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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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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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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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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더 잘 살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보츠와나 로케이션 헌팅을 마친 <Tsogang>팀이 케냐로 이동했다.

도착한 날부터 쉴 겨를도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류지호의 첫 일정은 가온그룹이 케냐정부로부터 토지를 임대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데 무랑가 농장에서 시작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북동쪽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무랑가 농장은 해발 1,020m의 고지대에 위치했다.


“타나강이 농장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어 농업용수 조달에 용이합니다.”

“수량은 풍부해요?”

“강의 평균 폭은 30m, 평균 수심은 갈수기에는 1m, 우기에는 2-3m가 되기도 하는데 연중 물이 마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속이 매우 빠른 편입니다.”


흙탕물이다.

그대로 마셔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도 사용합니다. 케냐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물이 풍부한 편이라서 이모작 이상의 벼농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랑가 농장은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친 드넓은 평야지대다.

가온그룹은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기업형 농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제법 많은 수의 현지 고용인을 하고 있어서 케냐 정부가 흡족해 하고 있다.


“생산한 농작물을 어떻게 하고 있죠?”

“70%는 케냐에서 소화하고, 남은 30%는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던데....?”

“임대받은 토지의 30%만 활용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관개수로 공사와 농부들이 거주할 타운 그 외 창고 등의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유관 업체들 또 정부 부처와는 협조는요?”

“아프리카임을 감안하면 잘 되는 편입니다.”


가온그룹은 따로 농업 부문 자회사를 설립해서 종자부터 비료 및 농약, 농기계, 항공 방제에 이르기까지 기업형 농업 역량을 갖췄다.

모자란 것은 처가인 파커가문에서 채워주고 있고.

아프리카 대륙은 농업기술 이해도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유통망이 미비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를 타계하기 위해서 프랑스계 유통기업 CSCA(Compagnie du Sénégal et de la Côte d'Afrique)를 M&A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끝물에 탄생한 이 회사는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 국가들의 유통망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기업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땅콩, 코코아, 비누, 오일, 고무, 커피, 가죽, 담배 및 알코올과 같은 일상 소비재를 주로 거래하다가 1950년대부터 자동차 유통으로 진출해 현재는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의 DOYODA도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DOYODA는 일본정부까지 끌어들여 프랑스에 로비를 벌이고 있지만, 가온그룹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온그룹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류지호의 명성과 영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류지호와 가온그룹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충분히 CSCA 인수전에서 승산이 점쳐지고 있다.

암튼.


“백퍼센트 정상 가동은 대략 2015년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때 즈음이면 CSCA 인수 결과가 나와 있을 터.

만약 CSCA를 가온그룹이 품게 된다면 북부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한 전 아프리카 대륙에 유통망을 가지게 된다.


“인도인들은 뭘 심어요?”

“식량은 거의 안 합니다. 유럽 수출을 위해 화훼를 주로 재배합니다.”


중국인들은 케냐의 현지 농부를 채용하지 않는다.

본토에서 대규모로 중국인을 데려다가 일을 시킨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국인 농장에는 본토에서 넘어온 중국인들이 만든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이 당시 중국인들의 사업방식이 그렇다.

고급기술을 가진 이는 합자회사 사람을 앉히고, 단순노동은 본토에서 조달하는 식이다.

중국정부도 그 같은 방식을 적극 권장한다.

과거 한국이 중동건설붐이 일 때 한국인 노동자들이 가서 일한 것과는 다르다.

당시에 중동에는 노동력이 없었고, 또 일을 마치면 한국인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반면에 중국 노동자들은 할 일을 마친 후에도 아프리카에 눌러 앉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 리비아 같은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케냐를 비롯해 비교적 농사짓기 좋은 국가에서 농사를 지은 후에 수확한 농작물을 거의 다 자국으로 가져갑니다. 중부와 동부의 국가 정부에서 토지를 임대받았지만, 정작 해당 국가 국민들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겁니다.”

“무랑가 농장은 어떻게 하고 있죠?”

“기술을 전수하는 인력이나 관리자급을 제외하고 전부 케냐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기술교육이 많이 부족할 텐데?”

“자체적으로 농업기술학교를 만들긴 했는데... 하루아침에 졸업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지역의 역세 소작농들을 받아들여서 일정 기간 농사기술을 가르친 후 독립시키는 프로그램도 별도로 구상 중입니다.”

