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21,520
추천수 :
126,877
글자수 :
10,687,409

작성
23.12.20 09:05
조회
2,059
추천
97
글자
28쪽

God bless you....!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시민사회가 국가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단체를 일컫는다.

모잠비크에서 냄새를 통해 지뢰를 탐지할 수 있도록 들쥐들을 훈련시키는 단체부터 자막을 넣은 발리우드 뮤직비디오를 저렴하고 효과적인 대중 문맹퇴치 도구로 쓰는 단체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다.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듯....

성금 사용처 문제와 회원 간 노선 대립 등으로 내분에 휩싸이질 않나,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위한 로비를 주요 업무로 하는 단체까지 생겨나면서 NGO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NGO를 감시하는 NGO까지 나타났을까.

수많은 NGO들이 활약하는 대륙.

바로 아프리카다.

류지호와 레오나 부부가 7월 중순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했다.

전용기 외에 따로 화물기도 함께 LA에서 출발했다.

부부의 이번 남아공 방문은 국빈방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 남아공 부통령과 외교·경제 장관, 하우텡 주지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남아공 한국대사관 전 직원(그래봐야 6명)과 프리토리아 한인 사회 지도자들도 총출동했다.


“환영합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국빈급 의전에 준하는 수준의 환영행사가 이어졌다.

몇 개 국가 왕실의전까지 받아본 류지호다.

다소 거창한 환대에도 류지호는 흔들림 없이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레오나가 류지호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퍼스트 레이디가 된 것 같아.”


남아공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 JHO Company Group 오너에 대한 성의표시다.

올해 JHO는 남아공을 아프리카 대륙 거점 국가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서 자회사 사무실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10억 달러 이상 투자했으면 대통령이 나왔을 걸.”


부통령이 맞이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것이다.

참고로 남아공의 수도는 세 개다.

입법수도는 케이프타운(Cape Town)이고, 대통령궁이 위치하고 있는 프리토리아(Pretoria) 는 행정수도, 정치와 문화의 도시이자 최고재판소를 비롯하여 주정부와 주의회가 위치한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은 사법수도다.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는 비록 수도는 아니지만, 남아공 최대의 도시로서 경제의 중심지이며 헌법재판소가 소재하고 있다.

류지호 일행은 보츠와나, 짐바브웨, 모잠비크 세 국가와의 접경지역에 조성된 평화의 공원과 가장 가까운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로 입국했다.


“반갑습니다. 보스!”

“오랜만이야.”


모우알리라는 이름의 40대 초반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흑인 남자는 에티오피아 정부군 출신의 JHO Security 남아공 지부장이다.

에티오피아가 치룬 전쟁을 수차례 경험한 베테랑 군인 출신이다.

미 CIA가 은밀히 지원한 미국 민간군사기업 교관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엘리트 중에 엘리트로 에티오피아 꼬레아 빌리지 출신이다.

채연지 부부가 적극 추천한 인물로 가온그룹 해외 장학생이기도 하다. 매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JHO 컨벤션에도 참가하고 있어 류지호와도 안면이 있었다.


“모우알리도 내 차에 타도록 해.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류지호 부부를 태운 방탄 리무진이 경찰 사이드카와 경호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시내 호텔로 향했다.


“다음 월드컵 개최지가 남아공인 것으로 아는데,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살인, 납치 등 강력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월드컵 같은 국제적 이벤트를 몇 년 안 남기고 강력범죄가 오히려 증가했다?”

“우선 인접국가의 정세불안으로 불법입국자 대폭 늘었습니다. 기존 남아공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니 실업률이 높아지고 사회가 불안정하게 되면서 범죄로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남아공 치안유지 인력의 절대적 부족 현상으로 주택침입 강도사건이 많아 안전한 지역이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JHO와 가온그룹 직원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겠네?”

“강·절도를 일삼는 무리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간혹 총격전을 벌이기는 합니다만 길거리 무법자들에게 당할 정도로 경호가 허술하진 않습니다. 보스.”


만델라 대통령 집권 이전 백인정권 시기에 인종차별정책에 반대, 흑인국가 창설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하던 테러단체들로부터 나온 무기가 완전히 회수되지 않고 강도들에게 악용되고 있다.

단체여행객이 탄 관광버스를 경찰복장을 한 강도가 정차시킨 뒤 물건을 빼앗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의 유리창을 깨트린 뒤 여행객의 손가방과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아 달아나는 경우는 남아공에서 일상이다.


