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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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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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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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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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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월담

DUMMY

릿샤 애드윈은 구부러진 팔, 을 불러냈다.


흑각으로 인해서 MP가 증폭되었다. 어두운 톤으로 맞춰 입은 로브와 그 속의 복장들이 질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제법 묵직한 느낌의 옷감이었는데, 희미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릿샤의 옷깃이 날렸다. 강력한 MP를 다루는 초상술사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도리어 한 단계 올라가고 나면, 자신의 MP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는 풋내기 취급을 받기는 하지만. 200레벨에 근접하는 역량을 가진 마스터 마기아를 풋내기 취급하려면, 적어도 수퍼 마스터 급은 아득하게 넘어야 할 테였다.


릿샤를 비롯해 이들의 레벨이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았다. 아직도 레벨은 100대 중반 정도에 머무른다. 그러나 레벨이 전투력은 아닌 세계였고. 단단하게 꽉 채워서 유지하고 있는 스펙이 있었다. 이들의 전투력 프로필을 측정한다면 확실하게 남다른 수준일 테였다.


펄럭거리는 묵직한 로브.


밝은 낮시간. 모두가 시간이 맞는 날이 있기에, 이 날로 결정을 해서 모였다. 퀘스트의 처리는 신속하면 신속할수록 좋다. 릿샤 애드윈은 바깥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늘 끊임이 없기에,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비련시 온라인 내에 집중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다.


호아킨, 제냐, 최태현, 라이엔이 뒤에 있었다.


저택가 근처는 보통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이기도 하고, 골목이 붙어 있기도 하다. 어느 면은 공원처럼 조성된 공간이기도 했다.


그들이 있는 쪽은 ‘공원’ 쪽이었다. 나무로 조경이 되어 있는 공간이었는데. 저택 안쪽과도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가 싶었다.


그러나 ‘숲’ 쪽은 더욱 흉악한 마기摩氣가 감도는 방면이었다. 릿샤의 감각에 의하면 말이다. 그쪽으로 들어갔다간 괜히, 더욱 벌떼처럼 튀어나오는 방어 스킬이나 경비병들의 공격을 받을지 몰랐다.


릿샤 애드윈이 완벽한 감지술사는 아니더라도 본능적인 감은 있는 편이었다.


그 숲의 아랫단 끄트머리 부분이 바깥쪽, 저택 외부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근처에 헌터즈 길드원들이 있었고.


인적은 드물다. 괜히 누군가에게 발견이 되어 소란이라도 피운다면 골치 아픈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전에 릿샤와 호아킨이 그랬던 것처럼. 공작 쪽에 고용이 된 플레이어들을 아직까지 마주치지 못했다는 점 뿐이다.


저울추는 언제나 공평하다. 운명의 저울추 말이다. 이쪽도 가능하다면, 저쪽에서도 원군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대공의 반대편에 제냐라는 예상 외의 인물이 선 것처럼. 또 대공 쪽에 예상 외의 플레이어들이 설 수도 있는 게 이 놈의 게임이다.


그러나 제냐가 플레이하는 퀘스트는 아직까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쉽게 닿지 못했던 것인지. 거진 NPC들만 상대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 이런 게임이 아니었는데도. 산슈카가 비교적 변방이며, 이 근방에 고레벨 플레이어가 적은 것도 아마 이유가 될 수 있으리라.


없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지역에 비교하자면 적다. 고레벨이 되면서 타지역으로 거점을 옮기는 경우도 많았고.


산슈카 부근에 가장 많은 건, 극동아시아를 주거지로 하는 유저들, 그리고 개중에서 고수급 아래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고수급을 넘어가면서 플레이어들의 비율이 많이 줄어든다.


제냐 일행은 고수급 중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편이었고.


어쨌든 릿샤는, 덕분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훌륭하게 첫 타격을 먹이려 한다.


검고 기괴한 관절 팔이 나타났다. ‘팔’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미술적인 비유와 은유라고 한다면 이해는 간다. 아주 거칠고 대충 그려낸 나뭇가지와 같은 것들이, 관절을 가진마냥 비틀리며 움직였다. 여러 개였다. 마치 거미의 다리와 같이.


굵은 선형의 검은 물체가 허공에 나타나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질량감이나,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빠르게 삐걱거리고 있으나 왜인지 묵직해보였다. 근처에 갔다가 치이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만 같았다.


제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의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공격, 초수初手는 릿샤의 것으로 이루어진다. 상대의 견제가 없는 노마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건 워메이지이니까.


