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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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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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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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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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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나르시시즘의 시대.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로스 게토스(Los Gatos).

세계 최대 OTT 업체 StreamFlicks의 본사가 소재하고 있는 도시다.

대중들은 StreamFlicks가 설립 후 줄곧 승승장구한 줄로만 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처음으로 온라인 DVD대여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마크 버네이스가 온라인 DVD 대여를 막 시작할 때만 해도 VHS시장이 피크를 찍던 시기였다.

블록버스터라는 시가총액 26억 달러짜리 거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고.

당시 미국 가정의 DVD플레이어 보급률은 형편없었다.

게다가 메이저 스튜디오의 DVD 발매 영화 타이틀도 보잘 것 없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StreamFlicks는 창립 후 몇 년 동안 흑자를 내본 적이 없었다.

초창기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적자만 수천 만 달러였다.

그럼에도 일개 스타트업이 동원할 수 없는 자본을 쏟아 부었다.

당시 미국에서 출시되는 거의 모든 DVD 플레이어에 StreamFlicks 1개월 무료 이용권을 필수 항목으로 첨부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 무료이용권으로 인해 무려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발생했다.

본래라면 투자자들이 만류해야 했겠지만.

최대 투자자인 류지호는 내버려두었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고난을 겪는 것을 방치했다.

시행착오와 맷집을 키우길 바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최대 경쟁자인 블록버스터의 주가가 폭락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악명 높은 기업사냥꾼 칼 아이젠이 블록버스터 주식을 매입했다.

단번에 2대 주주로 올라서며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칼 아이젠은 StreamFlicks가 막 장악하기 시작한 온라인 DVD대여 시장까지 블록버스터가 먹어치우길 원했다.

칼 아이젠에게 휘둘린 블록버스터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동시 공략에 나섰다.

블록버스터의 무차별 공세에 StreamFlicks는 한동안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얼마나 위기감이 컸으면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블록버스터와 담판을 시도했을까.

그것도 최대주주인 류지호와 의논도 하지 않고서.


“그때 난 윌을 StreamFlicks에서 쫒아내려고 했지.”

“당시에 나는 정말 절박했다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실망했던 건 사실이야.”


당시에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StreamFlicks를 매각하거나 자사 회원을 블록버스터와 공유하는 제안을 하려고 있다.

칼 아이젠에게 휘둘리던 블록버스트는 StreamFlicks의 협상을 무시했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들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모멸감만 안고 회사로 돌아왔다.

그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었던 모양이다.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정신을 차렸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DVD 대여시장에 뛰어들었던 윌튼마트가 채 2년도 못 버티고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StreamFlicks가 윌튼마트의 회원을 넘겨받았다.

위기를 극복하는가 싶은 것도 잠시.

회사 내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내홍에 휩싸였다.

공동 창업자인 마크 버네이스와 경영권 암투를 벌인 끝에 그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그때 사건으로 류지호가 마크 버네이스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서 실질적으로 StreamFlicks를 지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4년 간 StreamFlicks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대 걸림돌이었던 블록버스터는 결국 파산했다.

9억 달러 상당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작년에 미국의 제2의 위성방송에 매각되면서 심폐소생술을 펼치는 듯 보였다.

소용이 없었다.

한때 미국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블록버스터 대여점은 이제 300개로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곧 흔적조차 없어지게 된다.

마침내 StreamFlicks가 마켓 리더가 되는 것이다.

빅2 대여점 체인이었던 할리우드 비디오까지 없어진 마당에 DVD대여 분야에서 StreamFlicks에 대항할 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2003년에 첫 흑자 전환한 이래로 꾸준히 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우쭐댔다.


“특히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것은 작년부터라고 할 수 있지.”

“작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시작했지 아마?”

“캐나다에 진출했지. 남미 진출을 마치면 모두 45개국에 서비스가 될 거야.”


이 시점부터다.

StreamFlicks의 성장이 큰 폭으로 점프하게 되는 것이.


“DVD 대여 사업을 절대 분리하지도 말고, 가격 정책도 급격하게 변화를 주지 마.”


