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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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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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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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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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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국에 들어오고 나서 오인방 부부가 류지호 부부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칫 그들까지 영국 언론의 취재열기에 휩쓸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블로이드의 나라답게 가십을 취재하는 언론활동이 지독했다.

류지호의 이번 영국 방문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헌데 유난을 떠는 인상이 강했다.

여행까지 따라와 부부의 일정을 살뜰히 챙기고 있는 제니퍼 허드슨이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영국과 유럽 언론에서는 이번 유럽행을 보스의 신혼여행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 어떤 때 유력자들의 미팅이 잡힐지 몰라 의전비서들이 영국으로 들어와 있다.

부부가 스쳐지나가는 휴양지까지 대서특필될 판이다.

신혼여행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친구들과 쉬게 될 곳 보안에 신경 써 줘요.”

“안심하세요. 보스. 경호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될 예정이에요.”


런던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대략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왓퍼드(Watford).

그곳에 <007>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의 모든 세트촬영이 진행되는 Tri-Stellar Studios UK가 소재하고 있다.

과거 Leavesden Studios다.

부지 전체를 촬영시설로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곳곳에 전 주인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작년부터 이곳 스튜디오에 투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바로 <해리포터> 프랜차이즈 투어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아 보이는데....?”

“런던에서 스튜디오까지 셔틀버스가 다니기는 하는 모양이네.”


런던시 관광청과 투어프로그램에 관해 모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런던 시내 <해리포터> 촬영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꽤나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이전 삶보다 5년이나 앞 당겨 투어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단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해리포터> 영화 촬영에 쓰인 대부분의 소품과 촬영 세트를 그대로 전시해 놓아서 해리포터 팬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다만 런던시내에서 거리가 조금 먼 편이고, 입장료도 영국 물가 덕분에 비싼 편이다.

무작정 스튜디오를 방문한다고 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예약한 후, 관람시간을 선택해서 방문해야 한다.

조금 번거롭다.

관람객들이 북적거리는 환경에서 투어를 돌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

이 투어 프로그램으로 큰돈을 벌 욕심은 없었다.


“실감나게 잘 만들어 놨지?”

“저 소품들이 진짜 영화에 쓰인 것들이야?”

“응. 일부는 다시 <해리포터> 시리즈 촬영에 재사용되고 있다고 해.”

“난 <해리포터>팬은 아니지만,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모든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이곳도 더 풍성해지겠지.”


현재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는 모두 4편이 공개되었다.

5번 째 시리즈 <불사조 기사단>이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다.

올 여름 극장가에는 <스파이더맨 Ⅲ>, <슈렉 Ⅲ>,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등 강력한 경쟁작들이 맞붙는다.

내부적으로 월드와이드 5억 달러 이상은 무조건 자신하는 분위기이긴 했다.

결과적으로 전편들에 비해 평가는 좋지 못하지만, 9억 달러가 넘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두게 된다.

<스파이더맨Ⅲ>는 9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로 유종의 미를 훌륭하게 거둔다.

2000년에 들어서며 북미 및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메인을 장식하는 메이저는 주로 트라이-스텔라, LOG, 워너-타임 세 곳이다.

간혹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10위권에 영화를 올릴 때가 있지만, 소닉, 20세기 PARKs, 패러마운틴은 몇 년 동안 메인을 장식할 만한 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전분야에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소닉이 영화 사업에서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는 4,000여 편 이상의 영화 IP를 보유하고 있다.

백색가전은 포기할지언정 영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업 분야다.

만약 소닉이 영화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몰락을 앞당길 뿐이다.

물론 소닉 그룹의 체질이 금융사업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긴 하지만.


“저쪽이 덤블도어 방인가 보다.”


영화 세트를 그대로 옮겨놓는 것 이상으로 실감나게 꾸며놓았다.

일부 세트는 영화가 촬영될 때 투어 프로그램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모든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나면, 그때 가서 넉넉잡아 4시간을 관람할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래.”


트라이-스텔라가 투자·배급한 영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영화산업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하나가 영화 로케이션 유치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의 심화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경우, 영화가 개봉 됐던 2001~2003년 동안 뉴질랜드를 방문한 관광객이 총 400만 명에 달하였으며, 관광 파급효과만 38억 달러에 달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을 ‘프로도 경제효과(Frodo Economyeffect)’로 설명하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 주인공 이름인 프로도를 차용하여 새롭게 만든 경제용어다.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에 호주, 뉴질랜드, 헝가리, 체코, 태국 등이 로케이션 유치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 또한 로케이션 유치에 꽤나 적극적이다.

