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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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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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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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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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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거든!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유럽인들에게 국경은 무의미한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인접국으로 너무나 손쉽게 오가며 교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 문화, 사회적 교류가 끊임없이 이뤄진다.

휴양지 역시 그러한 교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

EU가 융성하기 전에는 자국 내 휴양지에서 재충전을 했다.

국경을 넘기 쉬워지면서 휴양지가 잘 조성된 나라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유럽 내에서 타 국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휴양지는 여럿이 있지만 특히나 각광받는 곳이 세 곳 있다.

그리스, 프랑스 남부 해변, 이탈리아 남서 해변이다.

그리고 마요르카가 속한 팔마 섬도 손꼽히는 휴양지 중 하나다.

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제도의 네 개 섬 가운데 하나이자 마요르카의 중심 도시 팔마.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으로 대략 제주도의 2배 정도 크기의 천혜의 휴양섬이다.

이 시기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유명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나달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이 마요르카섬 출신이고, 유럽의 유명한 셀러브리티들이 마요르카섬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스페인 왕족들이 마요르카섬의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전 유럽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그런 휴양지다.

류지호 부부는 마요르카 공항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에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왔다.

따로 변장을 하진 않았다.

모자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것만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부부의 대역 노릇을 하며 영국 취재진을 따돌렸던 비서들도 모두 미국으로 돌아갔다.


“스페인의 이미지와는 다르네.”


하늘과 바다가 같은 빛과 색깔로 어우러진, 자연과 문명이 묘하게 공존하는 섬 마요르카를 보며 레오나가 한 첫 말이었다.


“어떤 이미지?”

“뜨거운 정열과 속사포 같이 빠른 스페인어와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하하. 유명인사들이 보헤미안처럼 소리 소문 없이 들어와서 적당히 즐기다 떠나는 지중해의 파라다이스라잖아.”

“쇼팽이 조르주 상드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것처럼?”

“우리도 잠시 도피행각을 벌여볼까?”

“.....?”

“하루만 더 우리 둘이 놀다가 친구들과 합류하자. 쇼팽과 조르주 상드 두 연인의 로맨스를 복기해 보지 뭐.”

“좋아!”


오인방 친구들은 섬 동쪽에서 놀고 있다.

류지호 부부는 북쪽으로 향했다.

의전비서가 없다고 해서 류지호가 일일이 숙소를 수소문할 필요는 없다.

경호팀이 수행비서 노릇을 하고 있기에.

음악가 쇼팽이 조르쥬 상드와 함께 요양한 곳이며, 영국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의 시인과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창작을 했던 섬은 작가나 예술가, 부호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는 ‘문화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유럽인들이 망설임 없이 마요르카를 지상낙원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비서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섬이다.


“Don이 별장 후보지로 추천한 곳도 이곳에 있어?”

“응.”

“진짜 유럽에도 별장을 지으려고?”

“새로 지을지 아니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할지는... 함께 의논해 보자.”

“혹시 마이크나 캐시와도 친해?”

“아주 친하다곤 못하지만... 캐시는 <조로>와 <시카고>로 약간의 친분이 있어.”

“이 섬 북쪽에서 살고 있대.”

“그랬구나.”


할리우드 스타 커플인 마이크 더글라스와 캐시 존스 커플이 1990년대부터 섬 북쪽 해안가에 주택을 구입해 살고 있다.

일 년의 반을 섬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섬에서 마주치게 되면 식사에 초대하지 뭐.”


제주도 두 배 크기의 섬이다.

사실상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사람이 생각보다 없네.”

“비수기라서 그렇겠지. 북적대지 않아서 좋네.”


마요르카섬은 10여년 후에나 한국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게 된다.

젊은층에게는 마요르카섬보다는 그 옆에 있는 이비사 섬이 더욱 유명해진다.

클러버들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이비사 섬은 1960년대부터 히피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했다.

70~80년대에 디스코 및 댄스 음악이 발전하면서 이비사 섬에 클럽 문화가 크게 발전했다.

특히 애시드 하우스/레이브 열풍을 영국과 함께 선도했다.

