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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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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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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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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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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역경은 반드시 교훈을 남긴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미국과 한국에서 소닉그룹의 몰락을 다룬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다.

류지호가 보기에 성급하지 않나 싶은데 책이 꽤 잘 팔리고 있단다.

확실히 소닉이 과거의 위용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 독립채산제 때문에 소닉은 절대 MacIntosh가 되지 못한다.


스테픈 잡스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닉의 독립채산제를 꼬집은 말이었다.

1994년이었다.

소닉은 일본 최초로 계열사들의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다.

부문별로 책임과 권한을 확실하게 분산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자기 부문의 목표달성을 위해 제각각 장벽을 치고, 단기수익 경쟁에 몰두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장기적인 연구개발은 뒤로 밀렸다.

소닉의 자랑이었던 기술 경쟁력이 약해졌다.

즉 기업경쟁력 제고와 수익 확대를 위해 실시했던 독립채산제가 내부정치 심화와 수익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내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오히려 이윤을 독점하려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계열사끼리 기술 공유가 힘들어지고 결과적으로 기술력만 퇴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소닉그룹의 조직이 안고 있었던 치명적인 단점인 '사일로(silo)‘가 그때부터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다.

사일로(silo)는 곡류입자를 보관하는 탑형의 곡류저장고를 말한다.

조직 간의 의사소통 없이 자기 부서만의 이익을 쫓는 이기주의를 빗댄 표현이다.

소닉그룹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트링어가 소닉에 사일로가 너무 많아서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한때는 돈냄새 좇는 영악한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기술로 실현해보려는 괴팍한 엔지니어들이 몰려드는 기업이었는데 말이지.”


비록 남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궤도에 오른 후로는 자유롭고 유연한 기업문화가 소닉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현재는 화려했던 타이타닉호가 가라앉는 것처럼 소닉이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성전자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긴 LCD패널, 배터리 리콜 사태, 주력 PC인의 부진, 차세대 게임기 PSⅢ의 판매 지연···. 내외적으로 소닉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이긴 했다.

소닉그룹이 이 지경이 된 주요 요인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꼽는다. 전설적인 창업자에 이어 소닉의 경영을 맡은 이들은 소위 샐러리맨 출신 사장들이었다.

음악가 출신인 오가, 멋쟁이 로맨티스트인 이데이.

두 사람은 멋을 한껏 부리고, 폼을 잔뜩 잡았다.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개발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당시에는 소닉의 사업 다각화의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였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인수였다.

그런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들인 것도 문제였지만, 수익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매년 막대한 자금만 빨아먹고 있다.

사실 류지호라는 존재로 인해 가령 <스파이더맨> 같이 소닉-콜롬비아스가 품어야 했던 흥행작이 모두 잃은 것도 큰 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 발간 된 많은 책에서 오가 사장이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를 덥석 사들인 것을 경영실패의 전형으로 꼽았다.


‘그래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수금액 16억 달러는 아꼈잖아....’


당시에 CBS레코드(현 소닉에픽뮤직)와 컬럼비아스 픽처스 인수에 10조(부채 포함)가 넘어가는 자금이 투입되었다.

당시에 콜럼비아스 픽처스는 3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사업 부문이 자금흐름에 부담을 주자, 소닉이 기술투자를 축소하면서 비용 삭감과 단기수익에 혈안이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연구소를 폐쇄하기도 했다.

내부고발도 쏟아졌다.

돈 아끼느라 해외출장도 줄이고, 사보도 안 돌리는 등 구차한 행색을 보여 엔지니어들이 좌절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인사부는 마치 비밀경찰처럼 사내 불만세력을 색출했다고도 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을 보면 소닉의 몰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어발식으로 급격하게 사업 확장을 시도하면서 기업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으며, 국제적인 감각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의 스타일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일본 대기업 문화에 융합되지 못했다는 것도 정설이다.

의도했던 것과 달리 각 사업부별로 손익계산을 내는 독립채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사내 부서 간의 갈등과 다툼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각 부서가 최소한의 기간 동안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만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긴 시간동안 많은 비용의 투자가 필요한 독자기술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소닉의 근간 중 하나였던 '장인정신'을 퇴색하게 만들었다.

90년대 말까지는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여기에 우수한 디자인과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호의를 샀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르자 업계 전반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되고, 성능 면에서 더 이상 소닉 제품은 우위에 설 수 없게 되었다.

한국 가전업체들에게 TV시장을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 치명타였다.

류지호가 DALLSA Corp.의 디지털 카메라에서 경쟁력을 확신했던 것은 분야 선두 기업인 소닉의 고집에 기인했다.