호아킨은 잠깐의 시간동안 한 개의 변신 폼을 더 익혀냈다. 대공가의 암살자들과 싸우고, 여러 상황들을 거치면서 그 역시 변신술의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호아킨의 수준은 여전히 ‘외형 대변신(물질)’의 단계였으나.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변신하는 대상에 따른 스탯 상승이 더욱 큰 폭이다.


‘외형 대변신’은 변신 대상의 속까지 카피하는 기술이었다. 곰으로 변화한다면, 곰의 힘과 체중, 이빨의 날카로움 따위를 가지는 셈이다.

거대하고 힘이 센 물체로 변신하려 한다면, 외형 대변신이 필수적인 스킬이 된다. 플레이어 자신이 무지막지한 물리 스텟의 보유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외형 대변신의 숙련도를 극한으로 올리고, 또 변신 폼Form으로 거대한 보스 몹을 선택할 수 있다면.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유사 변신(물질)’ 스킬에 근접한 위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유사 변신은 외형 대변신보다 훨씬 더 가파른 변환률로, 대상의 속성을 카피한다. ‘용’을 택하여 변신하면서, 실제 그것과 비슷한 마력魔力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각자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자리에 없는 로웰은, 라이엔이 데슈칸 산맥에 데려다 준 뒤다. 거기서 그리턴 자작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르삿으로 로웰과 그리턴 자작가의 전령을 하나 더 옮겨다 주기까지 했다.


알사드 대공이 저지르려고 하는 일들에 대해서, 적어도 그리턴 자작은 확신을 얻었으리라. 제냐 일행과 자작 간에 그 정도의 신뢰 관계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그리턴 자작과 긴밀하게 연이 닿아 있는 왕실의 고위 관료가 전언을 들었으리라. 곧바로 왕국군을 불러오는 건 무리이겠지만. 적어도 움직일 준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고.


남은 건 이들이었다. 제냐 일행 말이다. 대공의 속내에 무엇이 있는지. 가라앉아 있는 호수면을 어지럽혀서 흙탕물을 퍼올리듯. 견제구를 던질 차례였다.


‘견제’구 치고는 조금 강력한 것이 되겠지만.


라이엔의 뒤에는 썬더스가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거대한 갈색 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시커먼 눈동자는 안광을 빛낸다. ‘썬더스’라는 이름답게. 이제는 단순히 ‘매’일 뿐만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공격기를 쓸 수 있었다.


아직은 드러내지 않고 그녀의 뒤에 소리없이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검과 방패여.”


검과 방패여,


라는 말을 하자


릿샤의 MP가 요동쳤다.


제냐가 뒤에서 시동어를 읊었다.


“파워 오브 베일Power of veil."


나름대로 고급 스킬을 사용한다. 제냐 킴은.


제냐는 별다른 아티팩트를 다루지 않았다. 초상술을 위해서 말이다. 릿샤의 스킬 시전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일이었고. 몇 걸음 물러나 뒤켠에 선 제냐가 양 손을 그녀 쪽으로 뻗으며 소리를 냈다.


제냐의 말소리와 함께 반투명한, 약간 어둑한 막이 릿샤를 감싸안았다. 아주 거대한 막이어서, 릿샤의 근처에 나타나 있는 스킬의 형상까지도 함께 감쌌다. 검은 팔들 말이다.


막은 점차 커졌고, 담장을 넘지 않았을 뿐이지 제법 멀리서도 보일만치 큰 규모가 되었다. 제냐는 릿샤처럼 단련된 워메이지는 아니었다. 마스터 마기아이기는 했으나. 그의 능력은 결국 기력술사로서의 그것과 반으로 나뉜 셈이었다. 같은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재능과 능력을 얻고. 경험치를 가졌을 때 두 갈래로 나뉘어 각 분야에 투입되었으니 말이다.


순수하게 초상술사로서의 역량을 키우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한 릿샤보다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


기력술사로서의 능력 또한, 궁술사와 검술사의 두 갈래로 나뉘니까. 개개의 능력 자체는 다른 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인 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만 ‘검술’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뛰어났지만. 그럼에도. 제냐가 가장 많이 다뤄온 분야의 능력이기에.


덕분에 제냐가 만들어낸 거대한 구형의 막은, 다른 사람의 눈에 안보이게 은폐하는 기술까지 겸하여 시전되진 않았다.


멀찍이서 이 담벼락 근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발각될만한 크기였다.


그러나 릿샤에게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이미 충분한 시간을 가졌기에. 지금은 온전히 모아온 MP를 쏟아낼 타이밍이다.


검과 방패, 라는 말은 직관적이었다.


