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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누아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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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9.07 23:28
최근연재일 :
2023.09.16 18:4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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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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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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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8. 지지支持

DUMMY

*


화창한 낮이다.


어느 회사원은 도심 지역을 걷고 있었다.


가정사로 오전 반차를 낸 그는 느즈막히 걷는 출근길을 가는 중이다. 서울 시내. 갖가지 산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근처로는 증권가도 있고, 조금만 떨어지면 여러 대기업들의 본사가 모여 있는 도로다.


집으로부터는 약 사십 여 분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사내는 어느 증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금융계의 사원이었고, 아직은 그리 대단찮은 실적과 커리어, 직책을 갖고 있는 입장이었다.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는 건 늘 그의 힘이었다. 똑같이 걸어가는 지루한 출근길이더라도, 무언가 이루어낸다는 마음으로 기왕 밝게 걸어가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게 그의 낙이다.

돈을 버는 것도 나름대로 쏠쏠한 일이었고, 그 돈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이었다.


그는 안전하고 안락한 나라에 태어나 살아감에 감사한다.


민영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늘 회사에 가기 전 들르곤 하는 인근 도로의 커피샵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해서 걸었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로 목마름을 달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일과가 좀 늦은 편이었다. 늦게 가더라도 어차피 그의 일은 그가 다 마쳐야 하기에 더 나은 날인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때로는 이렇게 여유롭게 출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갑작스럽게 아내가 출근한 이후 아이가 고열을 일으켜서, 보모의 연락을 받고 그가 병원을 들러야만 했다. 아내 역시 일을 하는 맞벌이였는데, 오늘 그녀가 외근으로 외부 인사를 만나고 회의를 하는 등 주요한 일정이 있어서 마냥 펑크내기가 쉬운 입장이 아니었다.


그나마 둘 중 별다른 일이 없었던 영수가 출근길 와중에 사정을 말하고 반차를 써서 병원을 들렀다가, 아이가 진정되는 걸 보고 나서 다시 출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익숙한 도로를 걷는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이었고, 다른 손에는 아메리카노다. 회사까지 몇 블럭 남지도 않았다.

오후의 반가운 햇살이 그를 맞이했다. 그는 이런 평안함이 가급적 평생토록 지속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


민영수가 거리를 걷던 그 대형 빌딩들 사이의 도심지에서, 증권사 쪽이 아닌 다양한 대기업의 본사가 있는 블록으로 자리를 옮기면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온통 시커먼 양복을 차려입은 사내들이 우루루, 한 건물의 1층 홀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단체로 무슨 일이라도 난 건지 여러 명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자못 엄숙한 무게감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힐끔거리면서 처다보게끔 되었다.


평범한 회사원들이라고 하기에는 다들 기세가 만만찮았고, 분위기가 이상했다.


몇 대의 검은색 세단이 빌딩 앞에 서서 다시 여러 명의 사내들이 내렸고, 각 인간마다 직급에는 대단한 차이가 있는 듯 여러 명이 보좌처럼 한 명을 모시며 들어가기 일쑤였다.


높은 빌딩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가드들은 힘주어 선 채 들어오는 이들의 면면을 살피며, 하나하나 통과시킨다.


비령 IT사의 본사 건물이었다.


오늘은 조직의 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대개는 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는 했다만, 간혹 지부처럼 지방에 있는 계열사에서 근무하던 이들도 일정 서열 이상이라면 모두 한 데 모여 조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근 1, 2개월 간 지독한 일이 비령 그룹 내부적으로 있었고, 내부 항쟁이 격화되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괴인이 간부들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낮이던, 밤이던. 본사 건물이건, 자택이건. 위치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 암살은 모조리 성공했고, 비령 그룹은 비상에 처한다.


심지어 김도건 회장까지 목숨을 잃었으니 조직의 체제 자체가 흔들릴 위기였고, 자기들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마무리되었어야 했던 일이 조직의 존립이 흔들리는 일로까지 번졌다.


중간 간부들은 다시금 비령 그룹의 기틀을 제대로 잡고 향후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 라는 의제에 공감했고 각자 비령 그룹의 본부랄 수 있는 IT계열사 본사에 모이기에 다다른다.


