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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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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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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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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형제는 저작권 부자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결혼하고 나서 류지호의 생활이 한층 안정되었다.

심리적인 것은 물론이고,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게 되었다.

미국과 한국 양쪽의 기업들은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신경을 써야 할 특별한 이슈도 없고.

무엇보다 퇴근 후에, 집에서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결혼했다고 해서 생활 루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볍게 운동하고 센추리시티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확인한 후에 오후에는 <Frank Castle> 포스트프로덕션 진행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전부다.

본래가 촬영이 끝나면 감독이 할 일이 딱히 없다.

게다가 류지호는 한국과 미국 양쪽 영화계에 자신만의 ‘영화사단’을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 A-List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련히 알아서 잘한다.

처음으로 다온 비베 촬영감독과 일을 해봤다.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화도 잘 통하고.

전에 함께 했던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거장 촬영감독들과 달리 또래라서 그런지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겹쳤다.


‘가능하면 다온과 쭉 가면 좋겠는데.’


깊은 정서적 울림이 있는 영화를 하게 된다면 롭 B 리차드슨 촬영감독부터 찾게 되겠지만.

그는 몇 년 치 영화 예약이 모두 찼다.

이번 영화에서 음악가도 교체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가를 보통 메이저리그 마무리투수에 비유하곤 한다.

좋은 대본에(명문팀), 슈퍼스타에(선발투수), 흥행(우승) 감독에, 막대한 자금(클린업 타선)에, 그리고 노련한 전력분석팀의 데이터 및 백업 선수들(후반작업)의 활약으로 승리가 코앞인 상황에서 등판하는 클로저가 음악가다.

야구에서 클로저의 팔자는 변덕스럽기가 이를 데 없다.

앞 선 투수가 주자를 루상에 남겨두고 내려간 후 마운드에 오르는 게 다반사다.

무사 만루에 한 점 차이의 위기는 상상만으로도 고약하다.

단 한 구의 실투는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영화음악가의 팔자 또한 야구의 마무리 투수처럼 변덕스럽기로는 만만치가 않다.

CG니 음악이니 마지막 공정이 끝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영화다.

포스트프로덕션 중 막바지에 투입된다는 이유로 또 영화음악의 퀄리티로 인해 영화의 성패까지 좌우 할 수 있기에 영화음악가를 마무리 투수에 비유하는 것이다.

영화 <Frank Castle>의 음악은 순디(Soon D-day)라는 예명을 쓰는 음악가가 맡았다.

순디(Soon D-day)는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에서 류순호가 사용하는 예명이다.

류지호의 친동생 그 류순호가 바로 순디다.

Coming Soon D-day 같은 거창한 의도는 담지 않았다.

류순호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 사이에 순둥이로 통했다.

어머니가 ‘우리 순딩이’하는 말을 자주 썼다.

여동생도 그걸 따라하곤 했고.

그것에서 착안해 닉네임을 만들었다.

류순호는 <Frank Castle>의 영화음악가로 계약했지만, 혼자서 모든 곡을 쓰진 않았다.

영화에 필요한 37개 스코어 중 14곡은 전설적인 래퍼이자 힙합 프로듀서 Dr. 영이 작업했다.

의도하지 않게 <Frank Castle>의 OST가 힙합 앨범이 될 판이다.

Dr. 영이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들에서 쟁쟁한 힙합 아티스트들을 불러 모아 녹음을 했고, 힙합 명곡들이 만들어졌다.


‘내 기준에서 명곡이지만....’


비록 류지호가 만든 영화가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의 전통을 잇는 영화나 또 후드영화(Hood Film)는 아니었지만, 영화 전편에 깔려있는 정서가 흑인 슬럼가 느낌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갱스터 힙합의 대명사 Dr. 영, Doggy Dogg, 5Cent, Ye West, D Wayne 같은 당대 최고 힙합 뮤지션들을 불러 모았다.

Dr. 영이 아이스큐빅을 부르려던 걸 류순호가 막았다.

류지호가 좋아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LA폭동의 앙금이 여전히 류지호에게 남아있었다.


“아이스큐빅하고 한국인에 대한 혐오 가사 쓴 놈들은 한 놈도 내 작업에 참여시킬 수 없어.”

“한 때 치기어린 실수였다고 사과를 전해 왔어. 형....”

“웃기시네. 내가 알기로 녀석은 공식적으로 교포사회나 한국인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어.”

“반성하고 있다는데 적당히 용서해주지....”