“JHO나 영국계 PMC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량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끝까지 찾아내 보복하니까요.”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게는 복이 될 수도 있다.

2010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남아공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치안유지 인력 및 장비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JHO Security Service가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주로 첨단감시장비 제공과 운용 및 교육 등을 담당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행사 진행 노하우를 남아공 경찰과 월드컵 운영위원회에 컨설팅 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전 삶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사상 처음으로 본선 16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백인 직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하진 않지?”

“그런 하자 있는 자는 아예 JHO에서 받아주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꼬레아 빌리지에 살고 있습니다. 남아공에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불러들일 생각입니다.”

“하루 속히 가족들과 함께 살길 바란다.”

“기회를 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스.”

“채연지 사장에게 잘 해.”

“하하. 마미와 파파에게는 평생 효도해야 합니다.”

“효도를 알아? 그런 것도 학교에서 가르치나?”


모우알리이 서툰 한국말로 진지하게 말했다.


“충, 효. 예. 의리. 그것 빼면 꼬레아 빌리지 출신들은 시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친구가 유교적인 마인드를 자랑하니 류지호는 도대체 에티오피아 꼬레아 빌리지에서 지난 10년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류지호는 몰랐지만, 꼬레아 빌리지 출신으로 JHO와 가온그룹 아프리카 지사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에게 류지호는 구세주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저 돈만 에티오피아로 보냈을 뿐인데도.


‘함민수 그 양반이 아프리카에 신흥종교라도 창시했나....?’


며칠 후에 오랜만에 채연지 사장 부부를 만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에티오피아의 상황을 낱낱이 알게 될 터.


❉ ❉ ❉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국가 아닐까봐 남아공의 행정력은 속이 터지다 못해 문드러질 지경이다.

류지호 부부가 화물기 한 대에 가득 실어온 각종 의약품과 학용품, 식량들에 대한 통관절차가 무척이나 더뎠다.

국빈에 준하는 환영은 환영이고, 일선 공무원들의 행정은 또 다른 문제인 모양이다.

류지호가 직접 남아공 높은 양반들에게 항의도 하고, 급행료를 찔러주고 나서야 통관절차가 속도를 냈다.


“딱 맞춰 도착하셨네요. 맥.”

“혹시 내가 지구를 한 바퀴 돈 거야? 마치 슈퍼맨처럼.”

“빨간 팬티를 입으셨어야죠.”


뉴욕과 런던을 경유하는 노선은 남아공까지 24시간이 걸린다.


“샬롯, 촬영 중에 이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제 고향에 온 거랍니다. 오히려 미스터 할리우드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신체 비율이 좋은 여배우로 평가 받는 샬롯 테론이다.

어디 가서 유명세로 전혀 밀리지 않는 류지호와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남아공에서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샬롯 테론에게 양보해야 했다.

남아공이 배출한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였기 때문이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굴욕이군.”

“MJ과 함께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대중들은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을 좋아하겠죠.”


남아공 일반 사람들은 류지호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눈치다.

류지호에 대한 반응들이 뜨뜻미지근했다.

반면에 맥클로닌 윌리엄스와 샬롯 테론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곧장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귀빈 초청 만찬에 참석해 남아공 주요 인사들과 환담을 나눴다.

평화의 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유명인사들과도 담소를 나눴다.

남아공 평화공원재단 대표, 유네스코본부 세계유산 부소장, DMX포럼 대표, 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 만델라재단 대표, 야생동물보전협회, 터너재단, 노틸러스연구소, 저명한 생물학자들, 조류전문가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부회장, 환경운동단체 및 국제 비정부기구 남아공 지부장 등과 대화할 때는 레오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섰다.

경제인 혹은 관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운동가나 NGO 수장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다.


“영광이에요.”


레오나는 넬슨 만델라 전남아공 대통령과 만남을 무척이나 감격해 했다.

마치 아이돌 스타를 마주한 소녀팬 같았다.

그 모습이 남아공 매스컴을 타고 크게 보도되었다.

미모까지 더해져 샬롯 테런과 함께 남아공 온 매스컴을 수놓았다.


다음 날.


평화의 공원 개장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이 시기 아프리카에는 20개의 접경지역에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1997년 남아프리카의 국제야생동물기금(WWF)의 도움으로 평화공원재단이 설립되고 터너 재단, JHO 재단 등 미국계 자선재단이 기부를 함으로써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관광을 활성화시키는 협력을 통해 지역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평화공원 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113개 국가에 169개의 평화공원이 조성될 수 있는 지역으로 조사되었다.