연극과 공연, 음반, 신문, 방송 등 미디어 산업 전반이 크게 발달한 영국답게 영화감독과 배우, 성우, 마케팅 분야 인력이 풍부하다.

심지어 세계 최초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구축하며 금융시장도 크게 발달한 영국에서 사람과 돈을 구하는 일은 매우 쉽다.

인프라가 좋기에 킬러 콘텐츠들이 수십 개씩 쏟아져나와야하지만.

이 유용한 인력과 자본들이 죄다 같은 영어를 쓰는 미국 영화판으로 블랙홀마냥 빨려 들어가는 것이 문제다.

영국의 영화산업은 상업영화 기획 및 마케팅을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스튜디오 제공, 음악 및 특수효과 등 기술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영화 후반작업산업(Post-Production Industry)에 있어서는 LA나 뉴욕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스트 프로덕션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1,000개가 넘을 정도다.

그러나 영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고물가, 고비용 지역이다.

따라서 아웃소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영화를 유치하지 않은 이상 자국 영화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ParaMax Entertainment의 자회사 JHO/Working Title Films만 해도 철저한 기획영화 위주로 제작하고 있다.

어설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따라 하기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한 상당수 영국 영화는 영국의 유명 작가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그것도 영국 단독 투자·제작·배급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할리우드와 공동제작하고 있다.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려 체면치레는 하지만, 수익금 대부분은 미국의 스튜디오가 챙긴다.


“<해리포터> 작가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영화로 거둔 수익 외에 소설 판매 부수로 매년 1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거두고 있대.”


덩달아 <반지의 제왕>, <호빗>의 저작권을 가진 톨케인상속재단 역시 매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BBC는 공영방송인데 왜 도와주고 있는 건데?”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니까.”


BBC는 로버트 폭스의 언론제국에 맞서 고군분투(?) 중이다.

류지호는 JHO 계열 TV제작사를 통해 히트작을 은근슬쩍 BBC에 밀어주고 있다.


“BBC가 주도하는 디지털TV 서비스 플랫폼이 있거든. 거기에 JHO/DirecTV가 합세하기도 하고. 뭐 그래.”


본래는 로버트 폭스 소유의 BSkyB가 들어갔어야 했다.


“영국은 몇 번의 지상파 디지털 유료화 서비스에 실패했어. 결국 무료로 전환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고민하던 중에 BBC를 중심으로 영국 지상파방송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비스를 시작했거든. 그게 프리뷰(FREEVIEW)야.


프리뷰(FREEVIEW)는 BBC, JHO/DirecTV UK, Channel4, ITV, National Grid Wireless 등 5개 사업자가 연합해 만든 플랫폼이다.


“JHO/DirecTV는 위성방송인데?”

“프리뷰의 단점이 주파수의 한계로 인해 HD 채널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는 거야. 내년 중으로 위성방송을 통한 무료 디지털 채널을 출범시키기로 했어.”


프리뷰 서비스는 기존 디지털 방송 시장을 선점했던 BSkyB 가입자를 추월한 이후 영국 디지털방송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의 방송통신 서비스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에서 프리뷰의 유료채널 서비스를 금지했던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JHO/DirecTV는 같은 JHO 계열의 유료채널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우와, 달링은 이제 영국에서까지 영향력이 무시 못 하겠네.”

“글쎄. Compagnie ViVo가 예전부터 영국 영화계에서 큰손으로 유명해서.”


영국 영화계에서 해외자본으로는 JHO와 Compagnie ViVo가 양대 산맥이다.


“서두르자. 애들이 기다리겠다.”


언론의 취재열기 때문에 류지호 부부는 친구들과 따로 움직였다.

류지호 부부는 호그와트 그리핀도르 기숙사 세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관람한 후, 그대로 스튜디오를 나섰다.

따로 스튜디오 관계자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관광객 입장에서 해리포터 투어를 관람했을 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런던으로 돌아갔다.


‘영국에서 입지를 줄여놓으면 미국에서의 힘도 떨어지겠지.’


류지호는 신문 및 잡지 분야에서 로버트 폭스와 경쟁할 순 없다.

