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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하늘에 가린 진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드라마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6
최근연재일 :
2020.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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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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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이 산의 괴수 (3)

DUMMY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나라. 일본... 이 나라가 타국과 비교해서 특별한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리나라의 특별한 점이요? 자동차나 애니메이션을 말하시는 겁니까?”

“훗.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은 역사적으로 ‘이계의 나라’로 불렸습니다. 하이난 시대 때부터 하여 이상할 정도로 역사 속에 요괴가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했던 요괴와 더불어 그들에게 맞섰던 음양사와 주술사의 이야기가 야사 속에 가득 전해져서 전승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그런 괴담이 있긴 합니다만 우리 일본은 그게 특별할 정도로 많이 있지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사 속 그 누구도 알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그 답을 내리신 분이 바로 우리 도음진리교의 교주님이십니다.“

“교주님이요? 그분이 어떤 답을 주신 겁니까?”

“교주께서 말씀하시길 이 ‘어스’라는 별에 생명체가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처음으로 생겨난 원주 종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종족은 우리와 달리 육체가 없이 정신체만으로 존재하였는데 정신체의 기를 통해 사물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개체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제법 번성하였다고 하지요.

그 후에 우리가 믿고 있는 신들이 이 어스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조물들을 세상에 풀어놓으려 하였고 그것을 위해서 걸림돌인 원주 종족의 제거를 시도합니다.

원주 종족 입장에서는 침략자를 만난 셈이었고 그들은 전력을 다해 신들에게 맞섭니다. 그러나 육체도 없는 정신체의 힘만으로 신의 권능에 맞서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 후 어스에는 인류가 정착을 하게 되고 인류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외딴 섬이었던 일본의 원주 종족들은 그 피해를 덜 받게 되고 신들의 공격에 전멸하기 전에 산 속 깊숙이 들어가서 숨어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들은 신들이 어스에 더는 관여하지 않게 되자 다시 세상에 나왔고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하여 동물이나 사물을 변이시켜 요괴화를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요괴들입니다.“

“동물과 사물... 거기에 인간을 현혹시키거나 몸에 들어가서 요괴로 만들기도 했지요.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단한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근대 이후에는 역사에 전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혹시 도음진리교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치구사는 영특한 머리를 가진 듯 바로 답을 찾아내어 물었다. 이에 코우킨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맞습니다.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기는 한데 교주께서는 처음 도음진리교를 개창하실 때부터 이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원주 종족이 존재하고 신이 그것을 토벌하고 그 후에 어떻게 세상이 흘러갔는지를 말입니다.

그것을 통해 신도들을 모았고 그 후에는 요괴들에 맞서기 위한 전술을 창안하고 여러 가지 신묘한 도술들을 신도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음진리교는 조직을 갖추어갔고 지금의 형태가 완성된 에도 막부 시대 이후로는 역사의 수면 위에 요괴가 드러나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 교단이 모두 처단을 하며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말씀하신 그 교주란 분은 지금의 교주님과는 다른 분인 거겠죠? 당연히 아니겠지만 너무 같은 사람처럼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하하. 그것 말입니까? 동일한 분입니다. 처음 도음진리교를 개창한 그 분께서 지금까지 우리 교단의 교주로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계십니다.”

“네엑?”

혹시나 해서 질문한 것에 한베가 태연하게 답을 하자 치구사는 기겁을 하듯이 놀랐다. 에도 막부 시대가 생기기 이전부터 살아왔다는 것은 최소한 4백 살 이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치구사는 심심찮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사이비 종교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치구사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한베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우리 도음진리교가 사이비 교단이 아닐까 생각하시나 보군요. 그런 사이비들을 보면 하나 같이 자신들의 교주를 신격화하니 말입니다. 다들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왔고 손짓 하나로 병을 낫게 하는 등의 신통력이 있고 전지전능하여 눈만 봐도 상대의 인생을 다 알 수 있는 등의 존재라고 하지요.

