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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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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5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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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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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DUMMY

"자. 다들 나오세요!"


"여러분 다시 우리 마을로 돌아갑시다!"


리더인 남자와 그의 일행은 마을 사람들이 갇혀있는 감옥의 문을 부수듯 열어주면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감옥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나와 출입구로 나갔고 그들은 그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통솔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세요! 애들도 있잖아요!"


"밖에 도적은 없습니다! 다들 안심하고 가셔도 되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자 남자는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워켄 씨. 괜찮아요?"


"아까 너무 무리하셨어요."


일행이 그가 걱정이 된다는 듯 다가왔다. 남자, 워켄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밖에서 싸우고 있던 워켄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남자가 말한 대로 성공했구먼."


워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로 성공할 줄은 몰랐어요. 아저씨는 어디 안 다치셨어요?"


"난 괜찮네. 그보다 그 남자가 자네에게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그와 그 일행들에게 아까 네오가 한 말, 칼이 죽었고 칼이 여기서 싸우다가 죽은 건 그 여동생인 엘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것을 전달했고 워켄은 신음을 하더니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어디 있습니까?"


"먼저 마을로 갔네. 아마 죽은 칼을 묻어주거나 하려는 거겠지."


"그렇군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 남자는."


남자도, 그의 일행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워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잡혀 있던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가 앞장서서 나가자 일행들은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장장 3시간에 걸쳐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얼마간 걷다가 쉬었다 하는 식으로 갔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몇몇 마을 사람들은 폐허가 된 마을을 보며 좌절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해준 말, 살아만 있으면 된다. 살아만 있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마을이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된다. 라는 말 덕분에 조금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워켄은 일행들에게 마을 사람들을 맡기고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있어야할 것이 없었다. 마을에 있어야할 시체들이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깜짝 놀라서 마을 곳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을 외곽에 있는 네오와 나무로 조잡하게 만든 십자가들이 꽂혀있는 많은 수의 흙언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덤이라는 뜻이다. 워켄은 놀란 눈으로 그것들을 보며 네오에게 다가갔다.


"이건 설마……."


"무덤이죠. 도적단의 손에 죽은 마을 사람들과 칼의."


"이걸 혼자서?"


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계속 밖에 두는 건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칼의 여동생이라던가 여기 묻힌 사람들의 가족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요."


네오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무덤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 순간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흙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고 워켄에게 말했다.


"칼의 여동생은 어제 저희들이 썼던 집으로 데리고 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떠나는 겁니까?"


"네. 전 여행자니까요."


네오는 그렇게 말하고 워켄을 뒤로하고 걸어갔다. 워켄은 무덤들을 지그시 보더니 고개를 돌려 네오에게 외쳤다.


"그보다 저건 전부 어떻게 한 겁니까? 시체가 꽤 많았을 텐데?"


네오는 고개를 돌려 워켄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오가 처음으로 워켄 앞에서 보인 미소였다.


"전 마법사니까요."


네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워켄과 무덤가를 뒤로한 채 걸어갔다. 워켄은 그가 멀어지자 그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워켄은 금발의 여자아이를 하나 데리고 그들이 머물었던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워켄을 바라보았지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보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내 두 사람은 그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켄은 그 집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집의 침실로 들어가니 침대 위에 앉아있는 네오가 보였다. 그는 자고 있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워켄이 그런 그를 보고 말했다.


"데려왔습니다. 당신이 말한 칼의 여동생, 엘을."


그 말을 들은 네오가 부스스 눈을 떠서 고개를 돌려서 워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선 소녀, 엘이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 아이랑 얘기해볼게요."


워켄은 고개를 끄덕이고 엘과 네오만 남겨둔 채로 방에서 나갔다. 방에 네오와 단둘이 남게 된 엘은 네오가 풍기는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오의 무거운 분위기가 사그라졌고 그는 순식간에 엘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소중한 것을 지켜내듯이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 엘은 깜짝 놀라서 네오를 쳐다보았고, 그는 여전히 엘을 안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엘이구나. 칼이 말한 하나뿐인 여동생."


그렇게 말하는 네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흡사 울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난 네오. 네 오빠의 부탁을 받고 앞으로 네 보호자가 될 사람이야."


여전히 떨리는 네오의 목소리. 하지만 어째서일까? 엘이 안겨 있는 그의 품은 정말로 따스했다.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분명 이런 느낌은 예전에 오빠인 칼에게 안겼을 때 느꼈던 것이다. 그렇지만 왜일까? 이 사람은 자신의 오빠도 아닌데. 아직 믿을 수 없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안아주는 걸까? 그리고 이 사람의 품은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


"의심스러울 수도 있고, 믿음이 안 가겠지만 그래도 난 네 오빠, 칼의 부탁을 받은 게 맞아. 이제 물어볼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난 네 편이야."


