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391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1.27 16:07
조회
258
추천
5
글자
10쪽

00. 이별 그리고 약속.

DUMMY

라노레스 대륙의 전설 속에는 인간이지만 그런 인간들보다 강력한 힘을 다루는 인간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사도'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전부 각기 다른 색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붉은색이라던가 하얀색 등 말이다.

사도는 그 이름에 걸맞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전부 신의 권능이라고 할 정도로 당해낼 자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속설에 의하면 사도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태어날 때 어떠한 증표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게 어떤 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 사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전부 사도가 되기 전까지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 속에 내재되어있는 사도의 힘을 개화할 때는 전부 다 강한 후회와 절망을 느꼈을 때라고 알려져 있다.


"헉……. 헉……."

눈이 내리는 겨울날. 붉은 머리의 청년이 숨을 헐떡이며 피투성이가 된 채로 한 남성을 업은 채로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가 뛰어갈 때마다 어디서 떨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자취를 남기듯 핏방울이 떨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얼마나 달렸을까? 청년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 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가자 그를 맞이하는 건 놀란 눈의 간호사들과 방문자들이었고 청년은 숨을 몰아쉬며 간호사에게 말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간호사들 몇 명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어딘가로 뛰어가 들 것을 가지고 나타났고 청년의 등에 업힌 남자를 들 것에 실고 갔다. 청년은 그걸 보고 다시 숨을 몰아쉬고는 재빨리 그들을 따라갔다.

그가 들어간 병실의 상황은 정말로 안 좋았다. 그가 업고 온 남자는 시체처럼 안색이 창백했고 상처부위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계속해서 천을 갈아 덮으며 지혈을 시도했고 의사는 맥을 짚더니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물약이 든 플라스크를 가지고 오더니 간호사들에게 소리쳤다.

"약 가지고 왔습니다. 비켜봐요!"

지혈을 하고 있던 간호사들은 부리나케 물러났고 의사는 플라스크 뚜껑을 열어 남자의 상처부위에 부었다. 그러자 상처가 아무는지 피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고 이내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걸 본 청년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들은 아니었다.

"선생님! 맥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젠장! 아까 피를 너무 흘려서 그래요! 이래선 의료 마법도 안 되는데……. 지금 여분의 피가 있습니까!?"

"남아있긴한데 이 사람 혈액형에 맞는 피는 없어요! 조금 전에 보냈잖아요 다른 도시에!"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끝난 게 아니란 말인가? 청년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에게 다가갔다.

"그게 무슨 소리죠? 설마……."

의사는 청년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환자의 보호자분 되십니까? 안타깝습니다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30분만 더 빨리 왔으면 환자분을 고쳐드릴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청년은 경악한 얼굴로 의사를 보고는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청년은 그것을 캐치하고 얼른 남자에게 다가갔다.

"메노! 정신 차려요! 메노!"

남자, 메노는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뜨고 청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힘겨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난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런 말 하지 마요!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메노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청년은 그 의미를 아는지 그 말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천장을 보았다. 새하얀 천장이었다.

"이거 참. 벌써 마누라가 보이는군. 아직은 안 되는데."

청년은 그런 메노를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내가 조금만 더 빨리 거기에 도착했다면 메노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다. 내 대처가 잘못돼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마라. 네 잘못이 아냐."

청년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메노는 힘겹게 손을 올려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부탁 하나만 하자……. 나중에 내 짐에 보면 내 아들과 딸이 사는 곳이 표시된 지도가 있을 거다. 그 녀석들에게 꼭 가서 내가 죽었다는 걸 알려줘라. 그리고 네오 네가 그 애들의 보호자, 기왕이면 형, 오빠가 좋겠지. 암튼 그렇게 해서 그 애들을 지켜줘. 알겠지?"

청년, 네오는 고개를 끄덕였고 메노는 눈을 감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널 꼭 거기로 데리고 가서 너에게 진짜 좋은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일이란 게 참 뜻대로 안 풀리는구먼."

그 말이 끝나자 네오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네오는 그걸 보고 메노의 몸을 흔들어보기 시작했다.

"메노. 일어나요 메노. 정신 차려요. 메노!"

하지만 메노는 깊은 잠에 빠진 것인지 그의 부름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그를 보고 그대로 주저앉아서 오열했다.

"일어나요 메노……. 제발……. 일어나요……. 아버지……."

의사는 착잡한 얼굴로 이제는 식어버린 메노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젓고 담요를 끌어올려 그의 얼굴을 덮어주었다. 간호사들은 오열하는 네오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주었고 말이다.