그런데 우리 도음진리교는 그런 사이비들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명백한 특수 능력이 있고 수백 년의 역사 속을 살아오면서 쌓아 온 실적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과 같은 이들을 보유한 정부에서 우리와 선을 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

한베의 말에 치구사는 이해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사실 도술을 써서 물건을 허공에 띄우고 부적을 써서 보호막을 만들고... 그런 모습들을 다 본 상황에서 교주가 불사의 존재라는 것이 새삼 이상할 것도 없긴 하네.’

한베는 거기까지 설명을 해준 후 피곤함을 느끼며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막사로 향하였다. 그렇게 한베가 떠난 후 치구사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단 하루의 시간 동안 너무나 생소한 정보들이 가득 들어온 탓에 그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부와 도음진리교의 유착 관계는 어떻게 하여 만들어진 것일까? 그 답은 쉽다. 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야. 정부로서는 도음진리교의 대체재가 전무한 상황이다. 세상에 요괴를 전문적으로 퇴치하는 집단은 도음진리교 밖에 없기 때문이지. 이들이 나서주지 않으면 전국에 요괴가 출몰하였을 것이고 그리 되면 일본의 관광 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거기에 국민들을 불안에 떨 것이고 국가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지.

도음진리교로서도 요괴들을 보다 수월하게 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정보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홋카이도 지부의 인원이 100명인 것을 보면 그들 전체의 수는 많아봐야 천 명 정도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그 정도 인원으로 넓은 일본 전체를 커버하는 것은 무리. 그래서 일본 정부와 손을 잡은 것이다. 요괴의 존재를 탐지하고 정보와 민중을 통제하는 역할을 정부에게 맡긴 채 자신들은 요괴 토벌에만 전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테니까.

그런데 그 교주라는 자. 본 적은 없지만 정말 무서운 존재일 듯 싶다. 인간이 4백 년 이상을 살아왔다면 대단히 많은 지식과 지혜를 쌓고 있을 테니... 그것을 활용하려 한다면 세상에 가지지 못할 것이 없지 않을까. 어쩌면 이 일본 전체를 아우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도 그 자의 앞에서는 휘둘리는 존재일지도...‘

치구사는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갔다.


그렇게 다음 날이 밝았다. 보초를 섰던 신도들을 제외한다면 가장 늦게 잠이 들었던 치구사는 한베가 몸을 흔들어 깨워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서둘러서 복장을 갖추고 나왔다. 그의 막사 밖에는 코우킨, 한베 등 간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일어났어야 했는데...”

“하하. 괜찮습니다. 치구사 님 덕분에 우리 신도들이 더 쉴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럼 코우킨 님. 예정대로 바로 진군하시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자! 출발한다.”

치구사를 변호해주는 한베와는 달리 코우킨과 쓰쓰고 등은 치구사를 짐 덩어리로 생각하는 듯 탐탁지 않은 얼굴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코우킨 등은 히에이 산의 깊숙한 중턱을 향해 이동했다. 한베는 혹시나 있을 요괴들의 기습을 대비하기 위해 집중하면서 추적술을 시전하였다. 그러나 그의 우려와는 달리 요괴의 기습은 그리 자주 있지 않았다. 오히려 산의 초입보다 요괴의 개체 수는 적었고 교단의 군세는 순조롭게 정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틀의 시간이 흘렀고 코우킨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신도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었다. 충분히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음 날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별 것 아니군요. 이 정도면 코우킨 님께서 나서실 필요도 없을 뻔 했습니다. 하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들의 피해는 경상자 3명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히에이 산 사태를 정리하게 된다면 교단 내에서 우리 홋카이도 분타의 명망은 하늘을 찌르게 될 겁니다.”

“이 모든 것이 코우킨 님의 리더십 덕분입니다.”

상황 정리가 멀지 않게 되자 쓰쓰고, 쇼고, 한베 등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코우킨을 치켜세워주었다. 그런 말들이 싫지는 않은 듯 코우킨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들 사이에서 치구사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계속 조심하면서 신중론의 자세를 견지하였던 한베까지 마음을 놓아가는 것이 영 좋지 않은 흐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치구사로서는 전문가인 이들의 태도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도음진리교는 요괴 퇴치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었다.