“고생스럽겠지만 잘 좀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랑가 농장을 둘러본 류지호가 사유지 밖 10분 거리의 일반적인 케냐 시골마을로 향했다.

원형으로 된 흙집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다.

흙을 바르거나 갈대 줄기 같은 것으로 엮인 전형적인 아프리카 가옥형태다.

집 뒤편으로 옥수수로 보이는 작물들이 심어져 있다.

류지호와 로케이션 헌팅팀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마른 흙길을 걸어 한 집으로 향했다.

젊은 남자가 마당에서 냄비 같은 그릇에 장작불을 때고 있다.

아내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아이를 업고 옆에서 거들고 있고.


“집안을 좀 들여다보아도 되는지 양해를 구해 보세요.”


무랑가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이 얼른 집주인에게 달려갔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마음대로 구경해도 된답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류지호와 로케이션 헌팅팀이 흙집 내부를 둘러봤다.

대낮인데도 내부는 어두웠다.

벽은 갈대 같은 풀로 엮여 있어서 구멍들이 숭숭 나 있다.

침대로 보이는 평상 위에는 이부자리가 펴져 있고, 그 위의 공간에는 아기가 누울 수 있도록 줄로 매달아 놓은 요람이 매달려 있다.

구석에는 아기 목욕통과 같은 들통이 널려 있고.


“모두 몇 가구나 됩니까?”


무랑가 농장 현지인이 얼른 대답했다.


“스무 가구 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이주할 곳은 정해졌어요?”

“촬영을 오기 전까지 무랑가 농장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둘러보고 있는 시골마을을 조금 손 본 후에 <Tsogang>을 촬영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은 무랑가 농장에서 받아주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마을로 돌아와도 되고, 무랑가 농장에 눌러앉아도 되고.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이런 가옥 형태가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집이라고 하더군. 따로 미술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찍어도 문제가 없다고 해.”


미리 로케이션을 리서치하고 행정적인 절차까지 다 확인한 게리 캠프였다.

그의 입장에서야 네바다 주 사막지역에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하는 것이 싸게 먹히겠지만, 류지호가 뜻을 굽히지 않으니 최대한의 효율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안전도 중요하고.


“쯧. 케냐 수도에서 불과 2시간 안팎의 동네가 이 지경이니...”


지방은 볼 것도 없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무섭게 성장하는 국가 중에 하나다.

정치도 조금 안정된 편이다.

하지만 부패가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시골마을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데, 지역 경찰이 찾아왔다.

현지 코디네이터와 무랑가 농장 직원들과 뭔가 쑥덕쑥덕 했다.

그러더니 동네를 떠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미스터 할리우드이니 천하의 JHO Company Group 오너 명함도 이 시골의 경찰에게는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약간의 달러를 찔러줬음에도 막무가내로 쫓아내려고만 했다.

하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떠나기 전 류지호는 집주인 부부에게 달러 몇 장을 건넸다.


“아기에게 맛있는 거라도 사 주세요.”

“감사합니다.”


세계 어디나 문제를 일으키는 대상은 주로 말단 공무원이다.

문제 해결 역시도 말단 공무원으로부터 시작되고.

대통령은 모든 공무원들의 대장이다.

자잘한 이들의 태클로 스트레스 받느니 그들의 대장과 직접 맞상대하는 편이 마음 편했다.

나이로비의 호텔로 돌아온 류지호는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에게 면담을 청했다.

케냐 정부의 경제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류지호의 요청은 30분 만에 받아들여졌다.

따로 무랑가 농장 근처 마을에 있었던 경찰과의 시비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관련 민원이 처리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무랑가 농장의 관할 경찰이 전면 교체되었다.

정부 인사가 <tsogang> 로케이션팀을 따라다니며 소소한 문제까지 해결해 주었다.


✻ ✻ ✻


케냐 정부는 류지호를 국빈 예우로 대접했다.

류지호는 케냐의 경제자문위원이기도 해서 대통령 관저를 여러 차례 방문해 경제현안에 대해 조언했다.


“여전히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까?”

“그런 주장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중국의 대아프리카 원조에 부정적이지 않습니까?”

