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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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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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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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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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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더 잘 살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벤슨, 나와 함께 갑시다.”

“예. 보스.”


JHO Company Kenya 지사장 벤슨 카리스 오티에노(Benson Khamis Otieno)가 류지호의 의전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출생은 케냐에서 했지만 영국 이민자다.

JHO Company International에서 아프리카 담당을 10년 넘게 하다가 케냐를 책임지게 됐다.


“그래도 키바키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몰아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결국 구호에 머물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내년에 치러질 대선 후보들은 정해졌어요?”

“루오 부족 출신의 오딩가, 키쿠유 출신의 케냐타, 캄바 출신의 무시요카로 대선 구도가 잡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케냐타?”

“맞습니다. 케냐의 국부라고 불리는 조모 케냐타의 아들입니다.”

“키쿠유족과 루오 부족의 질긴 권력투쟁이 다음 대선에도 이어지겠군요?”


케냐는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조모 케냐타가 사망한 1978년 동안 대통령을 연임했다.

그는 43개 부족 중 22%의 인구수를 차지하는 키유쿠 부족 출신이다.

케냐의 국부로까지 칭송을 받고 있는데, 케냐의 지폐와 동전에서 그의 얼굴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여느 신생국가의 초대 대통령이 그렇듯 조모 케냐타 역시 독재자임을 부정할 순 없다.


“루오족은 대통령 자리를 빼앗기 위해 계속해서 애를 쓰곤 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루오족을 대표하는 가문이 오딩가인데 케냐 최고 권력을 쟁취하는 것을 가문의 과업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그것이 곧 루오 부족의 숙명으로 자리 잡았고요.”


선거철이 되면 케냐의 부족들은 케냐타 가문이 이끄는 키쿠유 부족과 오딩가 가문이 이끄는 루오 부족을 중심으로 양대 진영으로 명확하게 갈라진다.

독립 때부터 시작된 케냐타와 오딩가의 라이벌 구도는 부족갈등으로 확대되어서 오늘날까지 케냐의 정치적 갈등으로 자리매김했다.


“키바키가 재선에 성공한 2007년 대선에서 발생한 폭동은 두 부족의 갈등이 가장 극렬했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선거 논란이었죠, 아마?”

“예.”


당시에 오딩가는 선거 개표 생방송에서 백만 표 가량을 앞서갔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더니, 선거 개표가 중지가 되었다.

며칠 후, 음와이 키바키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행태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암튼 선거개표의 농간에 분개한 루오족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1,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60만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키바키는 오딩가와 대타협을 보기에 이른다.

권력을 나눠먹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에 본인이, 오딩가가 국무총리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일단락되었다.

누구도 폭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아무도 죄를 처벌 받지 않았다.

아무도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

당시 선거 관련 범죄에 가담한 정치인들은 면죄부를 받고 여전히 권력을 누리고 있다.


“내년의 대선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없으리란 보장은....?”


너희가 했으니 나라고 못하겠냐.

내년 대선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선거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치러져도 키쿠유나 루오 부족 모두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권력다툼이 얼마나 많은 국가자원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당사자들은 모른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케냐는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국민투표로 지도자가 선출됩니다. 그런데 매 대선마다 유혈폭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정선거가 벌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뿌리 깊은 두 거대 부족의 라이벌 의식 때문에라도 충돌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부족 출신이 권력을 잡든 깔끔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대선이 끝나면 언제 서로 싸웠나 싶게 두 부족이 친하게 지냅니다. 정치 분야를 빼면 일상생활에서 부족끼리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라고 그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케냐가 인접 국가인 수단이나 콩고처럼 기나긴 내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그 동안 진행했던 투자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


“누가 정권을 잡든 케냐 청년들의 열망을 배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인물이 정권을 잡든 이번 정부가 수립한 여러 경제정책을 뒤집지는 않을 겁니다. 더 잘 살고 싶은 건 부정부패에 물든 관료나 일반 국민이나 똑같으니까요.”


드넓은 초원, 내전 같은 정정불안, 자원은 많지만 가난한 나라, 만연한 부패.

아프리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엄청난 잠재력을 품은 대륙이다.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인 아프리카의 인구는 12억 명에 달한다.

인구가 불어나는 속도도 빠르지만, 청년인구(15~24세)가 2억 명이 넘는 것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하는 요인이다.

도시화도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중산층 비중도 크게 증가하고 있고.


