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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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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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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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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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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Frank Castle. (7)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복수를 행하는 자의 정서는 매우 야생적이다.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혼자 집행하는 정의이기도 하다.

2003년에 개봉한 <데어데블>에서 법과 정의, 야생의 복수와 사회적 처벌에 대한 딜레마를 전편에 걸쳐서 암시했다.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대원의 두 얼굴을 가진 맷 머독을 통해 <Hell's Kitchen> 세계관을 관통하는 테마를 드러냈다.

따라서 맷 머독의 정의와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는 프랭크 캐슬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Frank Castle>에서 데어데블이 등장함으로써 퍼니셔의 고민과 딜레마를 보여줄 수 있다.

구구절절 시간을 할애해 프랭크 캐슬의 정의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데어데블과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캐릭터가 명확해 질 수가 있다.

<Frank Castle>에서 데어데블은 갱단 살해자로서 재판을 받게 된 프랭크 캐슬의 법률대리인으로 첫 등장한다.

맷 머독은 악을 처벌하기 위해 더한 악으로 상대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프랭크 캐슬은 그런 맷 머독의 변호에 비협조로 일관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꽃피는 것 봤나? 쓰레기는 태워야 해. 그래야 병균이 사람에게 옮겨지지 않아.]

[쓰레기라고 해서 모두 폐기하는 건 아닙니다. 분리해서 재활용하기도 하고 녹여서 다른 걸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물건과 인간은 다르다.]

[맞아요. 당신이 죽인 건 사람입니다. 신이 만든 건 물건이 아니라 선량한 인간입니다.]

[신은 변호사 나으리나 믿어. 난 화약과 내 의지를 믿었을 뿐. 내 행위에 후회 따위 없다.]


프랭크 캐슬은 사형제도가 있는 주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까지 한다.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수행했을 뿐. 난 나쁜 사람은 아니다. 넌 너의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는 거야. 윈-윈은 아니지만 그것에 최대한 가까운 것이지. 내가 가족의 옆에 묻힐 수 있게 도와라. 그래서 넌 착한 일을 하다 영웅이 되는 거야.]


맷 머독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결과는 200년이 넘는 형량의 종신형을 받는 것으로 판결이 난다.

재판과 관련한 시퀀스를 길게 묘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법과 야생의 정의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또 코믹스 기반 히어로 판타지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장면이다.

트릴로지로 만들었다면 좀 더 치밀하게 프랭크 캐슬의 고뇌와 정신분석학적 접근법으로 심리 상태를 설명하고, 현실적인 설정을 치밀하게 깔아두어서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겠지만.

일단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임무, 현실의 법체계, 사법 거래, 월가의 도덕적 해이 등 미국 사회의 일면을 암시함으로써 현실적인 히어로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중범죄자만 모아놓은 교도소가 직소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다.

그 틈을 타서 일부 중범죄자들이 탈옥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데어데블‘이 나타난다.

두 히어로가 힘을 합쳐 탈주한 죄수들을 잡아들이는 일 따위는 없다.

데어데블은 탈옥한 죄수보다 프랭크 캐슬이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교도소를 나서려는 프랭크 캐슬을 막아서게 된다.


[그 미친놈을 잡아 가두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끝날까? 헬스키친 중범죄자들을 가두어놓은 교도소에서 하루라도 살아봤다면 그런 소리 못할 거야. 자경단 나으리. 난 악의 근원 자체를 무너뜨릴 거야. 다시는 악이 자라지 못하도록!]


이 장면 전까지 프랭크 캐슬의 무력은 주로 사격술과 전술적 전투 위주로 묘사되었다.

교도소 탈옥 에피소드에서는 맨손격투술에도 능통하다는 걸 보여준다.

무술에 능한 데어데블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직접 몸으로 구현했을 때 빚어지는 약간의 어설픔과 둔탁함.

