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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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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9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0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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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 엘 (1)

DUMMY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가 지기 시작했다. 네오는 지는 해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자신의 등에 업힌 엘을 흘깃 보았다. 불과 몇 십분 전, 네오를 열심히 따라 걷던 엘이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아버렸고 그 후로는 네오가 그녀를 업은 채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등에 업힌 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네오는 업혀있는 엘을 다시 바로 업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볍긴 한데 그래도 오래 업고 있으니 힘들긴 힘들구나.'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엘의 옆에 있고 그녀의 보호자는 이제부터 네오 자신이니 말이다. 참을 수밖에 없다.


'걸어서 반나절이라던데. 진짜 한밤중에 도착하겠는데?'


가을밤은 차가워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야영을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마을이 근처가 아닌가?

네오는 한숨을 푹 내쉬고 각오를 다졌는지 아까보다는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물론 업혀있는 엘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그렇게 분주히 걸은 결과 네오와 엘은 밤이 되기 전에 목적지인 마르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오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며 마을을 한 번 훑어보았다. 마르타는 마을이라기보다는 작은 도시에 가까웠다. 건물도 퀼렌의 배 이상으로 많고 상점가라던가 여관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외부 방문자가 꽤 있는 곳인가 보네.'


네오는 우선 여관을 찾기로 하고 마르타의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결과 외관이 깔끔하고 왠지 비싸 보이는 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여관의 외관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 때, 엘이 깨어나서 그의 등에다가 무언가를 적었다.


[여기 어디에요?]


뭔가 이상한 느낌. 간지럽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고 있어서 약간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네오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며 말했다.


"여관 앞이야. 오늘은 여기서 자려고. 잘 잤어?"


엘은 고개를 끄덕였고 네오는 그런 그녀를 내려주었다. 그녀는 하품을 한 번 하더니 자신의 앞에 있는 여관을 보았다. 그녀가 봐도 비싸 보이는 여관. 엘은 고개를 한 번 갸웃했고, 네오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숙박이세요?"


여관 안으로 들어가니 카운터를 보고 있는 밝은 분위기의 여성이 그를 반겼다. 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어른 하나랑 아이 하나. 두 사람이 쓸 방으로요."


"얼마나 묵으시겠어요?"


"하룻밤이요."


여성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무로 만든 함 속에서 열쇠를 하나 꺼내 네오에게 건네주었다.


"203호실이고 하루 숙박 4000로메스입니다~"


꽤 비싼 가격. 다른 마을의 여관은 보통 이 가격의 절반 정도인데 말이다. 엘은 그 금액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아는지 가만히 네오를 쳐다보았고 네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지 주머니 안에서 금화를 하나 꺼내 종업원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본 엘은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을 지어보였고 종업원은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금화를 받고 은화를 6개 내주었다. 네오는 은화를 받아 열쇠와 함께 주머니 안에 넣고는 고개만 꾸벅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엘의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종업원은 자신이 받은 금화를 한 번 바라보았다.


"와……. 금화라니……."


입고 있는 옷이나 그런 게 허름해서 그 정도의 돈은 없을 줄 알았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돈이 많았나보다. 사람은 겉을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났는지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가 방의 문을 열자 엘은 그 안을 보고 기쁜 듯이 뛰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거기에 얼굴을 비비댔다. 네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방문을 닫고 욕실을 한 번 보았다. 욕실 안에 필요한 것은 다 있었다. 세면대부터 욕조까지.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나와서는 방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물 받고 있으니까 다 받으면 먼저 씻어."


엘은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네오에게 다가와 그의 품에 안겼다. 네오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방을 쭉 둘러보았다.


"비싼 값은 하네. 시설이 정말로 좋아."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에다 무언가를 적었다.


[근데 돈 많아요? 아까 보니까 금화를 주던데.]


돈에 대한 물음. 네오는 손바닥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쓸 만큼은 있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일을 좀 많이 했거든."


엘은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는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말했다.


"일단 우리 둘 다 씻고 밖에 나가서 엘이 입을 옷가지 같은 거 사자. 알겠지?"


[네오 옷은요?]


엘이 네오라고 적을 때 무언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가? 네오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대답했다.


"글쎄. 나도 이번에는 좀 사야겠지? 원래 입던 옷들은 좀 낡았거든."


[제가 골라줘도 되요?]


네오는 뜻밖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엘은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네오는 그런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네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더니 조금 있다 고개를 배꼼 내밀어 엘에게 말했다.