“최근 IMF 보고서를 보니까, 오는 2020년 소비지출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비록 군사독재국가가 많고 부족 간 갈등도 빈번해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이 큰 리스크이긴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아프리카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스.”


류지호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나 지하자원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바로 12억 명의 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자신의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그러기 위해서 소비여력을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바로 도시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일자리다.


“아프리카 빅5 가발 업체 중에서 3개가 한국계 회사라면서요?”

“맞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가발회사 빅2는 83년에 세네갈에 공장을 설립한 후로 지금까지 높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도 아프리카 대륙의 가발 소비는 전혀 줄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가발 산업은 블루오션 중에 블루오션이다.

아프리카인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가발은 필수다.

특유의 골슬머리는 그냥 두면 돌돌 말리거나 심한 경우 두피를 파고 들어가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머리카락 자체도 얇아서 펴려고 하면 끊어지기 일쑤다.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은 짧게 자른 머리카락에 가발을 땋아 붙이곤 한다.

그렇게 하면 두피로 파고드는 모발을 가발이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패션까지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켓 규모는 어떤지 알아요?”

“드라이 헤어 마켓만 50~60억 달러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국내 가발산업은 명백히 사양산업이지만, 품질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톱5 가발업체 중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발업체 빅3는 모두가 한국산 재료와 한국산 설비를 이용해 가발을 만들고 있다.


“중국 가발업체들과 인도 업체들의 약진도 눈에 띠고 있습니다만 한국 제품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아프리카가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많은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류지호가 케냐 지부장으로부터 아프리카의 산업 동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사이.

차량행렬이 나이로비 시내 중심가로 접어들었다.

나이로비는 케냐 수도이자 아프리카 동부의 경제 중심지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프리카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미 고층빌딩들이 즐비했고, 계속해서 고층빌딩이 지어지고 있다.

나이로비 인구는 300만 명에 육박한다.

인근 메트로폴리스를 전부 합하면 700만 명이다.

선진국 대도시처럼 교통체증이 상당했다.


“나이로비에는 순환, 외곽 도로 그런 게 없습니다. 도시 안에서 무조건 시내를 통해 목적지로 향해야 하기에 교통체증은 불가피합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대부분이 일제 브랜드다.

그 차량의 95%는 중고차다.

유럽 브랜드 고급세단도 간간이 눈에 띠지만, 한국산 차량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영국 식민지였던 탓에 핸들이 우측에 있고 도로는 좌측통행이다.

중심가에 고급 스시집이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얼마 안 가서 중국요리집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았다.


끼익.


류지호가 타고 있던 세단이 신호정지로 정차했다.

그러자 겁도 없이 잡상인이 다가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잡상인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유리창을 닦아주고 팁을 받았다.

이젠 그런 유리창닦이는 사라졌다.


“이젠 잡상인들이 말쑥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나 케냐에 들어와 있는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아이패드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팔고 있습니다.”


경찰 에스코트를 받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잡상인을 경험해 보게 됐다.

암튼 혼잡한 도로를 뚫고 국제컨벤션 센터 근처에 도착했다.

가온그룹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복합쇼핑타운을 나이로비에 설립하게 됐다.

류지호가 케냐와 에티오피아에 부산 센텀시티 모델의 복합쇼핑타운을 짓자고 하자, 그룹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다.

아프리카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폭탄테러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고.


“내가 책임집니다. 진행하세요!”


류지호의 지시에도 반대 목소리를 수그러들지 않았다.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백만장자는 2011년 기준으로 12만 명이다.

약 9만 5천 명의 러시아보다 많다.

남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증가율도 높다.

특히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는 수십 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와 있다.

100여 곳의 외국계 기업 본부가 소재하고 있기도 하고.

가온그룹이 조성한 복합쇼핑문화타운 인근에는 고소득자가 꽤나 많이 거주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멀티플렉스는커녕 극장도 거의 없다.

케냐의 경우 인구 백만 명 기준으로 스크린이 단 1개일 정도로 영화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소득이 있는 계층의 여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이로비에 들어선 가온 복합쇼핑타운은 센텀시티 모델의 축소판으로 기획되었다.

고급쇼핑몰을 중심으로 호텔, 멀티플렉스, 실내놀이시설 및 E-스포츠 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아프리카 최초로 복합문화쇼핑몰 개념이 도입되었다.


“프라만씨, 앞으로 잘 해봅시다.”

“하하. 나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류지호와 악수를 나눈 인물은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다.