성수기의 마요르카 섬은 물론이고 이비사 섬은 유흥문화의 최첨단을 달린다.

유럽의 유명인들도 수없이 몰려든다.

워낙 유명한 휴양지기에 유럽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프로운동선수들을 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흔한 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성폭행 혐의가 걸리기도 했다.

류지호는 번잡스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클럽의 성지 이비사 섬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반면에 레오나는 간간이 이비사 섬 방향에 시선을 던지곤 했다.


“......”


미세먼지라고는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화창하고 푸른 하늘.

울긋불긋한 대서양 특유의 건축물들.

지중해의 바람을 이용해 돌아가고 있는 풍차들.

오렌지와 포도나무.

로마시대 이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올리브 나무들.

과거로 돌아온 류지호는 제법 해외를 많이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마요르카섬은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일상과 완전히 다른 시간들이다.

마요르카섬에 들어온 부부는 계획 없이 돌아다녔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먹고 걸었다.

파에야와 감바스를 먹고 와인가 상그리아 그리고 맥주를 마셨다.

섬의 내륙으로 들어가면 해묵은 수도원, 조류 보호구역, 동굴, 정감 넘치는 조그만 마을들이 나타났다.

해안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때 묻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곳들이었다.

또한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건축가 가우디의 흔적도 만날 수 있었다.

넋을 놓고 섬을 탐색하다보니 이틀이 훌쩍 지났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합류한 후로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너무 열심히 관광했을까.

신소연이 탈이 났다.

몸살이 걸렸던 것.


“병원은?”

“한사코 안 가겠대. 따뜻한 레몬즙 먹였더니 하루 종일 잠만 자.”


두 살배기 딸이 엄마를 병간호해서 어른들을 감동시켰다.

다행히 하루를 꼬박 앓고 나서 신소연이 컨디션을 회복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앓아서였을까.

여행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렸다.

케이블 방송사 PD 신소연을 제외하고 모두가 프리랜서거나 임원급이다.

3주짜리로 넉넉하게 휴가를 받아왔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신소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후로, 쉬엄쉬엄 여행했다.


“바르셀로나는 어땠어?”


류지호의 물음에 김준우가 대답했다.


“여행자로서 철저하게 충실한 나날을 보냈지.”

“빡세게 돌아다니까 탈이 나지.”

“레오나가 미술도 좋아하지? 나중에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면 30유로짜리 아트티켓을 끊어. 티켓 한 장으로 여섯 곳의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으니까.”


황재정이 끼어들었다.


“얘들이 돈이 없나? 시간이 없지.”


김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소극장에서 열정의 춤 플라맹고 공연도 관람하고,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건축가 가우디 투어도 했어. 사그라다파밀리아를 보며 가우디 선생을 존경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우찬이 말을 받았다.


“나는 놀이공원이 마음에 들더라.”

“살루(Salou)라는 곳에 있던 테마파크?”

“응. 내가 우리 아들 때문에 한국의 모든 롤러코스터는 다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몸인데, 차원이 달라 이 동네는.”


바르셀로나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스페인 최고의 놀이공원 포르투아벤투라(PortAventura).

연간 4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실상부 스페인 최고 놀이시설이다.

유럽 테마파크 탑5 안에 들어가는 놀이공원이기도 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76m의 빠르고 짜릿한 롤러코스터 샴발라(Shambhala)가 있는 곳이자, 진짜 스페인 여행 고수만 아는 최고의 놀이공원이라고 불린다.

새만금개발유한공사 테마파크 테스크포스팀의 연구대상이기도 하고.


“나 없이도 잘 놀았다니,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섭섭하네.”

“너나 우리나 초행은 마찬가진데 마치 지가 다 안내할 것처럼 말하냐?”

“시끄러워 촌놈들아!”

“우리 다 같은 인천 출신이거든! 지는 다른 줄 아나.”

“됐고! 리조트 말고 일반 가정집 빌려서 지내는 건 어떠냐?”

“민박을 하자는 거야?”