한국과 북한의 비무장지대도 후보지 중에 하나다.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으로 류지호의 축사가 빠질 수 없었다.


“미래의 초강대국은 전투기와 탱크 잠수함들을 대량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 교육과 과학발전을 이루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연 1조 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의 군사예산을 절반으로 줄여 교육과 복지 등 인류에 유용한 부분에 투자해야 합니다.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했습니다. 처음 왔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대륙 어딘가의 소년 한 명을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시설을 짓고 수업을 제공하는 일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아에게 특히 불리한 성 차별, 가사 노동, 조혼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배움을 통해 자신의 꿈을 마음껏 일궈 나갈 수 있도록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평화가 없이는 평화공원이 있을 수 없습니다. 부디 아프리카와 제 조국... 모두에서 총과 대포 대신 서로의 손을 내밀고 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남한과 북한 간의 평화협력지대 제안을 했다.

공동어로구역과 평화공원이라는 개념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계의 곳곳의 분쟁국가들에게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착한’ 해법의 일환으로 모색되어 왔다.

대표적인 곳이 홍해 아카바 국제해상평화공원이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기지와 군함으로 긴장이 고조됐던 아카바만에는 1994년 중동 평화협정을 계기로 해상평화공원과 경제특구가 설치됐다.

유럽의 화약고로 꼽히던 알바니아·몬테네그로·코소보의 접경지역에도, 폴란드·슬로바키아의 접경지역인 타트라 초국경평화공원을 모델로 삼아 발칸평화공원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종족 분쟁이 빈번했던 아프리카에서도 이와 유사한 초국경평화공원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식행사가 끝나고 류지호 부부가 평화공원을 둘러봤다.


“한국의 DMZ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면 좋겠다, 그치?”

“비무장지대가 안전한 것으로 보장만 받을 수 있다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겠지.”

“아프리카에서 국경의 울타리를 잘라버리며 군사적인 의미의 울타리를 제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대. 한국에서라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유네스코본부 세계유산센터 부소장이 부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반도의 DMZ가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려면 DMZ의 가치가 훼손되기 전에 추진돼야 합니다. 철조망이나 지뢰 같은 전쟁의 흔적이 우선적으로 없어져야 합니다.“

“.....”

"세계유산조약에 비준을 해야 세계유산에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힘과 지원을 받게 되고, 특히 국제법으로 보장된 법률적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류지호도 잘 알고 있다.

다울재단이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개장 행사 이후 일정으로 남아공 거주 교민들을 위로하는 연회를 열었다.

남아공의 영화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세미나에도 참석 했다.

남아공 주재 그룹 임직원들을 위해 성대한 파티도 열었다.


“MJ가 남아공에 가면 꼭 타보라고 하더라.”


대통령 재임 시절의 넬슨 만델라는 마이키 잭슨 같은 톱스타나 귀빈들과 함께 남아공 국철인 블루트레인을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이키 잭슨은 이번에 남아공 방문을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며 류지호에게 블루트레인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중요 일정을 모두 소화한 류지호는 맥클로닌 윌리엄스 부부를 초대해 함께 남아프리카의 명물 블루트레인 여행을 즐겼다.

남아공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두 개의 사파리 기차가 있다.

바로 블루트레인(Blue Train)과 로보스레일(Rovos Rail)이다.

승객수보다 더 많은 승무원, 티 서비스로 시작되는 모닝콜부터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와인 한 잔까지 24시간 끊이지 않고 제공되는 서비스를 경험한 여행자들은 아프리카 최고의 여행으로 이 트레인 사파리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남부 아프리카 패키지 관광은 약 2주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크루거 국립공원,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까지 세 군데를 도는 일정이다.

트레인 사파리 투어도 그 지역들을 중심으로 코스가 짜여 있다.

류지호 부부는 가장 짧지만 인기 있는 1박 2일 블루트레인 코스를 선택했다.

두 열차 투어는 최고급 시설에 엄청난 여행경비가 소요된다.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의 물가수준을 감안해서 보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600㎞를 이동하는 데 드는 요금이 성수기 럭셔리 스위트 기준으로 하룻밤에 약 2,000 달러다.

남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요하네스버그의 봉급생활자 한 달 평균 임금이 백인의 경우 600~780달러, 흑인은 220∼227달러 수준이다.

백인 화이트칼라도 세 달의 월급을 모아야 하고, 흑인이 경우 일 년을 모아야 블루트레인이나 로보스레일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열차 노선을 생각해낸 것일까?”