릿샤가 만들어낸 거미의 다리와 같은 것들의 앞머리에. 검과 방패처럼 생긴 무언가가 생겨나 들렸다. 이제는 정말 팔로, 혹은 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양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검은 관절과 팔, 무늬가 없는 단순한 검의 형상과 둥그런 원형의 방패.


팔들은 각기 하나씩 검이니 방패니 하는 것들을 잡았다. 팔과 그 모든 것에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블러드Blood'의 효력이었다. 블러드, 는 릿샤가 스킬을 쓸 때 최후의 단계에 집어넣는 기폭제였다. 스킬의 위력을 향상시키는데 쓰인다.


마치 요리의 마지막에 슬쩍 집어넣는 향신료, 킥Kick이라고 불리는 부류처럼. 릿샤의 스킬들이 불꽃이라고 쳤을 때 고압 산소를 넣어주는 마냥 정점을 찍어주는 역할이다.


그만큼 릿샤의 MP를 소모하게 되기는 하지만. 소모분보다 위력이 증대되는 효과가 더욱 크다.


“쳐라.”


단순한 명령에 의해 거미의 다리같은 것들이 움직였다. 그 순간에, 제냐가 만들어낸 막은 옅어지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제냐가 베일Veil이라는 스킬을 사용해 그녀의 근처에 막을 쳐둔 건. 릿샤가 스킬을 발현하면서 나타나는 MP의 파동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스터 마기아로서 자신의 MP를 최대한 갈무리했고. 대공 저邸 내부의 인사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조심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느낌이 났기에 제냐가 막은 참이다.

애초에 제냐의 역할로 계획한 것이기도 하다.


베일이 사라졌고.


밝은 낮.


대공 저의 담벼락을 17개의 팔이 때렸다. 검을 든 것들은 찌르던, 베던. 아무렇게나 그것을 휘두르며 직진한다.

마치 기계로 이루어진 관절이 튀어나가듯한 움직임이었다. 곧장 직진하는 것이 로켓이 발사되는 느낌도 조금 났고. 방패를 든 녀석들은, 그대로 방패를 앞세우며 차징Charging을 하듯 앞으로 튀어나갔고.


강력하게 걸려 있던 잠금쇠가 열리고, 압력이 가해지던 기계가 순식간에 튀어나가듯.


여러 개의 검은 팔이 대공가의 장벽에 노크를 시도했다.


깨나 거친 노크였고,


흑색 검날의 끝과 방패의 가장 둥글며 튀어나온 부분이 닿았다.


돌로 이루어진 담벼락에 먼저 닿지 않고, 담벼락의 바깥 30cm 부근 즈음에 갑자기 나타난 녹빛의 보호막에 먼저 부딪혔다.


세 개의 검과 두 개의 방패가 닿았고, 굉장한 진동과 굉음을 냈다.


구우우우웅-!


플레이어들은 귀를 막았다. 릿샤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자신의 스킬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 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보호막이 흔들렸다.


릿샤가 하는 건 대공가 장벽 전체를 깨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여러 개의 팔들은, 한 점에 강력한 공격을 가한다. 이 부근의 장벽이 약하다는 것을 파악한 이후의 일이었고. 그녀의 옷 속에서 빛나고 있는 여러 개의 아이템들은 장벽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구획을 나누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릿샤 그녀가 이곳에 오기 전에 아티팩트를 만들며 넣어두었던 MP들이 소진되며 움직이는 중이다. ‘구획’을 나눈다는 건, 거대한 대공가의 결계 스킬을 잘라내듯 만든다는 뜻이었다. 전체 범위에 충격이 퍼지지 않고, 잘려진 일부분에만 온전하게 충격이 가해지도록. 종이에 선을 그려 미리 무르게 한다던가, 뭐 다른 종류의 물질을 잘라낼 때 쓰는 방법과도 같았다.


나머지 팔들이 검이니 방패를 들고, 결계에 부딪혔다. 먼저 부딪혔던 녀석들은, 곧 검은 팔과 검, 방패가 붉게 달아오르며 모터가 움직이듯 결계를 계속해서 밀어냈다. 곧 모든 팔에서 불길과 같은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검과 방패가 점차 녹아 사라져갔다.


‘녹는다’라는 건, 그것을 연료로 삼아 무언가 다른 작용이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릿샤가 사용하는 플래시Flesh와 본Bone은 불길이 타들어가기 위한 연료였다. 블러드는 불길을 더욱 끌어올리는 기폭제였고.