“유럽부자들의 비어있는 휴가철 별장이 꽤 많대.”

“부자들 별장이나 리조트나 다 거기서 거기 아냐?”

“음식을 우리가 직접 해 먹을 수 있단 장점이 있지.”

“삼겹살 파티 하는 거냐?”

“혹시 상추도 구할 수 있나? 고추장과 된장은 혹시 몰라 많이 싸왔는데.”

“바랄 걸 바래야겠지?”

“스페인이 상추의 유럽 최대 재배 국가이자 수출국가야.”


황재정의 말에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가온그룹이 한국 최고 종묘회사 지분 가지고 있잖아, 이것들아. 우리 계열사 상추씨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영국에 수출돼. 지호 저 놈은 지가 가진 회사 수출품목도 몰라.”


김재욱이 류지호를 두둔했다.


“영화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상추씨 수출하는 것까지 알아야 돼?”

“고추, 토마토, 양배추... 암튼 수십 종의 씨를 유럽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알고 있으라고.”


두 곳의 종묘회사가 보유한 수백 가지 품종의 로열티 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외환위기 시절 글로벌 농업기업에 팔렸다면 가지지 못했을 국가적 이익이다.

암튼 모두가 류지호의 아이디어에 찬성했고, 현지 가정집 두 채를 통째로 빌렸다.


“굳이 부자들 별장이 아니면 어때?”

“애들 엄마들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오고, 아빠들이 요리를 하는 것으로 하자.”

“뭐 해 먹게?”

“아무거나. 떡볶이 먹을까?”


김준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직접 떡볶이를 만들었다.

독일 유학시절에 매운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 종종 해먹곤 했단다.

한국이었다면 맛이 없었겠지만, 이국에서 해먹으니 먹을 만 했다.

암튼 먹성 좋은 남편과 아들로 인해 저절로 손이 커진 김민아와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아온 레오나로 인해 렌트한 시골집 냉장고가 매일 갖가지 식재료와 먹을 것들로 넘쳐났다.

부부들끼리만 따로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도 하고.

식전에 다함께 모여 식사준비를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함께한 시간이 적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나름 쌓은 추억이 제법 되었다.

끊임없이 시시덕거릴 소재가 넘쳐났다.

식후에는 푸른 대서양 바다를 지긋이 바라보며 커피 타임을 즐기기도 했다.


타다다다다닥.


테라스에서 종종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류지호가 시나리오 작업하는 소리다.

각 잡고 쓰진 않았다.

멍하니 풍광에 시선을 던지다가 불현 듯 떠오르는 단어들을 의미 없이 끼적거리는 정도.

그러다 머릿속으로 아이디어가 정리가 되면 자기 전에 시놉시스로 정리해 두었다.

류지호가 직접 해보니, 글쓰기도 습관인 것 같았다.

꾸준히 쓰면 실력이 늘게 되어 있다.

쉬러 온 것이지 일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감각만 놓치지 않을 수준에서 썼다.

테라스에 황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에 맥주병이 들려있다.

병 하나를 류지호에게 건넸다.


챙.


둘이 맥주를 부딪치고는 꿀꺽꿀꺽 목 뒤로 시원하게 삼켰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가온그룹에 자동차는 아닌 것 같아.”

“어디서 나왔냐? 한국? 중국?”

“중국쪽에서....”


중국의 관영언론 한 곳에 SAIC(상하이차)가 (주)신진지프 모터스 지분 51%를 한국의 대기업에게 넘긴다는 기사가 나왔다.


“언급한 대기업이 딱 우리 가온이라는 뉘앙스던데?”

“암튼, 입들도 싸. 중국하고 비즈니스 해먹기 드럽게 힘들다니까....!”

“진짜구나?”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판이 나지 않을까 싶다.”


짧은 한국 자동차 산업사에 있어 (주)신진지프만큼 굴곡이 많은 회사도 없다.

1974년 미국의 SUV 전문 메이커와 50 대 50으로 합작한 (주)신진지프자동차공업은 1981년 (주)거화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6년 7월 대형 상용차 전문 메이커인 동아자동차에 합병되었으며, 두 달 뒤 신진지프가 다시 동아자동차를 인수했다.