레오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척박한 아프리카 대륙을 생각해보면, 이런 호화판 열차가 이질감이 너무 컸다.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데베어스라는 광산 회사 알지?”

“알지. 전형적인 제국주의자 회사.”

“데베어스 설립자의 꿈이 케이프타운에서 이집트의 카이로까지 아프리카 종단 열차를 건설하는 것이었대. 금과 다이아몬드를 운반하기 위한 것이었지. 비록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현되지 않았지만 남아공에서 콩고까지의 노선은 건설됐어. 이 기차는 식민지의 물자를 효과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정복자들의 목적에서 시작된 셈이지만, 이제는 부유한 관광객을 싣고 달리는 초호화 열차로 변신해서 관광수입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블루트레인의 종업원은 대부분 흑인이다.

놀라운 것은 서비스하는 그들의 태도이다.

승객이라면 누구나 마치 노예를 부리고 있는 왕처럼 행동할 수 있게끔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다.


“기분이 좀 그러네.”

“역할놀이인 척 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손님이 왕이란 서비스 정신을 돋보이게 하는 구호에 입각해도 이 호화판 서비스가 가진 이면의 사상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로보스레일을 탈 걸....”


로보스레일은 쾌활한 유니폼을 입은 백인 일색이다.

‘현대판 귀족의 호화로움의 극치’를 맛보게 해주는 블루트레인과는 달리 로보스레일은 ‘재미있고 친근한 여행’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게 콘셉트란다.

어쨌든 케이프타운을 향해 출발했고, 맥클로닌 윌리엄스 부부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아서 두 사람도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종업원들에게 최대한 넉넉하게 팁을 챙겨주었다.

식당차에서 진행되는 저녁식사 때는 모든 승객이 예외 없이 정장 차림을 해야 했다.

남아프리카 전통요리가 포함된 다국적 스타일의 요리가 제공되며 최고급 남아공산 와인도 맛볼 수 있었다.


“맥....?”

“앞으로 술은 입에 대지 않을 생각이야.”

“음료잖아요.”

“Jay. 네 녀석이 내 등을 떠밀었어. 술과 마약을 끊으라고.”

"어떠세요. 버틸만 하세요?"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이야."

"자기를 망치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죠."

"이제는 젊은 친구들과 서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캘리포니아 바다 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짤 거예요. 파도 또한 만만치 않을 거고."

"아내가 주치의 말을 너무 잘 따르고 있어서 음식의 간이 싱거운데 잘 되었군. 난 끔찍한 맛에 도전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

"Nothing bad's gonna happen. Gotta have a faith.“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지난겨울에 촬영을 마친 <어거스트 러쉬>의 대사다.

믿음을 가지면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말이다.

아내의 요리가 당장 맛이 없더라도 나아질 거라는 믿음....도 패러디하는.

레오나가 류지호의 발을 건드렸다.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프리카를 떠날 때까지 저 역시 알코올음료를 멀리하겠어요.”


그렇게 류지호와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아프리카에 머무는 동안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는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덩달아 수행원들도 눈치가 보여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몇 년 만 더 살아줘요. 맥....!“


❉ ❉ ❉


유럽으로 떠나는 맥클로닌 윌리엄스를 배웅한 류지호 부부는 국경없는의사회(MSF·Medecins Sans Frontieres)에 합류했다.


-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

1971년 프랑스 적십자사 소속 의사와 언론인들이 설립한 국경없는의사회가 내건 제1의 원칙이다.

정치·종교·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의료지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돕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경없는 의사회는 전쟁과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모두가 기피하는 곳에서 마지막까지 구호활동을 펼치며 ‘인류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해 예산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이 거대한 국제구호단체는 들쑥날쑥해진 기부금으로 인해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 지원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자들의 후원금은 거의 받지 않는다.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지난 90년대부터 개인적으로 매년 100만 달러 상당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 유니세프, 국제보건기구에도 각각 100만 달러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번 남아공 방문에서 요하네스버그 국경없는 의사회 사무소에 3톤 규모의 의약품과 지원물품을 기부했다.


“바로셀로나·아테나 OC에서 허가를 늦게 하는 바람에 물량을 그렇게 많이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류지호가 화물기에 실어온 의약품은 가뭄 속에 단비다.


“제네바에서 허락한다면 하반기에도 이번 만큼에 의약품을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할리우드.”


