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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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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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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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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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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tsogang!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여름이 가고 가을 초입에 들어섰다.

류지호는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로 70mm 포맷을 확정했다.

그에 맞춰 스토리보드 작업도 마무리했다.

프로덕션 디자인 파트에서 보내 온 시안들에 대해서도 최종 승인했다.

틈틈이 주요 배우들과도 소통했다.

프리프로덕션에서 감독으로써 해야 할 일을 얼추 끝낸 어느 날.

아침부터 벨에어 저택이 분주했다.

이사라도 하는 모양인지 바리바리 싼 짐들을 도우미들이 속속 차에 실었다.

그때 레오나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정확하게....!”


물건을 품에 안고 오던 류시아가 얼음처럼 멈췄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챙겼다.

그런데 엄마의 표정이 싸늘했다.

류시아는 반사적으로 아빠를 돌아보았다.

도와달라는 의사표현이다.


절레절레.


류시아는 고개를 흔드는 아빠를 보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도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류지호는 모녀지간의 신경전을 지켜보며 이게 다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영국에서 3개월 간 지낼 것을 고려해 짐을 싸는 것까지는 좋은데.

어찌나 레오나가 ‘빠릿‘ 하고 정확하게 짐을 싸는지....

마치 베테랑 이삿짐센터 직원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보다 못한 류지호가 참견하고 나섰다.


“웬만한 건 놔둬. 완전 이주하는 것도 아닌데....”


집안의 물건을 모두 바리바리 쌀 태세다.


“평상시에 다 쓰던 것들이야.”

“영국에도 다 팔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건 런던에서 따로 구입하는 것으로 해.”


아내를 설득해 짐을 줄여 나갔다.

그럼에도 영국으로 가져갈 짐이 제법 많았다.

대부분이 아이들 물건이다.

이번에 LA 집을 떠나면, 런던에 마련해 둔 저택에서 3개월을 지내기로 했다.

<Tsogang> 프로덕션 기간 동안 장기체류할 예정이라서 여행 때보다 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줄이고 줄였음에도 10개의 대행 가방과 박스 포장된 짐들이 대여섯 개나 되었다.

그 짐들은 JHO Security Service를 통해서 런던으로 배달됐다.

레오나와 아이들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사이 류지호는 출근해서 급한 결재를 마무리했다.

주로 투자관련 결재였다.

몇 달 전에 페이스노트가 이미지 중심의 SNS 빅스타그램을 인수·합병했다.

그를 통해서 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JHO Ventures Capitals가 3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뒀다.

그렇게 생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류지호가 가이드라인을 내려줘야 했다.


“런던의 테크시티에 절반, 한국 새만금에 들어가게 될 스타트업에 또 절반을 투자하는 것으로 합시다.”

“페이스노트가 와츠톡과 물밑에서 M&A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관망하죠.”

“알겠습니다.”


증권거래소 상장과 신주 발행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페이스노트와 Googol이 경쟁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특히 페이스노트의 기세가 무섭다.

대형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IT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실리콘밸리에 부는 M&A 바람은 JHO Ventures Capitals가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영국에서 나와 가족을 수행하는 인원은 어떻게 되죠?”

“3개 팀을 꾸렸어요.”

“제니퍼도 와요?”

“당연히 수행해야죠.”

“아니에요. 제니퍼는 이번에 따라오지 말아요.”

“....예?”

“한 달 정도로 가족들과 지내며 휴식을 취하세요.”

“보, 보스!”

“리사가 제니퍼 업무를 대행하고 한 달 후 복귀할 때 새로운 팀으로 교체해서 똑같이 장기 휴가를 보내도록 해요.”


그 동안 류지호를 따라다니면서 비서 대부분이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이번 참에 비서들에게 한달짜리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켄싱턴 파크 저택에서 윌튼 집사가 함께 지내기로 했어요. 사무비서들이 따로 내 가족을 돌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제니퍼 허드슨 입장에서 보스의 손발이 되어줄 비서 한 명은 반드시 근거리에 대기를 시켜야 했다.


“감사해요. 보스. 연락과 대외담당 비서 각 한 명씩만 저택에 배정하도록 조치할게요.”


류지호 동선 상에는 대체로 JHO와 가온그룹 지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현지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이미 한 달 전에 런던 켄싱턴 저택에 JHO Company 의장전담 보안팀이 파견되어 보안·경호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소통비서 정도만 아프리카 로케이션에 동행하는 것으로 해요.”