소닉의 제품들은 유독 독자규격에 집착했다.

이를테면 타사의 디지털카메라가 범용성이 높은 SD카드를 저장매체로 이용하고 있을 때, 소닉 제품만은 메모리스틱이라는 자사 개발의 메모리카드만 고집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제품에서 고립된 규격을 고집했다.

제품에서 범용성과 호환성에서 문제가 생기니 소비자가 덜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과거처럼 소닉 제품의 경쟁력이 타사를 압도하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의도대로 소닉 중심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업계 전반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되어 가고 있다.

고립화된 규격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면서 자연스레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름값이 있으니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고 호감을 줄만 하지만 성능 적으로는 타사 제품과 큰 차이가 없지. 타사 제품과의 호환성도 부족한데 가격도 싼 편이 결코 아니고.’


전통적인 제조업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던 최고 경영자의 성향, 그리고 부서 간의 실적경쟁을 부추기는 각종 시스템의 도입 등.... 소닉은 점차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외부 업체의 기술을 도입, 적당히 포장해서 빨리 파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결국 2005년, 소닉그룹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CEO를 임명했지만,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신임 미국인 사장은 그룹의 근간인 가전분야를 무시하고 콘텐츠 중심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푸대접을 받게 된 많은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났다.

가전분야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오성전자에서도 소닉 출신을 연구원으로 데려가고, 중국 가전회사도 비싼 몸값을 주고서 소닉 출신 엔지니어들을 모셔가려고 자기들끼리 경쟁이 붙는 지경이다.

이 시기가 중국의 TV산업의 터닝포인트였다.

JHO Company가 한국의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나름 디스플레이 특허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소닉 경영진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후발주자인 중국 가전업체에게 자사 인재들을 무수히 내주고 있다.

거기에 금융위기 이후 SANYO까지 망하면서 인력들이 대거 중국 가전업체로 흡수된다.

암튼 소닉의 위기는 2012년에 CEO로 취임하는 히라이 가츠키가 강력한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 작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한다.

히라이 가츠키와 류지호는 <REMO>를 촬영할 때 컬버시티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은 이후로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투자의 귀재이자 젊은 경영천재에게 한 수 배운다나.... 뭐라나.

히라이 가츠키는 매사 류지호에게 나이를 떠나 깍듯했다.

암튼, 남의 실패사례는 나에게는 훌륭한 교재이자 참고서다.

역경은 반드시 교훈을 남긴다.


‘상처는 흉터를 남기기도 하지만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굳은살로 변하기도 하는 법....!’


류지호는 여러 국가에서 출판 된 모든 소닉 몰락 관련 책을 구입해 읽었다.

지난 2005년까지 소닉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자신의 경험담을 함께 엮어 쓴 책과 오랫동안 소닉을 연구한 미국의 대학 교수가 저술한 책, 그렇게 두 권을 선택했다.

그런 후에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을 호출했다.


“이 두 권을 최대한 많이 구입하도록 해요.”

“몇 권이나 구입할까요?”

“JHO와 가온 임원 전부에게 한권씩 돌아갈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선물하시게요?”

“이사회의장 비서실 차원에서 미국과 한국에 일괄적으로 보내도록 하세요.”

“혹시 따로 카드를 첨부하실 건지....”

“책의 제목이 내 메시지에요.”


류지호가 선물한 책이 두 그룹의 부장급 이상 간부 수천 명에게 전해졌다.

읽고 안 읽고는 그들 자유다.

다만 오너가 전하는 메시지를 간파하길 바랄 뿐.

‘소닉의 침몰‘ 혹은 ’소닉의 몰락‘.

다소 자극적이고 성급해 보이는 제목들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 담긴 오너의 메시지를 읽어내질 못할 임원들은 없었다.


‘내가 실패해 보지 않아도 남의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류지호는 소닉이라는 기업에 대해 별달리 유감이 없다.

나쇼날이나 미츠비시계열 전범이기라면 모를까.

독도 관련 우익행사를 지원하기는 하겠지만, 일본의 대기업들이 모두 자민당과 한통속이기에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한국 대기업이 보수정부에 멱살이 잡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니까.

다만 이전 삶부터 소닉에 대해 부러움과 얄미움이 공존하는 마음은 있었다.

세계 최고 가전 및 전자기업이었으니까.

이대로 몰락할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분야에서 최대 경쟁자가 소닉이라 더 신경 쓰이는 면도 없지 않았다.


❉ ❉ ❉


PISA 1st GCM(Global Collaboration Meeting) 2007.

