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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5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18:03
조회
346
추천
6
글자
5쪽

第 二 章 인연(因緣) -7

DUMMY

-7-


김중선이

홍주 땅에서 자리를 잡은 지

삼 년 가까이 지났다.


적잖은 세월이 흐르고

좋은 인연도 제법 쌓였건만,

그는 무슨 연유에선지

가정을 이루지 않고

서문 밖 신촌 집에서

홀어머니와 단둘이서 살았다.


자상한 성품이나 높은 인망,

수려하고 귀티 나는 인물에 이끌려

저잣거리의 많은 처녀들이

적잖이 애를 태웠지만,


그는 나이로 보아 한참 늦었음에도

왜인지 모르게 결코 혼인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곁에서

가끔 밤을 보내는 여인들이

몇몇 있기는 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관아에 소속된 관기이거나


객주나 여각에서

숙박하는 손님들에게

사사로이 몸을 파는 여인네들,


장날 저녁에

주막 뒷방에서 열리는

노름판 손님들에게

매춘을 하는 들병이들이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결코

여염집 여인들과는 성혼을 하여

가정을 꾸릴 만큼

깊은 인연을 맺질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김중선의 알 수 없는 속사정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모두가 그를

마음속으로 깊이

존경했기 때문일 것이고,

행여나

그의 과거나 사생활을 캐는

불손한 짓을 하다가

소중한 그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김중선의 벌이 중

가장 큰 수입원은

장날 저녁에 열리는 노름판에서

복통이나 두통이

심하게 난 사람들을 고쳐 주고

비싼 진료비를 받는 것이었다.


원래 노름판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다.


한몫 잡으려고

욕심에 두 눈이 벌게져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들이 밤새워 노름하며 먹는

밥값, 술값, 방값, 여자값,

그 외에 자잘한 심부름값까지

일반적인 물가보다

훨씬 비싼 편이었지만,


눈앞의 노름판에 쌓인

거액의 판돈에

모든 관심이 쏠린 그들에게

그런 자잘한 것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노름판이란 장소가

워낙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곳이다 보니

승부에 져서

화병이 난 사람도 많았고

그들에게 복통이나 두통이

뒤따라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으리라.


그런 이들에게 김중선은

평상시라면 절대 부르지 않을

고액의 치료비를 불렀고

결코 깎아 주는 법도 없었지만,

거기에 토를 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김중선의 뒷배를 봐주고

노름판을 관리하는

왈짜 패거리들이 무섭기도 했겠지만,


김중선에게 침 치료를 받거나

약을 받아먹으면

고통이 금방 가라앉아

다시 노름판 앞에 앉을 수 있다는 장점이

비싼 치료비라는 단점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었다.


김중선이

노름판에서 받은 가장 높은 진료비는

아마도 기와집 두 채 값은 족히 넘을

큰 재산을 하룻밤 새 모두 잃은,

광천(廣川)에서 온 중년 사내 이용철을

침을 놔서 고쳐 주고 받은 돈일 것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용철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부유한 재산을 가진

광천의 부잣집 장남이자,

주색잡기로 지역에서 유명한

한량이었는데,


평상시 그를 한번 제대로 벗겨 먹자고

벼르고 있던 몇몇 질 나쁜 패거리들이

짜고 치는 노름판을 모의하였다.


세 치 혀로 교묘하게 그를 속여

노름판에 끌어들인 다음

하룻밤 동안

어마어마한 돈을 잃게 만들자,


이용철은 결국 충격을 받아

뒷목을 잡고 쓰러지면서

입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가 입이 돌아가며

혼절하는 상황까지 올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던지라

노름판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허둥거렸고,


어찌나 급박했는지

노름판 왈짜 중 하나가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황급히 달려와,

근처 평상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김중선을 모셔 왔다.


환자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던 김중선이

침을 놓고 약을 먹이자

이용철의 상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이 일의 전말을 들은

이용철의 아버지가

고마움의 표시라며

하인을 시켜

김중선의 집에 ‘소 한 마리’를

진료비로 보내 주었던 것이다.


김중선이

주로 민초들을 상대하는 의원이다 보니

이렇게 여러가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찌 됐든 김중선은

밝은 낮에 땀 흘려 일하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밤이슬을 맞고 다니며

음험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에게도

치료만큼은 결코 차별을 두지 않았다.


그런 그의

한결같은 태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잣거리 곳곳을 쏘다니며

장터를 주름잡던 왈짜 패거리들을

몇 번 치료해 주면서


김중선은

그들과 꽤나 두터운 인연을 맺게 되었고,

분쟁이나 충돌이 자주 일어나서

보통 사람들보다 다치기 쉬운

왈짜 패거리

특유의 습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김중선을

‘나리’로 높여 부르며

고분고분 잘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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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第 二 章 인연(因緣) -15 20.11.11 321 4 2쪽
29 第 二 章 인연(因緣) -14 20.11.11 313 2 6쪽
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0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26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7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24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8 4 10쪽
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0 4 8쪽
»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7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7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8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20.11.10 4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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