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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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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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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람의 계승자 -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1)

DUMMY

둘의 대화는 길게 가지 않았다. 아카니스는 도시 안에 있는 여관에 묵고 있다고 했다. 람카디스는 그에게 로샤단에서 묵을 것을 권했지만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신 그는 람카디스와 식사약속을 잡았고, 람카디스도 순순히 승낙했다. 그는 짧게 인사하고는 자신의 경호원과 함께 시내를 향해 표표히 걸어갔다. 마리네는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고 했는데도 마치 물품을 거래하기 위해 만난 상인과 소비자간의 형식적인 인사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아카니스는 얼굴에 만면한 희색을 띄며 반가움을 표현했지만, 람카디스는 뭐랄까 주변의 눈길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마리네의 시선을.

마리네는 그들이 단순히 친구와의 관계로 만난 것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챘다. 람카디스의 그런 태도는 그가 로샤단에서 지내면서 종종 보았던 것이었다. 람카디스는 아이들이 레인저 일 이외의 ‘다른 일’에 관한 사항에 관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것은 아이들이 괜한 사건에 휘말릴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아이들에겐 그저 자신들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사람의 비밀이란 달갑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호기심이라는 것도 먹고 사는 문제가 충족된 다음에야 의미가 있는 법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둘의 관계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루도와 함께 추리해봤겠지만, 지금은 너무배가 고파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빨리 둘이 대화를 끝내고 밥을 먹으러 갔으면 하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람카디스가 말했다.


“자, 마리네. 너희는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어찌 보면 비범한 능력이야. 그럼 자초지종을 들어볼까?”


올 것이 왔구나. 또 한바탕 잔소리를 들을 거라 생각하며 마리네는 하루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천렵하다 실패한 일이며, 캘만한 산나물이 없어서 꼬박 하루를 굶은 것이며, 루도가 독버섯을 먹은 일을 이야기했다. 다만 루도가 아카니스에게 은화 몇 개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루도가 마리네에게 얻어맞을 때 그는 동전을 떨어뜨렸고, 그 동전은 지금 유미르네의 주머니 속에 고이 들어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람카디스가 맥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래, 뭐 나쁜 방식은 아니다만.... 그런데 저기 있는 게 뭐냐?”


람카디스는 팔을 쭉 뻗어 멀리 보이는 마을 광장을 가리켰다. 마리네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선 가게요?”


“제한적이지만 틀리진 않았다. 마을에는 여러 가게들이 들어서 있지. 혹시 거기서 일을 해 돈을 벌 생각은 하지 못한 거냐?”


“당연히 생각해봤죠. 하지만 유미르네가 말하길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 우리만 한 애들은 써주지 않는댔어요. 자기들도 적자인데 어떻게 우리 같은 데에 돈을 붓겠느냐고요. 그래도 아직 도둑질이나 구걸을 하진 않았어요.”


“끄응...”


람카디스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유미르네가 가진 혜안까지 고려해야 했던 것일까. 어젯밤 가크스와 상의하던 그는 자신이 내린 벌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것을 시인하고 말았다. 그날 가크스는 처음으로 람카디스와 싸울 뻔했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람카디스의 무지함을 탓했다.


“아무리 충고를 어겼어도 그렇지, 애들한테 밥을 굶으라니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전 대장이 이렇게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처음 봅니다!”


“으음...”


하급자라는 위치에서 볼 때 그의 발언은 엄청나게 무례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화를 내는 장면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옆에 있던 길드원들도 쉽사리 그를 말리지 못했다. 람카디스 역시 자신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가크스는 이어 람카디스의 자비심 없는 엄벌에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먹을 것이 부족한 봄철이라는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인심도 흉해졌다는 것, 거기다 아이들의 최대무기인 동정심을 유발한 구걸조차 금지한 것 등을 말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래도 람카디스가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자 그는 결정타를 날렸다.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그러다가 노예상인들에게 잡혀가기라도 하면 어쩔 겁니까. 차라리 제 근무를 빼주십시오. 제가 애들을 감시하겠습니다. 그럼 되지 않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결국 그는 가크스외 다른 길드원들의 의견에 따라 내린 벌은 그의 권위를 위해 철회하지 않되, 아이들이 일주일을 무리 없이 버틸 수 있도록 뒤를 봐주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그는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시내로 내려갔다. 나름대로 은밀하게 빠져나온 거였지만, 루도가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을에 도착한 그는 아이들이 갈만한 곳을 골라 가게 문을 두드렸다.


