건 다른 분입니다. 아무튼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홍기와 전화를 끊은 후 이수재는 비류에게 이것을 전하였다. 이에 비류는 약간 혼란스러워 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리며 답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갈선 사형이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봉신대의 균열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 때문에 어쩌면 수년, 아니, 수십 년 전에 령이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하셨지요.”

“음. 맞아. 그런 말을 했었어. 그렇다면 수십 년 전에 령이 빠져나가서... 죽은 사람이 아닌 태아의 몸에 빙의되었다면... 그럼 이야기가 맞아떨어지게 되는군.”

태아는 령이 형성되기 전이기에 봉신대의 령이 들어가서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이런 가설에 비류도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그렇다면 기억상실이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령 시절의 기억을 거의 다 잃어버린 이유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군요.”

“후우~ 자기가 령인지 모르는 비자각령이라... 머리가 아파오는군. 그간 우리가 봉신대의 령을 찾아냈던 가장 큰 단서가 바로 기억상실과 큰 사고였는데... 둘 다 아닌 사례가 나오다니...”

이수재는 앞으로 령을 수색하는데 있어 더 광범위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이에 비류는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를 하였다.

“그래도 뭐... 좋지 않습니까? 이순신... 이 나라를 구한 이상적인 영웅이 이 나라에 다시 환생하셨으니 말입니다. 이런 훌륭한 사람이 군대에 다시 있어준다면 지금의 문제 많은 이 나라 군대도 희망이 있는 셈이고 말입니다.”

“훗. 너는 군대를 가지고 않았는데 정확하게 알고 있네? 뭐... 좋게 생각해야겠지. 그리고 그 진병주 님.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어. 좋은 예감은 그리 잘 맞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강하단 말이지?”

비류의 말에 이수재도 마음을 풀면서 미소를 지어갔다. 그러면서 둘은 봉신대 령에 대한 연구를 다시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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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도음진리교 (4) 20.05.21 35 0 12쪽
18 도음진리교 (3) 20.05.20 29 0 12쪽
17 도음진리교 (2) 20.05.19 37 0 12쪽
16 도음진리교 (1) 20.05.18 39 0 12쪽
» 봉신대의 기억 (3) 20.05.16 42 0 20쪽
14 봉신대의 기억 (2) 20.05.16 35 0 13쪽
13 봉신대의 기억 (1) 20.05.15 30 0 15쪽
12 악령 회수 (3) +1 20.05.15 40 1 14쪽
11 악령 회수 (2) 20.05.14 3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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