(주)PISA Korea가 전 세계 브랜드사업권 인수 후 처음으로 개최한 정례회의 명칭이다.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PISA USA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PISA를 이끄는 전 세계 대표 경영진들과 각국 지사 및 라이선스 회사 임원급 관계자들이 뉴욕에 집결했다.

본사인 한국의 (주)PISA Koreas를 필두로 미국, 중국, 일본, 브라질, 러시아 등 20여 개국 지사, 라이선스 관계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역별 브랜드 운영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지역대표 및 실무진까지 참여해 제품기획과 전략 등을 공유하는 자리도 가졌다.

각 국가별 디자이너들까지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벌였다.


“현재 저희 PISA는 한국, 이탈리아, 미국에 디자인센터를 각각 따로 두고 지역별 소비자 취향과 지역 특성에 맞춰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성공한 디자인은 글로벌 지사 및 라이선스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신설된 국제업무협력팀의 박지홍 상무가 설명했다.


“추후 중국과 남미 등에도 디자인센터를 따로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상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E-Wood와 (주)럭키스타와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지난달에 M&A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는 외산 브랜드에 밀려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동화 브랜드 아티스가 나름 효자다.

그를 통해 충분히 회생할 여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기획실에서 BI 교체 검토를 위해.....”

“하지 마세요.”

“....예?”

“기존의 로고를 더 세련되게 바꾸는 것은 좋지만 브랜드 로고를 아예 버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아, 예.....”


외국의 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전량 제작된다.

국내 스포츠브랜드들도 그런 편이다.

그런데 국제상사의 일부 제품군은 여전히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브랜드 선호도와 상관없이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내구성은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PISA가 스포츠 브랜드를 주력으로 다양한 기능성 제품군을 갖추게 되었어요. 자회사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주력해야 하는 사업에 소홀하면 안 될 겁니다.”

“물론입니다. 가온그룹의 네트워크 도움을 받게 되어서 글로벌 마케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유그룹 무역부문을 고스란히 계승한 가온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주)PISA Korea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PISA korea가 가온그룹에 완전히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배런 렌프로가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좀 있습니까?”

“그럼요! 제2의 레오날드 그레이프 아닙니까.”

“배런 에이전트에게 전속모델 제안해본 적 있어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워낙에 몸값이.....”


태지보이에게 15억을 안겨주었던 프로스펙스였다.

설마 PISA가 배런 렌프로에게 그만큼도 못 줄까.


“내가 운을 띄워 놓을 테니까 접촉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모회사는 (주)PISA Korea에 경영간섭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기존 경영진 체제로 무난하게 운영되고 있기에 딱히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홍보마케팅 실무진과 날 찾아와요.“

“예!”


PISA 1th GCM 2007이 성황리에 마무리가 됐다.

(주)PISA Korea의 박용수 대표를 비롯해 각 국가의 총괄사장들이 센추리시티 MSM본사빌딩 이사회의장 집무실로 찾아왔다.

미국과 유럽 지사를 제외하고 다른 업체들은 파트너십이다.

즉 한국 (주)PISA Korea가 본사, 미국과 유럽(이탈리아)은 자회사, 중국은 합작투자, 그 이외의 지역은 각 지역별 굴지 기업과의 장기 파트너십(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브랜드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분권, 탈집중화 경영 전략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가 니케나 아디다슬러와 같은 방식의 글로벌마케팅을 할 여력이 현재로서는 없고. 너무 다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전략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PISA Korea의 박용수 대표의 설명이었다.

각 지역에 100% 독립 경영 재량권을 주는 '연방제' 형식에 가까웠다.

(주)PISA Korea가 직영하는 곳은 한국과 미국 또 이탈리아뿐이다.

그 외 지역은 파트너사에 100% 사업 재량권을 주고 있다.

PISA 남미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다스(Dass)그룹의 고위임원 아르민 크납이 입을 열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20%는 전 지역이 똑같은 상품을 팔지만 나머지 80%는 지역별 특성에 맞춰 자체 생산 상품을 팝니다.“


중동·아프리카를 총괄하는 인테그릭스의 라지브 바트라(Batra) 사장이 말을 받았다.


"글로벌 사업권 이동 후속조치와 라이선스 재계약 등 혼란이 조금 있었지만, 올해 15%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요.“


유럽의 엠마뉴엘레 페드로티 사장은 자부심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유럽 쪽은 PISA의 탄생지인 이탈리아를 부각시켜 'F-BOX'라는 럭셔리 패션 라인을 키우고 있습니다. 영국과 이탈리아에 26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특별 패션디자인 기지'를 세울 예정에 있지요.“


불쑥 류지호가 물었다.