나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가을, 세 명의 사내가 양 옆으로 초원이 나 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 중 은발에 검은 조끼에 하얀 셔츠를 입은 청년이 말했다.

"조금은 걱정되네. 그 아가씨."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양 옆에 서 있던 두 명의 검은 머리의 사내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시선을 느끼고 그들에게 말했다.

"왜 있잖아. 그 저주에 걸렸던 아가씨 말이야."

"그럼 남아있지 그랬냐."

키가 큰 검은 머리칼의 남성이 그렇게 말하자 은발의 남성은 고민을 하는 듯 턱을 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그 전에 우리는 쫓겨나버렸잖냐. 거기서."

"리히터 형. 그럼 그런 소리 하지 마요."

키가 은발의 남자와 비슷하고 아까의 남자보다 어린 검은 머리의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은발의 남자, 리히터는 그를 한 번 보고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말이야. '레네시스 크라이스'에 걸린 아가씨잖아. 내가 걸어놓은 보호의 힘이 사라져버리면 다시 저주가 재발할 거야. 부적이라도 주고 갔으면 저주가 재발할 일은 없겠지만."

리히터는 주머니에서 마름모꼴의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꺼냈다. 별 다른 장식은 없지만 거기에서는 기묘한 힘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말이다. 작은 남자가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저희가 그 곳에 다시 들릴 확률도 적잖아요."

리히터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상을 쓰고 목걸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남자에게 건넸다.

"그럼 네오. 너 가져라."

작은 남자, 네오는 고개를 갸웃하고 리히터를 쳐다보았다. 왜 주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는 싱긋 웃으면서 그에게 목걸이를 억지로 쥐어주었다.

"그냥 받으라면 받아. 그냥 형이 미리 주는 작별 선물이라고 생각해."

"일리는 있는데 그래도 그 구실은 좀 이상하다."

"이상하긴. 이 앞 갈림길에서 헤어져야 되는데. 루크. 너 설마 잊어버린 거냐?"

루크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그리고 그는 멈춰 서서 가방을 뒤적이더니 그 속에서 긴 팔의 셔츠를 꺼내서 네오에게 건네주었다.

"나도 작별 선물. 보호 마법이 걸려있는 옷이다. 저 녀석의 보호 보다는 못하겠지만 많은 도움을 줄 거야."

네오는 그것을 받고 루크를 쳐다보았다.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셔츠를 허공에다 던졌다. 그러자 그 옷은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리히터에게서 받은 목걸이는 입고 있던 낡아빠진 검은 재킷 속에 넣고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루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고 리히터는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세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길을 걸어갔다.

이윽고 갈림길이 나타났고 네오는 리히터와 루크와는 다른 길 쪽으로 섰다. 리히터가 그를 보고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아쉽네. 좀 더 같이 갔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죠. 갈 길이 틀린걸요."

리히터는 아쉬워하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네오는 싱긋 웃으면서 그와 악수를 했고 뒤이어 루크가 손을 내밀자 그와도 악수를 했다. 그리고 루크가 말했다.

"건강해라. 네오. 다음에 또 만나면 같이 다니자."

"네. 그 때가 되면 말이죠."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서로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네오는 두 사람과 헤어지고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한 장의 낡은 지도가 나타났고 그는 그것을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갈림길에서부터 퀼렌까지 사흘.'

네오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그의 앞에 놓여있었다. 매 여행 때마다 봤지만 여전히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4년이나 걸렸네. 오래도 걸렸다.'

4년. 네오가 목적지를 향하는데 걸린 시간. 꽤 오래 걸렸다면 꽤 오래 걸렸다. 헤매기도 많이 헤맸고 그 동안 이런저런 일이 그에게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물론 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드디어 그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겠구나.’

약속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약속은 분명 지켜야 하는 거지만 이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의 은인과 한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야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약속을 지켜내기까지 앞으로 사흘이다. 네오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앞에 펼쳐진 끝없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일단은 계속 수정하고 있지만요. 다시 뵙겠습니다. 카르디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노레스 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03. 저주 받은 성녀 (1) 15.12.16 174 0 9쪽
11 02. 엘 (5) 15.12.09 166 1 19쪽
10 02. 엘 (4) 15.12.07 282 0 12쪽
9 02. 엘 (3) 15.12.06 148 0 7쪽
8 02. 엘 (2) 15.12.04 175 0 10쪽
7 02. 엘 (1) 15.12.03 242 0 10쪽
6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5) 15.12.02 163 0 12쪽
5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4) 15.12.01 167 0 12쪽
4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3) 15.11.30 172 0 13쪽
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7 0 7쪽
»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59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