암살자는 집요하고 또 지독한 인간이었고, 기어코 몇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할 수 있을 조직의 간부들을 모조리 척살했다. 2인자, 3인자 즈음으로 표현될만한 자들이 각 계파를 대표하면서 본사 건물로 왔다.

간부들간에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말단 중에는 그들의 인상착의를 다 파악하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각 간부들은 자기들의 계파원들을 데리고 왔다. 호위를 위해서였다. 최근에 빈번하게 암살이 일어나면서 조직 간부의 목숨이 무슨 똥파리의 그것마냥 쉽게 죽어 사라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IT본사, 비령 그룹의 회장직을 대리하고 있는 IT계열사장 이형석의 지휘 아래 그 인원은 한정되었으나 모이고 나면 역시 숫자가 만만치 않았다.

각 계파 간의 괜한 눈치 싸움과 힘겨루기의 분위기도 본사 건물, 로비 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섣불리 문제를 일으키리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또 만약의 경우라는 것이 있어 IT사 쪽에서 마련한 전투조들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사람들의 기색을 살피고 있었고 말이다.


“반갑네.”

“어, 김이사.”

“오랜만이구만.”

“오랜만은 무슨.”


각 계파를 대표하는 조직 간부들의 연령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50대가 되면 가장 높은 편이었고,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정도.

번듯이 사업을 키워내어 사장이나 회장직에 앉을 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젊은 날부터 혈기를 다스리지 않고 타인을 해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간, 비령 조직의 전투조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조직에서의 삶은 구렁텅이같은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이 그들의 훈장이었고, 기어코 그 질긴 목숨을 연명해서 번듯한 자리들을 받기에 이르렀다.


하나같이 지저분한 사내들은 능구렁이같은 얼굴로 로비 근처에서 인사를 나누면서, 우연히 같이 도착한 자들의 경우에는 사이 좋은 마냥 같이 들어가기도 했다.


총회가 열리는 회의실은 본사 건물의 19층이었다. 대형 빌딩의 정문까지는 계단이 있었고, 현관을 들어서면 넓은 로비가 보인다. 로비의 정면에는 안내 데스크, 그 양 옆으로 길이 나 있다. 한 쪽은 계단이었고 한 쪽은 엘리베이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몇 명의 가드들이 그 근처에 서 있었고, 출입증을 보여주면 비켜주는 식이다. IT사였기에 일반 사원들도 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로 일반 직원들에게는 휴무일이었다.

비령 그룹과 연관된 자들만이 오늘 본사에 남는다. 안내 데스크에는 회사 내부 일정을 알려주고 또 상부와 조율하는 접객원들이 있었고, 그들도 회의가 시작되면 전부 퇴근할 예정이었다.


데스크에 선 여성들은 비령 그룹이 원래 수상쩍은 회사인 것은 알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조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줄줄이 들어오자 긴장된 표정과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애써, 억지로 웃어야만 했다.


1층의 로비는 층고가 아주 높다. 건물은 홀과 상층부로 쌓아 올려진 구조가 분리되어 있어서, 1층에서 3, 4층의 높이까지 그대로 천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천장 인근에는 각 2, 3, 4층의 복도에서 로비를 바라다 볼 수 있는 난간이 있고, 3, 4층의 복도에서는 그대로 옆으로 쭉 뻗어가 로비에서 바라볼 때 천장 부근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로비의 천장 한쪽에는 커다란 통창으로 벽면이 장식되어 있어서, 햇빛 가리개를 개방해두면 건물 내부로 햇볕에 쏟아지게끔 되어 있다. 오후의 햇살이 인조등 외에도 건물 내부를 밝게 비추었다. 홀 내부로 걸어 들어가는 검은 양복쟁이들은 그 햇살을 지나치며 간다.


제각기 인상이 험상궃은 아저씨들이었고, 긴 시간동안 계속해서 건물에 새로운 방문객이 찾아왔다. 회의의 시작 시간인 1시 30분까지 모든 중요 인물들이 참석했을 즈음, 가드들은 새로운 방문객이 없다는 걸 알고 정문의 유리문 현관을 닫는다.