“공개적으로 확실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 녀석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을 거야.”


류지호가 아이스큐빅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로인해 아이스큐빅은 할리우드 영화에 자신을 불러주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했었다.

래퍼의 삶보다 할리우드 무비 스타의 삶에 흠뻑 취해버렸으니까.

그러다 B급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불러주었다.

기고만장했다.

아이스큐빅은 류지호에게는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해놓고서 매체 인터뷰에서 지난 일들에 대해 어떤 후회나 부끄러움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관심이 멀어지면 자기만 손해인 것을.

아이스큐빅은 영화 제작사까지 차려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류지호가 알 바 아니다.

로버트 폭스에 이어 류지호에게 찍혀 뒷끝이 오래 이어지고 있는 아이스큐빅이다.

참고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은 70년대 탄생한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범죄 액션영화를 일컫고, 후드 필름은 90년대로 넘어와 미국 흑인 사회를 배경으로 갱단의 폭력, 마약, 인종차별, 경제적 불균형 등을 조명하는 흑인 장르영화를 말한다.

후드 영화는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꾸준히 제작됐다.

하지만 <트레이닝 데이>, <코치 카터> 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 작품이 없다.

이 시기 후드 필름들은 유명하지 않은 배우나 래퍼를 캐스팅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재미가 현저히 떨어졌다.

후드 필름의 사실감을 살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갱스터 랩이 쇠락한 것도 후드 필름의 몰락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영화 <Frank Castle>의 스코어는 그간 류지호 영화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과격한 갱스터 랩부터 B급 정서가 물씬 담긴 웨스트사이드 힙합 음악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영화음악을 맡은 류순호는 독립적인 곡들을 전체 콘셉트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했다.

Dr. 영의 곡들 중에서 각 장면에 어울리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혹은 편집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또한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BGM을 작곡해서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요소로 쓰이거나 드라마를 증폭시켜주는 음악을 만들었다.

Dr. 영이 만든 14곡을 들은 후에 류순호가 물었다.


“형, 어때 죽이지?”

“몇 명이나 참여한 거야?”

“피처링한 가수까지 하면 스무 명 정도.”

“예산 안에서 가능했어?”

“OST 앨범 판매 수익 분배를 후하게 계약해 줬을 거야.”

“하긴... 14곡을 스트레이트로 들으니까 그냥 하나의 완성된 힙합 앨범 같긴 하다.”


Dr. 영이 작업한 곡들이 재밌는 점은 각 트랙에 참여한 아티스트에 따라 선명한 개성을 품고 있으면서 동시에 유기적인 호흡으로 튀지 않는 하나의 앨범작품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각 곡마다 래퍼 특유의 개성을 살리면서 영화 <Frank Castle>의 주제, 스토리, 캐릭터, 감정변화, 분위기까지 함께 담아냈다.

류순호와 Dr. 영이 시나리오를 얼마나 꼼꼼하게 읽었는지 음악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뒷받침하는 사운드 트랙의 한계까지 넘어서 독립적인 작품의 위치까지 획득하려는 야심도 돋보였다.


“요새 애프터매스 힘들대?”

“아니, 잘 나가는데?”

“근데, 이 정도 열의를 가지고 영화 음악에 참여했다고?”

“형이 만든 영화는 성공이 보장 되잖아. 항상 기본 빵 이상을 하니까.”

“....흠.”

“나중에 <루크케이지>나 <블랙팬서>도 꼭 만들어 달래.”


한인 교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인 주인공 영화 만들어달란다.

한국인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켜 달라는 것은 기본이고.

흑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한 술 더 떠서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대본을 무작정 이메일로 보내오는 흑인 배우나 감독들도 많다.


“UMG 산하 레이블 애들끼리는 안 싸우고 잘 지내?”

“5Cent 쪽 애들하고 The Game 하고 한 동안 디스전으로 난리를 쳐댔잖아.”

“......?”

“형이 항상 골통이라고 부르는 그 놈.”

“그 놈, 살아서 돌아다녀?”

“힙합씬 안에서 자기들끼리 아옹다옹 하는 것 말고, 제이 무시하는 사람은 형 밖에 없을 걸?”

“그 놈 랩 좀 하냐?”

“뭐?”


류순호가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하.


류순호가 최근 들어본 농담 중 가장 웃겼다.

래퍼 The Game은 Dr. 영 큰형님으로부터 엄청난 기대주로 촉망 받았다.

