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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3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20:01
조회
336
추천
4
글자
10쪽

第 二 章 인연(因緣) -11

DUMMY

“······돈이라.

그래, 어느 정도를 원하시오?”


“난

검계가 하는 일의 구체적인 형태나

배분에 관한 것은 잘 알지 못하오.


그리고 사실

자세히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오.


위험한 일일수록

실상을 아는 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각자가 적절히 분담하여

신속하고 요령 있게 치르되,


그 전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일 것이오.


일을 치밀하게 분담하여 잘게 자르고

각자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겠지요.


가능하다면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점(點)조직 형태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 생각하오.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일이 발각되거나 잘못되더라도

모두가 곤욕을 치를 일은

없을 거라 보기 때문이오.


몸통은 잘 지키되

꼬리는 수시로 자를 수 있는,

그런 유연함이

이런 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소.


어차피 밀고를 하는 자들이나

자복을 하는 배신자들은

어디에나 있소.


그런 자들은 고문을 하고 안 하고,

위협을 하고 안 하고 따위의

강제적인 상황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애초부터 공동의 목적보다는

자신의 안위가

훨씬 더 중요한 사람들일테니...


·····문제는 평상시에는

그런 자들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그것은 양지건 음지건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할

어쩔 수 없는 고충이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총체적인 정보는

일을 설계하는 한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오.


누군가가 잡혀서

형틀에 묶여 다리가 꺾여 나가더라도

자기가 아는것 이상은

발설할 수가 없을 테니,


조직에 곤란한 일은

거기서 끝날 거 아니겠소.


어차피 사람이란

믿음을 줄 만한 존재가 아니오.


최대한 기대를 적게 하고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생각하오.”


김중선의 현란한 말솜씨에

안강수는 서서히 빠져들었고,

어느새 고개까지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김중선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에게 일을 맡기실 때도

제가 몰라도 될 불필요한 이야기는

아예 하질 마시고,


구체적이고 간명한

지시 사항만 부탁드리오.


협조의 대가로, 제 몫은

제 손으로 직접 목숨을 끊어야 한다면

전체의 몫에서 5할,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3할로 쳐 주시면 좋겠소.


대신 일은 확실하게 하겠소.


그리고 쌀이나 포(布) 같은,

현물은 필요 없소.

은(銀)으로만 주시오.”


김중선의 이야기가 끝나자

안강수는 즉답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아마도 재빨리 계산에 들어갔으리라.


김중선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반각 정도 지났을까?


안강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우리의 동지가 될 생각이 있소?”


안강수가

왜 장고 끝에 이런 제안을 할까.


김중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들과 동지가 될 생각 따위는

아예 없었지만,

질문의 의도도 확실히 모른 채

즉답을 할 수는 없었다.


김중선은 깊이 고민하는 척하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없소.”


안강수는 김중선의 대답을 듣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우리의 동지가 될 수 없다면,

김 의원에게 그렇게 높게,

그것도 은으로만 분배할 수는 없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조직의 계율과 사정이 있는지라······.”


안강수가 처음으로

부끄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김중선은 드디어

자신이 이 상황의 승기를 잡았음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형방께선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계시오?”


“직접 손을 더럽힌다면 3할,

관여만 한다면 1할을 드리겠소.”


“······그렇다면 제가 양보를 하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소.”


“말씀해 보시오.”


“일을 고를 수 있게 해 주시오.”


“그건 안 될 말이오.

김 의원 본인의 입으로

금방 말하지 않았소.


일의 전모를 아는 사람은

한 사람으로 족하다고,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간명한

지시 사항만 내려 달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소이까.


만약 김 의원이 일을 골라잡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한다면

우린 그 어떤 계획도

제대로 세울 수가 없게 되오.


더군다나

동지도 되고 싶지 않다는

김의원과 일을 하면서,


그건 우리 입장에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요.”


“······그렇다면,

대신 제 머리와 입을 빌려 드리지요.


난 의원이오.


남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사람을 살리는 방법도,

죽이는 방법도 아주 잘 알지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이의 죽음에 대해 설명하면

사람들이 다 납득한다는 것이오.


그것이 설령 거짓말일지라도 말이오.


만약 형방께서

나와 함께 일머리를 잡으신다면

위험 부담이 평상시보다

반 이상 줄어들 것이오.


