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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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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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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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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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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ogang!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가 실존인물을 다룰 때 대략 두 가지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체화 하는 것으로 나뉜다.

실제인물의 동작, 말투, 습관까지 배우가 완벽하게 복사하는 수준의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가 있다.

반면에 실존인물의 외모와 캐릭터는 크게 개의치 않고, 그 인물의 삶과 철학에 집중한다.

그를 통해서 영화 자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에 방점을 찍는다.

실존인물과의 싱크로율에 얽매이지 않는 접근 방식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 마거릿 대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철의 여인>이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분장상과 여우주연상이다. 남자들의 전유물 같았던 영국 정치판에 뛰어든 강철 같은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수작이라기 보기 어려운 영화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이 일품이다.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리 스트립은 외모부터 말투까지 생전의 머거릿 대처 총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복제를 뛰어넘는 완벽한 변신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정확히 그에 반하는 영화도 있다.

2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류지호의 <Christmas Cargo>와 경쟁했던 <소셜 네트워크>다.

실존하는 페이스노트 창업자와 배우의 싱크로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주제를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세레체 카마(Seretse Khama)라는 실존 인물을 다루는 <Tsogang> 또한 후자를 따르기로 했다.

세레체 카마의 외모, 말투 습관에 대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추이텔 에지오포에게도 실존 인물인 세레체 카마를 완벽하게 복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의 삶과 철학, 가치관에 더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세레체 카마에 대해 몰라. 추이(애칭)가 카마를 완벽하게 영화에서 재현해냈다고 해서 찬사를 받기 쉽지 않을 거야.”

“저로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실존인물의 외모와 말투는 신경 쓰지 마. 세레체 카마가 삶을 통틀어 간절히 원했던 것, 그리고 그의 신념과 염원에 포인트를 맞춰.”

“그것이 뭘까요? 단순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던 시절에 백인 여성과 결혼했다는 것 그 자체일까요?”

“세레체 카마가 왕위 계승자로서 선택받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사랑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을 거야. 백인들이 피부색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것이나 동족들이 백인 아내를 거부하는 것이나 얼마나 답답하고 원망스러웠겠어.”

“....음.”

“백인 아내를 포기했으면 왕위에 오르는데 문제가 없었어. 베추아날란드의 혼란도 없었을 거고. 강대국에게 휘둘리지도 않았을 거야. 냉정하게 보면 세레체 카마는 왕위계승자로 무책임하다고 욕먹어도 싸지 않을까?”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왕족으로서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류지호는 <Tsogang>을 영웅주의 영화로 풀 생각이 전혀 없다.

인종차별을 뛰어넘어 사랑을 완성한 불굴의 흑인 지도자.

아프리카 대륙의 민주주의 초석을 닦은 인물.

그처럼 세레체 카마를 맹목적으로 찬양할 생각이 없다.

때론 비겁했고, 때론 겁쟁이였으며, 때론 무기력했던.

왕족으로의 특별한 권리를 과감하게 포기해야만 했던.

하지만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만큼 비추아날란드를 사랑했던.

결코 순조롭지 않은 삶속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할 생각이다.


“솔직히 내가 볼 때 보츠와나 현대 역사에서 정말 비범한 인물은 세레체 카마 다음 대통령이었던 마시레이일지도 몰라.”

“그 사람도 따로 공부해야 합니까?”

“내가 보내 준 자료만 참고로 읽어보면 돼.”


시골 깡촌에서 태어난 마시레이는 보츠와나판 흙수저 성공기의 표본이다.

왕족이자 유학파 엘리트였던 세레체 카마의 정치세력에 합류한 이후 마시레이는 정치력을 발휘해 1970년대 보츠와나 주변 국가의 숱한 분쟁을 중재한 협상의 달인이었다.

오늘날 보츠와나의 경제 발전의 토대를 쌓은 인물이기도 했고.


[다이아몬드를 팔아 번 돈으로 대통령 궁을 치장하느니 학교를 더 많이 짓겠다.]


생전 마시레이 대통령이 했던 말이었다.

