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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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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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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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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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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50. 상황

DUMMY

*


전쟁은 지루하지만 계속되고 있었다.


오전. 아침 해가 밝았고. 왕도 사르삿의 남부 평야에는 제법 많은 군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산슈카의 온존을 바라는 이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쿠데타가 일어난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상황이었다. 대장군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인 데다가. 산슈카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빛의 매 형상이 떠오른 게 산슈카 각지의 유지들, 귀족들을 움직였다.


고래로부터 전해지는 전승이었으니까 말이다. 빛의 매, 라는 건.


산슈카. 사르삿. 사슈나.

산슈카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혈맥인 사슈나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나타나는 형상으로. 왕가를 보필할 의무가 있는 산슈카의 모든 귀족들은, 곧장 왕도에 집결해야 했다.


워낙 오래된 전승이었고. 그 전통을 실제로 지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옅어진 게 사실이었기에. 실제로 곧장 가문의 병력을 일으켜 왕도 근처까지 온 이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애초에 전승을 제대로 계승받지 못한 이들도 있을 테였고.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도 있을 테였다.


어쨌든, 산슈카의 국경을 비롯해서 여러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왕실군의 대다수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내 모든 영토에서 병력이 진공 상태가 된다면. 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불리한 면이 많이 생기기도 하며.


몬스터, 도적. 그리고 어마어마한 수의 이방인 용병들이 멋대로 움직였을 때 그들을 압박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중부 대륙 필리아의 ‘자유 연맹’이 제대로 기능하고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강대한 군사 전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화와 안정이라는 건 곧 힘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주변에 국경을 맞댄 삼국은 일단 같은 연맹에 속한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백퍼센트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막상 고개를 끄덕거리긴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각국에 존재하는 모든 권력자들에 대해서 산슈카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 당장 산슈카 내에서도 대공이라는 작자가 일을 벌였던 것처럼. 연맹 내에 존재하는 얼마든지 속 검은 자들이 있어 그들이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법이었다.


어쨌건 산슈카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왕실군의 총력이 움직이는 건 마지막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일단의 병력이, 요드먼 백작의 지휘 하에 곧바로 대공가로 향했다.


전쟁을 벌였고, 간신히 이겼다는 소식은 왕실에도 늦지 않게 전달이 되었다.


지나친 격전을 치른 터라 그 병력이 곧바로 알사드슈트까지 진군을 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반나절, 하루 정도의 쉼은 있어야 할 테였다. 다시 움직이기까지 말이다. 그렇게 쉬고 움직이는 것만 하더라도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부대 운용일 수 있었지만.


사태는 시급했다.


알사드슈트에 있으리라 짐작되는 대공을 물리치기 위해서 시급하게 어떤 병력이 먼저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그런 시점에 모인, 일부 귀족들의 사병 부대는 아주 달가운 것이었다.


그래도 벨케임 왕이 이 나라를 치리하며 못하지는 않았는지, 상당한 수의 병력이 왕도 남부에 모이게 되었다.


정오까지 수 만의 군세가 모이지 않는다면 알사드슈트를 치는 일 역시 고민을 해보아야 할 일이었다.

어쨌거나 대공이 미쳐버렸고, 그 자가 왕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왕도에 있는 무수한 초상술사들 역시 머저리들이 아니었으므로. 계속되는 포격의 경로를 계산하여 그것의 출발지가 알사드슈트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아냈다.


또한 사르삿에 존재하는 대공의 여러 부하들이 자연스레 모습을 감춘 것 역시 증거라면 증거일 수 있었다.

대공과 연관이 되어 있는 자들은 변고가 일어날 즈음을 기점으로 해서 모두 사라졌다. 사르삿이 격전지, 폐허가 될 위험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대공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챈 이들이 그들에게까지 칼을 휘두를까봐 도망쳤을 수도 있다.


벨케임 왕은 자신이 빠르게 움직여 알사드슈트 령을 치고자 한 것을, 잘한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오전, 정오가 다 되기 전에 이미 상당한 군세가 모여들었고, 왕실에 보고가 전해졌다.


벨케임 왕의 명령에 의해. 왕실 기사단의 부기사단장과 로얄 가드로 불리는 손꼽히는 실력자들 여럿이 파견되었다.