어쩌면 비용도 예전보다

훨씬 싸게 먹힐지도 모르지요.


어떻습니까?”


“······.”


안강수는 이번에야말로 장고에 빠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일은 아예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원도 아닌 단순한 협력자와

모든 일의 비밀을 공유할 수는 없었다.


사실 김중선이

제법 그럴듯하게 조직의 운용법과

일의 방법에 대해 떠들어 댔지만,


청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러한 점조직 형태로

검계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실체를 잘 모르는 외부인이

일의 핵심을

막힘없이 짚어 내는 것을 보며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런 김중선의

뛰어난 직관력과 통찰력에 감탄도 하고

그의 의견에 공감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안강수는

김중선의 능력이

더더욱 탐이 나기 시작했다.


‘방주하고 상의해 봐야겠지만,

이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절대 손해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자의 능력은 꼭 필요하니······


뭐, 같이 손발을 좀 맞춰 보다가

영 내 생각대로 안 된다면

틈을 봐서 죽여 버리면 되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안강수는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좋소.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김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다만 한 가지,

김 의원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소.


굳이 내입으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의 제일 중요한 율법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이오.


김 의원이 정식으로 입당한

우리의 동지가 아닌 이상,

일의 실수나 외부로의 누설은

절대 용납되지 않소.


만약 그것을 어긴다면······.”


“누군가의 손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겠지요.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중선이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제야 안강수는

험악하게 굳은 표정을 풀고

이를 드러내면서 엷은 미소를 보였다.


“그럼,

새로운 인연을 기념하는 뜻에서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안강수는

그때까지 둘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며

오가는 대화를 신중하게 듣고만 있던

임복정에게

고개를 돌려 턱짓을 하였다.


임복정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상을 봐 오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갔다.


임복정이 술상을 준비하는 사이,

그날 밤 처음으로 둘만 남게 되자

안강수가 조용히 물었다.


“김 의원께서 돈이,

그것도 은으로만 필요하신 이유가

혹시 파주에 있는 본가의 문제 때문이오?


그래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혼자 살면서

아직까지 혼인도 안 하고 계신 것이오?”


안강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중선은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격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매우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강수의 질문은

김중선이 죽는 날까지 가장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출신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힘들게 다스리며

김중선은 입을 열었다.


“최익호에게

어떤 이야기까지 들으셨는지 몰라도

그런 건 아닙니다.


출세에 대한 꿈 같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 사고사로 처리된 분이

김의원의

이복형님 되시는 분이었다고 들었소만.”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셨으면 합니다.


저와 형방 나리의

새로운 인연을

기념하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좋은 자리에서

더 이상 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말을 자르는 김중선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지자,

안강수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안강수는 확신했다.


한양에서 김중선이 최익호와 벌였던 일이

김중선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부분에

깊이 관계된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이자의 약점이자

가장 아픈 곳일 거라고.


김중선의 냉정한 대꾸로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던 그때,


방문이 열리고

임복정이 술상을 차려 안으로 들어왔다.


안강수는

방 안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를 없애 준

임복정이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김중선과 안강수는

새벽이 올 때까지 오랫동안 술을 마시며

돌아가는 세상에 관해,

현재 홍주 땅의 다양한 대소사에 관해,

검계가 이것저것 벌였던 일들과

그 일에 얽힌 뒷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복정은 조용히 둘의 술시중을 들 뿐

가타부타 별말이 없었다.


지역의 민초들에게

덕망이 높은 김중선을

자기 동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는지

평상시 자신의 주량보다

한참을 더 마신 안강수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잠이 들고,


그 모습을 본 김중선이

벗어 놓았던 겉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는 김중선을

임복정이 말없이 뒤따라 배웅을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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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第 二 章 인연(因緣) -19 20.11.11 297 4 11쪽
33 第 二 章 인연(因緣) -18 20.11.11 337 4 8쪽
32 第 二 章 인연(因緣) -17 20.11.11 313 3 9쪽
31 第 二 章 인연(因緣) -16 20.11.11 310 3 4쪽
30 第 二 章 인연(因緣) -15 20.11.11 321 4 2쪽
29 第 二 章 인연(因緣) -14 20.11.11 313 2 6쪽
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0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6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24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8 4 10쪽
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0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6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6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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