이때 오성그룹이 동아자동차 인수에 참여했으나 실패했다.

(주)신진지프자동차는 한국 자동차 메이커 최초로 수출까지 시작했던 기업이었다.

대유그룹에 인수된 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중국계 회사에 인수되는 등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애물단지를 가온그룹이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상하이차가 신진지프를 주당 1만원에 매수했는데, 지금은 2,000원대 후반이야. 손해 보면서 팔겠어?"


상하이차는 (주)신진지프 모터스 인수 후 투자는커녕 판매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기술탈취에만 몰두했다.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도대체 중국놈들에게 기술 다 털린 회사를 어디에 쓰게?”


류지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자동차 만드는데 쓰겠지.”

“거기 차 몇 대나 팔리는 줄 아냐?”

“거의 망하기 일보직전이긴 한가 보더라.”

“.....!”

“하긴 나라도 중국 회사가 만든 차는 못미더워서 안 탈 것 같긴 해.”


(주)신진지프 모터스는 2003년 내수 시장 점유율 12.5%를 기록한 이래 2004년 11.4%, 2005년 8.3%, 2006년 6%에 이어 올해에는 5%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UV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기술유출과 관련한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빼먹을 것을 다 빼먹은 중국 회사가 먹고 튈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전 삶에서 하이디스와 함께 최악의 해외 매각 삽질로 꼽히는 케이스가 바로 (주)신진지프 모터스 사례다.


“혹시 THESLAS와 연관 있냐?”

“글쎄....”

“THESLAS는 일론의 벤처기업가 이미지와 혁신 마케팅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디젤 자동차가 섞이는 걸 생각해보면 매우 어색한데?”

“그 반대를 궁리해 봤다.”

“......?”

“THESLAS가 신진지프의 하이브리드카 출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당장은.”

“그 후에는?”

“당장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전기차로 무조건 사업을 옮겨가야겠지. 그거야 인수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고. THESLAS가 판매망이 전혀 없어. 가온그룹이나 JHO가 신진지프를 인수하게 되면 101개국에서 해외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7개의 CKD 생산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는 신진지프의 도움을 받아서 글로벌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아보니까 신진지프가 미국 안전 테스트를 통과하고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젤 엔진을 보유하고 있대. SUV와 새로운 픽업트럭 모델을 갖춘다면 미국 수출 실현도 꿈은 아니겠지.”

“가온이 되었든 JHO가 되었든 좋은 일이다?”

“몰라 나도. 신진지프 인수하게 되면 당장 신차 라인업을 갖출 때까지 일부 생산 라인에서 THESLAS 모델S를 생산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야.”

“전기차가 한국에서 팔릴까? 인프라도 없고....”

“상관없어.”

“.....?‘

“생산된 모든 차는 미국으로 역수입되거나 할 테니까.”


류지호는 계속해서 황재정이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했다.


“THESLAS가 당장 자동차를 만들 생산 시설이 딱히 없어. 앞으로 수십만 대 차량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몰라. 게다가 그걸 가동하고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이 현재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에게 있는지도 의문이고.”


제아무리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자동차에 비해 부품이 적고 구조가 단순하다고 해도 일단 조립생산을 거쳐야 하는 기계부품의 집합체다.

조립생산은 물론 라인관리에 이르기까지 THESLAS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반면에 (주)신진지프 모터스는 라인 구축부터 품질관리까지 확실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신진지프가 THESLAS로부터 전기차 관련 특허기술을 이전받거나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겠지. 신진지프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새만금에 지을 수도 있고.”


전기차 생산공장이 가온그룹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는 새만금첨단산업단지에 들어오게 되면 군산산업단지에 부품생산업체가 들어올 수가 있다.

상당한 인구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아무튼 가온그룹이 전기자동차 사업 쪽으로 진출할지도 모른다 정도로만 알고 있어. 그 안에 복잡한 내용이 있는데.... 넌 알 필요 없고.”