그 말을 들은 엘은 이해할 수 없는지 눈을 깜빡이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 그 의미를 알아차린 건지 가만히 그의 품을 파고들어 울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의미를, 칼이 어떻게 됐는지를 직감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네오는 소리 내서 우는 그녀의 등을 가만히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이 이상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만약 여기서 더 말을 한다면 칼이 어떻게 죽었는지 까지 말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엘은 훌쩍이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맨 처음 보인 건 네오의 붉은 눈동자.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그의 눈물을 걷어 내주었다. 네오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가져다댔다. 작고 아담한 손. 따스한 온기가 그의 뺨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뺨에서 그녀의 손을 떼고 재킷 안에 손을 넣더니 손수건을 꺼내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손수 닦아주었다. 어느 정도 얼굴이 닦이자 그는 엘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낡고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서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그의 손이 엘에게서 떠나려 하자 엘이 그의 손을 조심스레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손바닥에다가 무언가를 적었다.


[고마워요.]


짧은 한 문장. 특이한 의사소통 방식이었지만 네오는 그 방식을, 그리고 엘의 의사를 이해했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엘은 문장을 마무리하자마자 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엘은 그의 손을 보고 조금 머뭇거리더니 다시 그의 손바닥에다가 무언가를 적었다.


[근데 뭐라고 부르면 되요?]


호칭에 대한 질문이었다. 네오는 반사적으로 오빠라고 불러,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 '오빠'라는 말이 목에 걸린 듯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냥 네오라고 부르면 돼."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가만히 네오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손바닥에다가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무엇을 적는 것일까? 네오는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무엇을 적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한참동안 엘을 쳐다보더니 그녀가 손가락을 멈추는 것을 보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가만히 끌어안았다.


"무사히 있어줘서, 이렇게 살아있어 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엘."


엘은 그 말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말을 듣고는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겼다. 과연 그녀는 알아챘을까? 이 말의 의미를.



두 사람은 그날 밤, 계속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다. 엘은 아직 네오를 믿을 수 없는지 많은 것을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고, 네오는 자신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며, 이제부터는 무엇을 할 건지 그녀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해가 떠 아침이 되자 네오와 엘은 그 집에서 나와 마을, 퀼렌으로 향했다. 퀼렌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을 재건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침울해 할 수는 없고, 그들이 살아야할 마을은 있어야하니 말이다. 네오는 엘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다 다 타버린 잔해들을 치우고 있는 워켄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바쁘시네요."


"바쁘죠. 근데 엘의 표정이 좋아 보이는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워켄은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열심히 마을을 정리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는 네오에게 말했다.


"이제 떠나려고요?"


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워켄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오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보고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둘둘 말린 낡은 종이가 나타나 그의 손 위에 떨어졌다. 엘과 워켄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네오는 태연하게 그것을 펴서 보더니 그것을 다시 돌돌 말아 공중에다 던졌다.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 종이는 공중에 붕 뜨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그것을 찾았고 말이다. 네오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하고 웃더니 엘의 손을 잡고 워켄에게 인사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들리겠습니다. 엘도 인사해야지?"


엘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꾸벅 숙여서 워켄에게 인사를 했고 워켄도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다음에 다시 왔을 땐 예전과 같은 마을의 모습을 보여드리죠. 엘도 잘 가고 꼭 저 분과 함께 다시 마을로 오거라."


엘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헤어졌다. 워켄은 네오와 엘의 뒷모습을 보고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오빠와 여동생 같네."


워켄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잔해를 치우는 작업을 재개했다. 저 멀리서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마을에서 나간 네오와 엘은 이 다음에 있을 마을을 향해 걸었다. 마침 퀼렌에서 반나절 정도 걸으면 나오는 마을이 있다고 아까 그가 본 종이, 지도에 나와 있었다. 우선은 거기로 가 다음 여행의 준비와 엘이 사용할 물건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옷가지를 사게 될 예정이다. 이 쌀쌀한 가을에 따뜻한 옷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네오는 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고 엘은 그 손길을 느끼며 재킷의 앞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작가의말

1화는 조금 급한 듯 빠르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좀 끊기가 애매했거든요.

그럼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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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2. 엘 (2) 15.12.04 176 0 10쪽
7 02. 엘 (1) 15.12.03 242 0 10쪽
»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4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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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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