류지호가 StreamFlicks를 찾은 이유다.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DVD 대여와 스트리밍을 각각 다른 웹사이트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DVD 대여만 하는 웹사이트에는 Qwikster라는 아주 어색한 이름이 붙었다.

최신 영화는 DVD로, 옛날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던 사용자들에게는 혼란을 주는 결정이었다.

또한 요금 인상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꼼수였다.

두 사업을 분리하게 되면 소비자가 DVD 대여와 스트리밍을 모두 보기 위해 각각의 사이트에 정액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 고객들을 이를 자신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받아들였다.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오락가락 경영으로 인해 미국에서만 한 달 만에 80만 명의 가입자가 떨어져 나갔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최대 경쟁자 블록버스터를 퇴출시키고 한창 자만에 빠져서 저지른 뼈아픈 경영판단이었다.


“새로운 가격 정책에 따르면 종전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15.98 달러를 내야 한다며?”

“두 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한다면.”

“월 10달러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것은 무리가 아닐까? 가볍게 먹는 점심식사 가격 정도라고 할 수 있는 9.9달러는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15달러가 넘어간다면 갑자기 저녁 식사처럼 느껴져 꽤 큰돈으로 느껴질 거야.”

“.....”

“시행하려는 분리 전략과 가격 정책은 단념하도록 해.”


토론을 하자고 의제를 던진 것이 아니었다.

명확하게 명령조로 말했다.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 따위 류지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윌, 모든 비즈니스에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해. 가장 소중한 가치야. 너희는 DVD 우편배송대여 서비스와 스트리밍 분리정책에 소비자가 별 저항이 없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셀 거야.”

“현재 DVD 대여만 하는 우리 고객은 10%정도에 불과해.”

“둘 모두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1,200만 정도.”

“미국에서 1,200만을 잃고 글로벌 시장에서 그 몇 배를 얻을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본진인 미국의 소비자들이 실망한 서비스에 해외 소비자들이 과연 관심과 호응을 보낼까?”


만약 두 서비스의 분리를 1~2년에 걸쳐서 꾸준히 그리고 요령껏 소비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노력을 한 후 차근차근 시행했다면... 후폭풍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완전히 판도가 바뀌어 있을 테니까.

하지만 StreamFlicks는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발표하려고 했다.

고객저항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이전 삶에서 수습하는 과정도 상당히 어설펐었다.

류지호 역시 StreamFlicks 애용자였기에 주요 사건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미국 사용자들은 생각보다 StreamFlicks에 대한 충성심이 컸다.

오죽하면 StreamFlicks 특유의 DVD우편용 봉투에 저마다 소소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을까.

느닷없는 사업 분리 시도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격의 상승 문제로도 다가왔지만, StreamFlicks의 상징과도 같았던 DVD 우편 봉투에 담긴 추억까지 부정당한 것 같은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즉 StreamFlicks는 수익에만 매몰되어서 휴먼터치(human touch)를 간과했던 것이다.


“....음.”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마크 버네이스 파벌을 회사에서 쫒아낸 이후 StreamFlicks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지분은 류지호(JHO Company)가 많다고 해도,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고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지금까지 최대주주가 이사회 멤버를 추천하지 않았고, 딱히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은 점이 윌모트 헤이스팅스에게 그런 생각을 고착화시켰다.

얼마 안 가서 그런 믿음이 오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만.

StreamFlicks 단독으로 미국의 복합미디어그룹의 견제와 협상력을 이겨내지 못했으니까.

JHO Company Group 도움 없이는 저작권 협상에서 ‘을’일 수밖에 없기에.


OTT의 딜레마.


기존의 복합미디어 그룹 입장에서 OTT를 배체하지 못하기에 기존 생태계와 함께 가는 것이 이롭다.

새로운 유통경로 다다익선이었으니까.

지금까지 Cinema→Television→Cable Network→VHS→CD→DVD까지 생태계가 변화할 때마다 연착륙할 수 있도록 조절해 왔다.

이 시기 할리우드 빅7의 매출에서 DVD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40%에 이른다.