플래시와 본이 녹아들면서, 무엇보다도 강렬한 화염이 생성되어 결계를 때리고 있었다. 만들어진 열 일곱개의 팔 중, 열 개째가 녹기 전에, 결계에 깔끔한 원형의 구멍이 뚫렸다.


마치 레이저로 일부분을 지지는 것과 비슷했다.


사람 서넛이 지나갈 정도로 깔끔한 원형이 결계의 일부에 생겨났고. 그 너머에 있는 장벽은, 반투명한 회색빛의 막을 한 번 더 만들어냈지만 큰 저항감 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마지막에 있는 장벽은, 깔끔하게 터져나갔다.


쾅-!


마지막으로 돌벽이 부서지고, 잔해가 멀리까지 비산하며 소리가 났다.


대공가에 있는 이들이 알아차렸으리라.


릿샤가 저지른 짓은, 대공가 결계의 일부를 완벽하게 파훼하는 짓거리였다. 도망갈 때도 이 쪽으로 가야한다. 먼저 본진을 때리고 나서 황급하게 도망가는 와중에, 다시금 이만한 준비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와중에 잡힐 테니.


이미 저지른 일이었다.


돌벽이 아주 멀리, 수십에서 멀게는 수백 여 미터까지 날았다. 근처에 있는 어느 목조 저택 하나는, 2층 창문에 날아간 돌파편이 들어가 깨지고 말았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저택에서 났다. 멀리에 있는 제냐 일행에게는 희미하게 들려왔고.


“가,”


가자, 라고 릿샤가 말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호아킨이 달렸고, 제냐와 최태현이 따랐다. 릿샤도 혀를 차며 따른다. 몇 걸음 걷다가, 박살이 난 돌담 너머로 들어가며 릿샤는 제 몸을 띄웠다.


이동기였고, 녹색빛의 바람 줄기가 그녀의 발치에 머물며 몸을 띄워올린다.


팔다리에 강렬한 에너지가 발산되는, 제트 엔진이라도 달린 것처럼 유려하게 움직였다.


라이엔이 가장 마지막으로, 썬더스의 등에 올라타며 달렸다.


“썬더스.”


말을 하고 있을 때 이미 매가 달렸고, 돌담을 지나서는 푸드덕, 날아올랐다.


UFO와 같은 빠르기로, 썬더스가 가속을 해댔고.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운트 작힘 백작의 성을 공략할 때보다는 다들 실력이 많이 늘었다. 로웰 드버가 따라오지 않은 것도 어찌보면 잘한 일이었다. 그가 아마 여기까지 왔어도, 일행의 걸음 속도를 맞추기 어려웠으리라.


동료를 대공가 내부에 두고 희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전령의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최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IV."


제냐는 인벤토리에서, 비스트 슬레이어를 꺼내어 허리춤에 걸었다. 달리고, 또 달린다.


대공가 내의 구조도는 대충 머리에 넣어둔 상태였다.


지난번에 들어와 관찰한 바가 있기도 했고.


‘산슈카 국國’의 대공가 저택 부지는. 사실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중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기에. 대략적인 건물들 위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플레이어들이 활동하는 각국의 왕실이나, 최고위 권력자들의 저택, 성 따위의 조감도는 유저들 사이에서 파악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제냐 혼자 만약 플레이를 했다면 보지 않았을 정보였지만.

다른 유저들과 함께 팀플레이를 하는 중이었으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움직임에 발맞추었다.


혼자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같이 할 때는 또 나름의 룰을 따라보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었다.


”후.“


후, 하고 숨을 뱉는 것 같았지만.


제냐는 웃고 있었다.


아,


졸업하면 어쩌지.


대공가의 잔디밭을 달리면서, 제냐는 그런 생각을 문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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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5 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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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301. 눈알 24.05.05 6 0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8 0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4 0 14쪽
299 298. 걸음 24.05.04 4 0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6 0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8 0 21쪽
296 295. 세이드 소마 24.05.02 5 0 17쪽
295 294. 이슈칼의 경우(2) 24.05.02 5 0 16쪽
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6 0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7 0 22쪽
292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6 0 19쪽
291 290. 길드원員의 회의 24.04.30 5 0 26쪽
290 289. 사막민民의 회의 24.04.30 6 0 19쪽
289 288. 궁리 24.04.26 8 0 14쪽
288 287. 광자포같은 24.04.25 7 0 25쪽
287 286. Forest orb 24.04.25 7 0 18쪽
286 285. 도망을 잘 친다는 건 24.04.24 6 0 25쪽
285 284. ㅌㅌ 24.04.24 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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