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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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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4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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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 엘 (4)

DUMMY

햇살이 창 밖에서 내리쬘 때 네오는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비비대다가 가늘게 뜨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서 창가로 다가갔다.


'나 얼마나 잔거야?'


눈부신 아침햇살이 네오를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그는 눈이 부신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아까와는 다른 엄청 편해 보이는 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많이도 잤네. 푹 잔건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는 마음에 안 드는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의자에 걸어둔 재킷을 입고 아직 엘이 자고 있는 침대로 향했다. 엘은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도 모르는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는 그런 엘이 귀여운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이불을 좀 더 덮어주고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나갔다올게. 그 때까지 푹 자고 있어."


그런 말을 남긴 네오는 자고 있는 엘을 남겨둔 채 방에서 나갔다.



네오가 나간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조금 더 중앙에 가까워졌을 때 엘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서 길게 하품을 하며 양 팔을 들고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에서 잠을 잤던 네오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물론 네오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그를 찾기 시작했다. 방에는 숨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욕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욕실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욕실의 문을 두드리고 욕실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욕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걸 안 그 순간 엘은 두려움에 휩싸여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혹시 날 버리고 그냥 가버린 걸까? 나 다시 거기로 가는 걸까?’


무서웠다. 그 날 마을 사람들과 같이 끌려갔던 그 감옥으로 다시 가지 않을까, 아니면 이대로 혼자 남는 걸까? 돈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엘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고 몸의 떨림이 점점 강해졌다. 버려지고 싶지 않아. 다시 그 감옥으로 가고 싶지 않아.


그 때 방문이 열렸고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으로 온 몸이 젖어있는 네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욕실 앞에 주저앉아있는 엘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봉투를 내팽개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엘. 왜 그래?”


엘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보더니 울상이 되어선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네오는 그 기세 때문에 바닥에 넘어져버렸고 말이다. 그리고 엘은 그의 품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네오였지만 울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으니 그녀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면서 의자를 향해 걸어가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은 울음을 그쳤고 네오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볼을 긁적일 뿐이었다. 엘은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게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법. 네오가 먼저 그녀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엘. 왜 그러고 있었어?”


엘은 대답할 마음이 없는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계속해서 그런 채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들고 그의 손바닥을 끌어당겨 거기다 적었다.


[네오가 절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네오는 엘의 의사가 적힌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착잡한 얼굴로 엘을 한 번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엘은 다시 그의 손바닥에다가 적었다.


[네오. 나 버리지 마요. 이제 나 네오뿐이란 말이에요.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요. 네?]


엘의 얼굴에선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네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가만히 그녀에게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엘은 순간 겁을 먹었는지 움찔했지만 이내 그의 손길을 느끼며 다시 훌쩍였다. 네오는 그런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 몸은 축축해서 엘의 옷이 더러워지거나 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를 안아주고 토닥여주었다.


“걱정하지 마. 난 엘을 버리거나 하는 짓은 절대로 안 할 거니까. 약속할게. 엘은 단 하나 뿐인 내 가족인걸. 가족을 버리거나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잖아. 그러니까 안심하고 날 좀 더 믿어도 돼.”


엘은 그 말을 듣고 그의 품에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왜 우는 걸까? 서러워서? 아니면 미안해서? 알 수는 없었다. 네오는 엘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것. 그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있다가 엘은 눈물을 닦으며 그의 품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를 훌쩍이더니 네오의 손바닥에다가 적었다.


[진짜 저 안 버릴 거죠? 약속해요 저랑.]


엘은 그러고 오른손을 들어서 새끼손가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네오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절대로 엘을 내버려두고 혼자 간다거나 하지 않을게. 날 이렇게 키워준 스승님의 이름을 걸고서 약속할게."


그 말을 하는 네오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엘은 그런 네오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날 믿어달라고 말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신뢰가 가지는 않았다. 도적단의 손에 죽은 칼의 부탁을 받고 엘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했지만 속내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칼을 죽인 것이 도적단이 아니라 네오 일수도 있고, 그의 부탁을 받았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비치는 네오는 거짓말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다리가 아파서 주저앉았을 때도 아무런 불평 없이 업어주기도 했고 그녀 자신이 입을 옷까지 사주었다.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녀에게 무상으로 그런 호의를 베풀어줬을까?


엘은 가만히 쳐다보다 그의 손을 끌어당겨 손바닥에다 적었다.


[고마워요. 꼭 약속 지켜줘요.]


네오는 그것이 적힌 손바닥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그 손으로 소중한 보석을 쓰다듬듯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아까 떨어뜨린 빵 봉투를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빵을 하나 꺼내 엘에게 건넸다.


“그럼 나 씻고 올 테니까 그거 먹고 있어. 혹시 더 먹고 싶으면 봉투 안에서 더 꺼내서 먹고.”