하지만 영국의 텔레비전 및 위성방송 또 영화 부분에서는 충분히 경쟁이 가능했다.

이미 여러 전장(?)에서 승전나팔을 울리고 있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에서 패러마운틴이 영국의 Showcase theatre를 소유하고 있다.

순위는 4위권이지만, 영국의 빅3 멀티플렉스 체인과 격차가 너무 크다.

Nickelodeon, MovieWorld, Spean Bridge 빅3의 영국 점유율이 70%가 넘는다.

G.O.M International UK는 영국 내 5개 업장 67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을 거론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의 지점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빅3 인수합병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다.


‘가장 좋은 그림은 만달그룹 대신 동석이형의 G.O.M이 Nickelodeon Cinemas을 인수하는 것이겠지.’


이전 삶에서 중국의 만달그룹은 미국 2위 멀티플렉스 AMT, 호주의 호이츠, 영국의 Nickelodeon까지 집어 삼키며 세계 최대 극장체인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G.O.M International이 세계적으로 극장업계를 조용히 잠식해 나가고 있었기에.


❉ ❉ ❉


영국은 한국에게 그리 가깝게 여겨지는 나라는 아니다.

다만 류지호에서는 영국이 미국과 함께 중요한 국가 중에 하나다.

영국 최대의 금융 기업이자 유럽 최대의 금융 기업인 HS Bank는 물론이고 메이저 금융사들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유럽과 영국의 구 식민지 지역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포스트 중국시장을 고민하는 류지호에게 제3세계를 공략하기 좋은 파트너들이 많았다.

2008년 세계적으로 몰아진 경제 강풍에 크게 흔들리고, 브렉시트로 크게 휘청거리지만, 이 시기만 해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부동의 1위 미국 다음으로 일본과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또한 보험과 회계, 법률분야에서도 영국은 미국과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글로벌 법률회사 상위 10곳 중 4개가 영국계 기업일 정도다.

그 외 류지호의 눈길을 잡아끈 분야는 영국의 레저산업이다.

재작년에 블록 조립장난감 테마파크를 인수한 세계 2위 리조트&테마파크 그룹 멀린(Merlin)도 눈에 띈다.

런던의 명물 대형 회전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바로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유럽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Nickelodeon이 영국 브랜드이기도 하고.

다 떠나서 영국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축구다.

축구와 관련된 각종 부가시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다.

오성그룹은 첼시 후원비용으로 한해 1,380만 파운드(약 246억 원)를 쓴다.

2005년부터 첼시를 후원하고 있었는데, 첼시가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게 되면 두 시간 가까이 2억 명 넘는 TV 시청자에게 첼시 유니폼이 노출되고, 덩달아 오성로고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

가온그룹의 영국진출은 더딘 편이다.

반면에 JHO는 영화사업뿐만 아니라, 금융, 위성방송, 경비보안, IT 등 다수의 자회사의 지점 혹은 현지 법인을 진출시키고 있다.

가온그룹은 JHO와 겹치지 않으면서 나름 강점이 있는 사업 분야 위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분야가 극장업을 포함한 복합쇼핑문화 단지, E-스포츠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다.

류지호는 해외로 파견 나가는 직원들에게 가끔 이메일을 보내 격려하곤 한다.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는데...


- 해외에서 납득할 수 없는 차별이나, 혐오적인 발언을 듣게 되면 그 자리에 오류를 지적하세요. 인종차별이나 혐오는 폭력입니다. 폭력은 그걸 휘두른 사람에 대해 방관하는 순간 가해자에게 하나의 권리로 받아들이게 착각을 줍니다. 반드시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주변에서 여러분을 도울 겁니다. 세상에는 ‘넌 이방인이니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라고 하는 사람보다 ‘이방인이란 이유로 사람들이 당신을 그렇게 대해선 안 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찾지 말고, 가온그룹 총책임자에게 다이렉트로 전화하거나 JHO 혹은 나래안전에 도움을 청하세요.


WaW 엔터테인먼트가 투자·제작·배급한 영화 <별을 쏘다>는 90%가 영국 로케이션 영화였다.

JHO/Working Title이 현지 프로덕션을 지원한 최초의 한국영화다.

당시 영화에 참여한 한국 스태프 몇 명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다양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하다던 런던에서.