그는 실제로 그 약속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류지호가 보츠와나 태생이었다면 세레체 카마가 아니라 마시레이의 이야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국뽕’영화로 말이지....‘


류지호가 마시레이가 아닌 세레체 카마의 전기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현재도 진행형인 서방국가의 제국주의 행태와 아프리카에 대한 인종차별을 함께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부모님이 나이지리아 출신이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만, 할리우드는 <타잔>, <부시맨>,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거쳐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마다가스카>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낭만과 순수의 고향으로 아프리카를 포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호텔 르완다>도 있고 <콘스탄트 가드너>,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문제작도 있어.”


할리우드 감독들이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시선이 낭만성에서 혼돈의 땅으로 바뀐 지 제법 되었다.

관객들도 더 이상 할리우드의 아프리카에 대한 판타지를 믿지 않았고.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을 비롯해 지인들이 류지호에게 충고했다.

최근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아프리카 배경 영화들이 추구한 방향성을 참고하라고.

앨런 포스터는 직설적으로 말한 바 있다.


“솔직히 아프리카의 이름도 잘 모르는 국가 왕자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제 아무리 포장해봐야 서구권 박스오피스 톱 10에 오르겠어? 4대 영화제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단 보츠와나 출신 감독이 실화를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그린다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류지호라는 외국인이 아니라.


“딱히 국제영화제의 성과에 연연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홍보마케팅 측면에서 국제영화제 초청은 필수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두루뭉술한 것보다 영화적으로 뾰족한 뭔가가 있어야 해.”


가령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내전·인종학살과 그에는 아랑곳없이 자국의 정치적 입장만을 안중에 둔 선진국들의 비열한 모습을 담는다든가.

<호텔 르완다>처럼.

영국 정부가 수백만 케냐 국민들을 ‘마루타’로 삼아 신약개발 실험을 자행하고 자신들의 음모를 숨기기 위해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권력자의 폐부를 한 꺼풀씩 드러낸다든가.

<콘스탄트 가드너>처럼.

잔인한 시에라리온 반군이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해 활동자금을 벌어들이고 그 다이아몬드는 구미 국가들에 수출돼 여성들을 유혹하며, 그 검은 다이아몬드를 내다파는 것은 영국의 거대 보석판매 업체라는 점을 지적하고, 비록 오락영화 성격이 강하지만, 다이아몬드가 채굴되기까지 무참한 양민학살과 어린이 착취가 뒤따르는 현실을 고발하는 방식이라든가.

<블러드 다이아몬드>처럼.

실존인물의 사랑이야기가 인종을 초월한 판타지 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제 아무리 근사하고 낭만적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도 아니고.

아프리카 흑인이라면 서구권에서 주목을 끌기 쉽지 않다.

아무리 세기의 로맨스라고 불리는 실화를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그래서 트라이-스텔라와 JHO Pictures 내부적으로 A-List 흑인배우를 캐스팅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세 번의 연설에 집중해 줘. 그 세 번의 연설이 세레체 카마라는 인물의 시작이자 모든 것일 테니까.”

“예. 감독님.”


추이텔 에지오포는 영화 <노예12년> 촬영을 마무리하고 <Tsogang>에 합류했다.

쉴틈도 없이 곧바로 세레체 카마로의 변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유민이지만 억울한 노예생활을 해야 했던 실존인물 솔로몬 노섭.

왕족으로서 영국 정부의 위협과 숱한 고난을 겪어야 했던 세레체 카마.

두 사람은 신분, 처한 상황, 원인이 각각 달랐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고난에는 이 시대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인종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유럽의 영화감독들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영화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특히나 정치적 신념이 명확한 감독들에게.

아프리카 대륙에는 전 세계에서 파견된 약 10만 명의 UN평화유지군 중 7만 명 정도가 주둔해 있다.

한국출신 UN 사무총장이 북핵문제보다 더 시급한 ‘발등의 불’로 꼽은 수단 다르푸르 학살사태.

종교간 전쟁으로 번지며 장기화하고 있는 소말리아 내전.

현실 속 끔찍한 사태들은 영화감독들이 주목하게 되는 ‘영화적’ 소재다.

그것이 상품화의 속셈이든, 진실을 알리려는 진심이든....

암튼 검은 대륙의 붉은 피에 초점을 맞추려는 카메라들이 속속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유럽 감독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류지호는 <tsogang>을 통해 다시 한 번 유럽감독들의 발길을 아프리카로 돌릴 생각 따위는 없다.

장기 집권을 꾀하고, 부패에 눈감다 비참하게 몰락하는.

그런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의 이미지.