2005년에 발매한 데뷔앨범 <The Documenentary>로 죽어가던 서부힙합을 부활시켰다는 평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히트를 쳤다.

또한 5Cent의 G-Unit과 총질까지 불사하며 디스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쟁취한 갱스터 힙합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다.

G-Unit과의 디스전에서 승리한 후 발매한 2집 앨범마저 큰 성공을 거두면서 The Game은 그 자신의 캐릭터와 음악성을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 놈은 언제나 정신을 차릴는지.”

“그래도 딴에는 한국계 갱단이 도발해도 큰 실수가 아닌 이상 눈감아줬다던데?”


류지호와 어린 시절 맺은 인연 때문이란다.

다 헛소리다.

꼴에 갱스터인양 으스대긴 하는데, 류지호가 무서워서 덤비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숙이고 들어가는 건 죽기보다 싫고.

제아무리 무섭게 인상을 쓰고 다니고, 몸을 도화지삼아 온갖 문신을 그리고 다니고, 개념 없이 총질을 하고 다녀도, 류지호와 김진형 같이 어린 시절의 녀석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철없는 동네 말썽꾸러기 동생일 뿐.


“이번 영화 사운드 트랙에서 녀석도 끼워줬거든.”

“G-Unit 애들하고 험악하다며?”

“애프터 매스와 인터스코프, 데프잼에 으르렁거린 애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MJJ Music에도 잘 나가는 힙합 영재들 많아.”

“그래서?”

“뭐겠어. Dr. 영이 용서할 테니 적당히 화해하자 뭐, 그런 사인이었겠지.”

“화해가 되냐?”

“G-unit 애들하고는 이번 생에서는 글렀고. Dr. 영은 The Game에게 스승 같은 양반이잖아. 지가 별 수 있겠어?”

“먹고는 산대?”

“잘 먹고 잘 살아. 앨범 두 개 연달아 히트 쳐서.”

“마약은?”

“그것까진 모르겠어. 아직까지 안 잡혀간 것 보면.... 뭐.”

“먹고 살만 한 정도의 래퍼로 자리 잡았으면 됐지.”

“다시 들어볼래?”

“틀어 봐.”


웅장한 인트로부터 과연 Dr, 영이라는 말이 나올 만한 비트, 호불호와 관계없는 The Game 특유의 톤이 어울려 제법 압도적인 맛이 있었다.


“중2병 가사도 아니고....!”


갱스터 힙합이라고 나름 포부가 넘치는 랩 가사를 읊어대는데, 어리광 같아 조금 유치했다.


“그런 게 The Game의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야. 귀여움.”


어딜 봐서 귀엽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류지호다.

힙합 명반이니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류지호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트랙이 완성도가 높아서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메이킹무비도 따로 찍고, UMG가 작정하고 밀어줄 거래. 망할 리가 없다고 봐야지.”

“랩 좀 한다는 애들이 목소리를 얹었으니 힙합 팬들로서는 환장할 수도 있겠네.”


중요한 것은 영화음악으로 쓸 만 한가다.

결론적으로 영화와도 썩 잘 어울렸다.

얼터너티브 록의 매력을 잘 담아냈던 <데어데블> OST와 대비되는 힙합만의 매력을 살린 <Frank Castle> OST가 탄생할 것 같았다.

영화에서 미진했던 프랭크 캐슬의 격렬한 혼란과 광기, 분노가 랩 가사로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태평양 건너갔다 왔다 하는 거 힘들지 않아?”


류순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영화, 방송, 광고, 게임 음악 등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는 모두 소화하고 있다.

류지호의 후광을 입은 것은 없다.

불과 4년 만에 Soon D라는 닉네임이 한국에서 핫한 영화음악감독으로 떠오른 건 우연도 형의 이름값 덕분도 아니다.

그 형의 동생이라고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실력 때문이다.

게다가 어지간한 프로듀서나 배우보다 시나리오를 잘 읽는다.

어린 시절부터 곁에서 영화감독이 어떤 고민과 어떻게 문제해결과정을 겪는지 지켜본 류순호다.

형 덕분에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수준 높은 시나리오도 수없이 읽을 수 있었고.


“요새 고민이 좀 있어.”

“뭔데?”

“충무로에 뮤직에디터라는 개념을 도입해도 될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영화음악 계약을 하면 곧바로 곡 작업부터 들어간다.