인도계다.

아마트 프라만이란 이름의 인도계 사업가는 가온 복합쇼핑몰의 동업자다.

케냐 재계에서 꽤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사실 케냐 상권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인도계다.

천하의 류지호도 그들은 젖혀놓고 케냐에서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많은 인도인들이 끌려와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그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현재는 케냐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다.

심지어 케냐 언론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유대인들, 동남아시아의 화교 같은 포지션이라고 보면 된다.

가온그룹은 케냐에 진출하며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든든한 현지 파트너를 물색했다.

케냐에서 대형마트 체인을 운영하는 아마트 프라만과 연이 닿았다.

적당히 음흉하고 적당히 정직한.

전형적인 장사꾼이다.


“가온은 아프리카에서 호텔은 운영하고 있지만 유통은 처음입니다. 프라만씨가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 쇼핑타운을 미스터 할리우드가 세운 거라는 걸 모르는 나이로비 시민은 없습니다. 한창 공사 중일 때 이곳을 지나가던 자동차가 다시 돌아와서 백화점 상호를 보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개장 사전행사로 일부 VIP에게 매장을 공개했는데,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유럽이랑 똑같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똑똑히 들었습니다. 분명 성공할 겁니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눈감고 귀막고 살지 않는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명성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유효했다.

나이로비 쇼핑몰에는 이탈리아 고급 신사복 브랜드 매장이 들어왔다.

한화로 200~900만 원 가격대의 최고급 남성 정장을 판매한다.

그 가격대 옷을 입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정작 이탈리아 고급 정장 브랜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그들은 미국계 호텔 체인에 입점하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증하면서 공사가 지연되었고 개점마저 불투명해졌다.

케냐 진출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미스터 할리우드 소유 한국계 대형쇼핑몰이 나이로비에 진출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결국 입점에 성공하게 됐다.

동시에 재규어-로버스 브랜드와 한국의 가온모터스도 판매점을 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유럽의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가온그룹 계열에서도 많은 업종이 쇼핑몰 안에 매장이나 대리점을 열었다.

아프리카에서 명품 시장이 완전히 자리 잡은 나라는 남아공 정도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고도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고 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오늘 참석한 이들의 유행을 한 번 보세요.”


아마트 프라만이 류지호의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수다를 늘어놓았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아프리카에서 ‘과시적 소비’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돈을 제법 버는데 돈을 쓸 데가 없는 일부 중산층에서 한 병에 110달러나 하는 샴페인을 마시는 ‘작은 사치’가 유행하고 있지요. 남아공이나 나이지리아의 금융 중심지를 가보면 주말마다 미국의 유명 청바지 브랜드를 입고 유럽 브랜드 스키커즈와 킬힐을 신은 젊은이들로 넘쳐납니다. 나이로비 다운타운도 풍경이 다르지 않지요.”


케냐 지부장이 슬쩍 말을 얹었다.


“몇 년 사이 케냐의 중산층이 몰라볼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고가의 샴페인, 위스키와 최고급 자동차와 패션 등의 사치품 수요가 빠르고 늘고 있습니다. 모엣 샹동의 경우 아프리카 주력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하이네켄은 아예 아프리카 중산층 여성을 위해 알콜도수가 낮은 레몬향 맥주 출시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인 몇 명이 류지호에게 찾아와 인사를 했다..

SANYO 메디컬 시스템 직원들이다.

JHO Company는 케냐의 헬스케어 분야에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케냐 47개 자치주 병원의 장비 현대화 추진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SANYO 메디컬 시스템은 의료장비 기술 및 훈련 연구센터를 나이로비에 개설했다.

SANYO는 10년 동안 1,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케냐와 동아프리카에서 1만 명 이상의 헬스케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옵빤! 강남스타일~”


나이로미 복합쇼핑몰 개장행사는 가수 싸이박의 ‘강남스타일’로 시작해 ‘강남스타일’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유행에 발맞춰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말춤을 따라 췄다.

다른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과 달리 케냐에서는 한류가 큰 힘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다.

보츠와나 대학생들이 ‘구준표‘에 빠진 것과 달리 케냐는 여전히 중국액션영화와 인도영화가 대세다.

<야인시대> 같은 한국드라마가 KNTV를 통해 소개되며 인기를 끌긴 했지만, 한류의 대표적인 장르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는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암튼 케냐 총리까지 참석한 개장행사는 잡음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가 됐다.