‘하긴... 여전히 추적술에 능한 이들을 외곽에 배치시켜서 대응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길 터가 없겠지. 다 알고 있는데 당하는 바보는 없을 테니까.’

치구사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한 순간 갑자기 막사 밖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으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막사 밖이 소란스러워졌고 코우킨과 한베 등은 눈을 부릅뜨며 막사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런 그의 시야에는 허리가 양단된 신도가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냐? 누가 한 짓이야!”

“그, 그것이 저도 잘... 잠깐 다른 곳을 본 사이에 비명소리가 나서 돌아봤는데 이런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

“까아아아아악!”

임시로 세워둔 목책의 정문 보초를 맡고 있던 이에게 코우킨이 질책을 하려는 순간 다른 방향에서 비슷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에 한베는 눈을 부릅뜨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치구사는 그런 한베의 뒤에 붙어서 함께 하였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역시 잔인하게 몸에 베인 채 즉사한 신도가 들어왔다. 한베는 그 근처에 있던 신도에게 상황을 물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의 입이 떼어지기보다 비명소리가 더 빨랐다.

“크아아아악!”

“우아아악!”

“가아악!”

사방팔방에서 신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 언제나 침착하던 한베도 주먹을 움켜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적에게 동료들이 학살을 당하자 마음 속에 공포심이 가득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 한베에게 치구사는 다가가서 겨우 말을 걸었다.

“한베 님. 지금은 한 곳에 뭉쳐야 합니다. 흩어져 있으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네? 아.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코우킨 님께로 갑시다.”

한베는 이런 상황에서도 냉정한 치구사의 모습에 의외라는 얼굴을 하며 조언대로 따랐다. 그렇게 한베 등은 코우킨에게 돌아왔다. 그런 한베의 눈에 들어온 코우킨의 모습은 방금 전 자신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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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히에이 산의 괴수 (4) 20.06.03 22 0 12쪽
» 히에이 산의 괴수 (3) 20.06.02 29 0 11쪽
26 히에이 산의 괴수 (2) 20.06.01 27 0 11쪽
25 히에이 산의 괴수 (1) 20.05.29 31 0 11쪽
24 도음진리교 (9) 20.05.28 36 1 12쪽
23 도음진리교 (8) 20.05.27 33 0 12쪽
22 도음진리교 (7) 20.05.26 25 0 12쪽
21 도음진리교 (6) 20.05.25 28 0 11쪽
20 도음진리교 (5) 20.05.22 32 0 12쪽
19 도음진리교 (4) 20.05.21 35 0 12쪽
18 도음진리교 (3) 20.05.20 29 0 12쪽
17 도음진리교 (2) 20.05.19 37 0 12쪽
16 도음진리교 (1) 20.05.18 39 0 12쪽
15 봉신대의 기억 (3) 20.05.16 41 0 20쪽
14 봉신대의 기억 (2) 20.05.16 35 0 13쪽
13 봉신대의 기억 (1) 20.05.15 30 0 15쪽
12 악령 회수 (3) +1 20.05.15 40 1 14쪽
11 악령 회수 (2) 20.05.14 36 1 14쪽
10 악령 회수 (1) 20.05.14 38 1 14쪽
9 죽고 살아난 자 (4) 20.05.13 36 1 14쪽
8 죽고 살아난 자 (3) 20.05.13 42 1 14쪽
7 죽고 살아난 자 (2) 20.05.12 46 1 13쪽
6 죽고 살아난 자 (1) 20.05.12 51 1 14쪽
5 인산광역시 (3) 20.05.11 62 2 14쪽
4 인산광역시 (2) 20.05.11 83 2 14쪽
3 인산광역시 (1) 20.05.11 110 4 13쪽
2 역사 공부 (2) 20.05.11 181 3 13쪽
1 역사 공부 (1) +1 20.05.11 551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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