반면에 할리우드는 뮤직에디터가 작업해야 할 영화와 비슷한 콘셉트의 리허설 곡을 다양하게 준비해 사전에 감독에게 들려준다.

물론 뮤직에디터 없이 작곡가가 프리프로덕션에서부터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지만, 정말 대가들의 작업 빼고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 뮤직에디터의 역할이 큰 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작곡, 편곡, 뮤직 에디터, 뮤직 수퍼바이져, 뮤직 프리퍼레이션 등 영화음악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있다.

반면에 한국은 음악감독, 즉 작곡가가 이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감독들하고 음악 이야기 하면 답답해서 그래?”

“난 오리지널 스코어를 쓰는 음악가잖아. 근데 자꾸 뮤직 수퍼바이저나 에디터처럼 쓰려고 하는 감독들이 있어서.”

“혼자 하지 말고, 팀을 짜라고 했어 안했어?”

“나도 팀 있는데?”

“작업 팀 말고 시스템적인 팀.”

“업무를 할리우드처럼 분업해서 해라?”

“자기 영화에 음악이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감독을 네가 일일이 상대하지 말고 에디터에게 맡기란 말이야. 그렇게 레퍼런스나 가이드가 잡힌 후에 네가 감독이 주문하는 음악을 작곡하고. 네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다 보니 그게 다 재능과 시간 낭비가 되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남는 게 있나? 한국영화는 영화음악료가 처참하게 저렴한데.”

“아무래도 영화만 해서는 못 먹고 살 것 같지?”

“닥치는 대로 하고 있어.”

“한국에서 계약할 때 포맷이 용역계약서였던가?”

“WaW는 두 개 다 써. 어쩔 수 없대. 아직 한국에서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영화음악가 계약서 양식이 저작권사용승인계약서다.

한국처럼 음악을 언제까지 만들어준다는 용역계약서가 아니다.


- 내가 만든 음악 또는 내가 사용한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이 영화에서 사용승인을 해주고 거기에 대한 인세를 몇 퍼센트 받는다.


그런 방식이다.

만약에 음악이 잘 만들어져서 DVD, OST가 잘 팔리면 그대로 다 수익이 나오는데, DVD도 판매 수량에 따라 장당 얼마씩 음악 저작권료를 지불하게 돼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최초 개봉 이후에 영화가 상영할 때마다 저작권료가 지불 된다.

한국은 한 번 계약서에 도장 찍어주면 끝이다.

해외수출의 경우도 모든 권리를 한꺼번에 넘기는 ‘올 라이츠 클리어’(All Rights Clear) 계약을 한다.

영화가 얼마나 많은 해외 극장에서 혹은 DVD나 OST가 많이 팔려나가도 저작권자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전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몇몇 톱급 음악감독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화음악의 저작권을 제작, 투자사가 갖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알기로 한국 제작자에게 그런 인식 자체가 없을 걸.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용역을 받는 것인데, 돈을 줬는데 왜 또 돈을 달라고 하냐 그럴 거야.”

“한국은 저작권 관련해서 엉터리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이지?”

“응.”

“영화음악과 관련해서 협회에서 무슨 말 들은 거 없어?”

“음저협 그 치들도 순 양아치야. 왜 한국은 저작권 신탁범위 선택이나 복수의 신탁이 허용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


한국은 저작권 권리자가 창작한 저작물뿐만 아니라 저작권 일체를 포괄적으로 신탁하는 집중관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하는 신탁범위 선택제는 집중관리제와 반대되는 제도로, 노래 곡 별로 또는 권리 별로 신탁단체를 지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탁범위 선택제가 도입되면 최소한의 경쟁 시스템이 생기면서 기존 신탁단체의 독점적 권한이 부분적으로 수그러질 수 있다.

이 시기 한국의 저작권법 상 '1저작물 1권리단체'의 원칙에 따라 저작권관리단체 설립허가를 해주기 때문에 신탁관리업은 사실상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권리자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로 개별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신탁위임 받아 저작물 이용자에게 이용허락을 해 주고 사용료를 수령해 다시 개별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이 시기 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한 12개의 저작권신탁관리단체가 저작권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활동 중인데,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이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권리의 처리나 이용허락을 거부하거나 저작권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권리를 남용하는 등의 부당한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영세한 영화음악시장은 관심 밖의 영역이다.

가요 및 음반 분야의 관련자들과 음저협이 치열한 저작권 관련 소송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요계하고 음저협하고 어느 정도 저작권에 관해 싸움이 정리가 되면, 음저협의 다음 타깃은 영화음악이 될 거야. 한국의 영화음악가들은 특별히 음저협이나 영화계 양측 어떤 편에도 서지 말고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라고 해.”


