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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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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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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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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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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58. 구멍

DUMMY

*


달리고 있는 건 황무지에서 만난 두 사내뿐만은 아니었다.


"으다다다다."


승차감이 영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타라고 만들어진 기술은 딱히 아니었으므로 말이다.


제냐 킴은 롤러코스터보다 약간 더 안정적인 기승감을 느끼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청년은 거대한 사자 위에 올라타 있었다.


“으가각.”


헛소리같은 기합을 뱉는 건, 조금 피곤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없다.


하늘은 밝았고, 구름은 맑다.


[“···어지럽나.”]


질주疾走하고 있는 사자가 아래에서 이야기를 했다.


거대한 짐승의 성대가 울리며 말을 했으나 요란하게 달리고 있는 와중이라. 그 중얼거림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릿샤 애드윈에 길드원들에게 나눠주었던 아이템은 전음 스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바람결에 흩어지는 희미한, 사자의 말소리와 전음 스킬로 인한 통화음이 겹쳐 들렸다.


“으억. 아닙니다. 그냥··· 피곤해서.”


웬종일 게임을 처해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하는 생각이 들만한 상황이었다.


확실히 제냐는 이런 식으로 게임에 몰입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여태까지 비련의 시나리오를 하면서 충분히 진지한 몰두를 해왔지만.

이 비련시 온라인을 제외하고서 다른 게임들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애초에 게임을 취미로 두고 있지도 않았다. 이 시대에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건 가장 흔하고, 또 손쉬운 취미였으므로 많은 젊은이들이 즐기고는 했는데. 제냐, 김서원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비련시 온라인의 이전에는 말이다.


갑자기 게임을 시작하고. 또 이튿날까지 이어가며 몰입을 하고 있다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면이 있었다.


으가가가각, 하고 헛소리를 낸 건. 사실 달리고 있는 사자, 호아킨의 질주 탓이 아니라 그냥 그런 소리를 내보고 싶던 것뿐일지도.


[“···아무튼 거의 다 왔네.”]


사자의 중얼거림은 저 위에 날고 있는 독수리의 기수騎手도 듣고 있었다. 그녀가 탄 건 말이 아니라(말 탈 기騎) 날아다니는 새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길드원은 알사드슈트 인근에 금방 닿았다.


체력을 회복하고 스테미나를 보충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완벽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최악의 신체 상태에서 곧바로 전투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베스트 컨디션이 되기까지 아주 긴 시간까진 필요없다. 물론 만전의 상태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그게 초인인 법이었다. 길드원들은 모두 전투 클래스의 고수들이었고.


그들의 뒤에는 전열을 정비하고 따라오는 왕실군이 있었다. 눈에 보이도록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군이 있다는 사실은 든든한 법이다.


하루.


고작 하루만에 산슈카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한반도보다는 훨씬 넓은 국토였는데. 그 끝자락까지 아마 수도 근처에서 일어난 내전의 소식이 전달 되었으리라.


거대한 군사, 힘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주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질량이라는 게 스스로 중력을 갖게 되고. 그 힘에 의해 여러가지 사물들이 난변화하는 것처럼.

대공과 왕실군 사이의 대립은, 당장 알사드슈트 령 근처에서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산슈카 내에 있는 온갖 인간 군상들에게 선택을 강요했으리라.


대공을 향해 달리거나 날아가고 있는 것은 다섯이다.


헌터즈 길드원들의 수 말이다.


대단한 전력은 아닐 것이다. 본격적인 규모의 전쟁을 그 자체로 끝낼 수 있을 만큼은.


구구구구궁.


하고.


떨리는 진동, 굉음같은 것에 제냐는 하늘을 처다보았다.


위에는 아래서 달리고 있는 호아킨과 속도를 맞추어 나는. 라이엔의 갈색 매가 있었다. 릿샤와 최태현도 한 마리 거대한 매에 함께하고 있었고.

라이엔의 비행 고도보다도 더욱 아득한 높이 위에서 에너지가 움직이고 있었다. 번쩍거리며 빛을 내는 것이었고. 사실 말하자면 내전이 발발한 순간부터 한 쉬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었다.