잠궈두지는 않았지만 일단 닫힌 유리문이었고, 회의가 시작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인물은 더 이상 건물 내부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회의가 모두 끝나고 내부의 중요 인물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IT사 본사 건물은 오롯이 비령 그룹의 간부 회의만을 위해서만 쓰이리라.


아름다운 빌딩의 전경, 투명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현관을 정장을 입은 거한들이 여럿 도열해서 지키고 있었다. 혹여나 있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개들 중 몇 명은 실탄을 넣은 권총을 들고 있기도 했다.


1시 반이 되었고, 이윽고 빌딩 내부의 회의실에서 총회가 시작되었다.


*


“크흠.”


김영석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는 검은 정장을 입고, 평범하게 생긴 인상 그대로 움직였다. 별달리 큰 분장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다른 이들의 옆에 섞여서 발자국을 맞춰 올라가면 될 뿐이었다. 그로서도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릴 줄은 몰랐지만.


생각보다 비령 물산에서 그를 따랐던 수하들은 충성심이 괜찮은 놈들이었다.


툭, 하고 그의 옆구리를 찌르는 손이 있었다. 그들은 18층 로비에 서서 빌딩 외부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김영석과 그의 곁에 선 오민석이라는 청년은 말이다.

그들 외에도 다른 여러 계열사에서 온 조직원들의 말단이 빌딩 건물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었다. 대개는 19층의 주위에 서 있다. 회의실 내부로는 호위조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고, IT본사 계열의 호위조들이 가장 수가 많고 빌딩 전체적으로 포진해서 경계를 서고 있다.


18층과 19층의 로비는 계파의 간부들을 따라온 호위조 인원들이 가득했는데, 개중 비령 물산의 몇 안 남은 간부를 따라온 호위조 중 둘이, 김영석과 오민석이었다.


영석은 비령 그룹의 조직 내 총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비령 물산 쪽 수하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가 이사로 일하며 물산 쪽 간부로 있을 때, 그러니까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지만 그 때 잘 따랐던 부하 중 한 명에게 건 전화였다.


영석이 갖고 다니는 휴대폰의 번호는 비상용으로, 혹여나 도피할 일이 있을까 해서 만들어둔 것으로 알고 있는 이가 달리 없었다. 다행히 번호를 받았고, 영석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또 그의 이야기를 들은 부하는 생각보다 흔쾌히 내부 정보를 그에게 알려주었다.


비령 그룹에 대한 충성도보다는, 김영석이나 목진형에 대한 충성도가 더 높았던 부하들이다. 그건 그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별 수 없이 조직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지만, 김영석이 살아 있다는 걸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석이 넌지시 비령 그룹 총회에 참여해서, 간부진들을 처리할 것을 이야기하자 멍청이같은 부하 놈은,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줄도 모르고 그의 계획에 찬동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를 돕겠다는 말까지도 한다.


김영석은 진지하게 부하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고민했지만, 그간 함께 지냈던 그의 성정을 아는 그로서는 그게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석의 부하였던 비령 물산의 호위조 1조장 김태평은 그를 은밀하게 비령 물산 쪽으로 불러들였다.


매일같이 보고 지내던 간부였지만 그가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다니면 말단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때가 아주 많았다.

다른 이에게 알리지 않고 그와 접촉한 김태평은 비령 그룹의 조직 총회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총회에 참석하는 날 말단 호위조의 역할로 함께 빌딩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이야기를 건넸다.


영석의 목적이 일단 비령 IT의 본사에 총회 날 들어가는 것임을 알고난 뒤의 제안이었다. 영석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 부하가 갑자기 눈이 돌아서 영석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전 최기욱과 민형석에게 당했던 것과 같은 함정이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두 눈을 부릅 뜨고 멀쩡히 살아 돌아올 자신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최길서의 사무실에서 그렇게 하기도 했고.


부하들은 영석이 달라진 것을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김영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계획을 지지했다. 바보같고 멍청한 짓거리였지만, 영석은 그런 물산 쪽 부하들의 선택이 그들의 목숨을 살렸음을 알고 있다.


김영석은 비령 물산 쪽의 대표로 참여하는 이사 박철우의 호위조로, 오민석과 함께 참여했다. 그 외에도 같이 들어왔던 이들이 다섯 명 더 있었다. 그들은 19층, 집무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다.


