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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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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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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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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Frank Castle.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자신과 같은 부자를 조롱하는 거.”

“부자가 부자를 비판해야 사람들이 재밌어 하죠.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싸움 구경이라잖아요. 그것도 체급이 비슷한 사람끼리 싸워야 박진감이 넘치지 않겠어요?”


죠 트래볼타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직소가 주절거리는 말들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The Killing Road> 봤어요?”

“퀸트와 프리미어 때 봤잖아.”

“아! 그랬죠... 그 영화에서 밴 사이퍼란 인물이 사람을 고문하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지껄이잖아요.”

“그 장면에서 해리슨이 꽤나 멋졌어.”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죠 트래볼타가 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영화 스토리를 떠올려보았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너 같은 무법자 때문이야! 내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보다 네가 죽인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걸? Fuxxk!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나치게 흑자를 보는 나라들 책임이라고! 미국은 세계 질서를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빌리 루소가 영화 도입부에서 늘어놓는 개소리다.

미국의 보수층에서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오랫동안 흑자를 보고 있는 것에 화를 내고 있다.

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닷컴버블 이후 더 심화되었는데, 한국, 중국 등 신흥무역 국가들이 오랫동안 달러를 비축해두고 자본을 미국에 과잉 공급하게 되면서 미국경제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나치게 흑자를 보려는 태도를 경계하면서 내수로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도 많았다.

이전 삶에서 괜히 미국 보수가 고립주의로 회귀한 것이 아니다.

암튼 류지호가 자신의 영화에서 한국을 비판할 리는 없고.

미국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기 위해 등장시킬 대상은 일본과 중국 정도.

일본을 돌려까는 것은 재미가 없다.

이미 1989년판 <퍼니셔>에서 일본을 신나게 조롱한 바도 있고.

그렇다면 남는 국가는 중국이다.

어차피 R등급에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다.

중국에 못 팔아먹는다.

우스꽝스럽게 묘사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거 한 번 보세요.”


류지호가 미술팀이 그려 온 아트웍을 내밀었다.

거리 곳곳에 SALE 표지판이 무수히 붙어있는 거리다.

얼굴이 망가진 직소가 기관총을 무장하고 기세 등등 걸어가는 모습의 일러스트다.


"If you do it, it's an affair. But if I do it, it's a romance? 이 말은 뭘 의미하는 거야?“


네가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콩글리쉬다.

‘내로남불’을 영어식으로 표현해 봤다.


“My affair is a romance, but other people's romances are all love affairs.”


나의 불륜은 로맨스이지만, 다른 사람의 로맨스는 모두 불륜이다.

직소가 악당보다 더 악당 같은 퍼니셔를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Frank Castle>에는 그런 식의 말장난이 꽤 많이 들어가 있다.

주로 직소가 내뱉는다.

그래서 영국 출신의 도미닉을 캐스팅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쩌다 죠 트래볼타가 그 자리를 꿰차게 됐다.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는 거죠?”

“빅키, 그 친구 아주 지독하더군. 살 빼는 건 몰라도 근육질로 변신하는 건 자신 있어.”


류지호가 내건 출연 조건이었다.

12Kg을 감량해 샤프한 이미지로 변신하거나.

근육질의 짐승이 되거나.

최근 죠 트래볼타는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과다 소비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무 영화에나 출연하고 있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의미 없는 악역에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가 될 수 없어요.”


죠 트래볼타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니콜라스 코폴라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깊이 있는 고독과 고뇌를 다룰 수 없다는 말이에요.”

“악당 캐릭터들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감독은 흔치 않지.”


그래서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가 높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주인공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빌런 구축을 잘해냈으니까.


“지금까지 나온 어떤 히어로 영화도 참고하지 마세요. 죠가 출연했던 <스워드 피쉬>나 <페이스 오프>도 싫어요.”

“....?”

“차라리 <펄프픽션>의 빈센트 베가가 좋아요.”

“그때는 마흔이었어. 이 친구야~”

“젊어지세요. 근사한 중년 남자가 아니라 섹시한 30대 남자가 되시란 말입니다.”


