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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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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0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1.2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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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DUMMY

칼이 다시 눈을 뜬 곳은 컴컴한 집 안이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는데 그 순간 그의 몸에 엄청난 격통이 밀려와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 때, 누군가가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 사람은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남자였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칼을 보고 말했다.


"일부러 일어나려고 하지 마.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거니까. 아마 온 몸이 아플 거야."


남자는 그의 몸에 일어난 현상을 아는지 그를 잠깐 보고 그렇게 말했다. 칼은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몸을 바로해서 앉으려고 했다. 그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조금 참고 나니 바로 앉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몰려온 고통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이제는 견딜 수 있는지 이내 인상을 폈다.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른 쪽을 가리켰다.


"너만 구한 건 아냐. 옆에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있어."


칼은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낮에 그와 함께 마을을 습격한 불한당, 도적단들과 싸웠던 사람들이 끙끙 앓으며 누워있었다. 남자는 의사인 듯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를 보듯 맥을 짚고 하더니 그에게 돌아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그에게 무언가가 담긴 병을 건네주었다. 그 병 안에는 풀빛의 걸쭉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독이라도 되는 걸까? 남자는 그를 보고는 그가 한 생각을 읽은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긴 건 그렇게 보여도 독은 아냐. 씻어서 먹으면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약초와 사제의 축복을 받은 물로 만든 물약이야. 여행 중에 물약을 만들어서 파는 마법사한테 산거지. 다 마시지는 말고 한 모금만 마셔. 그거 한 모금만 해도 어느 정도는 기운을 차릴 거다. 그리고……."


칼은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뚜껑을 열고 그가 말한 대로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느껴진 것은 정말로 쓴 맛이 그의 입 안에 퍼져나갔다. 그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고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 정말로 쓰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칼은 그것을 힘겹게 삼키고는 헛구역질을 몇 번 했다. 정말로 쓰지만 어째서인지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깜짝 놀라서는 그 물약을 보더니 남자를 흘끗 보고는 그에게 병을 건넸다. 하지만 남자는 그 물약병을 밀어내 다시 칼에게 주면서 말했다.


"먼저 일어났으니까 나 좀 도와줘. 그거 한 모금씩 저기 누워있는 사람들한테 먹여. 그럼 금방 기운을 차리고 일어날 거다."


"저기…… 부족하면 어떻게 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앞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그 물약이 든 병이 하나 나타나 그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칼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여기 있다. 이거면 넉넉하게 쓸 수 있을 거야."


"가, 감사합니다. 근데 누구……?"


칼이 그렇게 묻자 그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오라고 부르면 된다. 그거 다 하고 나면 쉬고 있어."


네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그를 쓰러져서 신음하는 사람들 사이에 두고 밖으로 나갔다. 칼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가 나간 문을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해가 사라지고 달빛만이 어둠을 비추는 밤, 이제는 다 타고 재와 뼈대만 남은 마을을 네오는 거닐고 있었다. 그는 마을을 거닐다 사람의 시체가 보이면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딘가로 옮겨갔다. 그러다가 눈을 뜨고 죽은 시체가 있으면 그들의 눈을 감겨주었다. 한참을 그러고 돌아다닌 그는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잔해 위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가진 붉은 눈동자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눈으로 마을을 응시했다.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늙은이와 남자들, 그 중에서도 아저씨들이 많아. 원래 이 마을에 남자만 살고 있을 리는 없으니 여자와 어린 아이들은 전부 끌려갔겠군.'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흔하진 않지만 마을을 습격해서 거기에 있는 돈이나 보물을 전부 빼앗고 여자와 아이들을 포로로 데리고 가 노예상들에게 팔아넘기는 도적들이 있다고 말이다.


네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륙의 어딘가 에서는 이런 비 인륜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분명 이런 장면을 여행하면서 봤을 텐데 말이다.


‘자기들이 정의로운 사람이니 뭐니 하는 녀석들은 이런 일은 해결 안 하고 어디에서 정의를 구현하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한 그는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말이다. 자기를 정의롭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정의로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보다 그렇다는 건 메노의 아들과 딸은 아직 살아있겠네. 마을을 습격한 괴한들, 아마 도적들이겠지. 아무튼 그 놈들이 끌고 갔을 테니까 말이야.'