김영석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진 않았지만, 같이 온 놈들은 모르기가 어려웠다. 보스가 어떻게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서 자신들의 곁에 있는 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 언제 쯤이면 됩니까?”


오민석이 물었다. 조용한 이야기였다. 18층의 복도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서 있었고, 나름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적당한 방을 대기실 삼아 들어가 쉬는 놈들도 있었고. 그들처럼 창가를 바라보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자들도 있다. 적당히 쉴 곳을 찾아 담배를 태우는 자들마저 있다.

아마 한 번 회의가 시작하면 꽤 길 것이었고, 그 중간에 특별한 일이 생기기 전에는 그들이 불릴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주인이 어떤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개는 편한 법이었다. 그들이 개들은 아니었지만, 부하들의 삶이라는 건 그것과 비슷했다.


“···글쎄. 아직은 조금 더.”


영석은 창가 근처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바깥으로 기대며 말했다. 빌딩 복도. 비상구 계단 근처에 그들이 있었다. 창문은 바깥으로 살짝 열린다.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얼마 이상은 열리지 않게끔 고정되어 있으나 비스듬히 열린 그 틈에 몸을 기댈 수는 있었다.


큰 유리창 앞에서 그는 그러고 있고, 오민석이 옆에 실내 쪽을 바라보며 등을 기대어 있다. 오민석과 또 그 외 비령 물산쪽 인원들에게는 미리 언질을 해둔 터였다.


적당한 시간이 날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다. 적절한 때를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위쪽 회의실을 전부다 쓸어버린다고 쳐도, 일을 도와준 비령 물산 쪽 간부를 죽일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가 적당한 핑계를 대고 회의실에서 빠져 나와 화장실이든 어디든 자리를 옮기면, 그가 연락을 받고 올라간다. 같은 시간에 물산에서 온 다른 호위조는 층을 옮겨 적당한 방에 들어가서 있을 테였고.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깥으로 나오지 말 것, 이 영석이 그들에게 한 당부였다.


그는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지금 이 회의장에서 항쟁은 금지되어 있었다. 피차 조직 폭력배 나부랭이인 와중에, 공권력이나 치안력에 기댈 수는 없었고. IT사 쪽 인물들이 다른 계파원들의 수를 훨씬 압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평화 상태였다.

섣불리 움직인다면 다른 모든 계파와 본사라 할 수 있는 IT쪽 인원들의 집중 공격을 당하리라.


영석은 긴 조직 생활 중에도 담배를 배우지는 않았었다. 그는 창가에 기대어 먼 하늘을 처다보았다. 하늘이 참 밝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좋아하는 책이라도 하나 붙잡고 읽거나 음악을 듣고. 적당히 방바닥을 몸으로 닦아 대다가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 그것이 좋은 삶이었다.


그렇지 못한 삶을 너무 오래도록 살아왔다. 끌려오듯 산 면도 있었고. 자신의 삶임에도 뚜렷이 결정하지 않은 때조차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망설이다가 형을 먼저 떠나보낸 기억은 아직도 지울 수 없는 멍에처럼 머릿속 한 켠에 남아 있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빈 마음을 털어내듯이 아아, 입을 벌려 작게 숨을 토해낸다. 그는 민석과 함께 창가에 기대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올 때까지 말이다.


*


“······어쨌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비령 그룹의 수뇌부 중 상당수가 물갈이 된 건 사실입니다.”


이형석이 말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총회를 주관하고 있는 사회자이기도 했고, 무주공산처럼 되어버린 비령 그룹의 수뇌부를 지도하고 있는 총괄인의 임무를 맡고 있기도 했다.

당장 사람이 필요했기에, 그가 그 역할을 하는 데 반대하며 나서는 인간은 다행히 없었다.

어쨌건 조직을 돌리기 위해 임시로라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


이형석의 말에 크게 대꾸를 하는 자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회의의 초반이었고. 현황을 설명하는 선에서 그의 이야기가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대단히 언짢은 내용을 개진한다거나 하면 들고 일어설 양반들이 많기는 했다.


“당장은 내부적으로 언짢은 상황이 있더라도 대립한다거나 하는 건 자중해주시기 바라는 바입니다.