“주먹만 한 꼬맹이 셋이 일을 시켜달라고 하면 며칠만 써주십시오. 마음껏 부려먹어도 되니까, 급료는 식사만 제공해도 충분할 겁니다. 정 안되겠다면 제가 그 식사비를 대신 지불해드리겠습니다.”


주인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그가 델키아에서 꽤 유명한 레인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승낙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가게를 전부 돌고 있으려니 왠지 자신이 팔불출 아버지가 된 기분이었다.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면 아이들이 무난하게 일주일을 날 수 있게 뒤를 봐주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아이들에게 내린 엄벌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었다.

두어 시간 마을을 돌고 나자 마을 상인들 사이에는 ‘일자리를 원하는 굶주린 꼬마들이 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약이 생겨버렸다. 이제 가크스를 시켜 멀리서 아이들을 지켜보게 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었다.

하지만 두 개의 변수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하나는 유미르네의 비관적 안목 때문에 아이들이 마을 안으로는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것, 하나는 아카니스의 경호원이라는 남자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굶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길드에 밥 남은 거 있으니까 가서 먹어라.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 생겨서 너희를 감시할 수가 없어서 그런 거지, 아직 벌이 끝난 것은 아니야.”


“예에.”


마리네와 유미르네는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상황이 어찌됐든 아카니스라는 남자는 자신들에게 커다란 행운을 안겨준 것이었다. 오늘 식사는 길드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유미르네의 주머니 안에는 그에게 받은 은화가 들어 있다! 마리네는 잠든 루도를 들쳐 업었다. 람카디스가 말했다.


“북쪽 느티나무 그늘에 가크스가 있을 거다. 그 녀석이랑 같이 길드로 돌아가도록 해. 나는 아까 그 분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좀 늦을 거다.”


왜 가크스가 그곳에 있는지는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둘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쪼르르 달려갔다.



******


아카니스는 딸기 토르테를 한웅큼 떠먹었다. 상큼한 향이 입안에 퍼져갔다. 식탁 위에는 구운 메추리, 으깬 감자, 딸기 토르테와 봄나물로 속을 채운 새끼돼지구이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세끼를 굶은 루도가 이 광경을 봤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모르긴 몰라도 회가 동해 눈 뒤집고 달려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람카디스는 아카니스가 멀리서 가져왔다는 레드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비싼 술이라서 그런 것일까,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그였지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부드러움이 여타 술과는 다르다고 느껴졌다. 그는 감자를 떠먹는 아카니스에게 말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교단의 대주교님에게 들으신 겁니까? 저는 세간에는 보통 레인저로 되어 있을 텐데요.”


아카니스는 짧게 웃었다. 여전히 단도직입적이었다.


“나도 웬만하면 조용히 살고 싶은 주의라서 말이야. 하지만 이래저래 소문이 들려오더군.”


람카디스는 입을 다물었다. 방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제르칸트와 카토르는 음식에 입도 대지 않고 있었고, 케이달은 아예 문간에 서 있었다. 아카니스는 숟가락을 놀리는 게 자신과 람카디스밖에 없음을 깨달았는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크림이 묻은 숟가락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입을 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람람.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둘 다 수도에서는 멀어져 버렸군.”


“그러니까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런 어린애 같은 애칭은...”


“아까 그 아이들이 네 제자인가 보지? 활기차보여서 마음에 들더군. 갑자기 웃어 재낄 땐 좀 당황스러웠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좀 엄하질 못해서.”