국경없는 의사회 총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실질적으로는 파리(OCP : Operational Center Paris), 브뤼셀 (OCB), 암스테르담(OCA), 바르셀로나·아테네 (OCBA) 등 운영 센터가 독립적으로 운영을 한다.

통합적인 정책을 논할 때에는 각 지부의 대표가 제네바 회의를 열어 결정하는 구조다.

류지호는 콩고 혹은 소말리아 지역에 곧바로 전달되길 원했다.

약탈을 당할 수 있다면서 국경없는 의사회 운영센터에서 난색을 표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적인 NGO답게 조직이 꽤나 잘 갖춰져 있다.

의료구호에 앞장서는 단체기 때문에 의료 계열 업무가 대부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행정과 수송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비의료인이 49%에 달하며, 스태프의 83%가 현지인이다.

실제 파견되는 의사는 매우 극소수다.

매해 의료진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단다.


“소말리아도 방문 하십니까?”

“에티오피아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오가덴 지역은 가능한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지역에서 에티오피아 정규군의 만행이 심각하다고 보고 받긴 했습니다.”

“우리 구호팀도 오가덴과 모가디슈에서 큰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미군도 포기하고 나갔다는(?) 소말리아.

그곳에 상주하는 국경없는 의사회 현장 스태프는 무려 1,348명이다.

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에티오피아 오가덴과 소말리아 지역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한다.


“No arms on board를 고집하고 있다고요?”

“예.”

“굳이 위험을 사서 짊어질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우리는 폭력적인 수단이 옳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국경없는 의사회에 속한 차량들은 'No arms on board'(차량 내에 무기 없음)라는 표지판을 달고 활동한다.

분쟁 지역에서 국경없는 의사회가 무장한 이들에게 에스코트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며 약탈이나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소말리아 내에서 너무 잦은 살해·공격·납치로 인해 2013년 이후 모든 의료 지원 활동을 중단 한다고 발표하게 된다.


“주님의 가호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미스터 할리우드.”

“행운을 빕니다.”


류지호는 케이프타운 지부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캠프를 나섰다.


부우웅.


류지호와 레오나를 태운 방탄 차량이 케이프타운 외곽 지역을 벗어나 시내로 점점 다가갔다.

과거 남아공은 백인과 흑인의 거주지 분리 정책을 폈다.

1994년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돼 최초의 흑인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기간에 이뤄졌다.

백인과 유색인종을 분리하려고 강, 숲, 장벽 등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왕래를 차단했다.

만델라 집권 이후 흑인 빈민촌 일대를 공원이나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기대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매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변할 정도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고, 정치도, 문화도 점차 흑인 중심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일부 젊은 백인은 생기를 잃고 도태되고 있다.


“모우알리....혹시 아프리카에 백인 빈민도 있어?”

“.....?”


모우알리가 다시 자세를 바로 한 후 창밖으로 스쳐가는 빈민촌을 살폈다.

곳곳에서 추레한 몰골의 백인 빈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우알리에게는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흑인 빈민촌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 빈민들.


“저렇게 고물 캠핑카라도 공터에 가져다 놓고 거주하는 백인들은 그나마 나은 겁니다.”

“백인이 흑인 빈민촌에서 빈민으로 살아간다고?”

“빈민촌 안쪽으로 들어가진 못합니다. 저렇듯 외곽지역 귀퉁이를 차지하고 살고 있는 백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백인들만을 위한 아파르트헤이트가 종말을 고한 것은 남아공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다들 넬슨 만델라를 칭송하고 있다.

문제는 갑작스레 권력을 쥔 흑인 지배계급의 서툰 정치력과 행정력이다.

사회 빈곤계층으로 몰락한 일부 백인들은 재기의 날을 세워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솔직히 백인 빈곤계층에 대한 관심과 도움은 백인만이 줄 수 있습니다. 흑인 권력자와 부자들은 절대 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은 공정하게 흑인 빈민들도 방치하지 만요.”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까.

반세기 동안 흑인을 핍박한 것에 대한 천벌?

차별 받던 사람들의 세상이 열렸다.

헌데 차별과 핍박을 받았던 당사자들이 이제는 반대로 차별을 행하는 입장이 됐다.


“왠지 확 깨네.....!”

“LA와 뉴욕에도 백인 빈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걸.”


레오나는 위로하라고 한 말이겠지만, 듣는 류지호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물론 오늘 본 광경이 남아공 전체의 모습을 아닐 터.

그럼에도 류지호의 전두엽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


류지호가 경험한 미국 사회 내부는 인도 카스트제도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차별 사회다.