한국 영화계의 제작 시스템에선 영화를 제작하는 시점에 이미 저작권을 다 해결해왔다.

그런데 3년 후 음저협에서 복제권과 공연권을 나눠 이중 징수를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영화계에 통보하게 된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선 영화를 만들 때 이미 저작권을 확보해 음악을 영상화 한 것인데, 극장에서 상영될 때마다 공연사용료를 따로 받겠다는 건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범영화계 차원에 이와 관련해 대책회의가 마련된다.

5여년에 걸쳐 각종 법적 다툼과 영진위 중재과정을 거쳐 나름 영화음악에 관한 산업표준을 마련하게 된다.

그 사이 영화음악가들의 권리인 저작권도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제도 개선이나 각종 법적인 장치들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중문화계 출신을 국회로 보내면 뭐하나.

업계와 소통이 안 되는데.


“다온로펌에 의뢰해야 할까?”

“우리 가족 고문변호사와 그룹 법률 자문만 시키려고 신변 밀어줬겠냐? 공적인 일에서도 신변이 많이 애써 왔잖아. 특히 영화 저작권 관련해서. 다온에 저작권 관련해서 연구 많이 한 변호사들이 꽤 될 거야.”

“알겠어. 한국 들어가면 신변 아줌마 한 번 만나볼게.”

“요새도 일본 작곡가가 한국에서 많이 작업하디?”

“응. 내가 처음 한국에서 작업할 때만 해도 영화음악가가 만드는 음악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있었거든. 돈을 많이 써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들을 했어. 요새 보면 일본의 유명 음악가들을 데려오더라고. 그만큼 영화에서 훌륭한 음악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는 거잖아.”

“잘 나가는 감독들이 그런 작곡가를 요구해서 그렇지.”


비싼 음악작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본의 유명 음악가를 데려오는 것은 제작사의 변화라기보다는 감독들의 지위가 향상되어서다.


“막말로 내가 로이 호너 불러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할 한국의 제작사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선 조개구이집이 잘되면 전부 조개구이를 하지. 굉장히 트렌드에 열광하는 속성이 있는 것 같아. 과연 이 사람이 정말 필요해서, 이 사람의 음악을 알고 접촉했냐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겠네.”

“게다가 일본의 유명 음악가를 데려오면 홍보마케팅에서 써먹을 수 있잖아. 한국의 음악가들은 화젯거리가 전혀 안 되고.”

“나도 충무로에서 해외파 음악가로 보는 건가....?”

“지금 할리우드 와서 미국영화 음악 하고 있잖아. 그것도 Dr. 영 데리고.”

“데리고는 아니다, 솔직히. 협업하는 거지.”

“됐고. 여자 친구는 어떻게 할 거야?”


류순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20대 후반의 유학생 여성과 한 집에서 살고 있다.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동거 중이다.

신예림이라는 이름의 유학생으로 UC San Francisco 의대에 다니고 있다.

미국 역시 의대입학은 매우 어렵다.

많은 의대들이 유학생을 받지 않는다.

타주의 학생에게 의대를 개방하지 않는 대학도 많다.

그 만큼 어려운 미국의 의대를, 그것도 UC계열 대학에 다니고 있는 유학생이다.

기본적으로 공부 잘하는 아가씨에 그 만큼 독기와 끈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등록금이 비싼 의대를 다닐 정도면 집안의 경제력도 넉넉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류지호도 만나봤지만, 성격도 서글서글한 것이 심성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문제는 도리어 동생 류순호다.


“꼭 한국에 알려야 해? 혼인신고를 하게 될지 안할지 모르는데?”

“예림씨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은 있는 거야?”

“응.”

“할리우드 딴따라들 흉내 내는 거라면 형한테 혼난다.”

“무슨 흉내?”

“프리섹스에 쉬운 결혼과 더 쉬운 이혼.”

“뭔데? 그 고리타분한 멘트는?”

“결혼이 애들 장난이냐?”

“나도 알아. 내가 나이가 몇인데. 철없이 불장난이나 저지르고 다닐까....”

“암튼 얼른 부모님께 인사시켜 드려.”

“근데 형.”

“또 왜?”

“비틀즈 노래 좀 줘.”


ATV와 MJJ Music이 보유하고 있는 비틀즈 음악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는 말이었다.