류지호는 직소 캐릭터를 침착하게 미친놈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것도 매우 섹시한.

금전감각, 예술, 의술, 음악, 연애 등에 다재다능하고 잘생기기까지 한 완벽한 남자.

그런 남자가 모든 것을 잃고 심지어 얼굴까지 누더기까지 되어야 복수에 미쳐 날 뛸 것 같았다.

직소란 캐릭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몇 장면만으로 관객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 물 간 것처럼 보이는 죠 트래볼타는 미스 캐스팅일 수도 있다.


‘연기력을 기대할 수밖에....’


그의 약점은 건방져 보이고 느끼해 보이는 외모와 연기다.

부침이 심한 영화판에서 몇 차례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30년 세월을 버티며 장수 스타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다.

그처럼 욕을 많이, 그리고 오래 먹고 있는 배우도 없을 것 같았다.

오래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오래 주목받는 자리에 있다는 말과 같다.

혹평과 저평가 속에서 살아남은 탁월한 배우.

그 중에 한 명이 죠 트래볼타다.

관객들은 <Frank Castle>에서 죠 트래볼타의 느끼하며 오만한 표정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내내 얼굴을 기운 흉측한 모습으로 등장할 테니까.

그를 위해 <가위손> 등 다수의 영화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진 할리우드 최고의 특수분장효과 전문가에게 얼굴 가죽 제작을 의뢰했다.


✻ ✻ ✻


<Frank Castle>의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틸 슈라이버(Til Schreiber)가 낙점됐다.

182Cm 신장에 운동으로 잘 다듬어진 근육이 남성미를 더하고, 턱 보조개와 각진 턱은 전형적인 서구 미남형 얼굴이다.

1997년 <노킹 온 헤븐스 도어>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에 더해 독일 여성팬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주로 코미디 장르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으나 각본, 제작자, 배우의 1인 3역을 소화하며 독일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코미디와 정극 심지어 액션영화까지 출연하며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 <귀 없는 토끼>를 제작, 각본, 감독, 주연의 1인 4역을 수행하고 미국으로 넘어온 틸 슈라이버는 류지호의 영화와 함께 쿠엔 태런티노의 <바스터즈>에도 캐스팅 됐다.

LA에 거처를 마련한 틸 슈라이버는 Vic & Jay Gym으로 출근하며 트레이닝을 받았다.

기본 훈련을 마친 후에는 JHO Security Service 훈련시설로 가서 훈련을 받았다.

틸 슈라이버가 요구한 사항이다.

프랭크 캐슬이 미해병대 특수수색대(Force Recon) 출신이기 때문에 해병대 훈련을 직접 받아보고 싶어 했다.

류지호는 JHO Security Service 훈련캠프 교관 중에서 실제 미해병대 교관을 지낸 바 있는 직원들에게 비슷한 훈련을 받도록 조치했다.

틸 슈라이버는 연출도 한다.

군 경험은 없지만 감독으로 봤을 때 해병특수부대가 람보형 돌격깡패가 아니라 암살자에 가깝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프랭크 캐슬은 아마도 최단 시간에 목표지점에 잠입해 임무를 완수하고 신속하게 철수하는 것이 생명인 직업세계에서 몸담았을 거야. 홍콩 갱스터 무비처럼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난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프랭크 캐슬은 수십 차례 특수임무를 수행한 전직 군인이다.

류지호로서는 틸 슈라이버가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겠다는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킬러, 갱단, 군인은 각각 무기를 다루는 것에 능숙해. 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나 직업적인 기술이 다르지. 특히 프랭크 캐슬이 몸담았던(것으로 설정한) Force Recon의 경우 잠입, 표적 공격, 기지 탈환, 요인 구출, 대테러 진압, 요인 암살, 적기지 파괴 등을 아우르는 종합전투능력자야.”


비록 실제 해병캠프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틸 슈라이버는 JHO Security Service 훈련캠프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능수능란할 필요는 없지만. ‘파슈토어‘도 몇 마디 정도 연습을 해 둬.”

