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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485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3.26 02:17
조회
1,145
추천
45
글자
9쪽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DUMMY

디리터가 이를 악물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무 말도 없었으나 이칼롯 역시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데루루피아가 뒤늦게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왜...왜 그래?”


“누님 상태를 보고 말해. 이대로는 도망 못 가. 싸우는 수밖에 없어!”


일행은 자리에 멈춰 숨을 골랐다. 일행이 멈춰서는 것을 보자 광휘의 결사들도 천천히 속도를 늦추었다. 그들은 진형을 갖추며 서서히 일행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자가 말했다.


“포기해라. 살고 싶으면 어서 무기를 내려놔.”


디리터는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때만큼 검을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제리온이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항복하면, 살려줄 거야?”


“물론이다. 우린 저항하지 않는 상대는 죽이지 않아.”


“하! 그럼 아까 루루 누님은 앙칼지게 저항해서 그렇게 칼을 빼들고 있었냐?”


“말장난할 생각은 버려라. 항복인가, 응전인가?”


“어떻게 할까...누님 생각은 어때요?”


데루루피아는 레이피어(rapier)를 뽑아든 채 싱긋 웃었다. 그들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왔다.


“난 너희들에게 뭐라 할 권리가 없어. 너희들은 충분히 할 만큼 했어. 광휘의 결사 여러분! 얘네들은 그냥 내가 고용한 용병일 뿐이야. 만약 항복한다면 무사히 보내줘야 해. 알았어?”


선두에 있던 자가 말했다.


“...좋다. 그들에겐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


“아앙? 말이 뭔가 이상하다? 그럼 루루 누님은 어떻게 할 건데?”


디리터가 검을 꼬나 쥐며 말했다. 일행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척하며 좁은 골목길로 뒷걸음질 쳤다.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려면 협소한 위치에 있는 것이 그나마 유리했다.


“그녀는 우리 단원을 죽인 용의자야. 류이너스 교단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그녀가 필요해.”


데루루피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의 더러운 위선에 침을 뱉고 싶었다.


“돌려 말하지 말지? 날 인질 삼아 수호기사단을 협박할 생각이잖아? 그리고 어쭙잖은 억측은 집어치워. 감히 누구더러 용의자래?”


“...길게 말하지 않겠다. 셋을 셀 동안 무기를 버려라.”


그는 천천히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그의 입 모양을 주시했다.

손에 땀이 차 미끈거렸다. 디리터는 재빨리 바지에 손바닥을 쓱쓱 닦았다.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싸우다 검을 놓치는 개망신은 없어야 할 텐데.


‘아버지, 좀 일찍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수.’


하나



카운트는 끝났다. 무기를 버린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데루루피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너희들?”


제리온이 이를 갈며 발을 탕탕 굴렀다. 그는 꿈쩍도 않고 서 있는 이칼롯을 향해 말했다.


“형씨!! 왜 칼 안 버리는데?! 형씨 버리면 나도 항복하려고 했단 말이야! 의뢰받을 땐 그렇게 시큰둥하더니만!!”


이칼롯은 피식 웃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네놈이나 어서 무릎 꿇어라.”


“형씨가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래? 쪽팔리잖아!”


광휘의 결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행이 응전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선두에 있던 자가 다시 말했다.


“항복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럼 남는 건 개죽음뿐이야.”


“무슨 소리야? 당신들 상황을 뭔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모두의 시선이 디리터에게 쏠렸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말리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바보, 멍청이, 주제를 알아야지!

하지만, 여기서 한마디 하지 않으면 케셔 아쟉스의 아들이 아니다. 디리터는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누굴 죽인다는 거야? 무기를 버려야 하는 건 그쪽이라고.”


협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광휘의 결사들은 일제히 공격해 들어왔다.

디리터 역시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거나 처먹어!”


그는 허리를 젖힌 후,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선두에 있던 이들이 대부분 물러났으나, 가장 앞에 있던 자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검을 받았다.

카아아앙!


“으허?!”