류지호의 비서들은 일반사무 및 의전비서조차 고급 인력이다.

그들을 해외 로케이션에까지 데리고 다니는 것은 낭비다.


“아참! 올해 소득과 세금 문제도 잘 정리하고요.”

“예!”


이번에 떠나면 내년 1월에나 LA로 돌아온다.

JHO Pictures는 영국이 제공하는 기본공제 25% 혜택을 받기 위해 <Tsogang>의 포스트프로덕션도 영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류지호와 가족은 연말연시를 영국에서 보낼 예정이다.

류시아가 벨에어 저택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류지호 부부도 가사도우미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벨에어 저택의 고용인들도 장기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안주인 레오나가 따로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건강하게 다녀오십시오!”

“시아, 영국에서 새로운 친구 많이 사귀고 와.”

“내년에 봐요.”


십여 명의 고용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류지호 가족이 벨에어를 떠났다.


✻ ✻ ✻


9월 초순.

류지호 가족이 영국 런던의 부촌 켄싱턴 파크 저택에 입주했다.

이 뉴스가 영국 언론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매스컴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BBC는 주택 가격과 인테리어 비용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영국의 주택 거래 사상 최대인 950만 파운드(약 168억 원)의 인지세를 낸 사실을 전하며, 주변의 슈퍼리치 이웃들도 함께 소개했다.

류지호에 관해서는 길을 걷다가 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도, 또 줍지 않아도 둘 다 뉴스가 된다.

그런 뉴스메이커가 영국 런던에서도 부촌 중에 부촌으로 꼽히는 곳으로 이사를 왔으니, 온 매스컴이 호들갑을 떨 수밖에.

첼시FC는 맨유의 직접적인 라이벌 구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타블로이드는 맨유 vs 첼시 구단주 간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다.

퀸즈파크레인저스 구단의 2대 주주인 인도출신 철강재벌 락슈미 미타르까지 함께 싸잡아 라이벌 삼강을 만들려고 애쓰는 타블로이드도 있다.

정작 류지호는 러시아 출신의 석유재벌이나 인도 철강재벌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영국 언론에서는 ‘축구 인맥’을 떠들어댔다.

영국의 골수 축구팬들에게는 썩 기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외국자본의 공습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영국 프로축구의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타블로이드가 더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것이고.

여담으로 퀸즈파크레인저스FC의 구단주는 지분 66%를 가진 말레시아 억만장자다.

이 시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개 클럽 중 영국인이 지분 100%를 소유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중동 부자들의 일명 ‘구단주 놀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던 시기다.

게다가 중국 자본의 공습도 만만치 않다.

모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개념으로 유럽구단 인수를 타진하는 중국 부호들의 야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곧 외국자본이 영국의 프로축구계를 쓸어버리게 된다.

영국 축구팬들에게는 유감이지만.

그것이 영국이 신봉하는 자본주의 논리다.

받아들여만 한다.

레오나가 듬성듬성 보이는 빅토리아 양식의 이웃 저택들을 보며 물었다.


“이웃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어야 할까?”

“EPL 구단을 소유한 몇 명은 축구 관련행사에서 본 적 있어. 중동 부자들은 사실 잘 몰라.”


굳이 친한 척할 필요는 없다.

본래가 부자동네는 이웃 간의 정 같은 거 없다.

벨에어에서도 그렇지만, 모른 척 한다고 해서 섭섭해 하는 이웃은 없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지가 걱정이네.”


벨에어의 친구들과 헤어진 것으로 힘들어하진 않을지.

런던에서 생활하게 될 어린이집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인지.

부모로서 걱정이 앞섰다.

보통의 삶을 사는 부부들에게 런던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물가가 더럽게 비싸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어린이집 보내려면 상당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중간 등급 이상의 어린이집에 하루 종일 주 5일을 보낸다고 하면, 한 달에 한국 돈으로 대략 220만 원이 들어간다.

물론 류지호 부부에게는 명품 파우치 한 개 가격에도 못 미치는 액수이긴 하지만.

보통의 가정에서는 꽤 부담되는 비용이다.


“걱정 마, 윌튼 집사와 비서실에서 몇 달 동안 충분히 리서치하고 추천한 어린이집이니까.”

“내일 나랑 함께 어린이집에 가줄 수 있어?”