푸짐한 경품을 뿌린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개장행사에 몰려들었다.


“쇼핑타운 임대기간이 몇 년이었죠?”

“공사기간을 제외하고 53년입니다.”

“임대가 끝나면 소유권 재신청을 해야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53년이면 꽤나 긴 시간을 임대받은 것이다.

공사 기간까지 55년을 허가해 준 것은 외국기업에게 특혜에 준하는 것이다.


“석유라도 터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하자원이 묻혀있진 않아 소유권을 정부에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

“간혹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핑계로 정부가 소유권을 빼앗아 가는 경우가 있어서....”


케냐의 모든 토지는 국가가 소유한다.

토지임대는 최대 99년까지 가능하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소유권 재신청, 상속 등으로 재소유가 가능하다.

단 토지에서 철광, 석유 등 지하자원이 발견된 경우는 임대계약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부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JHO와 가온그룹이 임대한 토지에는 다행스럽게도(?) 지하자원이 전혀 없었다.

소유권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었다.


❉ ❉ ❉


아프리카 현지 로케이션 헌팅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길이다.


“웬디.”


전용기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류지호가 ESG(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 보좌관 웬디 힐러(Wendy Hiller)를 호출했다.

웬디 힐러가 집무실 시트에 엉덩이를 걸쳤다.


“보츠와나 정부에 내 의사는 잘 전달했어요?”

“예.”


류지호는 보츠와나 정부 차원에서 코뿔소 뿔을 잘라놓으라는 조언을 했다.

밀렵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코뿔소의 상징과도 같은 뿔이 암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밀렵된 코뿔소 뿔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밀매되고 있다.

류지호는 보호종이 코뿔소 밀렵을 방지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살아 있는 코뿔소의 뿔을 잘라서 밀엽이 소용없음을 전파하자는 제안을 했다.

즉 코뿔소 밀렵이 너무 심각해서 코뿔소의 '종' 보전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츠와나 정부 당국이 먼저 뿔을 잘라내서 밀렵꾼들에게 코뿔소가 더 이상 사냥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난리를 치겠죠?”

“만약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보스가 조언을 했다는 언급은 안 하기로 했어요.”


궁핍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밀렵이라고 변명하지만.

밀렵은 일개 아프리카 주민들의 사사로운 범죄가 아니다.


“밀렵조직은 밝혀진 게 있대요?”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대형 짐승을 사냥에 쓰는 탄환은 한 발에 25달러나 한다고 해요. 밀렵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드는 것이죠. 즉 아프리카 사람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에요. CIA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빅3 밀렵카르텔이 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CIA는 그걸 알면서 내버려둬요?”

“케냐 몸바사, 우간다 엔테베, 토고 로메 등을 현지 본부로 파악하고 있는데 현지 밀렵조직원을 소탕해도 몸통을 제거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밀렵은 마약, 인신매매, 무기밀매 등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암시장이다.

국제 범죄조직에 의한 야생동물 거래는 연간 23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코끼리 상아와 코뿔소 뿔은 대략 45억 달러로 추정되고.

수요가 아시아에 주로 몰려 있기에 국제적 카르텔도 아시아 조직이 밀렵범죄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적 밀렵·밀매 범죄조직으로 베트남인 '바흐' 형제가 이끄는 조직과 '밀렵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로 불리는 빗세이 케오사방이라는 이름의 라오스인, 삼합회 출신으로 알려진 중국인이 조직한 단체 등이 꼽혀요.”


범죄조직을 특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에서 소탕한다고 해도 곧바로 새로운 조직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뿌리를 뽑는 것이 불가능한 범죄세계다.


“아프리카 대륙의 교역이 매해 늘어나고 있어요. 선박을 통해 세계를 오가는 컨테이너가 대략 10억 개 안팎이라고 해요. 그 가운데 당국이 내용물을 검색하는 것은 1∼2%에 불과하고요. 밀렵한 야생동물이나 부산물을 모아서 어떻게든 컨테이너에 담기만 한다면 소비처로 운송하는 것은 보장된다는 얘기가 되요.”


제아무리 류지호가 오지랖을 글로벌 범위로 떨어댄다고 해도 국제밀렵조직까지 건드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킬로그램당 167달러에 팔린 코뿔소 뿔이 베트남에선 3만3천달러로 치솟고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면 두 배인 6만6천139달러로 불어난다고 해요.”