현장의 아슬아슬한 공기가 날것 그대로 전달도록 격투 시퀀스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살아 있는 액션을 잘 담아내는 것.

단순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류지호는 편집을 잘게 쪼개지 않고 한 호흡에 보여주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연출 스타일로 인해 매번 스턴트맨들은 어디에도 숨을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액션을 보여야 했다.


<Tekken : Blood Vengeance>.


이전 삶에서 2011년 개봉한 3D 애니메이션이었다.

동명의 콘솔게임을 실사화한 영화였는데, 류지호는 클라이맥스에서 헤이하치와 진 그리고 카즈야가 1:1:1로 사투를 벌이는 시퀀스에서 영감을 받아 콘티를 짰다.

세세한 액션이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격투 액션시퀀스의 콘셉트와 카메라 워킹은 얼추 생각해냈다.

그것을 구체화 시킨 것은 빅키 햄휴즈팀이었고.

빅키는 류지호의 연출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스턴트 안무가다.

편집기교를 통해 동작을 눈속임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는 것.

기술적으로 장면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순간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관객에게 액션의 동작을 더 자세하게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치를 바꿔야 하는 불안정한 순간일 때다.

류지호가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구현해내기 위해 모두가 애를 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그럼에도 매번 최대치를 가져오는 크루들이다.


“이러니 영화할 맛이 나지.”


2분 24초짜리 퍼니셔 VS 데어데블의 격투장면은 대전격투게임 시네마틱 영상 못지않은 박진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교도소에서 프랭크 캐슬과 중범죄자들의 협공에 부상을 당한 데어데블은 잠시 영화에서 퇴장한다.

그리고 퍼니셔로 각성한 프랭크 캐슬이 직소의 소굴로 쳐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너와 내가 다른 점이 뭔 줄 알아?]

[.....!]

[네가 잡은 놈들은 다시 돌아오고, 내가 잡은 놈들은 다시 이 도시로 못 돌아와. 영원히!]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법에 앞서 처형해서는 안 돼.]

[이봐. 자경단 나리. 난 말이야. 내가 전쟁터에서 저지른 죄악 때문에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어. 하지만 난 옳은 일을 했던 거야. 결국 내 가족의 적들을 처리한 것이었으니까.]

[맞아.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했을 뿐, 잘못은 없어.]

[다시는 나와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만들어야해.]

[법과 시민의식이 그렇게 바꿀 수 있어. 우리가 힘을 모으면.....]

[사람은 안 바뀌어. 그렇다면 세상을 바꾸어야 하겠지. 놈들에게도 똑같은 공포를 선사하겠어. 퍼니셔가 있는 한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기에 앞서 행동을 조심해야 할 거야.]


분노를 전투로 승화할 수 있게 된 프랭크 캐슬이다.

한층 더 전략적이며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데어데블과 맞선다.

프랭크 캐슬은 마스크 너머의 목소리가 낯익은 것을 통해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데어데블임을 간파한다.

맹인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마치 데어데블과는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 답을 알려주는 것 같다.

“데어데블이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웠다면 퍼니셔와 좀 더 처절했을 수도 있지만.”


최후의 전장으로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느낌이다.

최종편에서 두 다크 히어로가 연합할 수도 있는 암시이기도 하고.

마침내 클라이맥스 시퀀스만 남겨두고 있다.

여러 차례 손발을 맞춰서 그런지, 딱히 문제랄 것 없이 순조롭게 프로덕션이 진행됐다.

예산을 쥐어짜서 클라이맥스에서 터트렸다.

각종 무기를 다룸에 있어 능통하고 백병전에도 능통하며 전략 전술가인 퍼니셔의 정체성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액션영화 구성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

주인공의 심리와 분노 지수를 서서히 끌어올리다가 클라이맥스에서 시원하게 터트리면 된다.

관객들은 알면서도 쾌감을 느낀다.

류지호는 느슨한 클리셰는 가급적 피했다.