“촬영 브레이크 기간에 식사를 하기위해 런던 시내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있던 장년층 남자들이 영국식 영어로 말하며, 포크를 빼앗아 갔고. 영어가 서툰 우리 스태프들이 항의를 해보았지만, 영국 손님들은 지들끼리 키득거리며 뻔뻔하게 굴었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이 포크를 가지고 가면서 한 말은 ‘너희는 포크가 필요 없잖아. 젓가락을 달라고 해.’라는 것이었다.


“코리안이라고 계속해서 말해도 니하오니 곤니찌와만 놀리듯 되풀이 했다고 하죠.”


JHO Security Service UK 지사장의 말을 듣고 있던 류지호가 입을 뗐다.


“레스토랑에서 조치를 취했대요?”

“손님에 대한 어떠한 제지나 불이익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요?”

“런던의 유력 언론에 그 일화를 제보했습니다.”


인종차별 식당으로 낙인을 찍어버렸다.

거기에 유니벌스뮤직그룹 회장부터 JHO 해외총괄 회장, 영국 총지부장 등이 모두 나서서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

레스토랑으로써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 대체로 런던이 다른 유럽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아주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고급인력을 위한 고용시장만 보면 그나마 인종차별이 유럽에서 가장 적은 도시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결국 잘나고 실적을 내는 사람에게 인종과 상관없이 대접을 해준다는 거네요?”


런던은 100여 개 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상권과 타운을 형성해서 살아가는 거대도시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을 수 없다.

알력과 오해가 그리고 차별이 없을 수 없다.

런던의 교육받은 중산층에게는 인종차별이란 경멸해야할 단어이고 수치스러운 태도다.


“이젠 해외 이주자들도 의사, 법률가, 방송인, 교육인 등 전문직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BBC 여성 아나운서도 최근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아시아계 여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인종차별로 폭발하기도 하고 단절된 커뮤니티 내에 곪아버린 문제들이 여기저기 충동적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만. 영국인들은 기본적으로는 프랙티컬한 사람들입니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사장이다.

그리고 중산층으로 교육을 받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류지호가 보기에 영국은 영어 외의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적다.

외국문화를 현지에 가서 경험하는 영국인도 지식인·중산층을 제외하면 적은 편이다.

영국인들은 이민을 가도 주로 영어권 나라들로 간다.

중국인들의 중화사상 어쩌고 하는 꼴불견 정도는 아니지만, 대영제국 어쩌고 하는 이상한 우월주의와 오만이 아직까지 자리하고 있다.

주로 못 배우고 못 사는 지역 백인 마초 남성들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

자신들의 딱한 처지에서 오는 분노를 표출할 곳은 축구장과 이방인에 대한 혐오뿐.

그들이 인종차별 발언을 시도한다면, 가온그룹 직원은 주로 이렇게 받아친다고 한다.


- 너희가 열광하는 미스터 할리우드가 나와 같은 국가 사람이야.

- 네가 응원하는 팀 주인이 누군지 잊었냐?

- 네가 응원하는 팀을 매번 이기는 팀 구단주가 누군 줄은 알고?

- 아침에 일어나서 오성과 금성의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시청하고, 애인과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 오성의 휴대폰을 쓰지 않냐? 또 저녁에는 나의 보스가 제작한 TV시리즈를 보다가 잠이 들 텐데...?


세상 어딜 가나 차별은 존재한다.

한국인들 적어도 가온그룹 직원들은 강력하게 자신의 출신국가를 어필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개나 소나에게 무시 받을 정도로 별 볼일 없지 않다.

또한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면 아무도 부당함에 대해 함께 싸워주지 않는다.

물론 때와 장소를 잘 가려서 행동해야 하겠지만.


“축구장이나 슬럼에서 그러면 안 됩니다.”


당연한 것이다.

백주대낮에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상대할 때나 통한다.

세계 어디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 ❉ ❉


런던 주변을 관광하는 사이.

일면식도 없는 영국의 거물들이 먼저 류지호의 일정을 묻어가며 만남을 요청했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등에서는 국빈급 방문 요청도 들어왔어요.”


그 동안 요청들을 정리해 제니퍼 허드슨이 보고했다.


“일단은 방문일정을 따로 논의해보자고 양해를 구해놨어요.”

“잘했어요.”


지금 유럽을 싸돌아 다녀봐야 별로 득 될 것이 없다.

내년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낄 때.

