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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라노레스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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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1.27 15:54
최근연재일 :
2015.12.16 10:3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401
추천수 :
6
글자수 :
59,675

작성
15.12.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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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02. 엘 (5)

DUMMY

언제나의 방법대로 빵을 넣은 네오는 이제는 가벼워진 빈손으로 엘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기운이 그녀의 손에서 느껴졌다. 그는 싱긋 웃으며 엘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꾸 네오를 올려다보았다. 아까 들은 말 때문인 것 같았다. 네오는 그런 엘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엘."


[아까 빵집 아저씨가 한 말이 신경 쓰여서.]


걱정이 되는 건지 아니면 말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그런지 말을 적은 엘의 손가락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네오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여차하면 마법으로 다 날려버리지 뭐."


그렇게 말하니 엘의 얼굴에서 걱정스러운 빛이 조금은 사라졌다. 네오는 그런 엘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녀의 손을 놓고 천천히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성이 되었는지 그는 손을 멈췄다가 엘의 머리에 갔다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엘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공중에 뜨게 된 것이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발을 바동거리다가 네오가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발을 놀리는 것을 멈추었다. 하지만 놀란 것이 진정이 안 되는지 숨을 몰아쉬다가 네오를 노려보았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늘을 나는 마법 보고 싶다며. 보는 것보다는 직접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엘은 앙증맞게 볼을 부풀리더니 네오의 손을 끌어당겨 거기다가 손가락으로 적었다.


[많이 놀랐어요.]


그렇게 쓰는 엘은 정말로 많이 놀랐는지 글을 쓰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하마터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네오는 그것이 적힌 손바닥을 한참 동안 보다가 그 의미를 알아채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내려줄까?"


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래도 날고 있는 게 좋은 것 같았다. 네오는 그걸 보고는 싱긋 웃으며 손을 높이 뻗어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엘은 공중에 둥둥 떠서 갔지만 말이다. 그렇게 공중에서 네오의 손을 잡고 가는 엘은 정말로 즐거워보였다. 하늘을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았다. 주변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그런 엘을 신기하게 쳐다봤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네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걸어갔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는 엘은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고 말이다.


'미행이 있네. 숫자는……. 넷인가?'


네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행이 있다. 아마 아까 전 빵집의 주인장이 말한 건달들이리라. 상점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그가 알아낸 사람들보다 더 있으리라.



'평범한 일반인들이 있는데 사고를 칠 생각인가? 대담하네.'


정말로 대담했다. 잘못하면 죄 없는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무언가 결론에 도달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엘은 네오가 많은 고민을 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둥둥 떠다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디디지 않고 가는 그 새로운 느낌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네오는 엘을 흘끗 보고는 짖굳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은 네오가 손을 떼자 머리로 손을 가져가 헝클어진 것을 정리하더니 네오는 째려보았다. 물론 네오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았고 엘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 때였다. 험상궂게 생긴 갈색머리의 남자가 네오를 향해 웃으면서 다가왔다. 네오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네오와 그 남자가 맞부딪혔다. 아니 맞부딪힐 뻔했다. 네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그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바닥에 철푸덕 넘어졌다. 그러자 네오와 그의 주변을 걸어가던 행인들은 멈춰 서서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주변에 있던 몇몇 남자들이 그걸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아마 그들이 네오의 뒤를 밟던 사람들이리라.


"야. 괜찮아?"


남자는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오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냐!"


그 말을 들은 네오는 물론 행인들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분명 제풀에 넘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인들은 남자와 그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보고는 그들이 누군지 아는지 겁을 먹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네오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남자를 보고 말했다.


"제풀에 넘어졌을 텐데 왜 성질이신지?"


갑자기 남자가 인상을 쓰며 자기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의 친구들처럼 보이는 남자들은 깜짝 놀라서 그의 상태를 살폈고 인상을 쓰며 네오를 노려보았다.


"얌마! 너랑 부딪혀서 넘어진 거 때문에 제프의 손목이 나갔잖아! 어떻게 보상할 거야!"