“당연하지. 시아와 다 같이 가자.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자.”


켄싱턴 파크 저택은 류지호의 가족이 당장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시아야~ 아빠랑 집 구경하자.”

“좋아!”


지상보다 지하 쪽에 상당한 돈을 썼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벨에어 저택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런던 입성 첫 날, 류지호는 가족들과 집안을 탐험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 ✻ ✻


런던으로 옮겨온 후, 류지호는 <Tsogang> 준비에만 매달렸다.

크랭크 인을 열흘 앞두고, 대본리딩 행사가 열렸다.

<Tsogang>의 영국인 배역은 철저히 영국 출신 배우들로 채웠다.

따라서 JHO/Working Title UK 사무실로 모이는 것에 번거로운 점이 없었다.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街) 221B.

셜록 홈스의 팬이라면 익숙한 주소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명탐정 셜록의 집 주소였으니까.

JHO/Working Title UK의 사무실이 바로 그 동네에 소재하고 있다.

셜록과 메리 포핀스가 소설 속에서 활약하던 특유의 붉은 벽돌 주택가의 런던 뒷골목.

그 중의 한 건물의 4층 대회의실에서 <Tsogang> 대본리딩이 한창이다.


[윌리엄스 루스양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숙녀분들께서는 잠시 밖으로 나가서 티타임을 가져보는 게 어떻습니까?]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알리스테어 태닝경입니다. 남아프리카 주재 영국정부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지요.]


“타이핑을 치던 여직원들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윌리엄스 루스만 사무실에 남는다. 알리스테어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루스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대본리딩 진행을 맡은 조감독이 지문을 읽자마자, 곧바로 루스 윌리엄스를 연기하는 메리 번이 다이얼로그를 읽었다.


[그런 분이 어째서 저 같은 사무직 여직원을 찾아오셨나요.....?]

[당신과 관련해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

[세레체 카마씨는 아주 중요한 시간을 런던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영국의 법률을 공부하고 있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큰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당신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 거지요.]

[.....?]

[두 사람은 절대 이어질 수 없습니다. 불가능해요.]

[.....]

[아프리카의 왕위 계승자가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타이핑이나 하는 사무보조원과 결혼을 한다고요?]

[태닝경, 저는 사무직입니다. 보조원이 아니라.]

[루스양과 카마 왕이 결혼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나 할 수 있습니까?]

[순탄치 않을 거란 건 압니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

[엄청난 문제를 불러 올 겁니다.]

[사람들에게 큰 환대를 받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요. 각오하고 있어요.]

[세레체 카마씨가 통치하게 될 베추아날란드는 영국의 주요 외교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요. 그런 나라에서 법률제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법에 따르면 단언하는데 두 사람은 절대 결혼할 수 없습니다.]


알리스테어 태닝 역을 맡은 아서 대븐포트(Arthur Davenport)는 정통 옥스포드식 영어를 구사했다.

흔히 브리티시 악센트라고 말하는 영국의 정통 영어는 옥스퍼드에서 사용하는 옥스퍼드 잉글리시를 의미한다.

좋게 말하면 고급스러운 정통 영국의 표준 발음이다.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다면 고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비록 고루함과 클래식함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도.

암튼 아서 대븐포트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중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데.

일부러 영국 관료를 캐스팅할 때 외모 위주로 뽑았다.

클래식한 품격이 느껴지는 악센트와 대화체를 사용하지만, 위선적인 인물상으로 묘사할 예정이다.

겉으로는 베추아날란드 왕족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적 언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거나, 영국의 서민들에게도 귀족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묘사할 계획이다.

메리 번이 연기하는 루스 윌리엄스는 영국의 서민이다.

게다가 여성이기도 하다.

나름 강단 있는 성격으로 묘사하기로 했다.

흔히 말하는 브리티쉬 잉글리쉬는 표준 영어가 아니다.

영국에선 국가 주도로 '표준어'란 개념을 만들어 배급하지 않기에 영국에서 사투리가 굉장히 많고 심하다.

미국식 영어는 알아들어도 옆동네 사람이 하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나라가 영국이다.

즉 같은 지역이라도 사회적 계층 간 방언의 차이가 심한 편이다.

따라서 억양이나 사투리를 통해 사회적 신분이나 출신 지역을 알 수 있다.

정통 옥스퍼드 영어를 구사하는 알리스테어 태닝과 미국식에 가까운 중부식 영어를 쓰는 루스 윌리엄스는 대화만으로 신분이 구별될 수 있다.


