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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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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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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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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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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나르시시즘의 시대. (6)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스스로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결국 파괴하는 것이 숙명이란 의미에서 붙인 표현이다.

StreamFlicks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혁신의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류지호는 StreamFlicks의 문화와 비전을 믿었다.

아직까지는.

다만 최고경영진들이 자신들도 놀랄 정도의 성장과 명성에 들떠서 엉뚱한 경영적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간간이 참견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스스로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테지만.

JHO Company가 없었던 이전 삶에서 잘해내기도 했고.

그럼에도 끝까지 시장지배적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가 부분에서 류지호는 확신이 없었다.

OTT 1차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 전까지만 살아본 류지호다.

그 결과를 알지 못했다.

알았다고 해도 딱히 도리가 없기도 하고.

실리콘밸리는 승자와 패자가 수시로 뒤바뀔 수 있는 동네이기에.

잘나가던 회사도 한 번 삐끗하면 문을 닫을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판을 흔들어대기도 하고.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세계니까.....’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는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StreamFlicks가 자랑하는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결과로 발굴된 소재, 캐릭터, 스토리 등이 적용된 첫 번째 프로젝트가 <하우스 오브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에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케브 파울러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케브 파울러의 성추행 의심은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이전 삶에서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촬영할 때 스태프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시즌6가 불발된 바가 있다.


“파울러씨 대신 톰 로빈슨이나 레온 브리지스는 어때?”


시오 사란도스는 류지호의 직설적인 말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나는 <브레이킹 배드>의 브라이언이 어울릴 것 같거든. 연기력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고. 그런데 언제 <브레이킹 베드> 시리즈가 종영할지 알 수 없어서....”

“일단 톰 로빈슨는 탈락.”

“정치적 성향이 강해서?”

“나보다 Jay가 더 잘 알지 않아? 그는 주변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어.”


토머스 로빈슨은 이스라엘을 비판했다가 영화계 유대인 거물들에게 찍혔다.

그 이후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을 못하고 있다.

마이너 영화나 비중이 적은 배역 위주로 출연하며 간간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중이다.


“빅데이터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자는 말이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좋지 못하고.”

“무슨 소문?”

“함께 일하는 여성 스태프를 상습적으로 추행한다잖아.”

“타블로이드가 만든 루머 아니었어?”

“듣기 싫어도 저절로 할리우드 사람들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 줘. 파울라씨의 인격을 모욕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StreamFlicks의 첫 오리지널이야. 난 시리즈 안팎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끼어들지 않길 바래.”

“<브레이킹 배드>의 브라이언이 합류한다면 정말 끝내주긴 할 텐데.....”

“시어가 프로듀서와 직접 의논을 해봐.”

“알겠어.”

“혹시 StreamFlicks에 따로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어?”

“코리안 필름 카테고리?”

“K-Martial Arts Films 섹션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

“과거 웨스턴무비가 유럽으로 넘어가 마카로니웨스턴이란 장르가 만들어졌잖아? 그렇다고 절대 저예산의 날림 영화가 아니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카로니웨스턴은 1960~1970년대에 걸쳐 양산되었던 이탈리아산 저예산 미국 서부개척시대 영화다.

이탈리아산 서부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된 낭만적인 권선징악 정통 서부극과 달리 누가 착한 놈이고 누가 악당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좋은 놈 나쁜 놈 가리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막 쏴 죽이는 액션위주의 서부극이다.

배경도 미국산 서부영화가 주로 캘리포니아나나 애리조나 등이 무대인데 반해 마카로니웨스턴은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지대가 주된 배경으로 등장한다.

멕시코 분위기의 서부영화라면 대부분 마카로니웨스턴이고 보면 된다.


“중국은 검열과 당국의 허가문제 때문에 언제 진출할지 알 수 없어.”

“내가 구상하고 있는 마샬아츠 섹션은 중국시장을 위한 장르가 아니야.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들을 위한 콘텐츠야. 특히 동남아에서 살고 있는 화교 4,000만 명이 타깃이야.”


StreamFlicks는 죽었다 깨어나도 중국에서 서비스하지 못한다.

이 시기에 모국어로 중국어를 사용하는 전체 인구는 13억 명이다.

모국어는 영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가정과 커뮤니티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도 몇 천만 명이나 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4,000만 명의 화교들.

서구권에서 살고 있는 중국계 1~2세대들.

그들은 재미가 없어도 중국 본토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억지로 즐기고 있다.

중화민족으로써의 향수 때문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남미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쿵푸나 무협영화가 잘 먹힌다.