물질적인 포격이 아니라 MP로 이루어진 포격인데. 한낮의 하늘에서도 그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낼 정도로 강렬한 빛을 동반한다.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는 수준의 거대한 생물이 꿈틀거리며 날아가는 것처럼 진동을 주위에 흩뿌리기도 했고.


약 십 여 분 정도의 간격으로 계속해서 발사되는 에너지는 주변에 있는 초상술사들에게 특히 대단한 위압감을 주는 것이었다. MP라는 미상未詳의 에너지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덜할지 몰라도. 그 에너지의 위력을 뚜렷이 계산할 수 있는 초능력자들에게는 ‘결과’가 머릿속에 이미 그려지는 법이었다.


미사일 내에 들어있는 폭발물질의 성질과 양을 안다면 착탄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었다.

당장 벌어졌던 십 수 만 명의 대회전大會戰보다 더욱 심각한 일일지 몰랐다. 십 여 분 단위로 에너지의 고갈도 없이 계속해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는 것은 말이다.

저것이 산슈카의 대도시를 향하고. 또 그 대도시에서 온전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어떤 끔찍한 꼴이 벌어져 있을지.


지금까지 발사된 모든 에너지의 폭발력을 합산하면 이미 사르삿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을만큼은 될 것이었다.

공격기가 있으면 방어기가 있고. MP를 다루는 능력자가 한쪽 진영에만 있는 것이 아닐테니 물론 그 모든 폭발력이 사상자를 내지는 않았겠지만.


“으가각.”


내달리는 사자의 위. 흩날리는 금빛의 갈기를 잡으며 제냐는 가까워지는 대도시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다가가고 있었고. 또 다른 방면으로 기병대가 근처에 닿고 있었다.


제냐와 헌터즈 길드원들의 위치에서 왕실을 지지하는 기병단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로버드 말리웨 경이 이끌고 있는 대군大軍이었는데, 알사드슈트 영지의 지름과 둘레가 충분히 거대했기에. 그리고 그들은 또 나름대로의 고생을 하며 다른 방면으로 활로를 뚫고 있었기에 말이다.


대공령에 고작 다섯 명이서 처들어가는 건 아주 우스운 짓거리일지 모른다. 무리한 짓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어설프고, 멍청한 돌입이라고 하더라도 제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후회하지도 않고. 이건 현실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게임에서는, 한 번 마음대로 꼴아박아 봐도 되는 법이었다.


제냐는 바깥을 생각한다.


로그아웃을 한 뒤의 삶.


뭘 해먹고 살아야 하는가. 그런 고민들도 조금씩은 들고 있었다.


고민은 언제나 ‘나’를 덮는다.

김서원은 그리 느낀다.

삶을 이루고 있는 여러가지 기억들 중에서는 트라우마도 있었고. 쉽사리 놓을 수 없는 집착들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정상인지 아닌지도, 사실 확신할 수 없었고.


약간의 우울증과 강박증, 편집증. 뭐 그런 건 있는 듯도 싶었는데···.


한 마리의 사자와 매, 가 대공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영지의 바깥에는 이렇다 할만한, 대단한 군사가 따로 없었다.


무방비로 노출된 도시.


사대고가의 일좌였던 알사드 가문은 산슈카와의 의리를 저버렸고. 나머지 삼가문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들이 처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으리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달려나가던 그들이 이상을 느낀 것은. 도시를 가리우고 있는 성벽에 닿았을 무렵이었다. 성 외곽의 농경지, 마을 따위에는 달리 사람이 없었고. 주민들은 아마 모두 성 내로 대피를 한 듯 싶었는데.


초인, 초상술사의 기준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은 성벽을 닿자마자 그대로 넘어가려고 할 때.

아주 강력한 결계 스킬이 나타나면서 그네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어지간한 스킬이었다면 릿샤가 고민하거나 시간을 끌 것도 없이 곧바로 해제를 했겠지만. 생각보다 고농도의 MP로 이루어진 스킬이었으며, 강력한 스킬러Skiller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 짜올린 술식 같았다.


번거로운 일이다, 라며 릿샤는 혀를 찼고.