왕실에 속한 초상술사단, 전술사단의 메이지 각 한 명씩이 그들의 대열에 합류를 했다. 각 가문에서 보낸 병력에도 나름의 실력자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수준이 높다 일컬어지는 왕실의 메이지가 함께하는 게, 병력의 생존률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왕도 사르삿 남부 평야에 모여 있던 각 지의 병사들은, 왕실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의 지휘를 받아 빠르게 알사드슈트 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 걸음을 재촉해서, 하루 이틀 정도면 닿을만 했다.


군사의 상당수는 기병 전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보병 전력들 역시 각지에서 엄선된 정예들이었다. 산슈카의 내실을 보여주는 듯한 구성이었다.


속도를 빨리하면 기병들이 먼저 앞설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 대공을 견제하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다소 거리가 벌어지더라도 기사단과 기병 전력 이만 여 기가 서둘러 움직였다. 그 뒤를 따르는 보병대 삼만 여 명이 있었고.


결국 알사드 대공이 아무리 자신의 힘을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한 개의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에 불과했다.

왕실의 입장에서는 세르게이 알사드가 평생 차곡차곡 쌓아온 저력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


왕실군이나, 산슈카 각지에 있는 귀족들의 저력이 한 군데로 모인다면 결코 이겨낼 수 없으리라고 말이다.


그건 분명 사실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가 아무리 노회하고 기가막힌 계략을 잘 짜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가 다룰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만한 인원을 결코 다룰 수 없다, 는 게 아니라.

세르게이 알사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산슈카를 비롯해 중앙 정부에 그의 계획을 들키지 않는 일이었기에 말이다.


지금 당장 왕실군과 전투를 벌였던 수 만 여 명의 정병들만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일개 영주, 귀족 하나가 다룰 수 있을만한 수는 아니었다. 지금 모여든 병사들은 산슈카 중부 일대에서 모여든, 적어도 열 개 영지 이상에서의 차출 병력들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는 그만한 병력을 평야에서 통째로 죽여버려 놓고도, 아직도 항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의미인즉슨 그 이상의 전력을 감추고 있다는 말이었고. 그 점이 왕도에 있는 벨케임 왕과 각 신하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알 수 없을 때 전사는 가장 마음이 초조해지는 법이다.


실제로 세르게이 알사드의 병력 중에서 왕실이 파악할 수 있는 부분. 삼색 늑대 기사단이나 전술사단은 전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본ㄷ니 귀족 병력의 가장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쓰지도 않고 있는 세르게이 알사드다.


왕실을 향한 폭격은 계속되고 있었고,


왕도에 있는 술사들은 몇 명씩 실신을 해나가면서 쉴드를 완성하고 있었다.


알사드슈트로부터 공세가 집요하게 이어졌지만 왕실을 지키는 수호자들의 역량도 영 쓸모없는 수준은 아니었고. 도리어 최고의 수준이었기에 잘 막아내는 중이었다.


지속적으로 터져대는 굉음과 진동은 왕도의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한밤에 몇 구역이 터져나간 이후로는 실질적인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그에 더해 왕궁의 술사들은 초장거리 사격술을 구현하려 애를 썼고. 궁정술사장 데미안과 전술사단장 빌버 초우가 협력해서 알사드슈트 령을 겨누는 스킬을 만들어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반격은 시작하지 못했으나, 곧이었다. 결국 시간을 오래 끈다면 왕실의 승리일 확률이 높았다. 세르게이 알사드가 아무리 기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산슈카 전국의 병력들을 정말로 없앨 수는 없을 테니까.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각지에서 지원 병력들이 더욱 움직일 테였고. 그 지원 병력들에는 단순히 일반 병력만이 속한 게 아니라 초인 병력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었다.


삼색 늑대단이나 대공가의 전술사단이 아무리 최고에 근접한 수준과 위용을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한 개의 손이 열 개, 백 개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왕도에서 당장 통신이 갈 수 있는 근처 지역의 영주들에게는 왕명으로 소집령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지역까지도 왕명은 계속 퍼져나가고 있었다.