아프리카에만 그 같은 지도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문명사회라고 자부하는 서구권 국가에도 여전히 야만이 존재하고 있다.

류지호는 아프리카에 야만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키고 싶었다.

서구권 관객들이 그저 신기한 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 ✻ ✻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에서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계절 재설정 논의가 시작됐다.

여름과 겨울철 방재·보건·복지 정책이 계절별 구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점차 계절 구간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한국만 해도 불볕더위나 찜통더위라는 표현이 주로 8월의 날씨에 붙여졌었는데, 이제는 5~6월에도 불볕더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9월에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여름 길이를 현실화하려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

지구온난화로 계절감이 이상을 일으키는 가운데.

영화 <Tsogang> 제작팀이 다시 한 번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지난 1차 로케이션 헌팅에 함께 하지 못한 크루들이 대거 참여해 주요 촬영지 후보지들을 돌아봤다.

류지호가 작성한 콘티를 반영해 최종 촬영지를 확정해 나갔다.

프로덕션 디자인 파트는 미술작업을 도와줄 현지 업체들과 접촉했다.

밥 리차드슨 촬영감독은 제작파트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를 오가면서 현지 조명 및 촬영장비 대여업체들을 점검했다.

밥 리차드슨이 프로듀서 게리 캠프에게 물었다.


“보츠와나 로케이션은 남아공에서 크레인이나 달리를 공수해온다고 쳐. 케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보스가 필요한 촬영 장비를 구입할 거야.”

“Jay가?”

“케냐 로케이션에서 사용한 후에 현지 방송국에 기증하기로 했어. 장비 리스트만 내게 넘겨줘.”


기증 받기로 한 방송국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NKTV다.


“항공 촬영은?”

“케냐 육군항공대가 협조해주기로 했어. 케냐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영화니까.”

“MD-500 같은 기종이 나오는 거 아니겠지?”

“아직 어떤 기종으로 항공촬영에 협조할지 결정되진 않았어.”

“개념 없이 공격헬기를 불러오지 말고.”


저개발국가에서 군대 협조를 구할 때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제작진이 소총 한 자루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막상 촬영현장이 전혀 다른 것이 오기 일쑤다.

실제 할리우드 영화들이 저개발국가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수송헬기를 띠워 달라고 부탁해 봐.”

“미군에도 협조를 요청해 두긴 했어.”

“70mm 매거진은 무겁다는 걸 잊지 마. 경공격헬기에 PanaFlex 실었다간 엄청 떨어댈 거니까.”

“솔직히 훈련기만 내줘도 감지덕지지 뭘 그래.”

“차라리 헬기보다 경비행기가 대안이 될 수 있어. 참고해.”

“알겠어.”


미국에서 영화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헬기 조종사와 케냐 육군항공대 파일럿의 실력을 단순 비교할 순 없다.

각자 수행하는 임무와 비행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냐에서 협조를 받거나 미군으로부터 헬기를 지원받거나와 상관없이 미국에서 항공촬영 슈퍼바이저를 데리고 오기로 했다.

한편 류지호는 현지 조감독과 함께 캐스팅 디렉터가 추려놓은 아프리카 현지 배우들의 오디션을 봤다.

비중 있는 배역은 영국배우들이 주로 가져갔다.

그럼에도 단역도 만만치 않은 수를 뽑아야 했다.

할리우드때(?)가 묻지 않은 현지 배우를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현지 오디션을 진행했다.

현지 오디션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이뤄졌다.

아프리카에서 영화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제7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아공 영화사상 최초로 <초치>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때부터 남아공 영화계가 부쩍 성장했는데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호텔 르완다>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에서 4개월 간 촬영을 진행했다.

당시에 동원된 엑스트라만 1만여 명에 이르러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최근에는 <디스트릭트9>과 <인빅터스>가 요하네스버그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했었다.

군중씬이 제법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Tsogang> 또한 많은 엑스트라가 동원될 예정이라서 남아공과 케냐에서 촬영분량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남발하고 있다.


“영화에 흰둥이는 필요 없습니까?”

“미안하지만, 영국인 배역 캐스팅은 끝났습니다.”


<Tsogang> 오디션을 위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배우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백인과 아랍계도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오고, 나이지리아에서도 케냐에서도 가나에서도 왔다.

대부분의 오디션 참가자는 남아공 출신이 가장 많았다.

