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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89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1 21:04
조회
313
추천
2
글자
6쪽

第 二 章 인연(因緣) -14

DUMMY

-12-


그날 아침도

일청당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윤정호는

안채의 장지문을 활짝 열어 놓고

햇볕 좋은 가을날의 청명함을 즐기면서,

좋아하는 서책을 읽다가

간간이 취미인 난(蘭)을 치며

오랜만에 한가로이

망중한을 만끽하고 있었다.


마양은 주인의 곁에서

지필묵을 펼쳐 놓고 먹을 갈며,

때때로 차를 준비하였다.


갑자기 안채 앞마당에서

민석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차기 가주의 울음소리에 놀라,

주위에서 각자의 일을 보고 있던 하인들이

급히 민석의 곁으로 달려왔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마양과 윤정호도 깜짝 놀라

방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울고 있는 민석의 바로 옆에,

한 손에 먹음직한 사과 하나를 들고서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마성의 모습이 마양의 눈에 들어왔다.


민석이 구슬프게 우는 것으로 보아,

아마 마성이

민석의 손에 들려 있던 사과를

힘으로 뺏은 모양이었다.


마양은 아들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인해

도련님이 눈물을 보이자

당황스럽고 황망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민석 주위에 몰려든 하인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철모르는 어린아이들 간에 벌어진

사소한 일이라지만

빼앗긴 쪽은 주인의 아들이고,

빼앗은 쪽은 노비의 아들이었다.


마양은 급히 달려 나가

마성의 손에 들려 있는 사과를 빼앗고

아들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아버지의 크고 굵직한 손에

벼락을 맞듯이 얻어터진 아홉 살 마성은

비명조차 내지를 틈도 없이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마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옆에 있던 노비의 손에서

지게 자루를 빼앗아

쓰러져 있는 마성을 내려치려고

한껏 높이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어허, 멈추게!

애들 간에 벌어진 사소한 일로

어찌 그런 사달을 내려고 하는가!

그만두게!”


윤정호의 매서운 꾸지람에

마양은 순식간에 이성을 되찾고

높이 치켜들었던 지게 자루를

얼른 내려놓았다.


윤정호는

마당으로 천천히 걸어 나와

주위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울고 있는 민석에게

엄청나게 큰 소리로 된통 호통을 쳤다.


“못난 놈 같으니!

어찌 사내대장부가

이런 사소한 일로 눈물을 보인단 말이냐!


내 너를 성이와 함께 서당에 보낼 때부터

친한 벗처럼 우애 있게 지내라고

그리도 누누이 가르쳤건만,


고작 사과 하나를 친구에게 빼앗겼다고

질질 짜고 있다니,


당장 울음을 그치지 못하겠느냐!”


아버지의 꾸지람에도 놀랐겠지만,

마성이 마양에게 따귀를 얻어맞고

땅바닥에 구르는 것을 보며

훨씬 더 놀란 민석이

얼른 울음을 그치고

긴장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런 민석의 모습을 본 윤정호가

천천히 걸어가

마양의 손에 들려 있는 사과를 빼앗았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마양을 지나쳐서

윤정호는

아픔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땅바닥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성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으냐?


쯧쯧,

네 아비가 어른답지 못하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했구나.


내가 대신 사과하마.


어디 크게 다치진 않았고?”


“······네.”


윤정호의 자상한 말투에

마성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눈물을 흘리며 소리 죽여 흐느꼈다.


윤정호가

마양의 손에서 빼앗은 사과를

마성의 손에 쥐여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받으렴.

더 먹고 싶으면 또 얘기하고.


근데 성이 너도 잘못이 하나 있단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친구랑 같이 나눠 먹을 생각을 해야지,

너 혼자만 먹으려고

욕심을 부려서

힘으로 빼앗거나 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빼앗긴 쪽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어서

너를 더 이상

친구로 대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건 너 자신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다시는 그러지 마라. 알겠느냐?”


“······네.”


마성의 대답에

윤정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마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의 모든 사람들,

특히 마양은 송구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몸을 들썩였다.


윤정호는 마성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켜 주고는

민석을 불러 말했다.


“성이랑 화해하고,

다시 재밌게 놀아라.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평상시의

자상한 모습의 아버지로 돌아온

윤정호를 보며

민석도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긴장을 풀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민석은

잔뜩 기가 죽어 있는

마성의 손을 잡아끌고

마당 뒤편으로 뛰어갔다.


철부지 아이들끼리라 그런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둘이 사라진 쪽에서

금방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본 윤정호가

빙긋이 웃으면서

아직도 어쩔 줄 모르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마양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네. 마음에 두지 말게.


자네들도 얼른 가서 일들 보게.

별일아니니 소란 피우지 말고.”


윤정호의 말에

주위의 하인들은 구경을 멈추고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갔고,


마양은

주인의 세심하고 자애로운 배려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행여 눈물을 보이게 되어

주인에게 민망한 꼴을 보일까 두려워,


마양은 얼른 깊이 허리를 숙이며

윤정호에게 진심으로 잘못을 빌었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이 죄를 어찌······.”


“어허, 괜찮대도.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나.


어서 다시 들어가세.

오랜만에 찾아온 망중한을

이런 사소한 일로 허비해서야 되겠나?


얼른 따라오게.

자네가 끓여 주는 차를 마시며

한가로이 책을 읽는 맛은

그 어떤 즐거움에도 비할 바가 없으니···.”


윤정호는

고개 숙인 마양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몸을 돌려 다시 안채로 들어갔으나,

마양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마 그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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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第 二 章 인연(因緣) -16 20.11.11 310 3 4쪽
30 第 二 章 인연(因緣) -15 20.11.11 322 4 2쪽
» 第 二 章 인연(因緣) -14 20.11.11 314 2 6쪽
28 第 二 章 인연(因緣) -13 20.11.11 321 3 3쪽
27 第 二 章 인연(因緣) -12 20.11.11 343 5 14쪽
26 第 二 章 인연(因緣) -11 20.11.11 337 4 10쪽
25 第 二 章 인연(因緣) -10 20.11.11 354 3 10쪽
24 第 二 章 인연(因緣) -9 20.11.11 358 4 10쪽
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1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7 6 5쪽
21 第 二 章 인연(因緣) -6 20.11.11 349 4 3쪽
20 第 二 章 인연(因緣) -5 +1 20.11.11 363 5 11쪽
19 第 二 章 인연(因緣) -4 20.11.11 372 4 5쪽
18 第 二 章 인연(因緣) -3 20.11.11 365 5 3쪽
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15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9) 20.11.10 379 6 3쪽
1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1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7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8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2) 20.11.10 445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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