"치료비를 좀 줘야겠다. 안 그러면 치안대로 넘어가야겠어!"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네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그들을 무시하고 인파들 사이로 사라지려고 하였다. 그 때 제프라는 넘어진 사내가 일어나 그의 어깨를 잡고 홱 돌렸다.


"야! 당장 배상하라고!"


그 순간 네오의 눈과 제프의 눈이 딱 마주쳤다. 네오의 붉은 두 눈동자가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그를 노려보았다. 제프는 그의 눈빛이 뿜어내는 기묘한 힘에 압도되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 뭘 봐! 이러다가 한 대 치겠네!"


"그냥 좀 가라.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네오가 인상을 쓰며 귀를 후비며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제프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네오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얻어맞고 넘어졌다. 그가 넘어지자 제프와 그의 친구들은 기회다 싶어서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오는 최대한 몸을 움츠려서 그것을 방어했고 말이다. 그들은 얼마간 그를 구타하다가 멈춰서는 만족했는지 그를 보면서 내려 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돈 줬으면 이 꼴은 안 났잖아? 야. 저 새끼 옷 뒤져라. 그리고 어떻게 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계집애 옷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다 챙기자."


제프가 그렇게 말하자 그들 중 일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공중에 떠 있는 엘에게 다가갔다. 엘은 그들을 보면서 공포에 떨면서 팔과 다리를 허우적댔지만 움직일 수가 없는지 계속 제자리에 머물 뿐이었다. 남자들 중 하나가 엘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엘이 위로 솟구친 것이다. 그것도 그 남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뭐, 뭐야!?"


"갑자기 솟구쳤어!"


"그냥 가라고 했을 때 갔으면 참 좋았을 것을. 정도를 모르는 거냐? 네 놈들은."


네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을 뱉었다. 그러자 피가 섞인 침과 함께 뭔가 하얀 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갔다. 그는 그걸 주워서 보고는 제프를 향해 싱긋 웃으면서 그것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떻게 할래? 이빨 나갔는데?"


"어떻게 하긴! 더 두드려 패서 우리한테 보상받을 생각도 못하게 할 거다!"


제프는 그렇게 말하고 네오에게 달려들어 다시 그의 얼굴을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주먹에 당하지 않고 살짝 몸을 숙여서 그것을 피한 다음 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려 제프의 복부를 가격했다. 강력하고 정확한 그 일격으로 제프는 배를 움켜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걸 본 그는 빠르게 제프의 턱을 무릎으로 차올리고 그의 가슴팍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그리고 제프는 그대로 기절했는지 꿈틀거릴 뿐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네오는 피가 섞인 침을 다시 뱉고 엘을 바라보았다. 그가 손짓을 하자 엘은 다시 그의 곁으로 내려왔고 네오는 엘의 손을 잡고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더 할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상대해주지. 댁들이 내 돈을 노리고 이런 짓을 한 건 알겠지만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고 노려야지. 아 맞다. 혹시 그거 알아? 이빨 한 개 부러지면 금화가 5개 이상 들어가는 거."


네오는 계속 입에 피가 고이는지 침과 함께 뱉어냈다. 그리고 엘을 한 번 보고 그녀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자 그녀에게 속삭였다.


"괜찮으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나까지 슬퍼지잖아."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가를 비볐다. 네오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겁을 먹은 남자들을 보며 말했다.


"이빨 값은 안 물을 테니 그냥 가라. 너희들 때문에 동생이 울상이잖냐."


네오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가 길을 가자 사람들은 그에게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남자들은 그런 그를 보고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더니 금발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남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나무 의자를 하나 가지고 와 네오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의 등을 향해 나무 의자를 휘둘렀다.


"죽어 이 새끼야!"


하지만 네오는 이번에는 그 기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재빨리 엘의 손을 놓고 그의 앞 쪽으로 보내 피해를 아예 받지 않게 하고 빠른 속도로 몸을 틀어 의자를 든 남자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찍었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놓치고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네오는 그에게로 떨어지는 의자를 받아서 내려놓고 그 남자에게 낮은 어조로 말했다.


"죽자 그냥."