아무래도 나이지리아와 함께 가장 활발하게 영상물이 제작되고 있는 국가가 남아공이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매우 꼼꼼하게 오디션을 지켜봤다.

괜찮은 배우는 나중에 한국 콘텐츠에도 기용해 볼 생각도 있었다.

한국 배우풀에서 연기가 되는 비한국계 배우를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틀에 걸쳐 수 십명의 오디션을 본 끝에 날완가, 아데페로, 오두예, 응구기, 마루게, 카이그와 등.

괜찮은 현지 배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디션에서 낙점 배우 중에는 이름만 대면 서부아프리카인들이 단박에 알 수 있는 놀리우드 슈퍼스타도 끼어 있었다.

오디션 합격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는 배우들을 지켜보던 류지호는 문득 궁금했다.


“저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게리 캠프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촬영하기 일주일 전에 보츠와나 세로웨로 찾아올 거야.”

“저 멀리 세네갈에서 오디션을 보러 온 친구도 있는데....?”

“그래서 예비적으로 배역 당 둘씩 선발했지 않나.”


캐스팅이 확정된 아프리카 단역배우들은 출연료가 쥐꼬리만 하다.

추후 <Tsogang>이 아프리카 로케이션을 오기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찾아와야 한다.

당장은 절실한 마음에 오디션을 보러 오긴 했는데.

막상 배역을 따 낸 후가 문제다.


“촬영에 합류하고 나면 JHO가 잠자리와 식사 같은 전반적인 것을 책임져 주는 거죠?”

“그 정도는 제공하지.”


그 전까지 남아공에서 버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JHO Pictures가 일일이 챙겨줄 일은 또 아니다.


“.....음.”


궁리 끝에 류지호는 미국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장 먼저 친구 윌리 워커와 통화했다.

윌리 워커는 <Vehicle 19>라는 액션스릴러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의 로케이션을 요하네스버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윌리 워커는 제작에도 참여하는데 출연료를 깎고 수익분배율을 높였다.

크레디트도 프로듀서를 받기로 했고.

류지호는 이번에 <Tsogang>에 캐스팅 된 아프리카 현지 배우들을 <Vehicle 19>에서 채용해주길 부탁했다.

윌리 워커는 별다른 고민 없이 승낙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까.

젊은 거장 소리 듣는 류지호가 추천하는 배우다.

허투루 추천할 리도 없고.

윌리 워커와 <Vehicle 19> 제작진의 협조를 이끌어낸 후로 ParaMax 유럽지사로 연락했다.

남아공의 협력업체로부터 정보 하나를 입수했기 때문인데.

덴마크의 한 영화사가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부영화를 찍을 예정이란 정보였다.

ParaMax 유럽지사를 움직여 덴마크 영화사가 제작하는 <The Salvation>이란 서부영화와 접촉할 수 있었다.

남아공 협력 코디네이터까지 움직여서 <The Salvation>에서 류지호가 캐스팅한 배우들이 단역이나 최소한 엑스트라로라도 출연할 수 있게 조치했다.

쉬쉬한다고 했지만, 남아공 영화계에 소문이 돌았는데.

미스터 할리우드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배우들을 도와준 미담으로 포장되었다.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촬영에서 불확실성을 없애고자 조치를 취한 것 뿐.

딱히 배우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Tsogang> 제작진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영화에 캐스팅 된 배우들에게 남아공의 한 방송국 TV시리즈 오디션 제의가 들어온다.

일부가 배역을 따내기도 한다.

류지호가 행한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캐스팅해 놓은 배우들이 경제적인 이유와 거리상의 이유로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대폭 낮출 수가 있게 됐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빈정대는 것이 아니다.

경탄이었다.

남아공출신의 현지 조감독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제아무리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단역배우의 밥벌이까지 챙겨주는 경우는 없으니까.


✻ ✻ ✻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날.

류지호만 따로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호텔 체인 Protea Hospitality를 방문했다.

류지호의 방문에 맞춰 한국에서 가온 호텔&리조트 사장이 날아왔다.

가온 호텔&리조트는 Protea Hospitality와 총액 2억 달러의 M&A 계약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호텔&리조트 인수계약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호텔&리조트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호텔 그룹의 격전지로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 관광명소들의 휴양리조트가 포화상태다.