WaW와 GH가 합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신무협 바탕 무협영화나 TV시리즈를 세계 최고 OTT 플랫폼을 통해 팔아먹을 꿍꿍이다.


“한국은 마카로니웨스턴처럼 기존 중국 마샬아츠 소설을 비틀거나 새로운 것을 융합시켜서 새로운 스타일의 마샬아츠 콘텐츠를 만들어냈어. 정통무협팬 입장에서 불쾌감을 드러낼지 몰라도. 무협 세계관에서 기득권의 더러운 면을 고발하기도 하고, 무협의 판타지 대신에 좀 더 현대사회에 가까운 가치관을 대입한 스토리도 있어. 물론 영화 <보디가드>를 마샬아츠 소설 형식으로 변주한 스토리도 있지.”


전통무협팬들은 신무협을 싫어하거나 불쾌해 할 수도 있다.

정의를 수호하는 명문정파가 알고 보니 썩을 때로 썩은 부패의 소굴이었다거나, 이단종교를 신봉하는 무력집단이 알고 보니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한 발 떨어져서 차라리 담백하다거나 심지어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설정 같이.

한국의 신무협 장르 안에는 기존 무협 세계관을 파괴하고 비틀고 현실풍자를 가미하고 SF장르까지도 융합하는 등 파격적인 스토리의 소설이 넘쳐난다.

홍콩에서 제작되었던 무협영화, 중국 본토에서 제작되는 무협영화와는 완전히 색깔을 달리하는 한국식 무협영화 섹션.

과거 미국의 서부영화가 이탈리아로 넘어가 독특한 장르로 재탄생했듯이 중국의 무협장르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전혀 새로운 Korean Martial Arts Films 장르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류지호의 아이디어다.


“홍콩의 GH와 합작으로 몇 편이 제작되고 또 기획되고 있어. 한국에서는 <퇴마기록>과 유사한 분위기에 <미친 밤의 주민들>이라는 어반 판타지 장르물도 제작되고 있고.”

“언어는 중국어?”

“GH와 합작하는 중국 이야기만. 한국적 소재의 콘텐츠는 당연히 한국어지.”

“더빙 안 하고?”

“계획은 있어.”

“말만 들어도 소요될 예산이 엄청날 것 같은데.....?”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예산이 어떻게 돼?”

“2015년까지 50억 달러.”

“조달 방법은?”

“유상증자와 금융권 융자.”

“작년 매출이 26억 달러였던가?”

“맞아.”

“순이익은?”

“1.8억 달러.”


순이익이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흑자라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이기에.


“20년까지 K-Martial Arts Films 섹션에 20편. 한국의 Aram 프로덕션과 계약하는 걸로 하고. 매해 최소 하나의 프로젝트가 공개되는 걸로 해보자. 제작비 조달은 따로 유상증자 방식으로 내가 해결해 줄 게.”

“저작권은?”

“StreamFlicks에 귀속되는 것으로.”


저작권 고민 없는 콘텐츠가 확보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문제는 류지호 혹은 JHO Company의 지분이 늘어나는 것이 불안했다.

지금도 반쯤 JHO Company 계열사나 마찬가지인데, 이러다가 완전히 종속될 것 같아서.

다만 미스터 할리우드가 기획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성공할 것이 뻔했다.


“....음.”


결국 빅데이터 분석으로 도출된 <하우스 오브 카드> 주인공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StreamFlicks의 영화 분류에 이미 한류드라마(추후 K-Drama로 변경) 섹션으로 아시아권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지만, 새롭게 K-Martial Arts Films 섹션도 추가될 예정이다.


[I'm a powerful friend to have right now. perhaps your only friend. So don't defy me.]

(넌 당장 나 같은 힘 있는 친구가 필요할 테지. 어쩌면 내가 너의 유일한 친구일지도.... 그러니까 내게 반항하지 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프랭크 언더우드가 한 말이다.

StreamFlicks는 류지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의 돈을 받은 그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다.

그렇다고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셀럽 놀이를 하는 것까지 관여할 생각은 없다.

회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만 않는다면.

류지호는 셀럽 놀이를 하던지 나르시시즘에 빠져 헤롱대던지.

딱히 상관할 생각이 없다.


✻ ✻ ✻


류지호의 실리콘밸리에서 마지막 일정은 일론 리브스와 점심미팅이었다.


“가온모터스와 삐걱거리는 부분은 없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자꾸만 가르치려고 들어서 TESLAS 직원들이 자존심이 꽤 상했나봐.”

“심각했어?”

“그럭저럭 해결된 모양이야.”

“문화차이에서 오는 문제라 쉽게 풀릴까 싶은데?”