···비령 그룹은 현재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고··· 각 계열사들도 수뇌부의 구조조정에 힘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장 저희 IT사만 하더라도 김도건 회장님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후계자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물론 그룹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회장직을 저희 본 사의 의견만으로 정할 수 없다는 건 압니다만. 적어도 임시의 자리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으실 분들은 없겠지요.


······오늘은 각 계열사 간의 필요에 대해서 나누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이들이 도와주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쨌건 비령 그룹의 가장 큰 투자자 중 한 분인 양화 그룹의 유종진 회장님께서도 계속해서 비령을 지지할 것을 약속하셨고··· 지금 저희가 그룹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도 얻을 게 없는 판국이 될 겁니다.


선대, 또 초대 회장님께서 만들어두신 탑을 저희가 다 무너뜨릴 수는 없으니··· 많은 분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형석은 달변가처럼 말을 잘하는 편이었다. 조직폭력배들 사이에서 굴러먹은 인간답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원래 조직에는 엘리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김도건이 스카웃을 한 인재이기는 했다. 일반적인 기업에 갔더라도 제 역할 정도는 잘 해냈을 작자였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비령 그룹의 총수라는 자리는 부담스러웠다. 어쨌거나 지금 말로써 풀 수 있는 이 자리에서, 다른 간부들과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협조를 만들어서 계약을 해내야만 그에게도 살 길이 있었다.

절대로 남의 말은 듣지 않을 듯한 인간들이었고, 지금 하나같이 다 날이 곤두선 상태일 테다. 누구라도 자신의 목숨이 언제 날아갈 지 모른다고 하면 비슷한 반응일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돈 앞에 늘 굴복하고 마는 인간들인지라, 결국 그룹의 사활이니 하는 말을 거들먹거리면서 그들의 밥그릇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협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형석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마땅히 맞았는지 자리에 모인 간부진들은 크게 자존심을 부리지 않고 협조와 협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창 여러가지 세부 의제와 안건들이 지나가고, 몇 개 계열사의 요구가 다른 자들에 의해서 통과되었을 무렵이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오후 3시 10분 경. 회의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조금 안되는 때였다. 원래 그리 길게 사람들을 잡아둘 생각은 없었지만 이형석으로서는 간절함이 있었다. 잘 모이지 않고, 불신으로 똘똘뭉친 위험한 야수같은 새끼들을 이렇게 한 군데 둔 채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진행해둬야 앞 날이 편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회의가 길어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한 명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손을 들고 이야기하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비령 물산 쪽에서 대표로 온 박철우였다.


비령 물산은 갑자기 급반전된 그룹 내 상황으로 인해 운이 좋았던 편에 속했다. 본디 가장 견제가 되었던 콤비인 목진형과 김영석을 필두로 물산 쪽 간부들이 싹 물갈이가 되었었는데, 그건 외력에 의한 것이 아닌 내부 항쟁 중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비령 물산을 본격적으로 금융이나 제약사 등이 갈라 먹기를 하려고 들 때 즈음, 어딘가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히트맨이 조직의 임원진들을 골라 죽이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논의가 사라지고 말았다.

비령 물산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파벌로 남게 되었고, 그 덕분에 박철우 역시 자리와 명예를 유지할 수 있던 셈이다.


그의 퇴장은 그리 시선을 끌지 않았다. 이형석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큰 회의실, 또 바깥으로의 채광이 좋은 대형 창들이 늘어서 있는 룸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다. 길다란 탁자는 수십 여 명 이상이 능히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토의장처럼 꾸며진 곳이었다.

각 사장실의 집무용 의자처럼 편한 것을 가져다 두었고, 어디서 돈이 그렇게 많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2열의 긴 테이블이었다.


가운데 가장 상석과 그 옆에 화이트 보드 따위가 있었고, 바닥은 푸른 색의 카펫으로 깔려 있었다. 전체적인 방의 톤은 아이보리나 목재의 갈색풍이 섞여 있는 따뜻한 색감이었다. 바닥에 있는 푸른 카펫 역시 채도가 진하고 그리 밝지 않았으며, 초록색에 가까운 것이었다.