헌터즈 길드원들은 다시 대공령의 어느 성벽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파훼를 위해서 애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좋은 소식은 당연히 아니었다. 성 내에 들어가 준비된 대공군과 싸우거나, 상대의 진형을 흐트러뜨리려는 셈이었는데. 싸우기도 전에 쓸데없이 MP를 소모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성벽 근처에 내려앉은 매가 그르렁거렸고.


호아킨은 질주가 끝나자 사자에서 다시금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릿샤는 신 포도라도 잘못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인벤토리에서 고급 MP 물약을 꺼내어 벌컥이고는 결계 파훼를 시도했다.


이전 대공의 저택지를 침범하려고 했을 때와 비슷한 일이었다.


‘결계’는 대공령의 돌로 지어진 성벽 건축물과 일체화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MP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결계막을 깨부수는 것만이 아니라, 두터운 성벽까지 부숴야 하는 일이었다.


릿샤가 짜증스럽게 땅에 서서 손을 든 채 MP를 움직였고.


곧 슈페리얼 마스터의 경지를 다음 과제로 삼고 있는 고강한 초상술사의 스킬이 발현되었다.


그녀의 로브 자락이 펄럭거렸고, 허공에서는 검붉은 색깔의 가시같은 것들이 나타나 마치 기계적인 팔처럼 움직여댔다.


그것들이 이내 성벽의 결계에 닿았고, 강렬한 반발과 진동을 일으키면서 성벽 결계의 일부에 구멍을 낸다.


MP로 이루어진 결계가 일부분, 잠시 사라지자. 그 다음은 다른 팀원들의 몫이었다.


호아킨이 가장 먼저 달려들며, 거대한 도끼에 MP를 담아 휘둘렀고.


그 충격만으로도 두터운 돌 성벽의 밑단에 깊은 흉터가 생겼다.


제냐와 최태현이 몇 번 가세를 해서 공격을 쏟아내자 곧 돌무더기가 터져나가며, 대공령 안으로 들어갈만한 길이 생겼다.


“후.”


릿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팀원들에게 눈짓을 주었고.


모두는 하나같이 빠르게, 대공령 내부로 진입을 했다.


반면 다른 방면에서 성벽 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기병단은, 주기적으로 계속 그들을 노리는 포격을 피해서 방향을 계속 바꾸느라 한참이나 오는 길이 늦어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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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360. 북문 24.07.05 9 1 14쪽
360 359. 농지農地 24.07.05 8 1 11쪽
» 358. 구멍 24.07.03 8 1 10쪽
358 357. 평행行 24.06.30 12 1 20쪽
357 356. 교점 24.06.29 9 1 19쪽
356 355. 좌담의 결론 24.06.28 9 1 25쪽
355 354. 좌담坐談 24.06.26 10 1 11쪽
354 353. 간신히 24.06.26 9 1 25쪽
353 352. 기둥들은 하늘로 오르고 24.06.23 14 1 23쪽
352 351. 주룡走龍 24.06.19 13 1 15쪽
351 350. 상황 24.06.19 14 1 18쪽
350 349. 합류 24.06.18 14 1 22쪽
349 348. 재로그인 24.06.09 13 1 15쪽
348 347. 고심 24.06.09 10 1 13쪽
347 346. 왕도의 사정 24.06.06 13 1 11쪽
346 345. 왕도王都, 아침 24.06.06 8 1 11쪽
345 344. 마늘에 미치다 24.06.06 13 1 18쪽
344 343. 잠깐, 잠 24.06.06 8 1 13쪽
343 342. 로멜리아는 24.06.06 9 1 17쪽
342 341. 제어기지 24.06.06 9 1 13쪽
341 340. 광기어린 웃음을 지었다. 24.06.03 12 1 20쪽
340 339. 요드먼. 돌격 24.06.03 11 1 17쪽
339 338. 말리 24.06.03 11 1 12쪽
338 337. 쉴더Shielder 24.06.02 10 1 12쪽
337 336. 폭격 세례 24.06.01 14 1 14쪽
336 335. 전장의 한복판, 제냐 24.06.01 10 1 16쪽
335 334. 아무도 없었다. 24.06.01 9 1 12쪽
334 333. 제어 기지 24.06.01 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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