"여기서 뭐하세요?"


목소리가 들려와 네오는 눈을 떴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그가 맨 처음 구해줬고 맨 처음 회복해서 일어난 청년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오는 잔해더미에서 내려와 서서 말했다.


"생각 중. 시킨 건 다 했나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약병을 네오에게 건넸다. 그는 그걸 받고 무심하게 허공에다 던졌다. 그러자 공중에 뜬 물약병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청년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더니 그에게 말했다.


"마법사에요?"


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청년을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어두운 곳에서 봐서 그런지 그가 찾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착각이겠지 하며 그가 눈을 감자 청년이 말했다.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네오는 무심하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청년은 그런 그를 보더니 어딘가로 고개를 돌려서 잠시 바라보고는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오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운이 좋았던 거야. 도적들이 널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마을에 볼 일이 있었던 내가 여기에 온 것도 전부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


"우연이라고는 해도 구해주신 건 사실이잖아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네오는 그 말을 듣고는 가만히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가 생각이 난 건지 청년을 보고 말했다.


"그럼 날 좀 도와줄 수 있겠어?"


"네? 어떤 걸요?"


"별 건 아니고 사람을 좀 찾아줬으면 해서."


청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이요?"


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딘가를 흘끗 보고 말했다.


"내가 찾는 사람은 디하임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야. 이름은 모르고."


청년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네오는 청년의 반응을 보고 원하는 것, 디하임에 대한 걸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재빨리 그에게 말했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그게……. 제가 디하임이거든요. 칼 디하임."


그 말을, 청년의 이름을 들은 네오의 그 차갑고 무뚝뚝한 얼굴에 경악이라는 표정이 생겨났다. 네오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다시 한 번 청년, 칼 디하임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의 얼굴이 그의 스승인 메노 디하임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이제야 눈치를 챘을까. 아까 전에는 왜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왜 그래요?"


네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그에게 말했다.


"이렇게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난 네 아버지, 메노 디하임의 제자야. 만약 일이 순탄하게 풀렸다면 네 형이 됐을 수도 있어."


이번에는 칼의 얼굴에 경악이 묻어났다.


"그럼……. 그 때 아버지가 편지에서 말한 그 새 형이라는 사람이……."


"아마 날 말하는 거겠지. 암튼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다."


"근데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같이 안 왔어요?"


그 말에 네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얼굴을 본 칼은 그의 아버지, 메노 디하임이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이 가는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네오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그를 바라보고 말했다.


"괴한들에게 습격당해서 돌아가셨어. 내가 빨리 도착했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럴……수가……."


칼은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기 시작했다. 네오는 그런 칼을 착잡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고 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칼이 눈물을 닦고 일어나서 네오를 바라보았다. 그는 착잡한 얼굴로 칼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메노를,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어째서일까? 메노를 아버지라고 부르려고 하니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칼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최선을 다 하셨잖아요."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대화가 끊기고 침묵이 흘렀다. 네오는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동생이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도적들한테?"


칼은 착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을 녀석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는데 결국에는 잡혀갔어요."


칼은 분한 듯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네오는 그 심정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른 속도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수인이 완성되자 붉은 빛의 점들이 수 십, 수 백 개 나타나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칼은 그걸 보고 놀란 기색을 보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건 뭐에요?"


"추적마법. 사용하는 사람들마다 형태는 다른데 난 제일 기본적이고 간편한 점 형태를 좋아해서."


네오는 그렇게 말하고 발길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갔다. 칼은 얼른 그에게 따라붙으며 말했다.


"어디 가요?"


"생존자들이 있는 집. 거기서 재정비를 하고 그 도적단에 쳐들어갈 생각이야."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자기를 구해주자신의 아버지의 제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에게는 없었다가 생긴 형이라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자 그럼 연재 이어집니다.


한동안 쌓인 부분까지는 계속 이어서 연재합니다.



*이 소설은 다른 연재 사이트에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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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2 0 13쪽
»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5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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