영지를 갖고 있는 영주들. 개중에서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도시의 주인들은 왕명에 따라 제각기 움직일 준비들을 했고. 자신들의 영지에 머무르고 있는 자유 용병들을 모집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곧 산슈카에 존재하는 무수한 자유 용병들. 플레이어들에게 무더기로 퀘스트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의 계파에 속한 영지에서도 물론 퀘스트는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지만. 알사드슈트를 제외한 다른 영지에서는, 왕실군의 입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의뢰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말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왕실과 척을 지는 상황이었으니.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의 편을 대놓고 든다는 건 결국 반역을 하겠다는 말이었고. 세르게이 알사드는 휘하의 무수한 인물들을 다루는데 아주 능숙한 인간이었어서. 그들에게 ‘먼저’ 리스크를 지도록 종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획을 짜봤자, 잃을 게 많은 자들이 어설프게 움직이면 결국 일을 그르치기밖에 더하겠는가. 그는 인간에 대해서 깊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결국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르게이 알사드, 본인이 가장 최악의 위치에 서서 대담한 행보를 보여야 했다.

긴 시간 그의 아래에 두고 온갖 가스라이팅, 세뇌를 반복해 온 인물들이라 할 지라도 그러하다. 결국 그들의 본질은 돈과 명예, 권력 등 야욕으로 움직이는 것이었으므로. 확실하게 성공할 듯한 모양새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어야만 따르게 되어 있다.


산슈카 내에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유저들. 특히 필리아 대륙의 중부, 중남부 지방은 극동아시아 지역의 유저들이 스타팅 포인트로 많이 선택하는 곳이었다. 한국이나 남중국, 일본의 유저들 말이다.


북중국이나 동, 북 러시아 따위의 유저들도 물론 비련의 시나리오에 접속하고, 게임을 즐기기는 했다. 아시아 근처에 있는 삼국은 가장 큰 골칫덩이이며, 독재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인지라. 그곳의 유저들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우회하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일반적인 루트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무언가 활동을 하면 그 기록이 고스란히 중앙 정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자칫 사소한 실수만으로 생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마음 편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런 식의 기술이 꼭 필요한 입장이었다.


심지어 자국의 국민들조차. 아무도 기뻐하지 않는 형태의 사회와 나라를 유지하고 있는 자들이었지만.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의 악정惡政가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세계 발전에 이바지를 한다는 듯한 표정을 늘 지으며, 공식 석상에 서고는 했다.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혹은 고도의 연기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해악만을 끼치고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이들도 일국의 수장이기는 했고.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튼 산슈카에서 활동하는 여러 나라의 유저들은 단발적인 퀘스트를 받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산슈카는 두 부류로 갈라져서 싸우게 되는 셈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 알사드 가문의 대공군과. 산슈카를 다스리고 있는, 사슈나 가의 왕실군.


사실 명분도 무엇도 희미한 싸움이기는 했다. 단지 실제 행동으로서, 세르게이 알사드가 미친 놈처럼 굴고 있다는 것만이 싸움의 근거였다. 이곳저곳에서 올라온 다양한 보고들을 듣고 벨케임 왕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옳았기에, 산슈카 국의 현황이 지금 현재 이러한 상황에 그칠 수 있었다.


아마 벨케임 왕이 멍청하게 굴고, 요드먼 백작이 미리 군사를 이끌지 않았다면. 속수무책으로 세르게이 알사드의 계략에 넘어가 보다 큰 피해를 입었으리라.

요드먼 대장군이 대군을 이끌고 대공가를 점령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수 만 대군이 나타나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건. 대장군이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대공이 그만한 대군을 움직였으리라는 반증이었다.


결국 위협을 주어서 함정 수사처럼 용의자의 속내를 알아본 것인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정면에서 맞부딪혀 대등한 기세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었고. 만일 왕실의 움직임이 늦고 대공의 계획이 아주 뜻대로 되었더라면. 세르게이 알사드의 계략대로 전황이 움직여 사르삿 왕실측이 큰 데미지를 입고. 기울어진 상황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손 쓸 틈도 없이 모든 상황이 끝났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 ‘제냐 킴’이라는 플레이어가 했던 무수한 일들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연계 시나리오 퀘스트를 해결해나가는 건 그런 일이었다. 아주 작은 말단의, 씨앗과도 같은 부분을 건드리는 일이지만. 성실하게 수행해나가다 보면 거대한 역사의 줄기를 틀어놓을 수 있는 법이었다.