황재정은 친구가 또 무슨 꿍꿍이 속인지 추측조차 못했다.

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 주력 기업이 난데없이 제조업을 하겠다니.

2000년에 들어오면서 한국과 미국의 참모들과 함께 미래 먹거리 사업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류지호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AI, 지능형 물류로봇, 메타버스, 클라우드, 이커머스, 농업 등을 제시했다.

참모들(싱크탱크)은 류지호의 아이디어에 관해 구체적인 실천방향과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미래전략의 뼈대가 마련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기차와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따로 움직이는 테스크포스가 있었다.

황재정이 노파심에서 말을 보탰다.


“자동차 쪽 노조가 강성인 건 알고 있지?”

“금속노조 산하에 있을 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하지 뭐. 노조가 성가시게 굴면 자회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투자해서 숨만 붙여놓는 것으로 하던가.”

“징그럽고 사악한 놈.”

“나처럼 너그러운 기업사냥꾼이 또 어디 있다고!”

“어련하시겠냐?”


가온그룹 자회사나 계열사가 아닌 단순 투자회사와의 차이는 실로 엄청났다.

임금체계부터 각종 복지혜택까지.

결정적으로 투자회사는 언제든 팔아치울 수가 있다.


“인수협상에 들어가면 노조에도 요구할 거야.”

“뭘?”

“민노총 금속노조에 계속 있을 건지. 탈퇴해 한국노총으로 옮기던가 가온그룹 일부 노조가 하는 것처럼 독립적인 직장노조로 가든지.”

“그게 되겠냐?”

“안 되면 자기들만 손해 아닐까?”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노조와 차종별 생산량, 라인신설까지 논의한다.

류지호는 일부 민노총 산하 대형사업장 노조의 블루칼라인척 하는 배부른 노조가 가온그룹에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실 일부 특권 노조가 고용을 세습하든, 성과를 초과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든, 무리한 복지를 주장하든 관심이 없다.

다만 고액연봉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생산성, 도에 지나친 경영간섭과 ‘을’질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회사의 불합리한 처우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결성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 누리겠다고 떼를 쓰는 것은 노조가 기업에 행사하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

가온그룹의 복지방향은 노동자에 대한 혜택이 아니다.

워라벨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에 가깝다.

한국 대기업에 없던 남녀공통 출산휴가를 처음 도입한 것도 가온그룹이다.

오피스마다 음료와 간식 서비스까지 따로 제공하는 유일한 대기업이다.

그 외에도 재택근무 도입이라든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기업이 가온이다.


“적어내 내가 소유한 회사에서는 정치단체도 아닌데 건건이 붉은띠부터 이마에 두르는 단체에 소속되어 투사가 될 것인지, 가온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거야.”

“하여간 실리콘밸리 물만 들어서는.....”

“꼭 한국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야한다는 법도 없어.”

“그러냐?”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 몇 곳이 요새 꽤나 힘들다더라. 올 연말과 내년에 몇 개 회사가 매물로 나올지도 몰라.”

“난 모르겠다. 어련히 오너와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류지호가 멍을 때릴 때면 황재정이 슬쩍 다가와 비즈니스 관련된 이야기를 걸곤 했다.


“야! 출장이 아니라 여행 온 거거든! 일 이야기 좀 하지 말아줄래.”

“너님이 지금 노트북으로 하고 있는 게 일이고요.”

“이건 그냥 생활이야.”


몸이 근질근질 할 때는 고우찬, 김재욱과는 공터에서 풋살을 하거나 반코트 농구게임을 했다.

김준우와는 스틸카메라를 매고 나가 마요르카섬의 풍경을 필름에 담으려고 했다.

막상 필름에 주로 담긴 것은 풍경보다 두 사람의 부인들이었다.

김준우는 마르요카에서 와서는 반드시 필름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치 이런 기회가 영원히 없으리란 것을 예감하기라도 하듯이.


“그냥 디카로 찍어. 이 많은 필름을 다 언제 현상하고 뽑으려고?”

“Kojak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되냐?”

“전체 다?”