“그게 뭐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북부에서 사용되는 언어야.”

“영화 첫 시퀀스에서 프랭크가 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거지?”

“몇 문장 되지는 않아. 그래도 입에 붙을 수 있게 준비 좀 해 둬.”

“알겠어.”


프랭크 캐슬이 파슈토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중요한 암시가 숨어 있다.

고문에도 능통하다는 것과 전역 직전 참여했던 임무가 항구적 자유 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는 많은 작전이 있었다.

미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참여한 작전 가운데 소말리아에서 진행된 ‘아프리카의 뿔‘과 아프가니스탄 작전 두 개를 놓고 류지호는 많은 고민을 했다.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소말리아 작전은 미국에서 촬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아프가니스탄 장면은 미국에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테러단체 은신처 동굴을 촬영할 수 있는 로케이션을 뉴저지에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자료를 제공했다.


“Jay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리지만,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진짜가 되길 원해. 리얼리티를 위해 배우는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영화 촬영장에 나타나야 하지. 이 정도에 힘들다고 쉴 생각은 말라고.”


스턴트 코디네이터 빅키 햄휴즈가 배우들을 트레이닝 시키면서 매번 강조한 말이었다.


“케이아누 립스, 윌리 워커, 밴틀리 애플렉도, 배런 랜포르 그 외 수많은 배우들도 다 거쳐 갔다네. 친구~”


류지호가 관여하는 영화마다 배우들은 혹독한 사전 준비를 해야만 한다.

생소한 직업세계를 잠시나마 직접 체험해 본 후에야 영화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MCMAP라고?”

“사실은 LINE에 가깝지만, MCMAP라고 봐도 무방해.”


프랭크 캐슬이 구사하는 격투술은 미해병대 마샬아츠 프로그램(MCMAP : Marine Corps Martial Arts Program)을 기반으로 안무가 만들어졌다.

정확하게는 LINE(Linear Infighting Neural Override Engagement)에 더 가까웠다.

MCMAP는 기존 미해병대 격투술이 평화유지 활동 같은 민간인 대상 작전에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공격적이란 이유로 새로 개발되어 2002년부터 보급된 맨손격투술이다.

미국 군대에 대민작전 비중이 늘어난 만큼 약탈군중에 대한 곤봉체포술이나 폭동진압술 등이 강조되었다.

프랭크 캐슬을 창조한 원작자는 동양무술 특히 유도, 가라테, 태권도, 화랑도를 참고했다고 했지만, 류지호는 그의 의견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차라리 주짓수, 레슬링, 크라브마가를 메인으로 두면 몰라도.

발차기도 나오긴 한다.

아시안 갱단으로 안무의 범위를 좁혔다.

그를 통해 미국적인 아날로그 액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류지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총검술, 나이프 파이팅 등의 냉병기 사용도 적극 사용할 계획이다.

총검술 대결도 한 장면 등장하는데, 개머리판 타격기술도 선보이기로 했다.

매우 실전적이며 사실적으로 묘사할 생각이다.

빅키 햄휴즈팀은 <데어데블>에서는 무에타이와 영춘권 베이스의 무술을, <아이언 피스트>에서는 홍콩 무협영화 스타일의 와이어액션 베이스의 스턴트 디자인을 했다.

<Frank Castle>에서는 밀리터리 액션 베이스의 스턴트 디자인을 선보이게 된다.

약간의 건 카타나 혹은 건 파이팅이 등장하긴 한다.

<이퀄리브리엄>보다는 이전 삶의 <존 윅>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이다.


“람보나 코만도처럼 닥치고 돌격해 다 때려 부수고 나오는 것은 일견 통쾌해. 하지만 거미줄을 통해 맨해튼 초고층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VFX가 판치는 세상이야. 정통 아날로그 액션은 관객들에게 진부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

“그래서 프랭크 캐슬의 작은 움직임도 수색대원답게 디자인했어. 물론 과장되었지만 최대한 관객에게 진짜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해볼게.”