“다음 씬 넘어갑니다!”


류지호는 즉흥연기를 잘 허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종종 중견배우들이 지나치게 긴장한 신인급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처럼 애드리브를 치긴 한다.

리허설까지는 용인되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애드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 하라고 할 수밖에 없어. 아프리카에서 살 수 있겠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디인들 중요하겠어요.]


힘 빼고 대본을 읽어나가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감정을 류지호가 주의 깊게 새겼다.

류지호처럼 영화연출을 많이 해보면 다이얼로그를 읽는 것만으로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추억과 내적인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뛰어난 역량의 감독이 아니더라도 배우가 대본을 읽는 목소리 톤, 띄어 읽기만으로도 캐릭터가 얼마나 내재화가 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한 번만 더 읽어봅시다!”


대본리딩을 모두 세 번 했다.

두 번째부터는 류지호가 간간이 끼어들어서 대본만 보고 파악하기 쉽지 않은 내재되어 있는 심리와 가치관에 대해 알려주었다.

해당 장면마다 누구의 시점으로 촬영될 것인지도 알려주었다.

대본만이나 스토리보드만으로 알 수 없는 숨겨진 긴장 요소도 알려주었다.

각 시퀀스에서 변화하는 극적장치와 전체 영화의 극적 전개 터닝포인트도 짚어주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류지호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메모했다.

추이텔 에지오포와 메리 번 두 주인공은 메모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사전에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기에 충분히 숙지가 되어 있었기에.


짝짝짝!


대본리딩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번 대본리딩은 류지호 답지 않았다.

꽤나 깐깐하게 진행됐다.

류지호를 오래 봐 온 이들은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

<Tsogang>에서는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연기 위주로 끌고 갈 것이란 것을.


“세레체 카마와 윌리엄스 루스의 로맨스는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무려 3개 국가의 외교적인 문제가 얽혀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시작해선 안됐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로도 포장하지만.

류지호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세기의 로맨스 실화에서 인종차별 이슈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계급차이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토록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사랑을 경험한 인물이 온 세계를 통틀어 또 누가 있을까요?”


누군가 ‘에드워드 8세’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드워드 8세 영국 국왕은 미국출신의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까지 포기했던 인물이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니더라도 당시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보폭을 맞추어 걷는 것만으로 죄악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인종, 신분, 국경을 넘는 로맨스는 분명 기막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 사랑으로 촉발된 베추아날란드의 자유, 독립, 인권의 문제입니다. 드라마틱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인권영화로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러브스토리가 아닌 휴먼드라마에 출연하는 겁니다.”


짝짝짝.

배우들이 박수를 쳤다.


“과거 베추아날란드와 현재 보츠와나는 땅덩어리만 넓지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그 작다는 의미는 인구를 포함해서 국력까지 포함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왕위 계승자인 세레체 카마가 마치 부시족이나 마사이 부족의 부족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아프리카를 영화에서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Tsogang>이 관객들에게 작은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배우들은 가만히 감독 류지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일부는 납득하는 시늉을 해보이기도 했고.

댄헤이스 워싱턴, 빌 스미스 같은 성공한 흑인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다.

솔직히 흥행을 점치기 쉽지 않다.

제아무리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미스터 할리우드의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이 영화를 크게 보이게 하는 방법은 나의 연출력도 밥의 촬영기술도 아닙니다. 바로 당신들에게 달렸습니다. 당신들의 진실된 연기가 <Tsogang>을 거대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움츠러들거나 주저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믿길 바랍니다. 당신들은 잘해낼 수 있습니다.”


짝짝짝!

휘이익!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박수와 휘파람이 회의장을 휩쓸었다.


“열흘 후 옥스퍼드에서 첫 촬영을 시작합니다. 3개월 간 함께 잘 해봅시다!”

“잘 부탁합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가호가 있기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그렇게 류지호의 12번째 장편영화 프로덕션이 시작되었다.


✻ ✻ ✻


옥스퍼드(Oxford)시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도시다.

영화감독의 눈으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과도 같았다.

역사성과 특유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 만큼 다양한 영화와 TV시리즈의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최근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해리포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가 주변에서 <Tsogang>의 첫 촬영이 시작됐다.

시 당국의 협조로 두 블록이 통제됐다.