그러면서도 코믹스 세계관의 중요한 포인트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다.

기존의 퍼니셔 팬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꼼꼼하게 서사를 짰다.

처음부터 일당백의 무지막지한 프랭크 캐슬을 보여주는 것 대신 직소의 함정에 빠져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데어데블에게 막히기도 하는 것 같은.

거의 모든 액션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가 있다.

주인공이 어이없게 정신을 잃고 악당 패거리에게 잡혀간 후 고문을 빙자해 기절한 주인을 깨워 대화를 시도하다 역습을 당하는 상황들.

그런 에피소드가 <Frank Castle>에서는 없다.

그 반대다.

프랭크 캐슬은 히어로인 주제에 갱단원을 잔인하게 고문한다.

<The Killing Road>의 밴 사이퍼와 겹쳐 보일 정도다.

심지어 정보를 토설한 악당을 미련 없이 죽여 버리기까지 한다.

선의 편에 선 주제에 악당 같은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퍼니셔가 엄청난 내구성이 있다.

류지호의 <Frank Castle>에서는 멀쩡한 컨디션일 때가 거의 없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오히려 상태가 가장 멀쩡하다.

그 외에 퍼니셔가 되어가며 무수한 전투를 치루며 찢어지고 부러지고 피를 흘린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력으로 악을 처단하느라 고단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갱단원과 전투를 벌이고,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프랭크 캐슬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연민이 느껴진다.


짝짝짝!


SliverCup Studios 대형 세트장에서 박수가 터졌다.

군사기지화 된 직소의 대저택 내부 세트에서 진행된 전투를 마지막으로 <Frank Castle>의 모든 촬영이 끝났다.

자축하는 박수다.

13주 62회 차 촬영.

필라델피아, 뉴저지, 뉴욕, 토론토를 옮겨가며 촬영했다.

숨 가쁜 나날이었다.

사실적인 스턴트를 추구하다보니 자잘한 사고가 빈번했다.

천만 다행으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작은 부상이라도 입은 스태프와 배우는 영화보험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류지호는 따로 비서실을 통해 부상치료를 받는 스턴트맨들에게 위로금을 보냈다.

보험금을 받는다고 해도,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할 터.

생활고를 겪는 스턴트맨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스태프로 일하면 모두가 살만하다고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많은 스태프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

보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LA나 뉴욕시의 높은 물가는 물론이고, 세금 또 건강보험 같은 지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굶어죽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영화 직능별 노조가 영화제작가조합과 정기 임금인상 협상을 벌일 때 최저임금 부분에서 단돈 1센트 가지고도 치열하게 싸운다.

하위계층의 스태프들의 최저생계를 담보해주기 위해서.

크랭크업 파티에서 앨론 포스터가 투덜거렸다.


“네 개인적으로 스태프들 돈을 주지 마. 내가 뭐가 돼?”

“......”

“자꾸 그러니까 슈퍼리치가 취미로 영화 찍는다는 소리가 나오잖아.”

“슈퍼리치라는 말은 맞잖아. 취미로 영화 찍어서 나 정도 성과 낸 감독 있어?”

“그래 너 잘났다.”

“왜 심통이 나 있는데?”

“아카데미 프로모션 안 할 거야?”

“뭐로... <군계>?”

“그래. 곧 아카데미 시즌이잖아.”

“<군계>는 JHO 작품도 아닌데 왜 앨런이 신경 써?”

“이번 오스카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오려고?”


<군계>는 79회 아카데미상에서 각색상과 최우수외국영화상 두 부분의 후보로 올랐다.


“기대 안 해.”

“각색상은 그렇다고 해도 외국어영화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난 다른 영화에 투표했어.”

“뭔데?”

“<타인의 삶>.”

“...음. 강력한 경쟁작이지.”

“올해는 마티를 위해 축배를 들자고.”