“괜찮겠지. 어린애들도 아니고.”

“사촌들이 운영하는 에너지 회사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며?”

“응.”


매해 여름마다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개최되는 ‘버닝맨 축제’라는 곳에 일론 리브스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2005년에 참석했다가 사촌이 제안한 사업이 있었는데, 바로 태양광 발전 회사였다.

일론 리브스가 투자하고 류지호가 자금 일부를 보태면서 사촌들이 Solarcity라는 태양광 회사를 창업했다.

2007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사업 규모가 큰 가정용 태양광발전기 설치 회사로 등극했고, 올해는 해당 분야 미국 1위의 회사가 됐다.


“적자는 감당할 수 있대?”


일론 리브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태양광 발전시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있어야만 경제성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보조금이 없다.

미국에서 무상으로 설치해 주고 돈을 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개인이 태양광 발전기를 자기 소유 주택에 설치하면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이익이다.

문제는 설치비용이다.

주택, 학자금 융자 등에 메어있는 미국인 입장에서 목돈을 지불할 수 없다.

그래서 Solarcity의 사업모델은 국가가 아닌 미국의 대형은행에서 투자를 받아 개인의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해 주는 식이다.

주택 소유주는 Solarcity와 20년 간 매월 태양광시설 임대료(전기료)를 지불하기로 계약한다.

전기요금은 기존 미국의 전력회사보다 싸게 책정하고.

계약기간에는 인상하지 않기로 약정한다.


“무모한 듯 보이지만, 영 엉터리는 아니란 말이야.”


자동차는 최대 36개월 할부로 판매한다.

때문에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일반인들이 구입해 타고 다닐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Solarcity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장장 240개월 할부로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려는 사람들의 부담을 확 줄인 것이다.

주택 소유주에게는 분명 이득인데, 그걸 제공하는 Solarcity는 딜레마에 빠졌다.

사업이 확장될수록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계약기간 10년째가 되면 설치에 들어간 만큼의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설치비 회수에 무려 120개월이 걸리는 것이다.

사업이 번창할수록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서 훨씬 적은 푼돈이 회사로 들어오는 구조다.

당연히 부채가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Solarcity 사업모델을 비웃지 않는다.

그럴 듯하다고 느낀다.

미국의 초대형 금융사들이 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담보처럼 여겨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가 투자를 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이유가 있다.

Solarcity의 사업모델이 기존 미국의 전력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규모만 다를 뿐이다.

즉 미국의 전력회사는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대형 발전소를 지어서 전력망에 연결한다.

고객이 다른 주로 이주하지 않는 한 요금을 지속적으로 받기로 계약을 한다.

전기요금은 물가상승 등 요인이 발생할시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는 매년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다.

결국 기존의 민간 발전회사나 태양광 발전회사는 큰 빚을 내서 만든 시설로 전기를 만들어 팔아서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가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Solarcity의 태양광 발전사업은 10년, 20년 버틸 수 있는 여력만 갖추고 있다면 매우 유망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각 주의 전력회사들은 상당수가 독점기업이다.

Solarcity가 각 주의 독점적인 전력회사의 견제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는 숙제다.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PG&E, SCE, SG&E 등 3개 민간 전력회사가 책임지고 있다. 일론 리브스가 사촌들과 자기들끼리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음에도 류지호를 끌어들인 이유다.

견고한 민간 전력회사 시스템 안에서 로비와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즉 류지호의 영향력과 월가 투자회사의 이름값이라는 방패막을 세운 것이다.


“그나저나 올해도 참가 안 할 거야?”

“뭘? 어딜?”

“버닝맨.”

“나는 실리콘밸리 인사이더도 아닌데?”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거야. 이 멍청아!”


류지호는 그저 샴페인으로 입안을 적실 뿐.

그럼에도 일론 리브스가 마치 래퍼가 된 것처럼 떠들었다.


“많은 수의 유니콘을 탄생시킨 실리콘밸리의 엘리트 사관학교 오너이자 실리콘밸리의 숨은 왕... 그런 네가 인사이더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인사이더인데?”

“너도 있고, 페이지, 베이조스, 주커벅, 슈밋.... 계속 불러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일론 리브스가 되물었다.


“올해도 윌리엄스씨를 대리로 보낼 거야?”

“난 한 번도 버닝맨에 론을 대리로 보낸 적 없어. 그 스스로 ‘혁신가들의 성지’라는 버닝맨에 참석하는 거지.”


버닝맨(Burning Man).

매년 여름 네바다주 사막 블랙록에서 벌어지는 축제다.

