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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2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18:41
조회
357
추천
4
글자
10쪽

第 二 章 인연(因緣) -9

DUMMY

-9-


달도 뜨지 않은 밤이라 그런지

백월산 동쪽 기슭에 있는

임복정의 신당은

분위기부터가

자못 기괴하고 음산하였다.


유시 무렵부터 내리고 있는 부슬비가

음울한 풍경을 더욱 자극하여,

박용대와 함께 신당 앞에 서 있던

김중선의 마음은 불안하고 심란하다 못해

착잡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그만 들어가시죠.”


박용대는 마음이 급한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김중선을 재촉하였다.

김중선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서

박용대의 뒤를 따라

신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리,

김 의원을 데리고 왔습니다요.”


“들어오너라.”


장지문 안쪽에서

굵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용대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김중선을

한 번 흘깃 보고는

들어가자는 눈짓을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탱화와 비슷한

형형색색의 화려한 신장(神將) 그림이

가장 먼저 김중선의 눈에 들어왔다.


신장 그림 바로 앞에

작은 탁상을 놓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 여인이 앉아 있었고,


그 여인의 왼편으로

검은색 도포를 입은

강렬한 인상의 중년 사내 하나가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사내의 오른손 옆에

화려한 장식을 단 환도 하나가

놓여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사내가

박용대가 얘기한

‘그분’임에 틀림없었다.


촛불을 두 개나 켜 놨음에도

방 안은 다소 어두웠다.


촛불에 비친 사내의 각진 얼굴이

더욱 검어 보였다.


“앉으시오, 김 의원.”


중년 사내가 권했다.


김중선은 아무 말 없이

여인의 앞에 앉았다.

중년 여인의 얼굴이

김중선의 시선에 정면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그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

임복정으로 추측되는, 그 중년 여인은

묘한 눈빛으로

김중선의 얼굴에서 시작하여

천천히 그의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넌 별채에 가서 내 수하들이랑

술이나 한잔하고 있어라.”


앉지도 못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문가에 서 있던

박용대에게 중년 사내가 말했다.


박용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사내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나마 유일하게 친분이 있던

박용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중선은 더욱 불안해졌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괜찮겠네.

그리 좋은 관상(觀相)은 아니지만,

그건 본인이 박복한 것이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괜찮겠어요.


능력도 아주 출중하고

무엇보다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네요.


겉보기는 유약해 보여도

심지가 매우 굳고 담대한 면도 있고요.”


한참 동안 김중선의 모습을 훑어보던

중년 여인이

갑자기 입을 열어

방 안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을 깼다.


그녀의 말을 들은 중년 사내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을 받았다.


“그런가?

자네 입으로 그런 후한 평을 들으니

내가 참 안심이 되는구먼.


좋아, 아주 좋아······.”


둘의 뜬금없는 대화를 들으면서

김중선은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 김중선의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을 눈치챘는지

사내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오, 김 의원.

바쁘신 분을 불러 놓고

통성명조차 하질 않았구려.

부디 결례를 용서하시오.


여기 앉아 있는 이 여인은

여기 집주인으로 임복정이라고 하오.

제법 유명한 만신(萬神)이라

저잣거리에 들리는 풍문으로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것이오.


세상 사람들이 이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이 사람이 나와 부부 같은 사이라는 것?

우리 둘의 속궁합이 썩 괜찮아서,

난 한 달에 반절은 여기서 지낸다오.”


둘이 그런 사이였던가,

처음 만난 사람한테 내밀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털어놓는 사내에게서

끝 모를 자신감과 대담함이 느껴졌다.

김중선은 더더욱 거북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 고을에서 형방(刑房) 일을 보고 있는

안강수라고 하오.


서로 얘기만 나누지 않았을 뿐,

난 예전부터 김 의원을

거리에서 여러 번 보았소만,


김 의원은 날 처음 보시지요?”


형방이라.

김중선은

박용대가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김중선은 짧게 대답했다.


“예, 저는 처음 뵙습니다.”


김중선의 대답을 분명히 들었음에도

안강수는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지 않았다.


잠시 뜸을 들이며

얼굴에 미소를 짓고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김중선은

이 어색한 침묵이 더는 견디기 어려워서

결국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그런데······

공사가 다망하신 형방께서

어찌 약초나 캐러 다니는 저 같은 자를

굳이 따로 보자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도통 짐작할 수가 없어서

무척이나 두렵습니다.”


김중선의 말이 끝나자

안강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 의원께서는

한양 반촌에 사는

최익호라는 자를 아시지요?


꽤나 오래전의 인연이시긴 하겠지만······.”


안강수의 입에서 나온 이름 석 자는

김중선의 두 눈을

소처럼 크게 떠지게 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이 있었다.


김중선은 깜짝 놀라

심하게 뛰기 시작하는

자신의 가슴을 억누르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으나 잘 되질 않았다.


안강수의 물음에 대답하는

김중선의 목소리에서

심한 동요가 느껴졌다.


