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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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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3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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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 엘 (2)

DUMMY

그 후 두 사람은 상점가로 나갔다. 엘은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도적단에게 잡혔을 때 입었던 군데군데 해지고 흙으로 더러워진 원피스에 네오가 준 낡은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씻고 나온 다음이라 얼굴은 말끔했다. 엘은 상점가로 나가는 게 즐거운 것 같았다. 상점가로 간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기대돼?"


네오가 그렇게 묻자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네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기대가 된다는 걸까? 엘은 상점가에 와본 적이 없는 걸까?


"엘. 혹시 상점가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즐거워하는 걸까? 네오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엘은 그가 그런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는지 네오의 손을 잡은 채로 힘차게 팔을 저으며 그와 함께 걸어갔다.


두 사람이 맨 처음 들린 곳은 역시나 의상실이었다. 엘이 앞으로 여행하면서 입어야할 옷을 사야했기 때문이다. 의상실에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옷을 구경하는 사람은 적었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의상실의 여직원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의상실 '푸르른 정원'입니다~"


네오는 종업원의 인사를 듣고 가볍게 목례로 답하며 말했다.


"여자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은 어디 있나요?"


"옆에 있는 아이가 입을 건가요? 이 쪽으로 오시겠어요?"


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여자 아이들이 입는 옷이 있는 코너로 향했다. 그 곳에는 많은 옷들이 즐비해있었다. 의상실 직원은 미소를 머금은 채 엘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 번 훑어보더니 소매와 치맛단이 레이스로 장식된 새하얀 원피스를 하나 꺼내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이 애한테 이 옷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한 번 입혀보시겠어요?"


"그래도 된 다면요."


네오가 승낙하자 직원은 엘과 그 원피스를 가지고 커튼으로 가려진 방으로 향했다. 네오는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직원을 보고 말했다.


"저기 가능하면 그 아이가 들어가고 커튼은 닫지 말아주실래요?"


직원은 네오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엘을 그 방으로 들여보내고 네오가 말한 것처럼 커튼을 반만 닫았다. 그는 직원을 보고 감사를 표하고 옷들을 보기 시작했다.


많은 종류의 옷이 있었다. 원피스와 블라우스, 치마, 코트 등……. 네오는 그것들을 한 번씩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칼한테 엘이 무슨 옷을 즐겨 입는지는 좀 들어놓을걸 그랬나.'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다 지나가고 늦어버린 일. 이제부터는 네오가 책임을 지고 엘의 의식주를 책임져야한다. 네오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옷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러다 그 중에 연한 분홍색의 코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 그 코트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챙기고 이번에는 바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한창 바지를 고르고 있을 때 아까 옷을 갈아입으러 갔던 엘과 직원이 돌아왔다.


"어때요? 잘 어울리죠?"


그 말을 들은 네오는 고개를 돌려 엘을 바라보았다. 엘은 그에게 어울 리냐고 말하는 듯 치맛자락을 슬쩍 펴서는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네오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직원에게 말했다.


"제가 여자애들 옷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어서 그런데 옷 좀 같이 골라주실 수 있나요? 많이 살 거라 서요."


"얼마나 사시게요?"


그 말을 들은 네오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금화 하나를 꺼내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딱 금화 한 개 분량 살까 생각 중이거든요. 이 애가 입을 옷 위주로요."


네오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엘이 그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 직원이 옷을 고르게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의도를 알아챘는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엘이 직접 골라봐.”


엘은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신나서 자기가 입을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것저것 옷을 꺼내 거울 앞에 한 번씩 대보기를 한참 반복하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네오에게 건네더니 그의 소매를 잡아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번에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남자 옷이 있는 곳이었다. 엘은 거기 가서 옷들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네오는 그런 엘을 따라갔다. 얼마나 구경했을까? 그녀는 검은 재킷을 집었고 네오는 그것을 꺼내보았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가벼운 디자인의 재킷이었다. 네오는 그걸 지켜보고 있던 엘에게 말했다.