DVD판매는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을 들고 나온 StreamFlicks와 번번이 충돌할 수밖에.

사실 StreamFlicks는 기존 미디어 생태계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다.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DVD 대여사업을 분리하려고 하는 것은 관련 생태계를 죽여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생태계로 바꾸려는 의도에서다.

최대 사업자였던 블록버스터가 파산신청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조짐이 보이는 전환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미국 미디어 산업을 얕봤다

대자본의 위력을 간과했다.

작년이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이 부상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바뀐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가만있을 리가 만무했다.

IT공룡기업들 가령 MacIntosh, Amazonia.com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Googol 역시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이어서 스트리밍 시장에도 진출했다.

LOG와 Cast&Com이 주도하는 Hoiho는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StreamFlicks와 달리 자사가 방영한 인기 TV시리즈로 맞섰다.

그래서 미국에서 나온 말이.


영화는 StreamFlicks! TV시리즈는 Hoiho!


올해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Amazonia.com의 PIV(Prime Instant Video)는 StreamFlicks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소닉-콜롬비아스 등 미디어그룹과 계약을 맺더니 무려 5,000편에 달하는 영화 타이틀을 자사 프라임 멤버들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방대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던 Amazonia.com은 단숨에 수천만 명의 OTT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비록 한물 간 영화들이 대부분이지만, 일 년에 79달러만 내면 ‘무료 배송‘ 혜택에 영화까지 공짜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다.

만약에 APIV가 빅7 모두와 계약을 체결해 콘텐츠를 더 보강하게 된다면 StreamFlicks와의 경쟁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내년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미디어 업체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것 같아.”

“StarzPlex의 저작권 공급 재계약 조건은 뭐래?”

“2~3억 달러 사이.”

“처음 계약할 때 얼마였는데?”

“2,500만 달러.”

“솔직히 지나치게 저렴하긴 했네.... 5년짜리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Jay 역시 스튜디오 오너이기 때문이지.”


본인은 저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꼼이다.


“다른 업체들은?”

“패러마운틴, JHO 계열 모두 일괄적으로 8,000만 달러. 역시 5년 계약이었어.”

“TV시리즈는 없고 모두 영화만?”

“응.”

“빅7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데?”

“최소 3억 달러. 최신 영화는 빼고.”


콘텐츠 제공업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는 가정 하에 저작권 확보를 위해 써야 할 자금이 최소 30억 달러다.

이번 한 번 인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향후 가입자가 늘어나고 StreamFlicks 매출이 늘어나게 되면 이후 연장계약마다 계약금을 계속해서 인상할 것이다.


“저작권 확보에 들어가는 자금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다면 저작권 걱정 없을 텐데.”

“콘텐츠 확보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면서?”

“자체적인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외에도 해외 콘텐츠도 함께 확보하려고. 네덜란드 프로덕션에서 제작 중인 <릴리 해머>라는 TV시리즈에 투자했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오리지널에 나서게 되는 건가?”

“응.”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증권거래소 상장을 해야 하는데.

류지호가 허락을 하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 시점부터 메이저 스튜디오의 저작권 갑질이 시작될 거야. 자체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할 것이고.”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확신했다.


“그들이 우리를 따라할 순 있어도 이길 순 없을 거야.”


딴에는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IT기업이기에 나온 자신감이다.

즉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 동영상 트래픽 운용 노하우, 고화질 스트리밍 기술 등.

동종 업계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다.

오만할 만 했다.

천하의 빅7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긴 했으니까.


“전형적인 공돌이 마인드.....쯧.”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콘텐츠다.

StreamFlicks가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해도.

기존의 ‘에버그린 콘텐츠’를 당해 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를 업계에서는 ‘에버그린 콘텐츠’라고 부른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 패턴은 ‘에버그린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 시기에 StreamFlicks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은 콘텐츠는 NBC 시트콤 <프렌즈>, 트라이-스텔라TV의 <X-파일>,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타이타닉> 등 90년대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들이다.

이들 ‘에버그린 콘텐츠’의 누적시청자 수는 다른 신규 콘텐츠에 비해 압도적이다.