첫 촬영이라서 간단한 장면 위주로 빠르게 분량을 지워나갔다.

할리우드 파파라치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 타블로이드 기자들이 현장 주변을 얼쩡거렸다.

일부는 류지호 가족이 살고 있는 켄싱턴 저택가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들은 원하는 사진이나 기사거리를 단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

워낙에 보안과 경호를 철두철미하게 했기에 돈이 될 만한 꺼리를 좀처럼 얻질 못했다.


“단 한 번도 공개 안 할 생각인가?”

“아프리카로 로케이션을 떠나기 직전 촬영현장을 공개하도록 하죠.”


TCU 영화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영화 내용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촬영현장 공개를 잘 안 한다.

그 외에 스타가 출연하는 일반적인 영화는 홍보마케팅의 일환으로 한두 번 촬영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편이다.

크랭크 인에 앞서 류지호와 주인공들이 영국 민영방송의 유명한 토크쇼에 나가 촬영 개시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추후 개봉에 앞 서 BBC 채널의 대표 프로그램 <그레이엄 노튼 쇼>에 출연하기로 했다.

영국의 런던 하면 안개로 유명하다.

밥 리차드슨은 <Tsogang>에서 세레체 카마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할 때마다 안개를 영상에 담기로 했다.

자연스러운 안개를 필름에 담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

류지호는 파커가문에 요청해서 영국의 런던에 안개가 짙게 낄 가능성이 높은 날짜를 받아보았다.

세계적인 농업기업인 파커필드는 기상관측 위성을 활용해 주요 농작물 산지의 기후변화와 날씨를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멕시코만류(난류)와 북극 해류(한류)가 만나는 정확한 시기까지 입수했다.

보통은 10월 하순에서 1월에 걸쳐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 무렵이 북극 해류의 기세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기간에 매일 안개가 짙게 끼는 것이 아니라서 가능성이 높은 날들을 받아놓았다.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

[그런데... 어느 날 내 앞에 루스가 나타난 거예요.]


세레체 카마는 1921년 바망와토(Bamangwato)족의 왕자로 태어났다.

당시 베추아날란드(Bechuanaland)는 영국의 보호령이었다.

겉으로는 부족장(왕)이 통치하는 자치국 같았다.

그러나 외교권을 영국이 갖는 형태였다.

처음 보츠와나의 역사를 접한 류지호는 어딘지 일제가 조선을 점령하던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한국인으로써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런데 베추아날란드는 완전히 영국에 종속되진 않았다.

식민지로의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베추아날란드는 국토의 70% 이상이 황무지였다.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기 전까지 쓸 만한 지하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따라서 영국으로서는 굳이 식민지로 삼을 이유가 없었다.

외교대표부조차 파견하지 않은 말만 보호령이었다.

일제의 대륙침략의 교두보였던 조선과는 처지가 많이 달랐다.


‘그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수탈과 핍박을 덜 받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


암튼, 세레체 카마가 4살 되던 해에 부왕이 죽었다.

자연스럽게 왕자였던 카마가 바망와토의 고씨(Kgosi)가 되었다.

고씨는 부족장으로 일종의 왕같은 개념이었다.

헌데 세레체 카마는 너무 어렸다.

때문에 삼촌 체케디 카마(Tshekedi Khama)가 섭정이 되어 베추아날란드를 통치했다.

그러는 동안 왕위계승자인 세레체 카마는 남아프리카공화국로 가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또 부족의 통치를 삼촌에게 맡긴 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국의 법률을 공부했다.

영국식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세레체 카마는 베추아날란드의 황무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국민들과 사고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을 연기 할 때 세레체 카마가 아프리카 사람이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추이는 영국인이잖아.”

“.....”

“추이 너하고 세레체 카마의 입장이 똑같아. 너도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인으로 자랐듯이. 부모님의 고향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을 걸?”

“그렇긴 합니다.”

“세레체 카마 역시 인종차별의 설움을 겪었지만, 명색이 왕족이었어. 영국인조차 쉽게 들어갈 수 없었던 옥스퍼드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곤 해도 왕족으로써 또 영국의 엘리트로써 선민의식이 없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하다못해 서울 강남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의 가치관을 지방에서 태어나서 자란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이해할 수 없듯이.

하물며 왕족으로 태어나 당시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선진국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해선 안 된다고 류지호는 판단했다.

물론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기득권 같지는 않았겠지만.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란 인식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할 생각이다.