그때 돈 보따리를 들고 유럽을 돌며 좋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좋다.


“TV에 출연하는 것은요?”

“BBC의 대중예술 관련 토크쇼와 JHO/DirecTV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프리뷰 채널 한 곳과 독점 인터뷰를 하셔야 해요. 영화잡지 두 곳과도 따로 인터뷰 하셔야 하고.”


레오나 끼어들었다.


“방송출연은 호텔을 벗어나지 않도록 장소를 한정했고, 촬영팀이나 리포터 숫자도 최소화했어.”


레오나는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과 함께 남편의 외부일정을 챙겼다.

인터뷰 질문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따졌다.


‘재밌어 하고, 즐기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오붓한 여행을 방해받아 화를 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레오나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길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의 업무 가운데 이미지 메이킹도 포함되기에 미리부터 연습하는 것이라나.


‘45대 미국 대통령을 바꿀 수 있을까?’


류지호가 한 때 고민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는 일이란 것만 확인했다.

현재 가진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공화당과 로버트 폭스와의 연결점을 느슨하게 만드는 것 정도이다.

이전 삶에서 로버트 폭스는 자신이 소유한 PARKsTV뉴스, 뉴욕 포스트, WSJ를 총동원해 자신이 미는 대통령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번에 류지호가 WSJ를 빼앗을 수도 있다.

대표적 골통미국우파 채널 PARKsTV뉴스와 뉴욕 포스트 정도만 견제해도 이전 삶과 달리 조금은 참신한 보수후보를 공화당 쪽에서 밀어줄 수 있을 듯도 싶었다.


‘매케인 그 양반 건강만 양호하다면 밀어줄 수도 있겠는데....’


로버트 폭스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정권의 향방까지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젠 미국에서의 영향력 확대까지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류지호를 무시했다고 해서 악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다.

쓰레기언론이라는 평가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는 로버트 폭스가 소유한 영국의 대표 타블로이드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오나에 대한 기사들은 류지호에게 살심까지 불러올 정도다.

여러 루트를 통해 악의적 기사 생산에 대한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로버트 폭스는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듯 번번이 무시했다.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직접 마주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그때부터 로버트 폭스의 사업을 방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BSkyB 주식을 모으는 것이었고, DirecTV와 LA다저스를 가져오는 것이었으며, BBC 지원, 다우존스&밀포드 인수 방해다.

20세기 PARKs의 경우, 류지호가 이미 수많은 히트작과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가로챘다.

PARKsTV 역시 이전 삶에서 히트했던 TV시리즈 다수를 알게 모르게 가로채서 JHO 자체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 부분에서 PARKs그룹은 소닉-콜럼비아스와 함께 빅7의 말석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처지다.

다만 보수매체 뉴욕 포스트는 나름 잘 나가고 있다.

로버트 폭스는 엄청난 부자다.

그런데 류지호에게 감히 비할 바가 아니다.

무능한 후손들 때문에 재산을 많이 탕진하기도 했고.


‘당신이 100살까지 살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지금과 같은 사업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두고 봅시다.’


최근 들어 로버트 폭스는 하는 것마다 재미를 못 보고 있다.

후손들이 돈을 까먹기도 하고, 손안에 꽉 움켜쥐고 있는 영국의 정관계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았다.

언젠가부터 그를 둘러싸고 무언가 주변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후면 본인 소유 ‘뉴스 오브 더 월드‘에서 휴대폰 해킹 파문이 일어난다.

대형 스캔들로 비화된다.

본인이 직접 영국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

소유한 언론사도 폐간해야 한다.

류지호는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프랭크 캐슬처럼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의 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여주기에.

그것이 자산 100조 원에 무섭게 가까워지고 있는 슈퍼리치의 힘이다.


“수고하셨어요.”


류지호는 영국 매스컴과의 인터뷰를 하루에 몰아서 처리했다.

남은 시간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친구들과 즐기는 것 뿐.


“제니퍼와 비서들도 며칠 유럽에서 쉬다 가요.”

“아닙니다. 저희는 먼저 LA로 돌아갈게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 날 밤.

류지호 부부가 조용히 런던을 떠나 스페인으로 향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여러 연막을 치면서.

류지호 부부는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은 후, 먼저 넘어온 친구들 무리에 합류했다.


작가의말

따스하고 평안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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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1) +4 23.12.18 2,057 10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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