제냐 킴이 실제로 한 건 어느 귀족 가문의 여식들을 살려주고. 사이코패스 백작의 계략을 막고. 이래저래 눈에 띄게 움직이며 대공의 심기를 거스르고 신경을 긁은 것뿐이었지만.

맞물리듯 움직이고 있는 산슈카 부근의 세계의 역사적 흐름이 그로 인해서 많은 변화를 거두었고. 종래에 벨케임 왕이 속단을 내려 알사드 대공의 악행에 대비를 하게까지 된 것이다.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난수적 변화는 오로지 만물박사만이 정확히 계산할 일이었고. 게임의 개발진, 운영진들도 소수의 인원들을 제외하면 정확히 어떠한 플레이어의 행동이 얼마만한 변수를 창출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해당 연구 과제를 달성하려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의 인원들이나, 콘란드 대륙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친 사람처럼 정보를 받아 탐독하고 있는 총책임자 정도일 테였다. 그 과정의 연산 수식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


작게는 한 마을에서의 일이었고.

한 가문의 일이었으나.

이제는 한 나라에서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그 폭풍의 흐름에 함께 모여들며 전쟁에 참여하려 하고 있었다.


한 나라에서의 일이나,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으로 일어난 변수는

나아가 필리아 대륙 중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조금 더 범위가 커진다면 필리아 대륙 전역에 막대한 변화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세르게이 알사드가 머릿속에 세웠던 최악의 계획대로 모든 현실의 일이 벌어졌더라면.


순식간에 왕실이 점령당하고 대공군과 그를 따르는 숨은 귀족들의 세력이 들고 일어나서. 사르삿을 점거하고 산슈카를 자신의 영토로 삼았으리라.

사르삿 내에 있는 산슈카 도어까지 완벽하게 탈취한 대공은 곧바로 주변국들을 향한 침략 전쟁을 물흐르듯 선포했을 테였고. 그 개전의 여파가 어디까지 흘러갈런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첫 단추가 조금 잘못 꿰여,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뿐이었다. 대공의 입장에서는.


세르게이 알사드 대공은 언제나 변수를 상정하고 움직이는 인물이었고. 아직까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아마 죽는 그 직전까지도 웃음을 잃지는 않을 테였다.

애초에 버린 목숨을, 그저 불태워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그였으므로 말이다.


이미 자신의 삶을 버린듯한 망나니는. 사실 결과나 성패와 관계 없이. 무수한 사람들이 비통에 가득 차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없이 순수하며,

그건 순수한 악惡이었다.


이 순간에도 만물박사가 책정하는 선악 수치로서는, 세르게이 알사드의 값은 한없이 아래로 처박고 있었다.


만일 플레이어가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면 다른 방면의 유니크 퀘스트로의 길이 열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산슈카의 내부에서는 무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벨베르나, 이슈칼, 안단 역시 하룻밤 사이에 급격하게 벌어진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가장 정확한 국내 정황을 알고 있는 건 결국 실제 사신단을 파견한 벨베르가 되겠으나.


벨베르의 사신단 역시 제대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내부에 있던 사신단 일부가 남부에 있는 국경을 넘어, 국내에 소식을 전달해야 했다.


자유 연맹에 속한 인접국, 동맹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타국이었고, 견제의 대상이었기에. 각국의 첩보 요원들 따위가 내부에 들어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의 정보 전달용 라인Line도 결국 벨베르의 사신단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직접 먼 길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통신용 수단이 각자 있었으나 현대의 지구에서 그러하듯. 완벽한 수준은 아닌 것이다.


왕도를 비롯해서 온갖 지역에 혼란과 불안감이 늘고 있었다.


아침이 밝고, 극동아시아 부근의 사람들은 활발하게 생활을 한다.


게임 내에서 벌어진 난데없는 소란에 관련한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들 따위는 소란으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그것마저 게임의 일환이자 즐거움으로 삼아 즐기기 시작했다.


개중에 조금 특이한 퀘스트를 받은 한 인물은, ‘로멜리아 령’으로 향하고 있기도 했다.


갈릭갈릭 한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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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346. 왕도의 사정 24.06.06 13 1 11쪽
346 345. 왕도王都, 아침 24.06.06 8 1 11쪽
345 344. 마늘에 미치다 24.06.06 10 1 18쪽
344 343. 잠깐, 잠 24.06.06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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