영화적으로는 선민의식이 없지 않아 있던 왕위계승자가 영국의 인종차별과 부족민들과의 온갖 풍파를 겪는 과정에서 자신의 처지와 국민들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절감하게 되고,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을 고민한 끝에 민주주의 투쟁에 나서는 것으로 풀어갈 생각이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영웅서사에 가깝다.

그것에 인종차별, 제국주의, 봉건체제 타파를 비롯해 국내외 정치가 더해지면서 진중한 사회참여적 메시지를 담은 휴먼드라마를 추구하게 되고.

밥 리차드슨 촬영감독이 우려를 표했다.


“속도가... 지금 이 프로덕션 속도가 맞는 거야?”

“<The Killing Road> 때 하고 다르지 않을 걸요?”

“그게 언젠적 일인데.... 그걸 기억하겠나?”

“그때처럼 배우들에게 충분히 여지를 줄 생각입니다.”


밥 리차드슨이 알기로 류지호의 촬영 속도는 누구보다 빠른 편이다.

의사결정에서 순발력이 뛰어나기에 탄력을 받을 때는 예정된 촬영분량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감독의 개입이 최소화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세요.”


감독의 연출이 아예 없을 순 없다.

다만 감독의 디렉션을 최소화하고 배우들에게 여지를 많이 주겠다는 의미다.

사실 촬영감독은 스토리보드 대로 현장을 지휘하면 된다.

할리우드 촬영현장이 대체로 그렇게 진행되니까.

그럼에도 감독의 직감에 의해서 계획된 장면이 조정되는 경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Tsogang>에서는 류지호 답지 않게 배우들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주었다.

배우들이 초점을 잃어버리고 헤맬 때만 류지호가 나섰다.

배우들이 붕 떠있을 때는 대체로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감독은 무엇 때문에 몰입을 못하는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류지호 같은 베테랑들은 특히나 그런 걸 잘 잡아낸다.

배우에게 연기를 일일이 지시하는 연출은 썩 좋은 방식이 아니다.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배우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좋은 연출이다.


“메리!”

“예. 디렉터.”

“대본 무시하고 즉흥연기를 넣어봐 주겠어?”

“해볼 게요.”


베테랑 배우라고 하더라도 어떤 순간에 연기가 잘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류지호는 대본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배우에게 즉흥연기를 주문하곤 한다.

배우의 즉흥연기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다시금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게 유도하고, 결국 장면의 중심부에서 살아 숨 쉬도록 이끌어준다.

즉흥연기에 대한 명확한 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채 배우의 애드립에 의지하다 보면 중요한 순간에 배우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이전 삶에서 실수를 통해 깨달은 부분이다.

어떤 방식으로 배우와 의사소통을 하던지 감독은 사전에 충분히 합의를 보고 카메라 앞에 배우를 세워야 한다.

촬영이 이어질수록 디렉션이 달라져서도 안 되고.

때론 닥치고 배우가 감독의 아바타가 되어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심상(心象)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을 때다.

그럴 때는 구체적이고 매우 적나라하게 배우에게 연기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


“컷! 좋아요. 잘하고 있습니다~”


<Tsogang>에서는 류지호는 연기 부분의 지적보다 칭찬이 많았다.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해 촬영 속도도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 장면마다 밀도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와이드스크린의 마술사라 불리는 류지호답다고 할까.

70mm 화면비의 공간감을 인물들의 복잡해 보이지만 난잡하지 않은 동선과 미장센으로 꽉꽉 채웠다.

그리고 중요한 장면마다 어김없이 화면을 비운 듯한 밥 리차드슨의 촬영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사유하는 여백의 화면.

밥 리차드슨이 류지호의 연출과 만나면 비로소 드러나는 영상미다.

예술이란 것은 뚜렷한 목적의식의 결과물이 아니다.

예술가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무의식이 움직여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감상하는 사람 또한 무의식을 자극 받아 뭔가 콕 짚어낼 수 없지만 나름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게 된다.

<tsogang> 같은 작업은 류지호에게 있어서 무의식을 자극하는 영화작업이다.

밥 리차드슨 촬영감독이 잡은 구도 속의 여백에는 종종 류지호의 의도와 다른 것들이 담기기도 한다.

이미 류지호는 <The Killing Road>와 <복수의 꽃>에서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것이 관객을 자극해서 영화와 무의식적인 교류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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