“전체는 뭐냐?”

“계열사가 몇 개인데. 필름만 만들어 파는 줄 알았어?”

“필름 회사는 얼마 쯤 할까?”

“사고 싶어?”

“내 전 재산에 아버지가 물려 줄 유산까지 탈탈 털어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필름 사업부만 최소 30억 달러 정도 할 거라고 오다가다 들은 것 같다.”

“....3조?”

“요새 환율로 3조 5천 억 쯤 되겠지.”

“진짜 필름이 없어질까?”

“아마도....”


김준우는 Kojak의 기업의 가치를 알아버렸다.

차마 친구에게 그걸 좀 사서 계속 필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다.


"필름 사업에는 관심이 없어. 다만....“

“......?”

“Kojak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징 특허들이 탐이 나긴 하지.”

“디카를 처음 개발한 회사가 Kojak이긴 해.”

“필름 분야 망하고 혹시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 특허권을 사들일 계획은 있어. 어디 가서 떠들진 말고.”


반독점 이슈가 생길 수도 있다.

그때는 PS, MacIntosh, Googol, 오성, 금성 같은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함께 특허를 사들여도 된다.

Kojak이 가진 특허 중에 그들 기업들과 연관된 것도 많으니까.

단, 마음에 안 드는 기업이나 경영자는 끼워주지 않을 생각이다.

후일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높기에.

특히 MacIntosh가 요주의 대상이다.


❉ ❉ ❉


유럽에서의 달콤했던 휴식시간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막상 지나고 나면 한 순간 같이 느껴지는 시간들.

유럽은 한 곳만 콕 찍어 여행하기에 매력 넘치는 도시가 많다고들 한다.

류지호는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도시에 진득하게 머무르는 계획을 세웠다.

매스컴의 취재경쟁 때문이라도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그래서 선정한 곳이 스페인의 발레아레스 제도다.

그 중에서도 마요르카섬은 위치가 탁월했다.

스페인 동쪽으로 지중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프랑스의 니스, 이탈리아의 사보나 등 지중해변 도시들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다.

공항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유럽 어떤 공항으로도 2~3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자연의 은혜를 입었다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연중 15도 내외의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겨울철에도 1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한 여름에는 25도가 최고 기온이다.


“달링, 진짜 마요르카 섬에 별장을 지으려고?”


부부는 유럽에 별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후보지를 스위스, 이탈리아의 베니스, 스페인의 마요카르섬으로 압축했다.


“올해 당장은 아니고.”

“그럼 언제?”

“지금은 스페인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야. 그게 좀 꺼지면.”

“내년에?”

“내년일 될 수도, 내 후년이 될 수도.”

“나도 여기는 마음에 들어.”

“일단 후보지로 의견일치를 본 거다?”

“응.”


스페인을 떠나기 전 JHO Security Sevice 유럽총괄이 찾아왔다.

그는 류지호 부부에게 발레아레스 제도의 네 섬 중에서 별장 후보지를 몇 곳 추천했다.

가장 큰 섬인 마요르카섬의 동쪽 해안가 마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당장 별장을 지을 건 아니다.

유럽의 부동산 거품이 좀 꺼져야 생각해 볼 문제다.

장장 3주간의 신혼여행이었다.

비록 같은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신혼여행을 함께 함으로써 오인방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AtlanticStream의 G550에는 친구들이 타고 한국으로 떠났다.

류지호 부부는 본래 전용기인 737-7HG을 타고 LA의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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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19 10:19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19 11:20
    No. 2

    잘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yyyre
    작성일
    24.07.22 10:03
    No. 3

    당시 쌍용차 사겠다는 기업이 국내에는 없었어요. 유일하게 가능성있던 현대는 이미 기아 인수해서 여력이 없었구요. 망하게 내버려둬서 폐업하던지 해외 매각하던지 두가지 밖에 없었으니 해외 매각 할 수 밖에요. 시장상황, 기술력 등은 고려않고 그저 스포츠카, 고급세단에만 집착하던 김석원회장이 모든 일의 원흉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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