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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첫 번째 -자객(조선, 168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완결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1.10 16:49
최근연재일 :
2020.11.14 00:38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5,390
추천수 :
306
글자수 :
248,789

작성
20.11.10 20:52
조회
381
추천
5
글자
7쪽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DUMMY

-8-


윤정호의 예상대로

최씨 가문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싸움을 벌인 사실은 쏙 빼고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며

관아에 고발을 넣었다.


윤씨 가문의 젊은 노비가

최씨 가문의 장손(長孫)을 발로 차고,

말(馬)을 채찍질 하여

수행하던 여러 명의 노비들을

다치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고발을 접한 홍주목사 김갑수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발의 내용만으로는 당연히

윤씨 가문의 노비를 잡아다가

물고(物故)를 낼 일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정황들은

고발의 내용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쪽에서

윤씨 가문의 도령도

많이 다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김갑수의 머리는 더욱 아프기 시작했다.


지역의 쟁쟁한 실력자인

두 가문의 싸움에서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편 들어주기가

매우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최병은의 만복상회는

윤성환의 일청당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상단으로 성장해있었다.


대흉년의 굴욕으로부터 7년,

번번이 실패하고 무시당하며

때론 사기까지 당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최병은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병은이 굴욕을 딛고

윤성환에 버금가는 부를

축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서인(西人)의

대표적인 명문가 출신이자

중앙관료인 김석주12)에게

줄을 대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병은은

당시 권세가 중의 하나인

‘청풍 김씨’ 문중과 거래하던

시전상인을 통해

김석주에게

어렵게 줄을 댔는데,


그야말로

마부작침(摩斧作針)13)이라 할 만 한,

최병은이

꿈에서조차 바라던 큰 성과였다.


오매불망 바라던

도성의 권세가와의 연이

드디어 이어지자

최병은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젓갈을 팔아 얻은 이문의 대부분을

비단 같은 고가의 사치품으로 바꾸어

김석주에게 보내는 뇌물로 썼고,


결국

그 눈물 나는 노력은 결실을 맺어

제대로 보답 받게 되었다.


김석주는 정치력을 발휘하여

선혜청에 만복상회의 물건을

일정 정도 규모로

납품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시전상인을 비롯해

경강상인(京江商人)14)들이나

개성상인들에게도

만복상회와 거래하여

‘빨리, 제대로 키워주라’는

강한 압력을 행사하였다.


김석주를 등에 업고

전국을 무대로 장사를 하는

대상(大商)들과 거래를 트기 시작하자

최병은의 사업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였다.


김석주라는 동아줄을 잡은 지

채 3년이 못되어

만복상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청당과 경합을 벌이고

이권을 다투는 수준에 올라섰다.


당시 ‘가문과 권세’라는 벽은

이렇게도 대단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이러한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홍주목사인 김갑수의 머리는

아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순히 같은 지역에 뿌리를 둔

‘두 상단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판단을 잘못해서

두 상단의 뒤를 봐주는

‘권세가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될까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어느 한 쪽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었다가,

자칫하면

‘도성의 어떤 분이

마음을 크게 상하셨다’라는

무서운 소리를 들을까봐,


김갑수는 눈치를 보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발 후 열흘 정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고,


평상시에 윤성환이

주변에 덕을 많이 베풀었기 때문인지,


윤정호가

증인들을 열심히 찾아낸

결과인지는 몰라도,


지나가다가

그 싸움을 본 행인들에 의해

윤씨 가문에 유리한

결정적인 증언들이

속속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어찌할까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판결을 미루고 있던

김갑수는 그즈음에야 넌지시

양쪽 가문에 제의를 했다.


어찌됐던

그냥은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니

윤씨 가문의 노비 마양을

장 오십대,

최씨 가문의 노비 문수를

장 오십대의

‘태형(笞刑)’에 처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면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국법을 어긴

여러 가지 사례 중에서도

아주 큰 죄에 해당하는,

강상죄(綱常罪)에 관한

형벌대로라면,


그는

죽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었던

아주 큰 사건이었으나,

목격자들의 잇따른 증언으로

서서히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된

최씨 가문이

다행히 목사(牧使)의 중재를

받아들임으로서

그는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관아에 끌려가

‘장 오십대’라는 끔찍한 고통을

겨우 견뎌낸 그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초죽음이 되어

윤씨 가문의 노비들에게 업혀

자신의 움막으로 돌아왔다.


허리 아래가 너덜너덜해져서

혼자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에게


윤정호는

그날 밤 친히 의원을 대동하고

외양간 옆,

누추한 그의 거처로 찾아왔다.


윤정호는

그를 최대한 정성껏 보살피기를

주위의 노비들에게

힘주어 명하며

별도의 간병인까지 붙여주었고,


장독(杖毒)에 효과가 좋다는

비싼 약재를 수배하여

약을 준비했다.


당시의 일개 노비에게는

상상도 못할 극진한 대우였으나,

몸을 사리지 않은

그의 충정에 감동한 윤정호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병상에 누워있던 그는

아픈 사실도 잠시 잊을 정도로

자신을 위해 극진한 배려를 해주는

주인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곤장을 맞고

관아에서 돌아오던 날 밤,


사실 그를 가장 감동시켰던 것은

의원의 극진한 치료도,

간병인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도,

귀하고 비싼 약도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그의 냄새나는 초라한 움막에 머물며

신음하는 그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던

주인의 따뜻한 손길이었다.












주석


12) 김석주

1634(인조 12)∼1684(숙종 10).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청풍(淸風),

자는 사백(斯百),

호는 식암(息庵)이다.


할아버지는 영의정 김육

(金堉, 1580~1658)이고,

아버지는 병조판서 김좌명(金佐明),

어머니는

오위도총부도총관(五衛都摠部都摠管)

신익성(申翊聖)의 딸이었다.


할아버지 김육은

효종 대 대동법의 실시에

힘쓴 인물이었으며,

아버지 김좌명은

현종의 왕비

명성왕후(明聖王后)의 아버지인

김우명(金佑明)의 형이었다.


따라서 김석주는

명성왕후의 사촌이자,

청풍부원군 김우명의 조카가 된다.


숙종의 정비인

인경왕후(仁敬王后) 역시

그의 인척으로,


김익훈(金益勳)은 처 외숙부이고,

김만중(金萬重), 김만기(金萬基)는

그의 처 외사촌이었다.


집안으로는

서인의 대표적인 명문가였으며,

김육의 손자이자

왕비의 사촌오빠라는 후광은

정치적 야망이 컸던

김석주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13) 마부작침(摩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



14) 경강상인(京江商人)

조선 후기 한강을 중심으로

정부가 거둔 세금을

수송하는 일에 종사한 상인.


17세기 이후에는

곡물도매상으로 발전하며,

자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사상(私商)으로 성장하여

특권 상인인

시전 상인과 경쟁하였다.


19세기에 들어서는

곡물의 매점매석을 통해

도고 상인으로까지 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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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第 二 章 인연(因緣) -8 20.11.11 351 4 8쪽
22 第 二 章 인연(因緣) -7 20.11.11 347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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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第 二 章 인연(因緣) -2 20.11.11 366 4 7쪽
16 第 二 章 인연(因緣) -1 20.11.11 38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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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8) 20.11.10 382 5 7쪽
13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7) 20.11.10 384 6 8쪽
12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6) 20.11.10 398 6 4쪽
11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5) 20.11.10 397 6 2쪽
10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4) 20.11.10 399 7 3쪽
9 第 一 章 이름 없는 사내 (3) 20.11.10 409 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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