“아서. 비틀스는 건드리는 게 아니야.”

“<아이 엠 샘>에서는 썼잖아.”

“오리지널 원곡이 아니라 다 새로 녹음했잖아. 그거만 해도 엄청난 돈을 썼을 걸. 내가 알기로 역사상 OST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든 영화가 <아이 엠 샘>이었을 거다. 그것도 비틀즈 노래 때문에. 오리지널 원곡도 아닌 주제에 저작권료를 엄청 지불했을 거야.”


지금까지 비틀스의 원곡을 영화에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틀즈 노래 200여 곡 저작권을 마이키 잭슨과 류지호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ATV Publishing과 MJJ Music Record가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서너 명의 저작 관련자가 있다.

영화나 기타 사용에 원곡 사용을 좀처럼 허락을 해주지 않고 있다.

저작권료 또한 무지막지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음악을 영화에 쓰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절친 사이였던 잭슨과 매카트니 사이가 좋지 않다.

비틀즈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마이키 잭슨이 연이은 히트 앨범을 내면서 막대한 부를 일구었다.

매카트니에게 재산을 어디에 투자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했다.

매카트니는 최고의 투자는 비틀즈의 저작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진담반농담반 말했다.

마이키 잭슨은 얼마 후 실제 비틀즈의 저작권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였다.

당연히 매카트니는 이에 대해 항의했다.


- 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에 투자를 한 것뿐이에요. 이건 비즈니스일 뿐이에요.


이후, 매카트니는 다시는 마이키 잭슨을 찾지 않았다.

심지어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있다.

음악 저작권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준 장본인이 매카트니 자신이었다.

마이키 잭슨이 비틀즈의 모든 저작권을 사들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매카트니는 좀처럼 화를 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추후 마이키 잭슨과 소닉에픽뮤직이 ATV Publishing을 만들면서 기존 50% 비틀즈 음악 저작권에서 거의 90%까지 저작권 소유 지분을 올리게 되었다.

비틀즈 노래의 판권비가 마이키 잭슨이 처음 샀을 때보다 무지막지하게 뛰어버려서 이제는 비틀즈 멤버나 유족들도 자신들의 음악 저작권을 되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참고로 비틀즈의 노래 저작권으로 매해 4억 달러 가까운 수입을 거두고 있다.


“형은 얼마나 벌어?”

“제법 돼.”


최근까지 마이키 잭슨은 MJJ Music을 통해 래퍼 M&M이 발매한 음악들의 저작권을 마구 사들였다.

래퍼 M&M은 콘서트 투어를 돌때마다 MJJ Music에 꼬박꼬박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 수익은 고스란히 마이키 잭슨에게 분배되고 있고.


‘감히 황제를 능멸한 죄값을 금융치료로 되돌려 받고 있는 셈이지.’


소닉에픽뮤직과의 갈등이 일단락되니 저작권 수입이 안정적으로 정산되고 있다.

류지호 역시 두 음악퍼블리싱 회사에 받는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자선기금을 운용할 수 있었다.


“형이 그랬지. 네 저작권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꼼꼼하고 철저하게 등록해 두라고.”

“물론이야.”

“네가 영화음악가로 거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네가 작업한 영화중에 어떤 것이라도 초대박을 치거나 오스카 트로피라도 들어 올리게 되면 그 저작권들이 네 주머니를 순식간에 채워줄 거야.”

“열심히 해 볼 게.”


류지호가 얼마나 대단한 저작권 부자인지 사람들은 전혀 모른다.

미국 기자들도 모두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포브스 같은 경제잡지가 선정하는 공식적인 세계 최고 부자는 헨리 게이츠다.

윈도우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마음대로 복제할 수 있고, 어떤 소프트웨어도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면 헨리 게이츠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헨리 게이츠는 똑똑하고 야심만만한 사람이 분명하지만, 저작권 보호가 없는 세상에서 그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미국에서 특허와 저작권 보호 확대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비밀문서를 볼 필요도, 내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제보자도 필요 없다.

이런 보호를 강하게 만드는 게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진했던 경제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런 정책의 혜택은 LOG Company 같은 기업은 물론 류지호와 같은 저작권 부자들이 주로 보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지.’


사람들은 류지호가 더욱 더 많은 돈을 벌라고 응원해야 할 판이다.

류지호가 벌어들이는 부가 커지는 만큼 사회로 환원되는 부의 규모도 덩달아 커질 테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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