“StreamFlicks가 1,00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한다고 해도 기존 빅7이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OTT를 쉽게 따돌릴 수 없을 거야.”


류지호의 단언에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인정할 수 없었다.


“고객들은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에서 1950년대 이전 영화도 보고, 최신 영화도 보고, 예전 드라마를 보며 추억에 젖는 걸 원해. 만약에 복합미디어 그룹이 운영하는 OTT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예술영화, 자사 방송국의 히트 드라마, 최신 드라마와 영화가 다 있다면, 굳이 최신 오리지널만 있는 StreamFlicks를 고집할까? 입소문이 난 오리지널 히트작품만 몰아서 보고 난 후에 가입을 해지할 수도 있겠지.”


StreamFlicks는 기존 미디어의 코드커팅을 불러왔다.

그 사례의 주인공이 나중에는 본인도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비슷한 유형의 철새 가입자 문제를 떠안을 수도 있다.


“유료 정액가입자 수익모델이라는 단순한 수익구조의 StreamFlicks에게는 치명적이지. 분명히 StreamFlicks는 14년이라는 짧은 사업기간 동안 혁신을 이루어냈고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것만은 틀림없어. 그런데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는 상당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지.”


실리콘밸리 혁신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다.

PS, MacIntosh, Googol처럼 독점에 가까운 과점 기업이 되기 전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출혈을 감수하며 버텨야 한다.

경쟁자들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탄탄대로가 된다.

문제는 최후까지 버틸 수 있는가.


“본격적으로 인터넷 스트리밍 비즈니스로 완전히 전환하고 난 후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지. 그 시점이 저작권 재계약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차원의 투자 시점과 맞물려.”


이전 삶에서는 2010년 6억 9천만 달러이던 부채가 2016년 3분기에만 98억 달러까지 상승했었다.

단기간 부채가 급증한 반면에 자본 증가는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부채비율은 보통 100%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투자가 많은 회사는 200%까지는 괜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StreamFlicks의 부채비율은 무려 400%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Hoiho(LOG, PARKs, 워너-타임, 패러마운틴), APIV, 월튼마트, 아이튠즈, Googol Live 등이 StreamFlicks가 닦아놓은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새롭게 진입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중시 전략이 콘텐츠 공급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유통하도록 만들 거야. StreamFlicks가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 유인책이자 매출증가 전략으로 삼는 한 콘텐츠 공급자들은 자사 콘텐츠가 StreamFlicks에서 홀대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테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업계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뿐.

StreamFlicks 사용자가 추천한 드라마나 영화를 전부 보면 다음 콘텐츠를 또 다시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자연스럽게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천하는 비율이 높아져 간다.

자사가 직접 투자·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미는 건 당연한 것이다.

자체 오리지널 소비 비중이 높아질수록 다른 회사 콘텐츠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분명히 StreamFlicks만의 독특한 콘텐츠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유치에 아주 효율적인 시스템인 것은 분명해. 나 역시 StreamFlicks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제작에 나서는 걸 적극 장려해. 다만 StreamFlicks가 만들려는 생태계에서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외부 콘텐츠도 함께 꾸준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거야. 소비자는 한 가지 콘텐츠만 즐기다 보면 금방 질려버려. LOG스러운 영화도 보고, 워너-타임 스타일의 영화도 보고 드라마 역시 트라이-스텔라 풍의, TBO풍의.... 다 각기 제 맛이란 게 있잖아.”


이는 StreamFlicks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복합미디어그룹에서도 제각각 OTT 플랫폼을 만들고 자사 플랫폼에서만 최신 콘텐츠나 에버그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StreamFlicks가 보인 한계를 똑같이 답습하게 된다.


“StreamFlicks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시장을 리딩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건 확실해.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콘텐츠 생산이라는 것이 많은 비용이 따라오고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작동해야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


자연스러운 생태계.

그것이 핵심이다.

StreamFlicks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콘텐츠 생태계 만들어져야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오래 갈 수 있다.

돈으로 억지로 만들어지는 반쪽짜리 콘텐츠 생태계로는 시장에서 오래시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가 없다.