“이미 70년대부터 케냐와 중국이 우호적인 관계라는 걸 잘 알고 있고.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이 원조를 빌미로 지나치게 내정에 참견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원칙처럼 케냐가 어느 한쪽에 치중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국인 한국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파트너로.”

“한국정부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적은 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원조를 하고 싶어도 예산이 한정적이다.

한반도가 휴전상태만 아니면 국방예산을 줄여 외교 차원으로 대아프리카 원조를 늘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신에 무형적인 가치를 공유해줄 순 있습니다. 가령 최빈국에서 어떻게 경제규모 10위 권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요.”

“농업부문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한국은 몽골, 중국,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 적합한 쌀 품종을 두루두루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명 케냐와 아프리카에 접합한 종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Safarifone의 활약이 고무적이에요.”

“2년 전이었습니다. 제게 왜 케냐에서는 관광과 농업이 아닌 통신과 방송에 투자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이제 그 대답이 되었습니까?”


키바키 대통령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왜 아니겠는가.

케냐정부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비전 2030’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 일환의 하나가 수도 나이로비에서 60㎞ 떨어진 허허벌판에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본떠 정보기술 산업도시, 일명 ‘실리콘 사바나’라 불리는 콘자(Konza) 테크노시티를 조성하는 원대한 계획이다.

무려 613만 평에 이르는 신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Googol, PS, IBT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을 유치해 산업단지를 만들고, 대학과 주거지역을 짓되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도 보존해 첨단기술과 야생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하겠다 콘셉트다.

그 같은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고문인 류지호와 영국산업경제부 장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미스터 류가 그랬죠. 케냐를 동아프리카 IT 허브로 육성하자고. 하하.”

“Safarifone의 M-PESA가 성공한 것이 주요했지요.”

“내년에 그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착공식을 하는 것뿐입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저 역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모두 4단계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총 20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콘자 테크시티는 비즈니스 아웃소싱,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처리, 콜센터, 전자제품 제조 등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며, 금융센터, 국제학교, 국제병원, 호텔, 주거단지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의 가온그룹은 부산 센텀시티, 인천 송도자유경제구역 및 서울 여의도 복합쇼핑문화단지, 새만금간척지 개발 노하우를 콘자 개발청과 공유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콘자 테크시티 내 조성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에 가온그룹의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케냐 젊은이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현지법인이 진출하기로 되어 있다.

JHO Company Group 역시 서쪽의 나이지리아와 함께 동부 거점으로 케냐를 선정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케냐가 동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라고 봤다고 했지요?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예.”


류지호가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투자를 늘리자, 세계 최대 복합기업 GTE도 동아프리카 공략의 관문으로 케냐를 선택해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올해 나이로비 사무소를 아프리카 총괄 책임본부로 승격했다.


- 아프리카 매출을 수년 안에 두 배로 늘리겠다. 협조를 부탁드린다.


GTE 회장이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서한 외에 따로 류지호에게 보낸 서신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JHO Company의 오너에게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일명 ‘실리콘 사바나’ 프로젝트에는 Googol, PS, GMG, 소프트인프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류지호에게 문의를 하기도 했다.

혼란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마나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케냐와 탄자니아다.

최소한의 산업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 중산층도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수위권이고.


“최근에 보고 받기로 M-PESA 이용자가 전체 이동통신이용자 가운데 50%에 육박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 보니 그것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2년 전에 JHO Venture Capitals가 나이로비에 진출했다.

그 동안 케냐 스타트업 20곳에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 Googol이 사무소를 설치해 동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대학 교육체계가 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까?”

“지방의 대학은 아직 재편 중이지요.”

“교육에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케냐는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청년인구가 60%에 이릅니다. 그들이 케냐의 미래입니다.”

“케냐 인구의 90% 이상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요. M-PESA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케냐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청년 세대가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주목해야 하고.

지정학적 이점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동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선택할 이유가 충분했다.


“아직은 이집트와 나이지리아가 케냐보다 경제규모는 크지만, 정정이 불안하지요. 또 아프리카에서 IT산업이 앞서나간 곳으로 르완다가 꼽히고. 다만 르완다는 케냐보다 경제 규모가 작습니다.”


케냐가 콘자 테크시티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다.


