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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6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18:18
조회
350
추천
4
글자
8쪽

第 二 章 인연(因緣) -8

DUMMY

-8-


그렇게 별 탈 없이

의원으로서 명성을 쌓아 가며

인망을 얻고 있던 김중선의 인생에

어두운 구멍 하나가

깊숙이 파이게 되는 그날 밤의 일은,

장날 저녁에 벌어진 노름판에서 시작됐다.


그날 밤,

왈짜 패거리들의 호출을 받은 김중선이

노름판에서 복통이 난

중년사내 하나를 고쳐 주고서

집으로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왈짜 패거리들의 두령인 박용대가

급히 문밖으로 따라 나와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며

심각한 얼굴로

김중선에게 술을 한잔 청했다.


평상시엔

항상 웃는 얼굴만을 보여 주던

박용대의 어두운 표정으로 보나,


자시(子時)도 넘어선 야심한 시각에

굳이 따로 둘이서만

술을 청하는 걸 보나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아 보여서


김중선은 그러마 수락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박용대는

자기가 숙소로 쓰고 있는

주막 뒤쪽의 포목상 문간방으로

김중선을 데려갔다.


박용대는 김중선에게

상석이랍시고

온돌 안쪽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더니,

잠시만 기다리시라 말하고

바깥으로 나가

손수 간단한 술상을 마련해 왔다.


평상시 같으면

수하들에게 시켰을 귀찮은 일을

저렇게까지 직접

신경 써 가며 하는 걸 보니

무언가 매우 곤란한 이야기를

꺼낼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김중선의 뇌리를

한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서로의 근황에 관해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몇 순배 돌렸다.


석 잔째를 마셨는데도

박용대가 본론을 꺼내질 않자

심히 궁금했던 김중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그만 뜸 들이고 얘기해 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김중선의 물음에

박용대는 잠시 더 뜸을 들이더니,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고

그를 지그시 쳐다보며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리,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나리를 인간적으로 매우 좋아하고

또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나리처럼 훌륭한 성품을 가진

의원을 보질 못했고,

나리가

어려운 처지의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이건 아마 저를 따라다니는

무식하고 근본 없는

제 밑의 무뢰한 같은 놈들도

다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허, 거참.

도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리도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가?

심히 부끄럽구먼.

난 그런 훌륭한 사람 아닐세.”


“부탁이 아닙니다.

아주 죄송스럽고 심각한 얘기입니다······.”


거기까지 얘기하고

박용대는 다시 한 번 더 뜸을 들였다.

이번 침묵은 좀 길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아서

김중선은 자세를 고쳐 잡고

진중하게 다시 물었다.


“해 보게나.

어떤 이야기라도

다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


“제가 이 고을에서는

씨름꾼으로 제법 힘 좀 쓴다고

여기저기 딴 동네까지

왈짜로 많이 알려진 놈이긴 하지만,


사실 전 어떤 분의 수하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그분이 맘 한 번 잘못 먹거나

혹여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저 같은 하찮은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그분 손에 저승 구경할 수도 있습죠.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분이 사람을 시켜 저를 부르더군요.

나리에 관한 일로 말입니다.”


“······.”


“무슨 일로 그분이

나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저 같은 아랫사람은

당최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저 나리를 자기 앞에 데려오라고

명령하셨을 뿐이지요.


그래서 아까 하루 종일

곰곰이 생각도 해 보고

사정을 좀 알 만한 놈들에게

이것저것 쑤셔도 보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그분이 나리를 모셔 오라는

장소로 볼 때,


아마 나리의 업(業)하고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나를 보자고 한 장소가

어딘데 그러나?”


김중선이 뜸을 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박용대는

잠시 쉬었다가 입을 열었다.


“임복정이라고······

나리도 아마 아실 겁니다.

이 동네뿐만 아니라

홍주 땅에선

제법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이니까.


백월산 동쪽 기슭에 있는

임복정의 신당으로

나리를 모셔 오라고 하시더군요.


내일 밤 해시(亥時)까지요.”


김중선은 즉답을 미루고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홍주성을 주름잡는

왈짜 패거리의 두령 박용대가

저렇게까지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보자고 하는 사람은

아주 큰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매우 무섭고 사나운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야심한 밤에 남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보고자 하는 건

필시 안 좋은 일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인데,


왜 하필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어서

소문나기도 쉬운

번잡한 무당 집에서

굳이 약속을 잡았을까?


현재 김중선이 가진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의 의중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절대 거절은 하지 마세요.


이런 말씀까진 드리고 싶지 않지만,

그분이 보자고 하신 이상

나리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습니다.


무조건 가셔야만 합니다.


그러니 그간 좋았던

저와의 관계를 생각하시고

나리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는

제 마음을 고려하셔서라도,

제가 나리에게 힘을 쓰는 일만큼은

절대로 없게 해 주세요.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지만,

그냥 조용히 가셨으면 합니다.”


“그 사람이 나를 해치려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이 고을에 와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일이 없는데?”


“그분 성격으로 봐서

그런 일은 절대 아닐 겁니다.

······만약 그분이

나리를 해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그저 제 느낌일 뿐이지만,

좋은 일로 보자고 하는 건

아마 아닐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무척 답답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나 제 밑의 놈들은

다 나리를 좋아하고,

또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박용대는 마음이 많이 답답했는지

술을 서너 잔 연거푸 들이켰다.


김중선은

그런 박용대를 잠시 보고 있다가

자신도 술을 한 잔 들이켜고서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내게 선택권은 없다고 하니,

뭐, 별수 없지.

그냥 내일 다녀오세.


그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라는데,

얘기나 들어 봐야 뭘 알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도 너무 답답해하지 말게.

자네 잘못이 아니잖은가.”


“정말 고맙습니다, 나리.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집니다.”


박용대가 자신의 말을 듣고

표정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엷은 미소를 보이자

김중선은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세.

내일 답답하고 힘든 일도 있고 하니,

얼른 푹 쉬게나.”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그분이 나리에게 무슨 제의를 하시든

절대 거절하지 마세요.

목숨이 아깝다면 말입니다.


그분은 절대

거절을 용납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이것만은 꼭 명심하세요, 꼭.”


“······알겠네.

내 맘에 깊이 새겨 두지.”


그 후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고

잠시 뒤에 술이 떨어지자

자리를 파하고 일어섰다.


돌아오는 길 내내

김중선의 마음은 매우 심란했지만,

박용대가 얘기하는

‘그분’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탓에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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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第 二 章 인연(因緣) -17 20.11.11 313 3 9쪽
31 第 二 章 인연(因緣) -16 20.11.11 310 3 4쪽
30 第 二 章 인연(因緣) -15 20.11.11 321 4 2쪽
29 第 二 章 인연(因緣) -14 20.11.11 313 2 6쪽
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0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26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7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24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8 4 10쪽
»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1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7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7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8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20.11.10 4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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