“이탈리아 지사 자체적으로 새로운 디자인센터 설립이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PISA Korea가 이탈리아 본사 및 룩셈부르크 법인의 채무 상당 부분을 해결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스터 류가 런던을 방문하면서 PISA 제품을 많이 매스컴에 노출해 주셨더군요.”

“명색이 오너잖아요. 열심히 광고를 해야죠.”


매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미스터와 부인이 영국에서 신거나 입은 PISA 제품에 대한 문의가 한때 폭주했던 적이 있습니다.”

“반응이 있다니 다행이군요.”


다스그룹 아르민 크납 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남미 젊은이들은 사무실에 출근할 때 하이힐이나 구두 대신 런닝화를 신는 편입니다. 우리는 사무실용 런닝화로 시장을 집중 공략해 볼 생각입니다."


프로스펙스가 그쪽으로 나름 강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아 류지호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중국인들은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으로 잘 입고 다닙니다. 이 점을 노려 현재 60여 개인 가두 점포를 늘려 내년에만 300여개 신규 점포를 열 계획입니다."


중국의 제임스 젱 부사장의 말을 미국법인 존 엡스타인 사장이 받았다.


"PISA는 '하나의 DNA'를 강조하지만 사실 지역별 소비자 취향을 실시간 맞추는 '리얼타임 경영'이 강점입니다. 그것이 부활의 키가 될 것입니다.“


중앙에서 통제하지 말고 지금처럼 각자 독립적으로 해먹을 수 있게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박용수 대표가 말을 받았다.


“기존 세 개의 디자인센터 체제에서 향후 전 세계를 5개 지역으로 나눠 디자인 센터를 따로 두고 성공한 디자인이 있으면 각국 지사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디자인 공유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그에 맞춰 지역별 소비자 공략법도 다양하게 전개될 예정입니다.”


한국 부산에 위치한 신발 연구개발(R&D)센터 및 뉴욕 디자인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브랜드의 태동 국가인 이탈리아에 통합 디자인 센터를 확대하는가 하면, 추후 대륙별로 거점 국가에 현지화 디자인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탈집중화 전략은 박용수 대표가 PISA를 성공 시킨 비결이었다.

유일하게 현지화에 성공했던 (주)PISA Korea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한 전략을 다시 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박용수는 해외지사장을 오랜 시간 경험해 봤다.

신뢰에서 비롯된 굳건한 해외 라이선스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몇 해 실적이 나쁘다고 본사에서 닦달하거나 현지 파트너가 시장을 잘 키웠다 해서 본사가 현지 지사장을 제치고 다이렉트 진출해서 탈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그 때문에 탄생한 것이 ‘신뢰 기반의 현지화, 분권화’다.

이전 삶에서 그 전략의 성공사례는 중국에서 이어졌다.

(주)PISA Korea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중국 사업에서 현지 1위 업체와 합작투자법인을 만들어 전적으로 그들의 방식을 존중했다.

중국 굴지 기업과 신뢰에 바탕을 둔 파트너가 되자, 현지에 맞는 디자인·상품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속도가 났다.

그 같은 성공 모델을 통해 일본의 상사 1위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데 이어서 세계적인 유통업체 몇 곳과 계약을 맺어서 영국·아일랜드 지역, 러시아 지역에 대한 라이선스 사업자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큰 지렛대가 됐다.


“PISA는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 이탈리안 브랜드입니다. 그저 한국 기업이 그 사업권을 갖게 된 것 뿐. 브랜드가 탄생한 근원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짓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되는 근본, 즉 브랜드의 바탕이 되는 이탈리안 DNA를 유지하고 계승시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용수 대표의 확고한 철학이었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넘어 그의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류지호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국뽕‘은 의미도 없고 도움이 안 된다.

본사 국적을 강조하지 않고 디자인 철학이나 DNA를 이탈리아 감성으로 유지하면서 국제 시장의 소비자들의 맞춤형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할 뿐.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기 전에는 글로벌 회의에 참석하면 압박이 꽤나 심했습니다. 지역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 제품 구매해라’ ‘판매 실적을 내라’는 요구가 핵심이었거든요.”


각국에 재량권을 주는 현지화 전략의 밑바탕이 된 계기가 바로 그 같은 기존 본사의 강압적인 태도였다.

당시에 느꼈던 답답함을 되새겨 박용수 대표가 찾아낸 것이 연방제 형식의 운영이었다.

(주)PISA Korea가 본사와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기 전까지는 전부 직영체제로 운영됐다.

인수 후에 박용수 대표는 한국과 가장 큰 시장인 미국 그리고 상징성이 있는 이탈리아만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라이선스 체제를 구축해나갔다.

