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89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16 10:31
조회
173
추천
0
글자
9쪽

03. 저주 받은 성녀 (1)

DUMMY

천장이 새하얗고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구색을 완벽하게 갖춘 방 안, 그 방 안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갈색 단발의 소녀가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디가 안 좋은 것일까? 당장 보지 않으면 그것은 알 도리가 없었다.


소녀가 누워있는 문 밖에서는 기도하는 소리와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가 나을 수 있게 신에게 기도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걸로 낫는다면 이 세상에 아픈 병자들은 진작 없어졌겠지만.


그런데 의사는 어디 있는 걸까? 분명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부르지 않은 것일까? 분명 그건 아닐텐데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왔다 갔을 수도 있다. 왔다가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단정 짓고 돌아갔을 수도 있다. 의사들이 그런다면 정말로 나을 수 없는 병일텐데.


도대체 소녀는 무슨 병에 걸렸으며, 그 전에 무엇을 하는 소녀일까? 정체가 무엇 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낫기를 기도하는 걸까?



마차가 빠른 속도로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 마차의 목적지는 알덴. 땅의 여신의 축복을 받은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마차 안에는 검은 머리칼의 청년, 네오와 그의 옆에 앉은 금발의 어린 소녀, 엘이 타고 있었다. 네오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 앉아서 펜대에다가 푸른 빛을 띠는 돌멩이를 끼워넣고 있었고 엘은 그러는 그의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네오는 푸른 광석을 끼워넣은 펜 대를 한 번 보고는 그것으로 허공에다가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펜이 지나간 자리에 푸른빛의 글씨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글자는 이내 서서히 지워지듯 사라졌고 그는 그것들을 보고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펜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양만 제대로 잡으면 완성이겠네.'


네오는 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빙글빙글 돌리더니 재킷 주머니에 넣고 기지개를 켰다. 그가 기지개를 켜니 엘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그녀는 일어나서는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오는 그런 엘이 귀여운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알덴에 도착하면 빨리 방부터 잡고 한숨 자야겠다. 피곤해.'


어제까지 야영을 해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왔다. 엘도 그 피로가 몰려서 꾸벅꾸벅 졸았던 것이리라. 네오는 지금 잠깐 눈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부가 마부 석에 달린 파이프에 입을 대고 말했다.


"곧 있으면 목적지인 알덴에 도착합니다."


네오는 그 말을 듣고 잠에서 깨어 눈을 뜨더니 마차의 창을 열어서 고개를 내밀고 밖을 쳐다보았다. 마부의 말대로 그들의 앞에는 하나의 마을이 보였다. 네오는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넣고 그의 옆에서 함께 자고 있던 엘을 흔들어 깨웠다.


"다 왔어. 엘."


엘은 그의 말을 듣고 스르르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기지개를 키며 하품을 길게 하더니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네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번에 가는 마을인 알덴은 곧 있으면 축제기간이야. 땅의 여신에게 올리는 감사축제라고 하더라고."


축제라는 말에 엘은 눈을 번쩍 뜨며 네오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정말이냐고.그게 진짜냐고.


"응. 아마 이틀 뒤가 축제 일거야."


엘은 축제에 처음 가보는 사람처럼 기대로 가득한 얼굴로 계속 네오를 바라보았다. 네오는 다시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도 처음 가보는 거지만 기대해도 좋을 거야. 어지간한 축제는 즐겁거든."


엘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축제에 대한 상상을 하는지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발장난을 치기 시작했다.네오는 그런 엘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주변의 풍경들이 점차 느릿느릿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마차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는 창가를 한참 보다가 재킷 안에 손을 넣었다.무언가가 그의 손에 잡혔다. 그는 뭔가 싶어서 꺼내봤는데 그의 손에 잡혀 나온 건 마름모꼴 장식이 달린 은빛 목걸이였다. 그는 그것을 보고는 이게 뭘까 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더니 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재킷 안에 넣었다.


이윽고 마차는 목적지인 알덴으로 들어섰고 이내 마차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차 역에서 나온 네오는 기지개를 키며 마을을 바라보았다. 근데 뭔가가 이상했다. 축제 준비로 시끌벅적해야할 마을이 너무나 조용했던 것이다. 마치 아무도 안 사는 유령 마을인 것처럼. 그는 턱을 괸 채 마을을 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네. 분명 모레부터는 축제기간이라서 준비하는데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엘은 가만히 생각하는 네오를 보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마을을 바라보았다. 그 때 네오가 등을 돌려서 마차 역 안으로 들어갔다. 엘은 그런 네오를 쪼르르 따라 들어갔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역무원에게 다가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역무원이 그를 맞이하며 말했다.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왜 이렇게 조용해요?"


네오가 그렇게 묻자 역무원은 난처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역무원에 반응을 본 네오는 그에게 좀 더 캐물을까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방인에게는 함부로 말해주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역무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엘을 데리고 다시 역 밖으로 나갔다.


역 밖으로 나오자 엘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의 손을 끌어당겨 손바닥에다가 적었다.


[왜 그래요?]


네오는 엘이 무언가를 적은 손바닥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별 건 아니고 마을이 좀 이상해서. 축제 준비 기간인데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잖아."


엘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가 무슨 뜻인지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는 그런 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엘의 손을 잡고 마을을 거닐기 시작했다.


마을은 정말로 조용했다. 사람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정말로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무슨 일이 있기에 사람들이 사라진걸까?


한참 걷던 두 사람이 민가를 지나 큰 예배당을 향해 다가갈 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평소라면 잘 들리지도 않을 소리지만 마을이 너무나 조용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네오뿐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엘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요?]


"그러게. 어디일까."


네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은 신전이었는데 어째서일까? 집중해서 들으니 울음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었다.네오는 신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누가 죽기라도 했나? 그렇다고 해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가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네오는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는지 신전을 계속 지켜볼 뿐이었다. 그 때,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는지 그는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고 엘의 손을 이끌고 예배당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들어간 신전 안, 예배당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이 하는 기도는 전부 같은 것이었다.


"제발 우리 성녀님을 낫게 해주세요. 일데니아 님……."


"저희 성녀님을 아끼신다면 이 병을 이겨내게 해주시옵소서……."


전부 성녀에 관한 내용이었다. 분위기가 슬퍼서 그런 걸까? 엘은 어느새 울상이 되어 있었다. 네오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엘은 손을 들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서 네오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네오는 슬퍼하거나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그는 슬프거나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신전을 돌아다니더니 건장한 청년 둘이 지키고 있는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년들이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돌아가 주시죠."


꽤나 무서운 분위기. 엘은 두 사람이 내뿜는 위압감에 지레 겁을 먹고 네오의 뒤로 숨었다. 네오는 그런 엘을 보고는 두 사람을 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두 사람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대지의 성녀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법사입니다만. 좀 들여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시가 급한 상황인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두 청년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사람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그는 나와서 다른 청년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청년이 네오에게 말했다.


"들어가시죠."


두 사람이 방문을 열어주었고 네오는 목례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엘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그들은 다시 방문을 닫고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방을 지켰다.


작가의말

푹 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럼 다시 달려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노레스 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03. 저주 받은 성녀 (1) 15.12.16 174 0 9쪽
11 02. 엘 (5) 15.12.09 166 1 19쪽
10 02. 엘 (4) 15.12.07 282 0 12쪽
9 02. 엘 (3) 15.12.06 148 0 7쪽
8 02. 엘 (2) 15.12.04 175 0 10쪽
7 02. 엘 (1) 15.12.03 242 0 10쪽
6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3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7 0 12쪽
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2 0 13쪽
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6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58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