올해 아카데미에서 트라이-스텔라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비록 다수의 박스오피스 흥행작을 내놓았지만, 오스카 노미네이트 작품은 단 한 작품밖에 없었다.

마르틴 스콜체제 감독의 <디파티드>가 기대를 모으고 있을 뿐.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대로 흘러간다면 <디파티드>가 올해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았다.

각색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군계>는 <디파티드>와 <타인의 삶>과 경쟁을 벌인다.

한창 <Frank Castle> 촬영이 진행 중일 때, 미국내 각종 영화시상식들이 열렸다.

<군계>는 주요 비평가협회 주최 시상식에서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대체로 비평가가 주는 상을 못 받게 되면 아카데미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딴에 영화 예술적으로 전위에 있는 영화가 <군계>다.

덜 대중적이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꽤 의미 있는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대중성이 없다고?

안타깝지만 북미의 반응은 많이 다르다.

백인 남성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성이 없는 영화다.


“오스카 시즌에 한국에 가 있을 거야?”

“나 하나 빠진다고 태가 날까 싶어.”

“도쿄다카라와 WaW에서 그러길 바랄까?”


류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기에.


“오스카는 아직 3주 이상 남았어. 그 사이 일본과 한국의 영화사들과 조율을 하면 되겠지.”


크랭크 업 파티까지 끝나자, 모두가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졌다.

포스트 프로덕션은 LA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촬영 소스들이 서부로 배달되었다.


✻ ✻ ✻


모두가 돌아갔지만, 류지호는 여전히 뉴욕 맨해튼에 머물렀다.

아내인 레오나가 변호사 시험을 치룰 때까지 뉴욕에 머물 계획이다.

한국의 설 명절을 보내고 나서 벨 에어의 새롭게 마련한 주택에 살림을 차리게 된다.

레오나가 저녁을 먹으며 물었다.


“영화는 언제 개봉하기로 했어?”

“올해 여름 영화들이 만만치 않아서 10월 비수기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하반기는 만만해?”

“프랜차이즈 시리즈들이 있긴 한데....”


워너-타임의 <나는 전설이다>와 LOG의 <내셔널 트레저>가 크리스마스 시즌 기대작이다.

참고로 올해 최대 흥행작들은 3월 <300>을 시작으로 5월 <스파이더맨Ⅲ>,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 <트랜스포머>, <슈렉>, 7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심슨 가족 더 무비> 등이 여름시즌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다이하드4.0>, <본 얼티메이텀> 등 아날로그 액션 스타일의 프랜차이즈를 배급한다.

참고로 <다이하드> 판권은 오랜 시간 여려 군데로 나뉘어 있었다.

첫 배급은 20세기 PARKs가 했지만, 일부 판권이 돌고 돌아 오라이언 픽처스까지 흘러왔었다.

오라이언의 저작권을 모두 흡수한 곳이 트라이-스텔라였다.

따라서 북미 배급은 20세기 PARKs가 해외 배급은 트라이-스텔라가 분담했다.

어쨌든 여름 성수기 전에는 <Frank Castle>의 배급 시점을 잡을 수 없었다.

대작들 틈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기에.


“이번에도 잘되지 않을까, 미스터 할리우드?”

“R등급이라 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액션영화는 잘 안 망한다면서?”

“그것도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가에 따라 다르겠지.”


<다이하드> 시리즈, <리쎌 웨폰> 시리즈 같이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980년대 말~90년대 초를 지나 아날로그 액션에 기반을 둔 영화들이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요인 중에 하나가 VFX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할리우드에 새로운 혁신을 끌고 들어온 것이 다름 아닌 <매트릭스>다.

위엔우핑의 스턴트 디자인은 이전까지는 그저 신비의 대상이었던 동양무술이 할리우드에서 본격적으로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매트릭스>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다.

액션 스턴트 분야에서 단순히 오리엔탈리즘 마샬아츠의 재해석에 머물지 않았다.