각 시장에 정통한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통해 공략하는 방식이다.

유럽 일부,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은 인테그릭스, 일본은 이토추 종합무역상사, 남미는 다스그룹 등 전 세계 70여 개국, 18개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매년 최소 4,000만 달러의 로열티가 보장되었다.

모회사인 가온은 (주)PISA Korea의 글로벌 경영을 존중해 주었다.


‘의장 비서실 참모들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조언했고.’


다만 추후 브랜드 이미지가 한 단계 성장하게 되고 라이선스 재계약 시점이 올 때를 대비해서 통합적인 운영을 하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이 좋았다.


“미국 시장이 어렵다고요?”


작년까지 미국에서만 매달 100만 달러씩 적자가 나고 있다.

존 엡스타인 사장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인수 시점에는 브랜드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미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은 사실상 작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PISA USA는 합리적인 가격, 대규모 물량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경일자동차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올 6월 중순 현재 전년 대비 80%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고급화 전략 대신 ‘품질 좋은 저가상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소매보다 도매 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또한 비싼 임대료를 내야하는 맨해튼 중심가에 있던 호화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24개 직영매장을 정리해 고정비용을 줄여나가고, 그 대신 미국 전역에 1,200개 매장이 있는 콜스와 신발 전문매장인 풋로커 같은 대형 유통채널과 손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류층 테니스 인구를 집중 겨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단다.

구구절절.


"10명의 풀타임 영업맨이 휴양지에 있는 최고급 호텔의 테니스용품 숍들만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팀스포츠 대신 요가 등 여성들이 즐기는 개인 스포츠용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 중입니다. 그래서 올해 여성용 상품 매출이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용수 대표가 충고했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도록 고급 테니스클럽에는 고가제품을 위주로 들여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류지호도 거들었다.


“뉴욕,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토론토, 밴쿠버 등의 플래그십은 그대로 놔두세요. 부담된다면 내가... JHO가 인수할 수 있어요.”

“.....?”

“아, 내가 직접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G.O.M International 혹은 아네모네 프랜차이즈가 관리할 겁니다. 여러분의 경영실패를 내가 채워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자주 확인해 볼 수 있는 매장이 가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PISA가 과거의 인기를 회복할 때까지 전체 상품에서 20%만 모든 지역에서 팔고 80%는 지역 특성에 맞게 구성해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에선 테니스와 요가상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10~20대 초반 여성을 위해 ‘걸 라인(Girl Line)’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미지역에선 기능과 패션을 결합한 신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PISA Korea의 현지화 전략은 최적의 선택임이 결과로 나타난다.

2010년부터 지역별로 매해 최소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2011년이 탄생 100주년 입니까?”

“그렇습니다.”

“기념사업은 준비된 것이 있습니까?”

“.....”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에서 탄생했다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예.”

“내가 비엘라에 PISA 박물관을 만들겠습니다.”

“.....!”

“그 전까지 여러분들은 PISA가 세계 4위 스포츠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글로벌 매출 30억 달러(약3조4800억 원) 정도는 달성해 주어야 세계 4위 스포츠 브랜드로 올라설 수가 있다.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실적도 아니다.

그래봐야 2위 아디다슬러와는 세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매출규모니까.

그만큼 1~2위 브랜드의 세계 점유율은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다.


“인수 직전 8억 2,000만 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매출이 지난해 10억4,000만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13억 달러 이상 매출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국제상사 인수 등 한국 본사에 부담이 가중되긴 했지만, 기능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감성의 복합체로 키워내고 지역별 맞춤 전략을 더욱 강화한다면 5년 내에 글로벌 매출 30억 달러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곡 이뤄보겠습니다.”


박용수 대표가 자신감을 보였다.

이전 삶에서 자체적인 역량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부활시켰던 인물이다.

경영을 위협할 악재가 사라진 이번에는 세계 4대 스포츠 브랜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선물입니까?”

“기념품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센추리시티의 의장 집무실을 떠나는 사장들에게 류지호가 책 두 권을 선물했다.

소닉그룹의 흥망을 다룬 책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크고 작은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며 새롭게 주목받는 기업이 출현하는가 하면 저물어 가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변화를 외면하는 순간 위기는 모든 기업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휴대전화, TV시장을 제패한 한국기업의 위상,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있는 MacIntosh의 기세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앞으로 10년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오성, 경일, 금성이 일본과 미국의 기업을 열심히 쫓았던 것처럼.

개발도상국들이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명성과 위세는 단 6개월 만에 무너질 수 있다."


언제나 기업가에게 유효한 말이다.

때문에 기업 스스로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류지호는 한국과 미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망하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두려울 뿐.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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