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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1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22:10
조회
336
추천
4
글자
8쪽

第 二 章 인연(因緣) -18

DUMMY

-16-


김중선의 아버지 김철국은

함경도 관찰사까지 지냈던

지체 높은 양반이기는 하나,


그의 어머니는

양인 출신의 첩도 아닌,

안채의 부엌살림을 하는

계집종 ‘막심’이었다.


집안의 여자 노비 중

제법 괜찮은 외양과

몸매를 지녔던 탓에

하늘 같은 주인의 눈에 띄었고,


결국 그녀의 나이 스물셋에

김중선을 낳게 되었다.


그러나 서자도 못 되는

얼자의 신분을 타고난

김중선에게 가해지는

집안사람들의 서러운 핍박과

부당한 처우는


어린 그의 가슴에

누구도 풀지 못할 한을

단단히 심어 주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유난히 집안의 계집종들을 탐했던

아버지의 처사는 아예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집안의 머슴들조차

김중선이 자신들보다 못한 천출이라고

뒤에서 공공연히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특히 아버지의 정실인 송씨와

그녀가 낳은,

가문의 대를 이을 유일한 적자인

배다른 형 김중곤의 핍박은

이루 다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하기 그지없었다.


두 살 터울의 이복형 김중곤은

툭하면 시비를 걸어

김중선에게 매질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끊임없이 괴롭혔다.


자신을 핍박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어머니에게까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다며

생트집을 잡아 매질을 하기도 하였다.


어렸을 적,

심하게 핍박을 받아

너무나도 서러운 밤이 오면,

김중선은

자신에게 미안해하며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두 살 아래의 이복동생 중호와 함께

동네의 정자로 걸어 나가

별을 보며 밤새워 눈물을 흘리곤 했다.


사랑채에서 시침질을 주로 하던

여자 노비 ‘작덕’을

아비가 건드려 낳게 된,


집안의 또 다른 얼자인 김중호는

말없이 김중선의 손을 잡고

그의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 주었다.


말수는 무척 적었지만

집안의 누구보다도

속 깊은 자상함을 지닌

다정한 동생은

그가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김중곤의 그 같은 핍박은

아마도 적자인 자신보다

외모는 물론 능력까지 뛰어난

얼자 이복동생 김중선에 대한

시샘과 질투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어릴 적부터 뭘 하더라도

김중선은 김중곤보다 훨씬 뛰어났다.


외모는 물론이고

활쏘기도, 공부도,

심지어 여염집 여인네들을

꼬여 내는 기술조차도


김중곤은 김중선에게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사실 다방면에서 돋보이던

김중선의 탁월함은

한 번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밤새워 노력하고

열심히 연습해 이뤄 낸 결과였지만,


김중곤을 이길 때마다

김중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의 심한 꾸지람과

정실부인 송씨의

학대에 가까운 매질이었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집안의 계집종들을 건드리거나

가끔 관아에서 행사가 있을 때

지역 유지 행세를 하며

쓸데없는 체면치레로 소일이나 하는

못나고 한심한 아비였지만,


비록 그런 용렬(庸劣)한 아비일지라도

김중선은 그에게 인정받길 원했다.


정말 간절히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길 원했건만,

아비는 무심하게도 단 한 번도

그를 따뜻하게 봐 주지 않았고

결코 인정해주지도 않았다.


어쩌면 김중선에 대한

김철국의 냉랭했던 태도는

김철국의 일생 동안 유일한 자부심이었던

그의 ‘타고난 핏줄’과 관계된

‘왜곡된 허영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처갓집의 위세로 출세한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는지

관직 생활을 할 때도

‘처세나 행동거지에서

출신과 품계에 비해

품격이 떨어지는,

다소 소인배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세간의 평판을 들었던 김철국이지만,


세간의 그런

변변치 못한 평판과는 관계없이

그의 ‘가문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정말 대단해서

항상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집안의 질서와 서열’이었다.


그런 열등감에서 비롯한

왜곡된 허영심만 가득 찬 아비의 눈에

비록 자신의 씨일지라도,

선비로서 떳떳지 못한

음행(淫行)의 결과로

집안의 물건이나 다름없는

노비의 몸에서 태어난 ‘얼자’의 능력이

‘적자’보다 훨씬 탁월하다는 씁쓸한 현실은

절대로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김중선에 이어

김중호까지 태어나자,


계집종을 통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아들을 낳은

자신의 남편을

타고난 바보가 아니고서야

정실부인 송씨가

결코 좋게 대할 리가 없었다.


김철국은

증조부가 대제학까지 지냈으나,

조부 대에서

전답과 재물 대부분을 사기당해

몰락해 버린

빈한한 양반 가문의 가난한 청년이었다.


무척이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김철국의 아비 김종수는

가문의 재건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아들에게 튼튼한 다리 하나를 놔 주었다.


‘왕의 스승’으로 이름 높은

우암 송시열을 필두로 한,

중앙 정계에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던

‘은진 송씨’ 가문의 후원을 받아

김철국이 공부할 수 있도록

송씨 일가의 여식과

혼인을 주선하였던 것이다.


차이 나는 이 혼사의 뒷사정에는

김철국의 아비인 김종수가

‘송씨 문중의 일원’인 송무결과

한때 성균관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였다는 것도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김철국의

뛰어난 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이 혼사가 성사되려면

조건이 있었다.


송무결은 삼 년 안에

김철국이 대과에 급제하지 못하면

자신의 둘째 딸과의 혼사는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조건을

문서로까지 분명히 받아 내고서야

후원을 시작하였다.


운도 따랐겠지만,

김철국은 열심히 노력하여

약속한 기간 안에 대과에 급제함으로써

송무결이 내건 조건을 훌륭히 완수하였고,


자격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후원자였던

송씨 집안의 여식과 혼인하여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겉으로야

집안의 기둥이자 가부장이었지만,

당상관에 오를 때도

종2품(從二品)에 오를 때도

사실상 처가의 후원과 인맥으로

뇌물과 정치력을 써서 승진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경도 관찰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보니,

관직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국경무역의 편의를 봐주며

처가의 재산을

불려 주는 역할이나 해야 했던,

어찌 보면

기개조차 없는 한심한 남자였다.


본인이 가진 능력이라곤

비록 지금은 몰락했으되

한때 대제학까지 배출했던

좋은 가문 출신이라는 ‘타고난 핏줄’과,


남들보다 다소 뛰어났던

시 짓는 재주,

그리고 약간의 운이 다였던 김철국은,


사실상

송씨 집안의 데릴사위나 다름없었다.


그런 김철국의 처지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는 정실인 송씨 부인과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고,


자신의 치부와

약점의 대부분을 틀어쥐고 있는

송씨 부인을

많이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평상시의 말투나 행동에서

남편을 종종 무시하는

송씨 부인의 건방진 태도는

김철국의

그런 처지와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하물며 관직에서 물러난 다음에야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어쩌면 진정한 가장이 되고 싶었으나

한 줌의 권위도 가질 수 없었고,

오히려

부인과 처가에 종종 무시나 당하던,

김철국 본인의

수세에 몰린 답답하고 짜증 나는 상황들이


그로 하여금

김중선을 남들보다 더더욱

핍박하고 천대하며 무시하는,

그런 슬픈 상황을

만들어 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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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0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26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6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24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7 4 10쪽
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0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6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6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8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20.11.10 4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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