“저 나이 때에는 마음껏 뛰어노는 게 좋지. 독버섯도 먹어보고 말이야. 하핫! 옛날 생각이 나지 않나? 그땐 너도, 나도 어렸었는데.”


람카디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명예만을 추구하며 살았던 시절을. 어쩌면 그때 그 길을 계속 걸었더라면 지금쯤 남부럽지 않은 위치에 올라갔을지도 몰랐다. 아마 저 케이달이라는 남자는 그 시절의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거겠지. 람카디스는 마음 한편으로 케이달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평민들은 서로를 대함에 스스럼이 없어서 좋지. 높은 곳에 있는 자일수록 간사하고 탐욕스러워지는 법이거든. 루도라고 했었나? 애가 참 똘똘해 보이더군. 뒤에 있던 아이들도 그렇고. 기르는 맛이 있겠어.”


“애물단지 녀석들이죠. 후후, 하지만 삐약삐약거리는게 심심하진 않아 좋습니다.”


아카니스는 조금 더 사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람카디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상당히 불편한 자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왕자라는 것을 몰랐다면 조금 더 부드러운 자리였을 텐데. 그는 쓰게 웃음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 아이가 가린워드 사건의 생존자인가?”


한순간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가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 사적인 감정에서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린워드 사건에 관한 것까지 알고 있다니? 람카디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루도에 관한 정보는 교단의 최고위층밖에 모르는 일일 터였다. 그는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루도는 그냥 루도일 뿐입니다. 그 사건과는 관계없습니다. 그 아이는 그저 제가 좋아서 데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행여라도 그 아이가...”


“숨기려면 좀 더 확실하게 했어야지. 교단 내부에도 첩자가 있을 거란 생각은 왜 하지 못했지?”


“란도스 왕자님!”


람카디스는 흥분한 나머지 아카니스의 본명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머쓱하게 와인을 마셨다. 란도스 리크나이츠. 그것은 아카니스의 본명이자, 리크나이츠 왕가의 피를 잇는 자의 이름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왕궁을 떠나 은거하고 있지만, 당장에라도 거리에 나가 ‘란도스 전하께서 지나가신다’ 라고 외치면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창문커튼이 바람에 소리없이 펄럭였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커튼 뒤에서 엿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람카디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왕자님이 이런 일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까지 하시며 위험을 감수하시는 겁니까?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세상에는 왕가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무리가 널려 있습니다.”


케이달은 험상궂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듣기에 따라서는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것은 왕실모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케이달은 그가 자신의 군주와 어떤 관계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그런 말을 듣고도 잠자코 있는 것은 신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거칠게 검집으로 손을 가져가자 아카니스가 제지했다. 그건 정말로 아카니스에 대한 순수한 염려에서 나온 말이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믿음직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아카니스 역시 그 의미를 알았는지 빙긋 미소 지었다.


“그게 바로 내가 자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네.”


“예?”


람카디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교단까지 찾아가 루도의 존재를 캐냈을 거라 생각하나? 자네는 내 신하이기도 하지만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 내가 어찌 자네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두고 보겠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로샤단의 협력 덕분에 교단의 활동범위가 대폭 넓어졌지. 문제는 자국의 비밀단체들이 낌새를 챘다는 거네. 교단과 협력하고 있는 소규모의 정예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최근 교단의 행동력은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람카디스는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카니스의 말대로였다. 로샤단은 류이너스 교단에서 거의 유일하게 신뢰받고 있는 집단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교단은 항상 일을 비밀리에 처리해야만 했다. 때문에 교단의 임무에는 소수의 인원이 투입되어야만 했는데, 람카디스와 그의 레인저들이 가장 적격이었다. 게다가 람카디스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교단의 목적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로샤단이 교단의 가장 중요한 협력체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로샤단의 규모가 너무나 작다는 것이었다. 소대 하나 급의 인원, 교단과 반목하는 무리들이 로샤단을 급습한다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전멸할 것이다. 때문에 로샤단과 류이너스 교단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겉으로 보이는 로샤단은 그저 델키아 외곽을 지키는 레인저 길드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어떻게? 수십 가지의 의문점이 머릿속을 휘젓고는 흩어져버렸다. 람카디스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운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희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때문에 최근 반년 간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단도 저희 뜻을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카토르가 생각에 빠진 람카디스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귀공은?”