“형방께서······ 어떻게······ 그자를······.”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할 만큼

김중선이 적잖이 놀라

당황하는 것을 본 안강수는

다시금 씩 웃으며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시오, 김 의원.


그자와 김 의원의 인연을 가지고

김 의원을 추궁하거나

협박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니

안심하시오.


초면인 나를

김 의원이 믿기 쉽게 하려고

일부러 그자 얘기부터 꺼낸 것이오.


그러니 그렇게

너무 불안해하실 것 없소이다.”


김중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의심과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는

김중선을 보자

안강수는 이번엔 진중한 표정으로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김 의원께서

아직도 불안해하는 걸 보니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두서없이 말을 꺼냈나 보오.


이걸 보시면 좀 안심이 되시겠소?”


안강수는 자신의 품 안에서

푸른색의 ‘계(契)’ 자가 적힌

호패(號牌) 모양의 패 하나를 꺼내

김중선의 눈앞에 들이댔다.


그건 그가 ‘검계(劍契)’의 일원이라는

표식이었다.


안강수가 내민

푸른 패를 본 김중선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고을의 형옥(刑獄)과 소송,

법률 등을 다루는

관아에 소속된 아전이


국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인, 방화,약탈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비밀결사 ‘검계’의 일원이라는 모순이

그의 머릿속을

마구 어지럽혔기 때문이었다.


한양 생활을 할 때

검계의 몇몇 계원들이

관청 곳곳에

신분을 위장한 채 숨어 있다는 얘기를

풍문으로 듣기는 했어도,


이렇게 직접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매우 놀라울 뿐이었다.


무척이나 당황하는 김중선을 보며

안강수가 말을 이었다.


“최익호와 나는 오래된 동지요.


우리의 본진은

지리산 자락의 ‘추설’(秋雪)21)이고,


노사장(老師丈)께서는

세인들에게 ‘청운(靑雲)’이라는

별호로 불리지요.


최익호는

한양과 경기 일대를 아우르는

검계 ‘홍방(紅幇)’의 접주(接主) 중

한 명으로


고향인 파주에 살지않고

한양 반촌에 머물며

정보를 수집하거나

새로운 동지들을 모으는 일을

주로 합니다.


난 이 고을에 머물면서

낮에는 관아에 앉아 형방 일을 보고,

밤에는 충청 일대의 동지들을 관리하다

유사시에는 규합하여 통솔을 맡는

‘청방(靑幇)’의 일곱 접주 중

한 명이라오.


‘그 일’이 끝난 후,

한양을 떠나 홍주 땅으로 내려온

김 의원의 존재를

내가 삼 년 전부터

미리 알고 있을 수 있었던 건,


김 의원과 인연이 있는

최익호의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오.


어떻소?

이제 나에 대해서 믿음이 좀 갑니까?”


안강수의 거침없는 설명에

김중선은

부정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김중선은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입을 열었다.


“최익호와는 동향(同鄕) 출신이긴 하나

서로에게 그리 좋은 인연은 못 됩니다.


그자와 제가

한양에서 모의하여 벌인 일을

형방께서는 이미 알고 계신 듯한데,


검계의 접주 중 한 분이라고

미리 밝히셨으니

저를 그때의 일로 잡아가시겠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


도대체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김중선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안강수는

갑자기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매우 기뻐하였다.


자신의 말을 듣고 웃어 대는

안강수를 보며

김중선은 기분이 무척 나빠졌지만

약점을 이미 잡힌 처지라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매우 영민하신 분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소만,

이렇게까지 빠를 줄이야.


최익호의 눈이 결코 틀리지 않았구려.


같이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이라고

그리도 칭찬을 하더니,

과연······.”


“지금,

같이 일을 도모한다고 하셨습니까?”


자신의 말을 자르듯

날카롭게 찔러 오는 김중선의 질문에

안강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안강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임복정을 한 번 쳐다보았다.


임복정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그 모습을 본 안강수가

김중선에게 시선을 돌려

자못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주석


21) 조선 시대를 주름잡던

3대 군도(群盜) 중 하나로,


김구의 『백범일지』에 따르면

지리산의 추설,

금강산의 목단설을 제외한

나머지 부류는 북대라 불렀다.


추설은

충청, 경상, 전라의 삼남 지역에서


목단설은 강원, 중부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였으며


비밀결사 체제로 움직였다.


북대는 재물만을 탐해

무고한 이들에게 해를 자주 입혔고,


스스로를 활빈당이나 의적으로 생각했던

목단설과 추설의 조직원들은

북대 조직원들을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

잡범 취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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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第 二 章 인연(因緣) -19 20.11.11 297 4 11쪽
33 第 二 章 인연(因緣) -18 20.11.11 337 4 8쪽
32 第 二 章 인연(因緣) -17 20.11.11 313 3 9쪽
31 第 二 章 인연(因緣) -16 20.11.11 310 3 4쪽
30 第 二 章 인연(因緣) -15 20.11.11 321 4 2쪽
29 第 二 章 인연(因緣) -14 20.11.11 313 2 6쪽
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0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26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6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8 4 10쪽
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0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6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6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8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20.11.10 4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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