“중국기업 중에는 중웨이만 콘자시티 투자에 적극적입니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미국의 IT기업들에게 다시 한 번 콘자 테크시티 투자를 추천해 보겠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미스터 류.”


사실 류지호가 나서지 않더라도 많은 미국 IT기업들이 케냐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키바키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 뿐.

논의는 진행하지만 차기 권력이 확정된 후로 진출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암튼 키바키 대통령은 시종일관 류지호를 정중하게 대했다.

케냐영화위원장과 정보통신진흥청장을 불러 류지호가 하는 일에 무조건적인 협조를 지시했다.

케냐국영방송은 이 날 류지호와 키바키 대통령의 만남에 관한 뉴스를 전국적으로 내보냈다.

케냐 최대 미디어그룹의 방송과 신문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를 제외하고 영화산업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국가가 없다.

케냐가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영화산업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첫 작품이 류지호의 <Tsogang>이다.

류지호에게만 제공되는 특혜가 아니다.

케냐영화위원회(KFC)는 자국의 영화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나이로비 할리우드 즉 ‘날리우드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0년까지 영화산업 규모를 최대 1억 달러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련 법률검토와 지원책 마련에 들어갔다.

케냐의 영화산업 규모는 4,300만 달러 수준.

할리우드 중저예산 영화 <Tsogang> 한 편의 제작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케냐 영화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2억 명의 인구가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영어도 공용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그렇지 시장 잠재력은 나쁘지 않다.

특히 OTT 시장의 전망이 밝았다.


✻ ✻ ✻


“직원이 꽤 많아 보이네.....”


류지호는 나이로비 도심에 위치한 한국계 케냐 방송사 NKTV에 와 있다.

케냐영화위원장도 함께 방문했다.

2009년 다솜미디어가 70% 지분투자로 탄생한 방송사다.

한국방송 전문채널 1개와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아프리카판 <전원일기>의 공동제작사이기도 하고.

자회사로 스와힐리어 전문 더빙 업체와 포스트프로덕션 업체를 운영 중이다.


“케냐에서는 여전히 비디오로 영화를 보죠?”


NKTV 사장이 한국어로 대답했다.


“아직은 자신의 집이나 비디오상영관에서 VHS로 영화를 봅니다.”

“유료방송시장은 어때요?”

“DSTV와 JDTV가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심지역 부유층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JHO/DirecTV를 JDTV라고 부르고 있다.


“스와힐리어 더빙 성우는 많이 확보했어요?”

“16명이 한국 콘텐츠를 전담해서 더빙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다솜미디어와 함께 스와힐리어 더빙 콘테스트를 주최하고 있고, 거기서 선발된 이들을 저희 회사가 전문 성우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이수한 이들이 올해부터 더빙에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모양이네요.”

“몇몇 친구들은 한국어 대본이나 영어 대본을 스와힐리어로 번역하거나 그 반대 작업도 할 정도로 실력이 괜찮습니다.”


스와힐리어는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의 공용어이다.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의 4대 법적 국민어 중 하나이며, 르완다, 부룬디, 소말리아, 마요트를 포함한 코모로, 모잠비크, 말라위의 일부 지역에서도 쓰이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에서 2004년부터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에스파냐어에 이어 6번째 업무어로 지정한 바 있다.

동아프리카 2억 명이 사용하는 언어인 스와힐리어는 현지화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이곳 NKTV가 배출한 스와힐리어 더빙 배우들이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고, 가온그룹과 JHO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퍼트리는 첨병이 되어줄 터.

그들 개개인이 한류전파사 노릇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NeTube 크리에이터도 동아프리카에서 유망한 분야가 될 겁니다. NKTV가 재능 있는 케냐 청소년들에게 NeTube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본소양교육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세요.”

“예.”


류지호는 현지화(Localization)를 유독 강조하는 편이다.

특히나 현지 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경우도 기존의 콘텐츠를 스와힐리어로 번역하는 단순한 작업부터 시작해서, 전문더빙배우 육성 같은 현지 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궁극적으로 아프리카의 자연환경, 문화, 정서 등을 내포한 현지 콘텐츠 제작을 단계별로 밟아가고 있다.


“NKTV가 단순히 한국교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류콘텐츠 공급회사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심지어 NeTube를 통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남아공처럼 케냐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대신해서 고가의 영화제작 설비를 구축하고 해외 콘텐츠 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합니다.”