사실상 이 영화를 기점으로 폭발과 스턴트 액션이 차지했던 액션 볼거리는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비현실적인 액션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타난 영화가 코믹스 기반의 <X-맨>과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이었다.

바야흐로 액션 블록버스터의 해가 지고 SF 및 코믹스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블록버스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적인 규모를 중심에 놓고 보면 액션영화는 서서히 비주류 장르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액션영화의 흐름은 주로 버디 형사물의 전통을 계승발전된 형태로 나타났다.

중후반으로 가면서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 놓은 수많은 FX 효과들의 자리를 CG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물론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영화들도 나오긴 하지만, 대체로 아이디어와 콘셉트로 승부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흐름이 변했다.

2000년대 들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넘쳐나고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율동 장면이 넘쳐나는 액션영화들이다.

그럼에도 ‘액션’에 방점을 찍고 보면, 할리우드 액션장르는 늘 일정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며 할리우드의 주요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스 에버트는 액션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액션은 스릴러나 서스펜스와 마찬가지로 장르가 아니라 일종의 효과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액션영화는 정형화된 형식을 갖춘 장르가 아니다.

사실 <다크나이트> 같은 영화에 히어로 액션 장르만 가져다 붙이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달링~ 내가 변호사가 되려는 걸 왜 한 번도 반대 안했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으니까.”

“내가 변호사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

“응.”

“왜?”

“아무도 그 길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추천하지 않았으니까.”


본인이 선택한 길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잘 해서 무언가를 하진 않아. 잘하려고 노력할 뿐이지.”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달링을 괴롭힌다면 내가 법으로 본때를 보여줄 게.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소한 복수를 벌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복수극이 벌어지는 걸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헌데 보통의 사람들은 법을 어기면서 또는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는 수준의 복수를 감행하진 않는다.

그것이 이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학습이 된 시민의 일반적인 자세다.

<데어데블>에서 맷 머독이 말했다.


[정의가 당신을 찾기 전에, 당신 스스로 정의를 찾으세요.]


❉ ❉ ❉


레오나의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한국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선물이 도착했다.

주로 엿이었다. 류아라는 도끼를, 류순호는 다트를 보내왔다.

잘 붙고, 잘 찍으라는 의미란다.

시댁에서는 찹쌀떡을 보내려고 했단다.

음식의 경우 상할 것과 통관 등을 고려해 엿을 보내왔다.

그것도 전국 각지의 유명한 엿들을 구해서.


“한국인인 나도 엿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 줄은 처음 알았네.”


강원도의 옥수수엿, 울릉도 호박엿, 충청도의 무엿, 전라도의 고구마엿 등.

제주도에서 꿩고기를 넣어 조려서 만든 약용으로 쓴다는 꿩엿도 있었다.


“긴장돼?”

“...조금.”


뉴욕주 변호사 시험은 이틀에 걸쳐 시행된다.

첫날에는 기본 판례법 외에 뉴욕 고유의 법들을 평가한다.

둘째 날은 로스쿨 1학년 때 배우는 기본적인 판례법 7과목을 평가한다.

뉴욕 주 변호사 시험은 주 내 여러 도시에서 시행되는데, 레오나는 집에서 가까운 맨해튼 시험장을 선택했다.

시험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시험장 입실을 7시 30분까지.

당일 아침 레오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류지호의 인도에 따라 복식호흡도 하고, 스트레칭도 꼼꼼하게 했다.

류지호가 억지로 입에 물려준 엿을 깨물며 레오나 집을 나섰다.


아작!


류지호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직접 운정해 레오나를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왓 더....!”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응시자들을 보며 류지호가 다소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달링?”


레오나의 부름에 류지호가 얼른 정신을 차렸다.


“5시에 데리러 올게. 쪽.”


류지호의 격려의 키스세례를 받은 후, 남편이 직접 준비해 준 도시락을 들고 레오나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험장에 들일 수 있는 물품이 워낙 제한되어 있다.