"엘이 골라준 옷은 이거야?"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옷걸이에서 그 재킷을 빼서 한 전 걸쳐보았다. 엘은 그걸 입은 그가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지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네오는 다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번에는 직접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네오는 자기가 입을 옷을 다 골랐는지 옷들을 가지고 카운터로 가 내려놓았다. 카운터에 내려놓은 옷은 엘이 입을 옷들과 아까 엘이 골라준 재킷과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셔츠와 바지 종류였다. 직원은 옷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옆에 놔둔 수첩에 적더니 그것들을 계산해서 네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옷들 전부 다 해서 딱 금화 한 개 되겠습니다."


네오는 금화 한 개를 직원에게 건네주고 간단하게 목례로 인사를 한 다음 직원의 배웅을 들으며 의상실에서 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샀다. 대부분 엘이 사용할 물건들, 속바지와 속옷, 그리고 침낭 같은 것들이었고 그 외에는 전부 여행 때 필요한 도구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사고 나서 네오는 마법으로 그것들을 보이지 않는 창고에 던져서 넣었고 그걸 보여줄 때마다 엘은 신기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 마법사라는 걸 얘기를 해줬을 텐데 그래도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마법사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간 엘은 네오에게 아까 산 옷들을 꺼내달라고 해서 한 번씩 바꿔 입어보며 네오에게 선보였고 네오는 그런 엘을 보며 매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엘이 잠이 오는지 하품을 길게 했고 네오는 엘을 향해 팔을 벌려주었다. 그러자 엘은 당연하다는 듯 그의 품에 안겨 들어왔다. 그녀는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당겨 거기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적었다.


[저 어땠어요?]


"예뻤어. 엄청."


엘은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좋은지 배시시 웃어보였고 네오는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엘은 그의 손길을 한참 느끼다 고개를 들고 그의 손바닥에다 적었다.


[네오. 마법사는 날 수도 있어요?]


엘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네오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날 수 있어. 좀 어렵지만?"


엘은 그 말을 듣고 기대된다는 얼굴로 네오를 보았다. 이번에는 자신의 의사를 그의 손바닥에 적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오는 턱을 괴고는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보여줄게. 알겠지?"


그 말을 들은 엘은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이 오는지 다시 한 번 하품을 하고 네오의 품에서 비비적거렸다. 네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잘까?"


엘은 손으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이고 하품을 길게 하더니 네오의 품에 안긴 채로 자기 시작했다. 그런 엘을 본 네오는 그녀의 머리를 조금 더 쓰다듬어주더니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서 침대에 눕혀주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워서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자기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방의 불을 밝혀주는 '라이트 크리스털'의 불빛을 조정해 방을 어둡게 만들고 엘의 옆에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요 3일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의 말대로 3일간 꽤나 많은 일들이 그에게 있었다. 그의 스승이자 또 하나의 아버지인 메노 디하임의 혈육인 칼과 엘을 만나고 그들이 살던 마을을 습격한 도적 떼를 일소했다. 그 과정에서 칼이 죽었고 이제 하나 남은 메노의 혈육인 엘을 데리고 여행길에 올랐다. 이 모든 일이 사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언제 말을 해줘야 할까…….'


네오는 아직 엘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지 않았다. 말해줄 수 없는 것이다. 칼이야 나이가 조금은 있고 아버지 없이 가장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정신이 굳건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말을 해줄 수 있었지만 엘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말해주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엘은 아직 아이이기 때문에.


그는 그 생각을 하며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엘이 네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할 때 꼭 그 손에다가 썼다.


‘필담이라고 하던가?’


어려운 화법이었다. 그나마 네오는 빨리 익숙해져서 낫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색하고 한 번 씩 못 알아들을 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제대로 익숙해지겠지만 그건 네오만이지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 말이다.


‘그런 도구를 하나 만들긴 만들어야겠네.’


네오는 눈을 감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엘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참 생각을 하더니 좋은 것이 떠올랐는지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제 머릿속에서 생각들을 지우고 가만히 잠을 청했다.


작가의말

자, 그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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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엘 (2) 15.12.04 176 0 10쪽
7 02. 엘 (1) 15.12.03 242 0 10쪽
6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3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7 0 12쪽
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2 0 13쪽
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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