철우는 긴 테이블을 옆으로 지나 문을 지키고 선 가드의 곁으로 갔다. 회의실 내부에는 개인 호위를 데려올 수 없었다. 예외적으로 총회를 주관하는 IT 계열사 쪽의 가드 두 명이 내부에서 양쪽 문을 열고 닫는다. 바깥에도 아마 비슷하게들 서 있을 테였다.


젊고 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민머리 사내의 배웅을 받으면서 박철우는 바깥으로 나선다. 그대로 그가 나오자 사람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하고 그를 바라봤지만 그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한 손을 슬쩍 들어 안심시켰다. 19층 로비에 있던 물산 쪽의 호위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은 박철우가 움직이자 슬그머니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각 계파 간의 호위들은 자기네 파벌 간부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다른 자들도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다.


19층에도 화장실이 있지만 조용한 곳을 원한다는 핑계로 그는 17층까지 내려가서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의 걸음에 비령 물산쪽 가드들이 따라 붙었고, 그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굳이 층계쪽을 이용해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비상구 쪽을 통해서 텅, 텅 발소리를 내며 걷는 그다. 그가 빌딩의 비상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며 주머니에 든 작은 휴대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이었고, 능숙하게 조작해서 최근 새롭게 저장한 번호에 문자를 한 통 보냈다.


[나왔습니다. 17층 대기실에 애들 5명과 있겠습니다.]


박철우가 걸었고, 그의 뒤를 따라 물산 쪽 호위조 인원 다섯 명이 따라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가 툭 내뱉듯 뒤를 돌아보지 않고 층계에서 말했다.


“다 왔지?”

“예, 민석이 빼고 왔습니다.”

“그래.”


철우는 그의 말에 힐끔 뒤를 따르는 놈들을 보고서는 17층에 다다라 문을 열었다. 본사 건물 내부는 다른 사원들이 전혀 없었고, 거의 모든 인원들이 18층부터 20층 사이의 공간에 몰려 있었다.

그는 붉은 카펫으로 전부 깔려 있는 본사 건물의 호화스러움을 경험하면서 17층의 복도를 밟았다. 문들이 따로 잠겨 있지는 않는 듯했다. 적당히 안쪽 방을 골라, 들어간 뒤 민석이를 기다리고, 그가 오면 문을 잠근다.


김영석이라는 사내가 어떤 수작과 작전을 준비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의 말에 따라줄 뿐이었다.


박철우는 김영석이 초인약이라는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의 물약의 임상실험자가 되었고, 어떤 기적적인 오류로 인해서 그 이름과 같은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전의 김영석이라는 작자는 알았다. 자신의 상관이었고, 이 빌어먹을 비령 그룹 내부에서 그나마 인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인간이었다.

또 다혈질의 사내였고, 한 번 저지르고자 한 일을 쉽게 멈추는 성격도 아니었다.


어떤 꼴을 당하고 돌아와서 저렇게 버젓이 살아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전부가 죽었다고 알았었으니 그리 편한 꼴을 당한 건 아니리라.

목진형이라는, 그들이 따르던 보스는 영석보다 더 일찍이 죽었다.

김영석의 생각은 모르지만 그저 짐작만 하더라도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비령 그룹의 총회에서 난동을 부리고, 원수같은 작자들을 모조리 길동무로 삼은 뒤 이 더럽게 거대한 범죄 조직의 마무리를 그의 손으로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말릴 생각이 없었다.

원래 뒷거리의 부랑자패, 불량배들로 남았어야 할 놈들이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무수한 싸움들 가운데 늘 김영석과 목진형이 있었다. 둘은 그럴 자격이 있는 인간들이었다. 이 조직에 어떤 일말의 좋은 점이 있어서 누군가 심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김영석이나 목진형이 그것들을 감수하고 결판을 짓는다면 그게 옳은 길이었다.


쓰레기 중에서도 그다지 죄질이 좋지 않은 것들이 모조리, 이 비령 그룹의 간부진들로 모여있기에 말이다.


얼핏 보아도 수십 명의 가드들과 간부진들, 또 본사 쪽 호위조를 생각하면 백이 넘는 인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건 김영석이란 사내는 자신이 결심한 것을 멈추지 않을 테다. 그것마저 감안하고 움직이는 계획일 테니까.