“난 프랭크 캐슬이 맷 머독이나 랜드카이처럼 성장하거나 각성하는 것으로 드라마를 이끌지 않을 거야. 변태과정에 더 가까워. 곤충이 껍질을 벗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다른 Timely 히어로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미줄을 쏘고 초능력을 구사 할 때, 프랭크 캐슬은 암시장에서 기관총의 탄약을 구입하고, 마피아 두목의 뒷조사를 하며,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한다.

심지어 배신도 당하고, 악당들의 함정에 빠져 잡혀가 고문도 당한다.

초능력을 군대 경험으로 커버해 갱단을 소탕하기 위해 작전 전술을 수립하고, 홀로 지뢰를 매설하는 등 전술적으로 접근한다.


“나쁘게 보면 궁상맞은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초능력이 없는 인간의 처절한 투쟁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인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전투를 묘사해 볼 생각이다.


“잔인한 고문도 서슴지 않고, 악당의 재화를 탈취해 무장비용을 충당하고, 단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는 비정함은 결코 정의라는 이름의 영웅은 아니지.”


복수심이 흐트러질 수 없기에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운다.

옳든 그르든, 복수심으로부터 기인한 악을 대하는 태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인간 영웅의 불굴의 의지는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 숭고함마저 보일 수 있다.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복수와 폭력에 잡아멱혀 결국에는 괴물이 되어버릴 것이기에.

사회적인 질서를 파괴한 범죄자들이 펼치는 복수는 그냥 복수에 그치지만, 그들을 응징하고자 하는 복수는 영웅으로 추대된다.

그래서.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은 당신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일 뿐.]


데어데블이 악당보다 더 지독한 프랭크 캐슬의 행동을 꼬집는다.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대원으로 변신하는 맷 머독은 영화 초반에 갱단 살인자 프랭크 캐슬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리고 고비마다 출현해서 퍼니셔의 폭주를 막아선다.

두 히어로는 악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합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각자가 완고하다.

이 세계관의 첫 영화였던 <데어데블>에서 퍼니셔가 암시되진 않았다.

두 번째 영화였던 <아이언 피스트>에서 등장했다.

어린 시절 랜드 카이는 한 시각장애인으로부터 작은 도움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시각장애인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맷 머독이다.

또한 갱단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 프랭크 캐슬 가족의 사연이 뉴스화면과 사람들의 대화로 암시되었다.

류지호 연출의 <Frank Castle>에서는 데어데블과 퍼니셔의 신념이 충돌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가 없다.

다만 윌슨 피스크라는 희대의 악당을 막아서야 하기에 일시적으로 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Timely Knights 로고를 달고 공개되는 <Kingpin> 시리즈를 총괄하고, 이미 공개된 두 편의 영화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와 최종편 <Hell's Kitchen>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인 <Frank Castle>를 통해 팬들의 기대치를 끌어올려야 했다.

영화 내적으로는 데어데블과 퍼니셔의 신념 충돌도 그럴듯하게 그려야 하고, 온 도시를 상대로 분탕질치는 직소도 매력적으로 다뤄야 하며, 최종편으로 가는 다리를 놓기 위해 아이언 피스트가 히어로 용병회사(?) ‘히어로즈 포 하이어’를 조직하는 것도 그럴듯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 세계관의 최종 보스 킹핀까지도 암시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130분 안에 요령껏 버무려야 한다.

<Hell's Kitchen>이 제작되고 말고는 류지호의 손에 달렸다.

<Frank Castle>이 망하면 <Hell's Kitchen>이 개발지옥에 빠질 수도 있다.


❉ ❉ ❉


류지호는 <Frank Castle>을 우중충하거나 마냥 어둡게 찍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레퍼런스로 선택한 것이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들이다.

그의 그림에서 고독과 상실감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파란색은 청량감도 선사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주로 감정의 메마름, 소외, 고독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주 사용된다.

에드워드 호퍼는 생전에 세계 대전을 겪었다.

대공황도 겪었다.