"물 다 받아놨어. 들어가서 씻어."


엘은 기쁜 듯이 욕실로 뛰어 들어갔고 네오는 그런 그녀를 보고 웃으며 문을 닫아주려고 했다. 그 때 엘이 문고리를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문을 닫지 말라는 건가? 네오는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지만 그래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엘을 혼자 두고 그는 방 안으로 가 의자를 창가로 끌고 가서 바깥을 쳐다보았다.




문을 닫지 않은 것을 확인한 엘은 입고 있던 옷들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맨 처음은 그 전 날까지 입고 있었던 더럽고 많이 해진 원피스를, 이어서 안에 입고 있던 속옷까지. 엘이 옷을 한 겹 한 겹 벗을 때마다 옷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네오가 직접 보지 않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녀의 앙상한 몸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녀의 몸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확실히 체격이 작고 심하게 말라 있었다. 어렸을 적에 이것저것 많이 못 먹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도대체 엘은 얼마나 가난한 생활을 한 걸까?


엘은 추운지 팔을 들어 몸을 감싸더니 김이 옅게 피어오르는 욕탕으로 가 손을 담가보았다. 따스한 기운이 손을 타고 흘러 들어와 그녀의 몸에 서서히 퍼졌다. 엘은 그 따스함이 좋은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발끝을 시작으로 천천히 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기분이 좋은지 그대로 얼굴을 반 쯤 덮을 정도로 잠겼다. 이 따스한 기운은 오빠인 칼이나 네오가 안아주었을 때 느낄 수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포근한 것이었다.


엘은 기분이 좋은지 입으로 물에 숨을 불어넣어서 물거품을 만드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뽀글뽀글 하는 소리가 욕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팔짱을 꼈다.


'네오는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네오는 뭐하는 사람 이길래 자기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걸까? 의심은 안 좋은 거지만 왠지 의심스럽기는 했다. 언제 오빠인 칼에게 부탁을 받았는지도 몰랐고 설사 정말로 부탁을 받고 엘을 도적들의 손에서 구해줬다고 해도 생판 남인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걸까?



'믿어도 되는 걸까…….'


예전에 친척들 집을 연연하며 살아갈 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처음에는 칼과 엘을 좋게 받아줬지만 가면 갈수록 두 사람을 꺼려하게되서 식사도 제대로 주지 않고 시키는 일을 해도 그 일의 성과를 그 친척의 아이들에게 뺏기기도 했고 심지어는 그녀 잘못도 아닌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녀를 혼내고 때리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그 후에는 결국 칼과 아빠의 손에 구해졌지만 말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였을까? 그 다음부터 엘은 칼과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믿는 것이 많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퀼렌에서 지낼 때는 마을 사람들의 친절로 점점 마음을 열고 믿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그들에 대한 불신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엘은 고개를 휘젓더니 머리끝까지 탕에 몸을 담갔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그녀가 이 마을로 걸어오는 길에 다리가 풀려서 주저 앉아버렸을 때 네오가 해줬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괜찮냐고 물어보고, 엘이 억지로 걸으려고 하자 무리 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만히 그녀를 업어준 것이. 그 때 그녀는 오빠인 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칼도 엘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걷거나 하면 그녀를 줄곧 업어주었기 때문이다.


엘은 얼마 안 있어서 물 위로 고개를 배꼼 내밀었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푹 내쉬었다. 숨을 조금 오래 참았나보다.


'날 보육원 같은데 맡기거나 하면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을 하니 무서워졌다. 지금까지 행동을 봤을 때는 엘을 보육원 같은 시설이 맡기거니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법. 친척들도 그러지 않았는가? 처음에는 좋게 받아줬지만 가면 갈수록 그녀와 오빠인 칼을 짐덩어리로 생각하고 싫어했으니 말이다.


그 생각을 하니 엘의 몸에 오한이 들었다. 따뜻한 탕 속인데도 말이다. 엘은 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심하게 마른 몸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속에 있다가 나와서 인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탕 밖에 있는 작은 대야를 가져와 물을 담아서 머리에 그것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양 뺨을 톡톡 치더니 다시 탕에 몸을 담갔다.


'나중에 물어볼래.'



엘은 결심을 했는지 눈동자를 반짝이며 끄덕이고 다시 탕에 앉아서 물의 포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그럼 다음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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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2. 엘 (2) 15.12.04 176 0 10쪽
» 02. 엘 (1) 15.12.03 243 0 10쪽
6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4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8 0 12쪽
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3 0 13쪽
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8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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