박철우는 17층의 복도를 거닐다가, 안쪽의 적당히 넓어 보이는 ‘이사실’ 하나를 골라 문을 열었다. 임원진의 개인 사무실 같은데 용케 문이 열려 있었다. 열고 들어가보자 그럴싸한 풍경이다. 제법 넓은 실내에 마침 앉아서 쉬기 좋은 소파나 채광이 좋은 창문이 있었다. 박철우는 손님용으로 쓰는 듯한 3인용 소파의 가운데에 가서 툭, 주저 앉았다.


푹신한 가죽 의자가 그를 반겨주었다.


“다들 알아서들 쉬고 있어라. 오래 안 걸릴 거다. 형님 하시는 일이.”


그는 그런 사내였으니까 말이다. 언제나 단기 결전으로 모든 것들을 끝내는 돌격조의 최선봉이었다.

예전에, 한 수십 명 정도가 점거하고 있는 공사 도중의 건물에 다같이 처들어간 적이 있었다. 김영석과 목진영이 선두를 섰고, 그 뒤로 호위조가 따랐는데 고작해야 십 수 명 정도의 인원이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놈들은 적어도 50명은 되었을 텐데.


그는 그 때 자신이 한 번 죽었다고 생각했고, 당시 아무런 상처도 없이 살아난 것을 두고 아직도 기적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었다.

김영석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한 번 정도는 목숨을 거는 일 비슷하게도 도와줄 수가 있었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한 번 정도는 목숨을 버려줄 수도 있었고 말이다.


더러운 일을 하는 쓰레기들 간에도, 그래도 의리라는 것을 지켜야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이라는 게 있지 않겠는가. 박철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그 때 날뛰던 김영석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비식 웃었다. 박철우 이사의 모습에 별다른 이상함을 못느끼는 호위조의 말단 놈들은, 그저 그 말에 그대로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주저앉든 기대든, 바닥에 드러눕든 하며 편하게 쉬기로 했다.


박철우는 빠진 모습을 싫어하는 인간은 아니었고. 그저 그렇게 쉬더라도 제대로 체력을 보충하고 중요할 때 움직이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상관이었으니 말이다.


*


“내려가봐라.”

“예?”

“17층에 잠깐 쉬고 있다는데. 같이 가서 나오지 말고 있어.”

“어, 예······.”


오민석은 창가에서 멍을 때리듯 바깥을 보고 있다가 말한 영석의 이야기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강 때가 된 것 같았다.

민석을 비롯한 물산쪽 인원들은 김영석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상세한 내용은 몰라도, 그가 모종의 의도를 갖고 이곳에 몰래 침투했다는 것 말이다.


비령 물산은 어차피 그룹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계파였다. 솔직히 말해서 영석과 진형의 부하들이었던 그들이 그룹에 평생을 바쳐야 할 의리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보스의 명령에 그는 따랐고, 층계 근처의 창가에서 나란히 서 있다가 별다른 티를 내지 않고 조심스레, 비상계단을 따라 빠져 나갔다.


그는 그가 아래층에 도달한 뒤 방 안에 들어가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셈했고, 아주 희미한 소리로 ‘철컥’하며 비상구의 문을 닫으며 민석이 나가는 것을 들은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권총 한 자루와 확장 탄창. 그리고 예비 탄창 한 개와 예리하게 갈린 던지기 용의 검은 나이프 몇 자루가 있었다. 또 양복의 바지 주머니에는 가볍게 꺼내어 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너클이 있었고.


들어오면서 대대적인 몸수색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각 계파원들의 경호조로 따라온 것이었기에 간부들의 얼굴이 신원을 대신하는 것이었고,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였고 이 장소에서 일을 벌일 간부진이 현재는 없다는 판단 하에 벌인 일이었다.


그마저도 영석이 모두 갖고 있던 게 아니라, 몇 가지는 그와 함께 들어온 호위조들이 가져 들어온 것을 올라오는 길에 몰래 전달받은 식으로 챙겨 들어왔다.

너무 옷가지 이곳저곳에 튀어나온 티가 나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게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평범해 보이는 김영석의 안면을 살피다 소란이 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오민석이 17층 복도에 다다라 주욱 걸어, 어느 방 문을 노크한 뒤 들어갔을 즈음을 재고는 층계 쪽으로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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