그 두 기간에 뉴욕의 미국인들과 유럽을 여행하며 마주친 사람들의 진한 절망감을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호퍼의 작품에선 고독한 시민의 모습을 진하게 엿볼 수 있다.

그는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1920년~1960년대까지 뉴욕이 대도시로 변해가는 과정과 함께 대도시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가 한창 도시풍경을 그릴 당시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풍요로움과는 동떨어진 고독한 사람, 단절되고 상실감이 물씬 도시 풍경이 호퍼의 그림에 담겼다.

그의 그림에는 웃고 있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모두가 멈춰 있다.

그림을 보고 있자면 모두 외롭고 고독하며 슬프게 다가온다.

호퍼의 대표작 중 하나인 <Automat : 자동판매기 식당>은 1995년 TIME의 커버가 되기도 했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 심리학이 밝혀낸 정신병리학적 우울증의 근원에 대한 기사에서 <Automat>가 사용되었다.

특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류지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정장차림 한 남자가 등을 지고 앉아 있는 모습이 가족을 잃은 상실감으로 고독한 프랭크 캐슬과 겹쳐보였다.

무미건조한 도시에서의 고독감.

관계가 단절되어가는 것에서 오는 상실감.

류지호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아마도 살육의 공간 전쟁터가 아닌 평화로운 사회로 돌아온 프랭크 캐슬이 느낀 감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아프가니스탄 전투가 펼쳐지는 프롤로그가 끝나고, 평화롭고 단란한 프랭크 캐슬의 집을 보여준다.

안락하고 따뜻한 가정이다.

단, 거실 커튼에 옅은 푸른색이 슬쩍 묻어있다.

프랭크 캐슬은 사랑스러운 아들, 전쟁터에서 그렇게 그리워했던 피붙이의 기상알람 같은 뽀뽀를 받으며 침대를 빠져나온다.

그러고 나서 하는 첫 번째 행동이 약을 먹는 것이다.

신경안정제 혹은 항불안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약으로 처방받기도 한다.

정확한 약의 정체는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 씬의 쇼트 하나를 1952년에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Hotel By A Railroad>에서 영감을 받아 구도와 조명을 설계할 계획이다.

아내 대신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가서도 프랭크 캐슬은 미해병대 수색대원 같다.

주변 지형지물 숙지, 인사하는 이웃에 대한 관찰, 낮선 차량에 대한 의심 등.

가족과 함께 공원으로 피크닉을 떠나면서도 창문과 현관의 잠금장치를 눈으로 훑고, 가족 몰래 설치해 둔 CCTV까지 확인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허술한 가정집 보안 시스템으로 빌리 루소 패거리의 습격을 방어하지 못한다.

그 이후로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들이 꽤나 많이 오마주 된다.

특히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House by the Railroad>의 빛의 사용법을 촬영감독과 탐구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건축물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등장하는 모텔의 모티브가 됐다.

마침내 교도소를 타의에 의해서 탈옥하게 된 프랭크 캐슬은 은신처를 마련한다.

재개발지역처럼 보이는 슬럼가에 철로가 있고, 그 바로 뒤에 건물이 외롭게 서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철길 옆 집>을 오마주한 것이다.

<싸이코>에서는 어둡고 위협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게 해서 공포감을 조성했다면, <Frank Castle>에서는 적막함과 슬픈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건물 앞의 철도레일도 메타포다.

서부개척시대 철로가 대륙을 관통하며 무법자가 기승을 부렸다.

반대로 카우보이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산업화로 가는 인프라였으니까.’


녹슨 철로 바로 옆에 홀로 서있는 프랭크 캐슬의 은신처는 황량함과 고독감을 암시한다.

모든 것을 잃은 프랭크 캐슬의 메마른 감정이면서 그가 앞으로 걷게 될 퍼니셔로서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주로 길 위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영화 <Frank Castle>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을 잃은 남자는 외롭게 거리를 떠돌며 악당들을 처리한다.

돌아갈 가족도 편히 쉴 곳 따위는 없다.