검을 받은 사내는 그대로 튕겨나가 벽에 처박혔다. 옆에 있던 이칼롯마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디리터의 일격은 조금 전 이칼롯의 횡 베기와 똑같았으나, 그 위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다들 디리터의 앳된 외모를 보고 그의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년간 산짐승과 싸워가며 익힌 검술이었다. 투핸드소드의 육중한 무게에 원심력까지 더해져, 그 파괴력은 철퇴와 맞먹었다. 그나마 부딪히기 직전 재빨리 검을 돌렸기에 망정이지, 칼등으로 받았더라면 여지없이 부러졌을 것이다.

적들이 그의 강맹한 일격에 놀라 주춤거리는 사이, 이칼롯이 그 틈을 노리고 낮게 파고들었다.


“윽...!”


한 명이 그의 검을 받고는 주춤거렸다. 일대일이었다면 더 깊이 공격해 들어갔겠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주변에 있던 자들이 동시에 이칼롯을 공격했다. 그는 들어오는 검을 모두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상대방 역시 숙련된 검사들이었다. 디리터의 의외의 기량에 놀랐지만, 그들은 이내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앞에 있던 5명이 동시에 치고 들어왔다.


“젠장, 많다!”


디리터와 이칼롯이 맞섰으나 막기에도 급급했다. 광휘의 결사는 오랜 기간 훈련한 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틈을 봐 반격을 시도하려 하면 다른 쪽에서 흐름을 끊었고, 동시에 다른 부위를 공격하기도 했다. 둘은 정신없이 날아오는 공격을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데루루피아가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섰으나, 전세를 뒤집기엔 무리였다. 그녀는 레이피어를 찔러 넣으며 말했다.


“제리온~! 아직 멀었어?”


제리온은 틈을 노려 마법을 캐스팅하던 중이었다. 일행이 알맞게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호흡도 진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바람에 화답하듯, 뒤에서 그의 외침이 들렸다.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예의 연녹색 화살이 날아올랐다. 화살은 하늘 높이 치솟더니, 그 중 한 명의 정수리를 노리고 급강하했다. 표적이 된 상대가 황급히 몸을 날렸으나, 화살은 그대로 공중에서 궤도를 바꿔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으큭...”


“어우 힘들어! 이제 더는 무리야!”


제리온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맞은 사람보다 날린 사람이 더 길게 비명을 질렀다. 격하게 뛰어온 데다 순식간에 마법을 세 번이나 사용했다. 이미 그의 체력은 바닥나 있었다.

한 명이 쓰러졌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호전된 것은 아니었다. 어찌어찌 힘겹게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균형은 점점 기울어가고 있었다.


“큭...”


이칼롯이 작은 틈을 노려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그마저 닿기도 전에 튕겨나갔다. 광휘의 결사들은 개개인의 실력이 이미 일반 기사를 상회했다. 이칼롯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을 지니고 있었으나, 숫자에서 너무 불리했다. 일행은 방어하기에 급급하며 점점 수세에 몰렸다.

디리터의 몸에 잔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굵직굵직한 공격은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지만 역시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그나마 이 위태로운 대치 상황도 언제까지 갈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제기라알!”


세 명의 공격을 막아내던 그는 틈을 봐 위협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건 이미 공격이 아니라 방어에 가까웠다. 적들이 잠시 물러나자, 그는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헉...허억....이거 진짜 위험한데? 아무리 밤이라도 그렇지, 칼부림을 하는 데 아무도 안 나와 보나?”


광휘의 결사는 방금 제리온에게 당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멀쩡했다. 이칼롯이 분전해 몇몇 이들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전투불능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다시 슬금슬금 접근해왔다.

디리터는 숨을 몰아쉬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저자들의 공격을 다시 한 차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저리가 쳐졌다.

선두에 서 있던 자가 말했다.


“우린 분명 항복을 권유했다. 너희들의 어리석음을 탓해라.”


제리온이 흐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제엔장, 그냥 아까 무릎 꿇을걸.”


이칼롯이 그 말을 듣고 히죽 웃었다.


“지금이라도 해보지그래?”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어.”


상황이 점차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칼롯과 디리터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으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미 일행은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다시 도망친다고 해도 금세 따라잡힐 것이다. 광휘의 결사는 기회를 봐 일제히 공격할 태세였다.

그런데 그 순간, 상업 지구 방향에서 기다란 휘파람소리가 울려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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