인종, 학력, 성별,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 문제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

모두가 겉으로는 차별에 반대한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여러 차별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권력과 부의 헤게모니를 백인엘리트들이 90% 이상 독점하는 구조다.

워낙 공고해서 이를 깰 엄두조차 못 낸다.

한국은 국가고시 같은 방식으로 계층 사다리를 뛰어넘을 여지라도 있지.

미국에서 하위 계층에서 태어난 사람은 상위 계층으로 몇 단계 점프해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류지호가 미국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일을 만들어냈기에.

백인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의 아메리칸 드림의 장본인이 류지호다.


‘백인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존재하는데 말 다했지.’


레드넥(Redneck), 백인 쓰레기(White Trash), 폐기물 인간(Waste People), 힐빌리(Hill Blly), 클레이 이터(clay eater), 트레일러 쓰레기, 백인 깜둥이, 습지 인간, 느림보 등.

모두 미국에서 백인 하류층을 부르는 말이다.

식민지 개척 초기인 15세기부터 존재하던 표현들이다.

미국 주류 사회는 하류층 백인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게으름', 무능' 탓으로 돌린다.

사실 미국 빈민층의 14% 이상이 백인이다.

미국사회는 이미 20세기에 인종, 학력, 성별과 상관없이 스타트 라인 자체가 계층별로 전혀 다른 사회가 고착화되었다.

한국도 점차 그렇게 되어 가고 있고.


“아까부터 무슨 생각해?”

“가진 놈에게 세상은 놀이터요 없는 놈에게는 지옥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 것 같아서.”


부부는 같은 인종 안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현대판 카스트에 대해 토론하다가 식사 시간을 놓쳤다.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결론이 날 수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20 13:11
    No. 1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20 17:48
    No. 2

    아프리카도 야생동물이 멸종 상태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기장 큰 공원 코끼리수가 50마리 라고
    합니다 수백마리씩 때지어 이동하는건 TV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20 17:51
    No. 3

    작년에 남아공에 있는 삼x과 Lx 공장 폭도들에게
    전소 된걸로 압니다.
    모든 기자재 와 설비 는 도둑 맏고요.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5 협객이 된 기분이야. (1) +4 23.12.27 1,821 89 23쪽
724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2) +5 23.12.26 1,991 94 26쪽
723 하고 싶고 해야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1) +5 23.12.26 1,872 90 24쪽
722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3) +7 23.12.25 2,006 97 26쪽
721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2) +8 23.12.23 2,062 99 25쪽
720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1) +3 23.12.22 1,984 93 23쪽
719 도둑질 하지 말라! +5 23.12.22 1,866 91 26쪽
718 God bless you....! (3) +6 23.12.21 1,945 107 24쪽
717 God bless you....! (2) +3 23.12.21 1,843 93 25쪽
» God bless you....! (1) +3 23.12.20 2,060 97 28쪽
715 역경은 반드시 교훈을 남긴다. +3 23.12.20 1,975 92 27쪽
714 형제는 저작권 부자였다. +7 23.12.19 2,069 96 27쪽
713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2) +3 23.12.19 1,877 91 25쪽
712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1) +4 23.12.18 2,056 102 24쪽
711 맨유가 아니라, 내 친구가 더 대단해...! +3 23.12.18 1,956 101 26쪽
710 노총각 탈출이구나! (2) +8 23.12.16 2,095 107 22쪽
709 노총각 탈출이구나! (1) +7 23.12.15 2,124 104 23쪽
708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4) +3 23.12.15 1,928 87 26쪽
707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3) +7 23.12.14 2,038 103 24쪽
706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2) +4 23.12.14 1,890 91 21쪽
705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1) +6 23.12.13 2,031 110 22쪽
704 Change The Future! (3) +4 23.12.13 1,884 96 26쪽
703 Change The Future! (2) +8 23.12.12 1,996 100 22쪽
702 Change The Future! (1) +4 23.12.12 1,883 101 23쪽
701 평범한 하루들.... (5) +12 23.12.11 2,030 112 25쪽
700 평범한 하루들.... (4) +5 23.12.11 1,927 99 25쪽
699 평범한 하루들.... (3) +6 23.12.09 2,097 101 24쪽
698 평범한 하루들.... (2) +5 23.12.08 2,089 105 24쪽
697 평범한 하루들.... (1) +4 23.12.08 1,980 99 23쪽
696 Frank Castle. (7) +5 23.12.07 1,970 106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