엘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네오는 욕실로 들어갔다. 엘은 그가 욕실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빵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 입 베어 먹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 안에서 달콤한 크림의 맛이 퍼져나갔고 그 덕분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황홀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입. 역시나 달콤한 크림이 입 안에서 녹아내려 그녀를 만족시켰다. 그렇게 빵 하나를 다 먹게 되자 네오가 아까와는 다른, 검은색 면바지와 하얀 셔츠를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셔츠는 아직 단추를 전부 잠그지 않아서 그의 상체가 그 밖으로 드러났다. 엘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운 것 같았다. 네오는 그런 그녀를 보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엘도 씻고 와. 아 맞다.”


네오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어제 산 옷들이 담긴 종이봉투가 그의 옆에 떨어졌고 엘에게 건넸다.


“여기서 원하는 옷 골라서 갈아입고 나와.”


엘은 고개를 숙인 채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 봉투를 열어서 옷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후다닥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의 옷을 보고 아차 싶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차차. 매번 혼자서 여관을 써서 옷을 제대로 안 입어버렸구나.’


이제는 엘과 함께 여행을 다닐 예정이니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한 번 톡 치더니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종이봉투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엘이 먹던 것과 똑같은 빵을 꺼내 한 입 베어 먹었다. 맛있는 크림이 입 안에서 퍼져나갔고 그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맛있는 크림빵이었다. 그는 배가 많이 고팠는지 순식간에 빵 하나를 해치우고 다른 빵을 꺼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런 빵이었는데 네오는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한 입씩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빵을 먹고 있자 엘이 다 씻었는지 어제와는 다른, 흰 블라우스와 분홍빛 치마를 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돌돌 만 채로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후다닥 네오에게로 뛰어갔다. 네오는 싱긋 웃으면서 수건을 풀어서 그녀의 머리를 손수 말려주기 시작했다. 엘은 그의 손길이 좋은지 웃으면서 가만히 느끼고 있을 뿐이었고 말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엘의 머리에서 물기가 많이 사라졌고 그는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었다. 수인이 완성되고 그가 한 손의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손에서 약한 열기가 나왔고 그는 그걸로 엘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엘은 뭔가 신기했지만 고개를 돌려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뭔가 하면서 계속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그 와중에 그는 비어있는 손을 휘둘렀고 허공에서 빗이 하나 나타나 그의 손 위로 떨어졌다. 그는 그 빗을 들고 엘의 머리를 빗어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머리가 다 마르고 정리까지 끝나자 엘은 빙글 돌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네오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봉투에서 빵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럼 그거 먹고 슬슬 나갈까?”


엘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빵의 포장을 뜯고 앙증맞게 한 입 먹었다. 네오는 그런 엘이 귀여운지 다시 한 번 더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말이다.



오전의 상점가는 한산한 편이었다. 다들 자신들의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대부분 한산한 것 같았다. 그런 상점가의 상점들에서 네오와 엘이 서로 손을 잡고 방문한 곳은 빵집이었다.


"아까 여기서 샀어. 그 빵. 더 살까?"


엘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두 사람은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빵집의 주인으로 보이는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두 사람을 반겼다.


"어서 오시게들. 아, 아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그 손님이 아닌가? 어서 오시게."


조금 부끄러울 법도 하건만 네오는 뭐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엘도 그의 손을 놓고 빵집을 돌아다니며 빵을 골랐고 말이다.


빵을 다 고른 두 사람은 자기들이 고른 빵을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엘이 고른 빵은 전부 크림 같은 것이 들어있는 빵이었고 네오가 고른 것은 샌드위치처럼 여러 재료가 들어간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빵들이었다. 주인장은 커다란 종이봉투를 두 개 꺼내더니 엘이 고른 것과 네오가 고른 것들을 따로 담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계산해보더니 네오를 보고 말했다.


"다 해서 은화 6개에 큰 동화 5개네. 뭐, 많이 샀고 오전 중이기도 하니 동화 5개는 빼주겠네."


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주인장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어제부터 금화로 물건을 산다던 그 여행자로구먼."


"잔돈이 없어서요."


네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장은 그런 네오를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지금 상점가 곳곳에 소문이 났네. 아마 여기 건달들 귀에도 그 얘기가 들어갔을 거야. 그러니 조심하게나."


네오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장은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보더니 봉투를 밀봉해서 은화 4개와 함께 그에게 건넸다. 그는 그것을 받고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엘은 그런 그를 쪼르르 따라 나갔고 말이다. 주인장은 여전히 걱정되는 눈으로 그를 보더니 그의 등을 보고 외쳤다.


"조심하게나."


네오는 고개를 돌려서 끄덕이고 꾸벅 인사를 하고 엘과 함께 나란히 서서 가게에서 나갔다. 그래도 주인장은 여전히 그가 걱정이 되는지 그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위험한건 과연 네오? 아니면 건달? 자, 여러분의 선택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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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2. 엘 (5) 15.12.09 166 1 19쪽
» 02. 엘 (4) 15.12.07 283 0 12쪽
9 02. 엘 (3) 15.12.06 148 0 7쪽
8 02. 엘 (2) 15.12.04 176 0 10쪽
7 02. 엘 (1) 15.12.03 242 0 10쪽
6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3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7 0 12쪽
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2 0 13쪽
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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