그에 반해서 아프리카 대륙은 그 성장 잠재력이 상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프리카 방문객이 5,0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에 가면 8,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사람 대다수가 사파리 투어 같이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사업 목적의 출장객이 증가하는 추세라서 비즈니스 호텔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내·외부에서 오는 출장객을 잡기 위해 대형 글로벌 호텔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아프리카 대륙에 출사표를 던진 가온그룹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아프리카 최대 호텔 체인 Protea을 인수하는 강수를 뒀다.

사실은 Twin Bridges Marriott가 먼저 M&A에 나섰다.

금액은 1억 8천만 달러.

Protea Hospitality이 거두는 수익의 10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가온 호텔&리조트이 2억 달러를 베팅하면서 인수전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억 달러는 누가 봐도 지나친 베팅이었다.

그럼에도 가온그룹의 인수의지가 강했다.


“JHO Security가 보유한 호텔은 언제 인수하기로 했죠?”

“내년 초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JHO Company Group은 산하에 호텔&리조트 사업에서 중복투자 중이다.

JHO Security Service의 호텔 사업부와 MSM-JHO Resorts International이 섞여 있다.

따라서 JHO Security Service를 정리하기로 하면서 가온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즈니스를 더 활발하게 진행하는 쪽이 가온그룹이었기 때문이다.


“Protea Hospitality가 몇 개 영업점을 운영중이라고요?”

“남아프리카에서만 모두 79개 호텔을 직접 운영하거나 프랜차이즈·임대하고 있고. 말라위, 나미비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등에서도 37개 호텔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온 호텔&리조트는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7개 나라에서 21개 호텔을 직영하거나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에 Protea Hospitality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아프리카 7개국에 호텔·리조트 116개, 11,000개의 객실을 추가하게 됐다.

JHO Security Service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까지 인수할 경우 23,000여개의 객실을 보유하게 되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큰 호텔체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순차적으로 호텔 의전차량을 재규어-로버스와 가온모터스 플래그십 세단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대략 1,000대의 자동차 매출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으로 급부상하진 못해도, 아프리카 로컬에서만큼은 최대 규모의 호텔 사업자가 됩니다. 의장님.”


문득 류지호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


‘High Table에 가온그룹도 참여하는 것인가....큭.’



최고 회의는 영화 <존 윅>시리즈 세계관의 범지구적 범죄집단연합이다.

JHO Security Service는 전 세계에 깔아둔 호텔망을 통해서 활동비와 비자금을 세탁해 왔다.

정보를 취급하는 직원들이 거점으로 활용하기도 했고.

그런 모습이 마치 영화 <존 윅>시리즈 첫 편에 등장하는 콘티넨탈 호텔 조직을 연상시켰다.

JHO Security Service가 불법적인 사업에 관여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한때 나래안전의 장문식 이사가 캐나다 밴쿠버 호텔 지점장을 수행했던 점까지 연결 지어 보면 음모론적인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두 나라의 보안업체가 류지호의 비밀조직인 것처럼 가공될 여지가 있다.

재밌자고 해보는 상상정도로 치부할 순 없다.

실제로 두 보안업체는 류지호의 사적이면서 비밀스러운 임무를 종종 수행하고 있기에.


‘전 세계 곳곳에 내 소유 호텔 체인을 깔아두면 나쁠 건 없겠지....’


언젠가 닥칠 감염병 대유행을 생각한다면, 접객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아프리카 대륙은 충분히 펜데믹을 각오하고 사업을 진행해도 될 잠재력이 있었기에.


‘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가 팬데믹이 발생하면 접객 사업장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해도 되고.’


접객 사업장은 몇 년 주기로 대대적인 보수 혹은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만약 팬데믹이 온다면, 그 동안 영업하느라 전면 리모델링을 할 수 없었던 사업장들을 뜯어고치는 작업이나 시설교체를 진행하면 된다.

영업실적이 취약한 사업장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도 되고.

생각을 달리하면 팬데믹이 반드시 사업적으로 위기만은 아니다.

위기가 뒤집어 보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단 만반에 준비가 되어있을 경우에는.

미스터 할리우드로써 류지호는 항상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돈이 따라 다닌다.

비록 로케이션 헌팅과 캐스팅 오디션 때문에 방문했지만, 남아공에서만 3억 달러 투자가 진행됐다.

이 정도면 어떤 나라든 류지호의 방문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방문 때마다 선물을 안겨주는 좋은 손님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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