중국과 동남아시아 부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코끼리와 코뿔소 밀렵이 사라질 수 있다.


“알겠어요. 웬디가 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도록 해요.”

“예. 보스.”


웬디 힐러가 물러가고 제니퍼 허드슨이 보고서를 하나 올렸다.

영화 관련 순위 차트를 정리한 보고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부가시장에서 홈비디오 판매순위, 대여순위를 주로 집계했다.

이젠 불법다운로드 순위도 집계하는 시대가 됐다.

BitTorrent의 주요 소식을 전하는 TorrentFreak이란 매체가 있다.

그 매체에 따르면 JHO Company 계열 영화사들은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불법 다운로드 된 영화 톱10 가운데 네 편을 리스트에 올렸다.

10위에 랭크된 <해리포터 : 죽음의 성물 파트Ⅱ>는 토렌트를 통해 603만 번 다운로드 되었다.

3위에는 833만 번 불법 다운로드 된 <토르 : 천둥의 신>, 2위에 오른 <행오버Ⅱ>는 884만 번 불법 다운로드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망의 1위는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트>였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6.3억 달러를 기록한 이 영화가 토렌트에서 불법 다운로드 된 회수는 무려 926만 번이었다.

토렌트를 통해서만 오간 파일울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불법 다운로드 루트를 다 집계한다면 엄청난 수치가 나올 터.


“작년의 <아바타>의 기록보다 상당히 떨어졌어요.”

“위안이 안 됩니다만.”


작년 이 차트에서 1위였던 <아바타>는 무려 1,600만 번 이상 토렌트를 통해 파일이 다운로드 되었다.


“TV시리즈는 <왕좌의 게임>이 압도적이구만.....”


<워킹 데드>, <하우스>, <덱스터> 등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트라이-스텔라TV는 프리미엄 채널이다.

즉 유료채널이기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 사례고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시청률, DVD/블루레이 판매량이 워낙에 커서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다.

TorrentFreak은 주로 BitTorrent를 위주로 집계한다.

전 세계 모든 불법공유를 통해 얼마나 많은 다운로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불법 다운로드 집계를 재미 혹은 손실 산출 때문에 확인하진 않는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그 같은 데이터를 통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분석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에 반영한다.

또한 배급과 마케팅에서 미진했던 부분도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불법 다운로드는 완벽히 막아낼 순 없다.

다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배급 통로를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CAS는 언제부터 시행한대요?”


CAS(Copyright AlertSystem)는 인터넷을 통해 영화, 음악 등을 불법으로 다운받으면 ‘저작권침해’ 경고를 받는 시스템이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될 것 같아요.”

“시스템 개발은 진작 끝난 거 아니었어요?”

“최대한 많은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으로 시일을 넉넉하게 잡았다고 해요.”

“ISP는 전부 참여하는 거죠?”

“미국의 5개 주요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모두 참여하기로 했어요.”


그 동안 영화 및 음반 제작자들과 통신업체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통신업자들이 불법 다운로드 행위를 방관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작권침해 경고시스템 운영을 계기로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빅7 메이저 스튜디오가 회원사로 있는 미국영화협회(MPAA)와 메이저 음반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참여하고, Cast&Com, BT&T 같은 굴지의 통신업체들이 CAS에 참여하기로 했다.

저작권정보센터의 ‘Six Strike‘라 명명된 소프트웨어는 영화 또는 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받는 지식재산권침해 행위가 있으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통해 인터넷 사용자에게 경고문이 전달된다.

이때 인터넷 사용자의 IP 주소가 확인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의 신원이 드러난다.


“삼진 아웃제는?”

“인터넷 사용자가 경고문 전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작권 침해행위를 계속하면 점점 더 강력한 경고문을 네 번까지 보내기로 했어요.”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죠?”

“그다음부터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게 만들고,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자는 저작권에 대한 교육을 받는 웹사이트로 가서 교육을 받도록 한다고 해요.”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ISP가 불법으로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한 이용자의 신원을 영화사나 음반 제작자에게 통보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또 인터넷 사용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침이 추가되면서 당초 시행 시기보다 1년이 늦어진 거예요.”

“상습적인 불법 이용자에 대한 조치는 없어요?”

“현 단계에서 상습 이용자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를 전면 차단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아요.”


업계가 일치된 목소리와 협력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무차별적인 단속이나 소송보다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니까.


‘그나마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굿다운로드‘ 캠페인보다 적극적인 방식인 게 마음에 드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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