향후 스트리밍 시장은 누가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그런 면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StreamFlicks보다 다양한 공급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존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늦게 시작했지만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음.”


제 잘난 맛에 사는 윌모트 헤이스팅스도 류지호의 길고 긴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를 흘려들을 수 없었다.

류지호는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이면서, 세계 최대 복합미디어그룹의 오너이자, 그 스스로 뛰어난 콘텐츠 기획자이며, 대중문화예술가다.

류지호 자체가 할리우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시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 최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당연히 혜안이나 비전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르시시즘에서 허우적거리는 윌모트 헤이스팅스라고 해도 그의 경고를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과의 협상을 전면 재검토하겠어.”


결국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류지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류지호가 모처럼 찾아와 강하게 압박한 것은 StreamFlicks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함께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겉멋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휴먼터치(인간감성)가 없는 기술.

혁신에 매몰된 기업가정신 부재.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리더의 독재적인 판단으로 귀결되는 의사결정 구조.

실리콘밸리 상당수의 IT기업은 껍데기만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사실상 독재적 경영 구조다.

StreamFlicks는 사내 식당이 없다.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신념 때문이다.


- 회사는 놀이터가 아니다.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은 고급스러운 사무실에 뷔페식당, 공짜 음료, 근사한 파티를 제공하는 걸 자랑삼아 말하는데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직장은 일하는 곳이지, 노는 곳이 아니니까. 대신 우린 최고로 대우해준다. 무엇으로? 연봉으로!


실리콘밸리 고연봉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에 직원을 충원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이런 소리를 한다.


“평균 이하 수준의 부하들 감독하면서 일하느니 그냥 혼자 하는 게 나아요.”


물론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뛰어난 인재가 넘쳐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긴 하다.

그런 마인드로 인해서 스스로 청춘을 갉아먹는 것도 사실이고.

혼자의 힘으로 청춘을 갈아 넣어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실제로 그에 합당하는 결과까지 품에 안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StreamFlicks의 사내 복지는 다른 유명 IT기업에 비해 대단히 부족하다.

대신 연봉을 많이 준다.

세계 최고 기업이라면 직원에게 그 만큼 보상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만약 JHO Company Group에 통제를 받는 직계 자회사였다면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StreamFlicks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상당수 기업은 ‘워라밸‘이 좋은 회사가 결코 아니다.


-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억‘ 소리 나게 받으면 ’억‘ 소리 나게 일하라!


그 같은 원칙을 철저하게 따르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StreamFlicks가 연봉을 후하게 주는 이면엔 비정한 성과주의가 있다.

한없이 자유롭고 개방적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한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자유 속에서 성장하고 그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멋진 말이다.

그런데 그 자유 속에서 생산된 결과물을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것은 그리 멋져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류지호가 지나치게 감상적일까.

비정해야 살아남는다고?

그럼에도 IT기업은 뭐니 해도 사람이 전부라고 믿는 류지호다.

뛰어난 인재에게 큰 보상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나였다면 10달러 이상으로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1년 전부터 꾸준히 고객에게 공지한 후에 실제 실행에 옮길 때 9.9달러로 가격을 맞추었을 거야. 비록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인상 저항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지 않겠어?”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서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가 공개되는 때에 맞춰서 가격인상을 하는 것으로 해 볼게.”


류지호가 대화를 끊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프랭크 언더우드에 케브 파울러는 별로야.”


몇 년 후, 할리우드 'Me too'로 몰락할 배우를 히트가 보장된(?)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시킬 순 없었다.

참고로 2023년 모든 성범죄에 대해 케브 파울러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을 류지호는 알지 못했다.


“콘텐츠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시오와 이야기를 나눠봐.”

“그러지.”

“더 할 말은 없어?”

“오늘은 1절만 할 게.”

“2절도 있어?”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4절까지 있을 걸?”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류지호가 그런 헤이스팅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격려의 손짓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약 올리는 것처럼 여겨지는.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어떻게 느끼든 류지호는 CCO인 시오 사란도스를 만나러 갔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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