NKTV 사장은 오랜만에 나이로비를 방문한 빅보스에게 그 간 쌓아두고 있던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모두 토로했다.


“인도와 영국 등의 영화 제작사들이 수시로 아프리카 콘텐츠 개발을 위해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들을 직접 가져올 수 없는 장벽이 있고, 나이로비에서 대여한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임대료 같은 것들로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그 같은 이유로 합작건이 번번이 남아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영어로 말했기 때문에 케냐영화위원장도 알아들었다.

따라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케냐뿐 아니라, 아프리카 영화산업은 기본적인 장비, 금융, 영화산업에 특화된 비즈니스, 효과적인 영화유통망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잠재력이 폭발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남아공과 나이지리아는 영화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아프리카 영화산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케냐 역시 적절한 투자만 이루어진다면 동아프리카 영화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안타깝게도 케냐는 영화산업까지 육성할 여력이 없다.

두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비전 2030이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그런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케냐의 방송영화산업은 경제성장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창출을 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서방세계에 존재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케냐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2030 경제개발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테고.”

“......”

“보츠와나, 케냐 두 곳으로 내 영화의 촬영 장비를 들여오는데 꽤나 애를 먹고 있습니다. 위원장도 알다시피 나는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요. 헌데 투자를 하려고 해도 장벽에 부딪치고 맙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케냐 고위공무원으로서 면목이 없는 노릇이다.

부정을 저질러도 정도껏이지.

자신이 보기에도 케냐 공무원들과 기업가들은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내가 소유한 한국의 기업에서 노래방 기계를 케냐에 수출하고 있어요. 케냐 국민들에게 인기가 꽤 많은 걸로 알아요. 그런데 그 기기의 특허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기업이 내 소유 기업의 특허를 마구 침범해 표절 제품을 케냐에서 판매하는 것에 케냐정부는 아무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하네요.”

“.....”

“케냐국가인권위원회에서 영국정부에 ‘마우마우‘ 피해자 배상요구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압니다. NKTV와 케냐의 공영방송사 그리고 한국의 다솜미디어가 합작으로 ’마우마우’ 독립투쟁사를 드라마로 제작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나는 영국에 많은 친구들이 있어요. 고민됩니다. 일방적인 내 짝사랑이 아닌지....”


‘마우마우’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50~60년대 케냐의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단체였다.

당시에 영국군대가 마우마우 관련자는 물론 그 주축을 이루는 키쿠유 부족민을 학살했다.

영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력개입한 1952년 이후 10년 동안 9만여 명의 케냐인이 영국군대에 의해 숨졌고, 16만여 명이 수용시설에 감금되어 모진 핍박을 받았다.

키바키 대통령이 집권한 후 ‘마우마우‘ 피해자들이 영국법원에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송에 세계 여론이 움직이고 있고.

UN특별조사관이 영국총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안에 대해 류지호는 한 손 보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및 외교 문제까지도 힘 써줄 수 있다.

그런데, 케냐정부는 왜 나의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느냐.

류지호의 말에서 그런 섭섭함이 묻어나왔다.

NKTV 사장이 케나인이 듣기에 솔깃한 말을 늘어놓았다.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케냐 무장독립운동단체 ‘마우마우‘가 꽤나 영웅적으로 그려질 것도 같습니다. 케냐국민들은 사극이나 스케일이 큰 액션영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시청률이 꽤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류지호가 웃으면서 말을 보탰다.


“영어로 더빙해서 StreamFlicks에서 서비스할 수도 있지요.”


류지호는 케냐의 경제문화 분야에서 있어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외국인이다.

미국, 중국 같이 국가단위 원조와 투자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의 투자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고 있다.

케냐 고위 관료로서 류지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떨어지는 떡고물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애로사항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


“제 소관은 아니지만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JHO와 가온그룹 실무자들은 케냐에서 업무를 볼 때 따로 뇌물을 줄 필요는 없다.

합작사업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이 알아서 귀신 같이 한몫 챙겨 가니까.

부정부패에 있어서 모두가 프로페셔널들이다.

쓸데없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저개발국가에서는 필수로 소요되는 영업비용이라 어쩔 수가 없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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