화려한 보라색이나 황금색(천민자본주의)이 강조되는 직소의 공간과 달리, 퍼니셔의 상징색은 우울하고 고독한 파란색(프롤레타리아)이다.

류지호가 처음으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세계를 영상으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이미 <CSI : 라스베가스>의 정서와 톤 앤 매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적용한 바 있다.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이면의 상실감, 소외감, 절망감을 파란색으로 상징했던 것.

그리섬 반장의 주요 색상이다.

특히 범죄가 벌어지는 심야에는 푸른 기가 좀 더 많이 돈다.

에드워드 호퍼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익명성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멀리서 관찰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화법이다.

류지호도 롱 쇼트를 제법 잘 사용하는 편이다.

또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시선은 공간 속에서 비껴간다.

인물의 시선과 거리까지 더해져 고독한 군중에 대한 묘사가 극대화된다.


“굿 아이디어. 미스터.”


다행히 촬영감독 다온 비베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이크 리바는 말 할 것도 없고.


“마이크, 매번 미스터 류는 이런 식입니까?”

“내가 아주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네. Jay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재밌네요.”

“글쎄. 자넨 아직 Jay가 고집 부리는 걸 못 봐서 그래.”

“디렉터라면 당연히 고집이 있겠죠.”

“디렉터 만과 두 편을 해봤다면 이번 영화에서 스트레스는 덜 받겠어.”

“만씨는 완벽에 대한 결벽증이 있어서 그렇지 무조건 고집을 피우진 않아요.”

“하하. 그럴지도...”

“암튼 Jay가 리드 스콧만큼 지독한 완벽주의라고 들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프리프로덕션에서 살인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괴롭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편할 거야.”

“막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 좋네요.”

“다온, 행운을 비네.”


마이크 리바가 허허 웃으며 디온 비베의 어깨를 두드렸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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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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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협객이 된 기분이야. (1) +4 23.12.27 1,821 89 23쪽
724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2) +5 23.12.26 1,991 94 26쪽
723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1) +5 23.12.26 1,873 90 24쪽
722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3) +7 23.12.25 2,006 97 26쪽
721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 +8 23.12.23 2,062 99 25쪽
720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1) +3 23.12.22 1,984 93 23쪽
719 도둑질 하지 말라! +5 23.12.22 1,866 91 26쪽
718 God bless you....! (3) +6 23.12.21 1,945 107 24쪽
717 God bless you....! (2) +3 23.12.21 1,843 93 25쪽
716 God bless you....! (1) +3 23.12.20 2,060 97 28쪽
715 역경은 반드시 교훈을 남긴다. +3 23.12.20 1,975 92 27쪽
714 형제는 저작권 부자였다. +7 23.12.19 2,070 96 27쪽
713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2) +3 23.12.19 1,878 91 25쪽
712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1) +4 23.12.18 2,057 102 24쪽
711 맨유가 아니라, 내 친구가 더 대단해...! +3 23.12.18 1,957 101 26쪽
710 노총각 탈출이구나! (2) +8 23.12.16 2,096 107 22쪽
709 노총각 탈출이구나! (1) +7 23.12.15 2,125 104 23쪽
708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4) +3 23.12.15 1,928 87 26쪽
707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3) +7 23.12.14 2,039 103 24쪽
706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2) +4 23.12.14 1,891 91 21쪽
705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1) +6 23.12.13 2,031 110 22쪽
704 Change The Future! (3) +4 23.12.13 1,886 96 26쪽
703 Change The Future! (2) +8 23.12.12 1,998 100 22쪽
702 Change The Future! (1) +4 23.12.12 1,883 101 23쪽
701 평범한 하루들.... (5) +12 23.12.11 2,031 112 25쪽
700 평범한 하루들.... (4) +5 23.12.11 1,927 99 25쪽
699 평범한 하루들.... (3) +6 23.12.09 2,097 101 24쪽
698 평범한 하루들.... (2) +5 23.12.08 2,090 105 24쪽
697 평범한 하루들.... (1) +4 23.12.08 1,981 99 23쪽
696 Frank Castle. (7) +5 23.12.07 1,971 10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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