“카토르 르휘베트라고 합니다. 로샤단의 회계 밑 문서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아아,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긍지 높은 마법사. 나는 란도스 리크나이츠라 하오. 현재는 가명을 쓰고 있으니 그냥 아카니스라고 부르시오.”


“송구하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말투는 전혀 송구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아카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법사란 존재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듯이 강하고 권력 알기를 우습게 하는 자들.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자들. 물론 모든 마법사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카니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상적인 마법사와는 다른’ 마법사를 떠올리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저 카토르라는 남자는 어떨까.


“아카니스 님?”


“아, 이런 실례를. 잠시 딴 생각을 했군. 로샤단이 최근 활동을 중지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오. 추적자들도 지금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으니. 하지만 눈에 띄는 것만 꼭 표적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낌새를 차린 들개는 어떠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을 테니까.”


“눈에 띄는 것.... 말씀이십니까?”


카토르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카니스가 말했다.


“지금은 신의 아이를 찾는 모든 무리들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소. 내가 볼 때 로샤단은 몸을 사릴 때인 것 같소. 람람, 최근에도 교단의 사제들과 종종 접촉하고 있지 않나? 그것도 당분간은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거야.”


“...확실히, 그쪽에서 우리를 쫓고 있다면 위험하겠지요.”


“그리고 자네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상회가 하나 있지? 그들한테도 경고해두는 것이 좋을 거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


“..알겠습니다.”


람카디스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로선 그게 최선의 방법일 듯 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가족이 있는 길드원들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루도에 관한 사안도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았다. 아카니스의 말대로라면 교단 내부에 내통자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루도의 거처는 교단의 고위 사제들밖에 모르지만, 가린워드 마을의 생존자가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람카디스는 내일 당장이라도 루도의 성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인폴이란 가문에게는 미안하지만 루도는 원래부터 다른 성씨였던 것으로 조작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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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 사치
    작성일
    15.03.22 08:59
    No. 1

    앗..잊고 있었다가 제목보고 생각났네요. 여운이 많이남았던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 파트...(이정도 표현은 스포없으니 괜찮죠?^^)
    예전에는 다음편 읽느라 정신없어서 댓글도 제대로 안달았는데..
    조금이라도 작가님께 힘이되고자 댓글 많이많이 달려고요!^^

    이 글은 어마무시한 흡입력으로 댓글 달 이성조차 날려버리게 하는 마성의 소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斷劍殘人
    작성일
    15.03.22 23:57
    No. 2

    확실히 댓글달 정신이 없어지죠. 다음글 보기바빠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07 15:49
    No. 3
  • 작성자
    Lv.60 식인다람쥐
    작성일
    17.07.04 01:04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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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람의 계승자 -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3) +2 15.03.22 2,166 69 14쪽
13 람의 계승자 -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2) +3 15.03.22 1,705 44 13쪽
» 람의 계승자 - 생존자니까 살아남는다(1) +4 15.03.22 2,134 52 17쪽
11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10) +4 15.03.21 1,822 57 9쪽
10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9) +3 15.03.21 1,836 54 12쪽
9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8) +2 15.03.21 1,996 52 11쪽
8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7) +3 15.03.21 1,928 62 11쪽
7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6) +2 15.03.21 2,093 57 11쪽
6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5) +5 15.03.21 2,181 58 20쪽
5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4) +2 15.03.21 2,405 58 10쪽
4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3) +4 15.03.21 2,764 72 12쪽
3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2) +3 15.03.21 3,288 92 14쪽
2 람의 계승자 - 꼬마 레인저(1) +3 15.03.21 4,438 88 15쪽
1 람의 계승자 - prologue +23 15.03.21 7,846 11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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