철저하게 검사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8시 30분 전에는 그 많은 응시생들이 시험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류지호는 마지막 응시생이 시험장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입구에서 지켜봤다.

남들은 류지호가 덩달아 긴장할 줄 아는 모양이다.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지루는 이틀 동안, 계속해서 물었다.

류지호는 걱정을 전혀 안 했다.

이번에 떨어져도 다시 응시하면 된다.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자격증을 취득해도 되고.

레오나는 이틀 동안 류지호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도시락을 먹었다.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다.

그저 레오나가 평소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것들로 준비했다.


“우와~ 마치 마라톤 결승점 100미터를 두고 기어서 통과한 것 같아.”


시험을 마치고 나온 레오나가 류지호의 품에 안기며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첫 테스트는 어땠어?”

“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그냥....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

“배고프지? 저녁 먹으러 가자. 내가 괜찮은 레스토랑 예약해 두었어.”


특별히 맨해튼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건만, 레오나는 먹는 둥 마는 둥 깨작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로스쿨 입학부터 변호사 자격시험 준비가 오죽 힘들었어야지.

그녀의 삶 절반이 법조인을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이제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산을 넘은 것 같아.”


슥슥.


류지호는 시험 준비에 애쓴 레오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이 뒤에 또 어떤 봉우리가 있을지.... 아니면 산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홀가분한 것 같아.”


어린 신부(?)가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모습을 떠올린 류지호는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건강을 해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과야 어떻든 합격여부가 발표되기까진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내. 내가 열심히 함께 놀아줄게.”


남들은 이번 말고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지 않냐고 속편한 소리들을 한다.

시부모님들은 인생은 길고 앞으로 가야 할 인생의 길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에 한 번 쉬어간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했다.

레오나는 한 번에 합격하고 싶었다.

남편, 부모님, 시댁 식구들, 선후배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파커의 딸로서 미스터 할리우드의 아내로써 당당하고 싶었다.


변호사 시험을 마친 다음 날.

부부는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갔다.

한국의 설 명절을 여주 본가에서 지냈다.


“아버님, 어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만수무강하세요.”

“아가, 만수무강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

“아무 탈 없이 오래 사시라는 덕담 아닌가요?”

“호호.”

“우리 며늘아기가 아라보다 낫다.”

“엄마는 만날 새언니만 예뻐하더라. 난 주워 온 딸인가?”

“네가 이쁜 짓을 해야 엄마가 예뻐라 하지. 이것아!”


부부는 설 명절만 쇠고 바로 출국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번쯤 빠질 수도 있지만, 배우들과 WaW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

아시아권 영화인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특히나 사전행사인 레드카펫은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류지호는 <군계> 프로듀서와 배우들을 위해 레드카펫 행사에 함께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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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아르데우스
    작성일
    23.12.07 09:22
    No. 1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2.07 09:48
    No. 2

    뉴욕바는 상대적으로 좀 쉬운(?) 편이에요. 합격률이 60-70%에 육박하는. 거기에 시민이 아닌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라서 내국인 한정으로 하면 합격율이 더 높을 수도 있고요. 어지간한 사람은 준비만 성실히 하면 (바 준비 코스 결제해서 진도 다 따라가면) 다 통과되는 수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07 10:19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도뮤
    작성일
    23.12.07 16:47
    No. 4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08 21:27
    No. 5

    마블은 이번에도 개판 되었네요.
    경영자가 누가 되냐에 따라 큰 회사도 박살 날수 있네요.

    PC 주의 때문에 미국 제일의 맥주회사도 날라갔다는데
    더 열받는건 떰핑 때문에 맥주 6개 한롤 가격이
    한국돈 1000원 이라는 군요.
    한국 맥주가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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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4) +3 23.12.15 1,928 87 26쪽
707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3) +7 23.12.14 2,039 10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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