다음 순간 네오는 금발의 남자의 안면을 발로 밟듯이 밀어냈다. 그렇게 그 남자가 넘어지자 네오는 그의 배를 거칠게 밟아버리고는 그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 남자의 동료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냥 죽자. 거기 뻗어있는 덩치 하나 조진 걸로 끝을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꼴에 친구라고 의리라도 지킬 생각인가본데 상황 봐가면서 그렇게 해야지."


네오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에게 걸어갔다. 남자들은 그런 그를 보고는 도망치려고 했는데 공포감이 그들을 그 자리에 옭아매었다.


네오가 그들의 앞에 거의 다 왔을 때였을까? 갑자기 엘이 그에게 뛰어가 그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그 순간 네오는 그 자리에 돌이 된 듯 멈춰 섰고 남자들은 그제야 옭아매던 것이 사라졌는지 그에게서 도망치듯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신고를 받고 온 치안대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치안대들은 그들을 구속하고 네오에게 다가왔다.


"신고를 받고 온 치안대 대장입니다. 일단 주변에 있는 시민 분들의 말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이 사건에 연루되신 것 같으니 함께 치안대로 가주셔야겠습니다."


네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쓰러진 두 남자를 한 번 보고는 엘의 손을 잡았다. 치안대 대장은 그런 그를 보고는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네오가 그에게 말했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어이! 이 분을 치안대로 데리고 가. 많이 다치신 것 같으니 간단한 치료는 우리 의무대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네!"


치안대원 두 사람은 네오와 엘의 양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대장은 네오의 뒷모습을 보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저 사람은 이런 일을 함부로 일으킬 것 같지가 않단 말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치안대원들에게 지시해서 쓰러져있는 제프와 금발의 남자를 이송하라고 했고, 치안대원 일부가 그들을 데리고 가자 남은 치안대원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다가가 사건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 그래서 결론은 시민 분들의 증언으로 네오 씨의 폭행은 정당방위로 판단되어 이만 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 폭행의 주동자인 제프 멕도웰 포함 5명은 당분간 철장신세를 좀 져야겠습니다."


리처드가 그렇게 말을 하자 네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제프의 일행들과 그들의 가족은 그 말을 듣고 분개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딱 봐도 우리 아들이 더 심하게 당했잖아요!"


네오는 그런 가족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그들에게 치료를 받아서 멀쩡해진 자신의 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 갈색머리 부모님이시죠? 저 친구가 때려서 이가 부러졌었는데 이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건 당신이 먼저 덤비니까 우리 제프가 자기를 방어하려고……."


"행인 분들이 제가 그냥 일방적으로 맞았다가 반격했다고 했잖아요? 제 부러진 이빨에 대해서 배상해주실 거 아니면 그냥 인정하세요. 나머지는 치안대랑 이야기하시고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갈 길이 멀어서요. 아, 그리고 치료비는 됐습니다. 받아도 기분 좋을 것 같지는 않네요."


네오는 그렇게 자기가 할 말만 남기고 엘의 손을 잡고 치안대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가족들은 그런 그를 보고는 버럭 화를 내며 그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치안대 대장이 치안대원들이 그들을 막았다.


"만약 쫓아가셔서 해코지를 하실 거라면 네오 씨가 받지 않겠다고 하신 치료비 물어주셔야 할 겁니다."


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가족들은 분을 삭이면서 치안대 안에서 네오에 대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화가 나지만 치료비는 물어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대장은 그런 그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그들의 통제를 대원들에게 맡긴 후 대장실로 들어갔다.



치안대에서 나온 네오와 엘은 치안대를 별 말 없이 마르타에서 빠져나왔다. 네오는 마르타의 문을 넘어서자마자 고개를 한 번 돌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엘은 그런 그를 올려다보더니 그의 손바닥을 끌어와 거기다 적었다.


[왜 그래요?]


네오는 그 말이 적힌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 거 아냐.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엘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네오가 왜 그러는지 제대로 된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그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엘의 눈을 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진짜 별 거 아냐. 그냥 부모나 자식이나 별 반 차이 없다고 생각돼서."