약 7만 명의 사람이 모여서 열흘짜리 마을이 만들어지는데, 참석자들의 창작물을 서로 나누고, 마지막 이틀에 걸쳐 거대한 신전과 사람 모양의 조형물을 불태우는 행사를 벌인다.

사이비 종교 모임 같기도 하고.

집시나 히피들의 난잡한 초대형 파티 같기도 한.

밤에는 파티와 향락이 어우러지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이를 ‘페스티벌’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성인들을 위한 미키마우스랜드’라 묘사하기도 한다.

행사 주최 측이나 참석자들은 일상적 공간을 벗어나서 자신 안에 있는 창의성을 마음껏 꺼내 보일 수 있는 해방구라고 정의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JHO VC를 비롯해 주요 인큐베이팅에 들어갈 수준의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당연히 버닝맨에 다녀와야 하는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의 필수 참석 이벤트 같은 곳이다.

또한 할리우드 배우들도 이 행사를 자주 찾는다.

참가비가 제법 비싸다.

대략 1,000~1,200달러다.


“내가 버닝맨 프로젝트 측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작년에 정식으로 초청을 부탁했다며? 그것도 무려 1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버닝맨 프로젝트는 그 해 가장 뜨거운 이슈를 불러온 인물을 초빙해 왔다.

간혹 참석 조건으로 강연비를 책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5만 달러 이상이 책정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 무려 10만 달러 강연비가 류지호에게 책정되었다.


“궁금하긴 한데....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참석하려고.”

“왜?”

“7만 명이 넘는 괴짜들의 혼돈 속으로 내 아이들을 던져놓고 싶지 않아.”


버닝맨은 히피들의 축제를 우습게 만들 정도로 괴짜들의 잔치다.

한편으로 돈 자랑의 극치이기도 하고.

백만장자들이 자신들의 전용기를 타고 와서 자신의 부를 자랑한다.

셀럽들이 화려한 복장으로 연출사진을 찍어서는 SNS에 올려 버닝맨 참석을 과시한다.

창작물이나 아이디어들이 활발하게 마켓에서 거래가 되는데,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다.

여기까지는 류지호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외에 것들이 문제다.

열흘 동안 엘리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 즉 창작, 토론, 돈, 술, 마약, 섹스가 사막 한가운데서 자유분방하게 이루어진다.

뭔가 심오하고 경건한 철학적 종교적 의식 같으면서도 온갖 향락(享樂)이 다 버무려져 있다.

제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참석하기에 민망하고 불건전한 모습이 많다.

류지호 혼자 참석하는 것도 싫었다.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성직자 같다니까....”

“부모로서 당연한 보호본능이거든!”


두 사람의 식사 시간은 두 시간을 넘겼다.

시답잖은 이야기부터 비즈니스 이야기, 실리콘밸리 동향까지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

‘스타링크’에 관한 논의도 있었고.

‘하이퍼루프‘에 관한 사업계획도 확인했다.

SANYO와 가온그룹이 참여하는 TESLAS 리튭이온전지 합작사업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위성 초고속인터넷망, 진공튜브형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

90년대부터 인터넷, 우주, 청정에너지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왔던 일론 리브스는 그림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그거 알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막의 4%만 태양광 발전으로 활용해도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거.”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그래? 지금은 더 늘었어. 얼마나 많은 지역이 사막화 되었는데.”

“MacIntosh의 캠퍼스2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한다고 하던대?”

“어떻게 알아? 건물 디자인 공개도 안했는데.”

“다 아는 수가 있지.”

“Solarcity는 못 들어가. MacIntosh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생각인 것 같으니까.”

“...음.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고 싶은 모양이네.”

“Googol도 경계해야 할 걸?”

“걔들은 도대체 안 하는 게 뭐야?”

“버펫씨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태양광 사업을 넣고 싶어 하는 눈치야.”

“돈 귀신들이 1,000억 달러 시장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 리가 없겠지.”

“네 사촌들에게 제대로 하라고 해. 적당히 회사 키워서 팔아먹을 생각 하지 말고.”

“제대로 하고 있어. 얼마나 더 잘해야 하는데?”

“암튼 중국이 가격으로 밀고 들어오면 장사 없어. 무조건 기술이야.”

“걱정 마.”

“아프리카에는 언제 진출할 수 있을까?”

“사막이 일사량이 풍부하고 일조시간이 길어서 태양광 발전에 최적이긴 한데... 높은 열과 패널을 가리는 모래 먼지가 효율을 떨어뜨리는 약점이기도 해.”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성능 태양전지가 필요해.”