엘은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네오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그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엘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옛날 사람들은 했던 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어.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라는 말. 자식이 제일 처음 보는 건 부모님이고 부모의 행동, 말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 자식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는 의미였을 거야. 아까 치안대에서 본 그 사람들은 그랬잖아. 자기 자식들이 분명 잘못했는데 내가 먼저 잘못했다고 그러고. 그리고 날 공격하고 돈을 뺏으려고 했던 그 놈들도 별반 차이 없었잖아. 결국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하고 발뺌하려고 하잖아?"


쉼 없이 쏟아져 나온 말을 들은 엘은 그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부를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오는 그런 그녀가 귀여운지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될 기회가 있을 거야."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잡아달라는 의미였다. 네오는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네오가 걸으면서 엘에게 말했다.


"아까 말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


엘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서 네오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그러자 네오가 말했다


"아까 그 놈들한테 다가갈 때 말이야. 날 말려줬잖아."


엘은 입을 약간 벌려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안 말렸으면 엘 앞에서 잔인한 걸 보여줬을 거야. 분명히. 나 그 때 그 놈들을 다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엘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네오는 그녀가 놀라는 걸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엘은 잘 모르겠지만 난 예전에 사람이 죽는 걸 본 적이 있어. 물론 직접 죽여도 봤고. 사실 안 죽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내 앞에 놓인 상황이, 그리고 내 분노가 그러지 않게 하더라고. 아마 일종의 광기인 거 같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결국 그 놈들은 포기를 안 하고 내 뒤를 공격하려 했잖아. 난 화가 나서 광기에 휩싸여서 자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었고. 근데 아슬아슬한 순간에 엘이 말려줘서 그러지 않을 수 있었어. 정말로 고마워 엘. 그리고 미안해. 그런 모습 안 보여주려고 했는데 보게 해서."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네오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 다짐한 게 있거든. 엘 앞에서는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겠다고. 그런데 이렇게 보여줘 버렸잖아. 명색에 내가 엘의 보호자인데. 나중에 엘한테 안 좋은 영향이 갈 수도 있으니까."


한참 동안 그 말을 듣던 엘은 네오를 한 번 보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오는 그런 엘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한참 그러고 있던 엘은 그의 품에서 나와 그의 손바닥을 끌어와 거기다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었다.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네오는 정말로 무서웠어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오빠가 날 먼저 앞으로 안 보냈으면 저도 다쳤을 거에요 분명. 그래서 네오는 저한테 상처를 입히려고 했던 사람들이랑 싸운 거잖아요. 물론 그대로 갔으면 결과는 안 좋았겠지만 결국은 멈췄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너무 자책하지 마요.]


엘이 적은 말을 손바닥을 보며 읽어내던 네오는 눈을 크게 뜨고는 엘을 쳐다보았다. 엘은 그런 그를 보고는 싱긋 웃어보였고 말이다. 그는 웃고 있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고마워. 엘."


아직 어리고 네오에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해서 그냥 많이 어린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혀 아니다. 이해심이 깊고 어른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직 어려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네오는 엘을 바닥에 내려주고는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그 안에서 그의 눈동자처럼 붉은 루비가 박힌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엘이 그 목걸이를 받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네오가 그걸 보고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야. 위험하면 목걸이에 있는 보석을 문질러. 그러면 엘을 지켜줄 무언가가 나올 거야."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만히 루비를 바라보았다. 루비는 네오의 눈동자만큼 붉고 태양빛을 받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네오는 가만히 그것을 보는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럼 갈까?"


엘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서 네오에게 감사를 전했다. 네오는 다시 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그녀와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네오는 미친놈이라서 건드리면 진짜 뭅니다 조심하셔야됩니다.


이렇게 2화가 끝이 났습니다.


어떠신가요. 재미 있으셨나요?


재미 있으셨다면 다행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무겁고 조금 옛날틱한 소설이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전 다음화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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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2. 엘 (1) 15.12.03 24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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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2) 15.11.29 247 0 11쪽
2 01. 만남, 이별, 그리고 또 하나의 만남 (1) 15.11.28 198 0 7쪽
1 00. 이별 그리고 약속. 15.11.27 260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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