“그래서 SANYO와 함께 하기로 했잖아.”


이 시기의 SANYO는 휴대폰과 노트북 같은 모바일 제품부터 전기자동차(EV) 등 충전지 시장에서 세계 제1위의 점유율(20.6%)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전지시장에서도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고.

원천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로열티 수입도 상당했다.

DMB AG와 가온모터스가 TESLAS 주식을 보유하며 제휴를 맺은 것처럼 SANYO 역시 TESLAS 주식 3%를 확보하며 배터리 사업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참고로 TESLAS는 이미 2009년 SANYO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새로운 계약은 언제 체결하는데?”

“10월.”

“뭘 까다롭게 굴어, 그냥 사인하지.”

“4년 동안 SANYO가 10만 대에 해당하는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까?”

“별 걱정을 다 한다.”


두 회사의 계약서에는 TESLAS는 4년 간 무조건 일정 부분(8만 대)의 배터리를 사야할 의무가 있고, SANYO는 TESLAS가 요구하는 수량을 반드시 공급해야할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이전 삶에서 합작사였던 내쇼날 전기의 경영진과 일론 리브스는 많은 사안에서 충돌했다.

두 회사의 불신이 싹튼 것은 문화 차이 때문이다.


‘아무리 내 친구라지만 정말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어디 일론 리브스 뿐일까.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들은 하나 같이 ‘잡스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자유분방함을 모토로 삼는다.

그러면서 독재를 일삼는다.

반면에 SANYO는 전형적인 일본 기업이다.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존재한다.

가온모터스 파견 직원들과 갈등을 겪은 예에서 볼 수 있듯 두 기업의 협력에서 험난함이 예상되었다.


“SANYO는 걱정 말고, TESLAS나 똑바로 해.”

“문제가 발생하면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할 수도 있어.”

“해 봐.”


일론 리브스 같은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CEO들이 이렇다.

일단 해본다.

그 방법이 아니라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TESLAS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생산할 수도 있다고? 그러다 실패하면 좋은 시행착오였다,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하면 끝이야? 그 사이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은 누가 책임질 거지? 네가 책임 질 거야?“

“당연하지!”

“만약 그 실패의 책임을 물어 널 TESLAS의 CEO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단 한 번의 실패로? 누가 감히?”

“그 단 한 번의 실패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어. 이제 넌 실제적 가치를 세상에 증명해야 돼. 꿈과 아이디어를 파는 스타트업의 CEO가 아니야. 이제 더는 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선 사기꾼 밖에 안 돼.”


누구도 이 대단한 젊은 혁신가에게 충고나 조언하지 않는다.


“넌 대단해!”

“네가 최고야!”


일론 리브스가 지겹도록 듣고 있는 말이다.

에드워드 버펫 같은 노회한 투자자들이 언론을 통해 충고하면 그냥 씹는다.

그나마 류지호가 충고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하는 정도.

자본금 100만 달러 미만으로 직원 십여 명이서 기획·개발·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밸리가 축복이자 천국이다.

하지만 1만 명 이상 고용하는 거대 기업은 실패를 용인할 수 없다.

회사 말아먹기 십상이니까.

실리콘밸리는 재기의 기회를 넉넉하게 주지만, 일론 리브스가 속해 있는 세계에서는 실패는 곧 퇴장이며 심할 경우 파산이다.


“까칠한 자식. 왜 내게만 유독 잔소리가 심한 거야? 내가 싫어?”

“네가 가장 걱정 되니까.”

“내가 가장 잘하고 있어서는 아니고?”


류지호는 자신감인지 뻔뻔함인지 모를 일론 리브스의 반문에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만날 때마다 잔소리하면 확 못되게 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건 스토커나 하는 짓이야.“

“무슨 그런 헛소리를....!”


류지호의 농담에 다소 딱딱해질 뻔한 분위기가 다시 느슨해졌다.


“영화는 안 찍어?”

“찍어야지.”

“너는 영화 찍을 때가 제일 잘 나 보여.”

“친구한테 충고할 때는 안 멋있고?”

“최악이야.”

“인정!”


변함없는 사람이란 없다.

누구나 변한다.

어쩌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변함없는 인간관계는 말로는 쉽지.... 실제로는 쉽지 않다.

아무리 가까웠던 사람도 어느 날 차가운 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

사람은 변함없는 인간관계를 바라지만, 그렇게 바라는 사람조차 변한다는 걸 잊는다.

나르시시즘 시대다.

모두가 달콤한 자아도취에 빠져들고 있다.

타인에게 섣부른 충고는 금물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 할 수도 없다.

친구라서 그렇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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