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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6.26 21: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14,669
추천수 :
2,887
글자수 :
213,847

작성
24.06.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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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0
추천
105
글자
16쪽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DUMMY

“누가 후계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로 뭉쳐 조씨와 싸워야 하오. 또 부친께서 결정하지 않았는데, 부인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의 마음이 성급하구려.”


살짝 야망을 드러내자, 견복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져나갔다. 이 여자도 나를 평범하게 봤나 보다. 하긴 비범하게 보았다면, 그녀의 정신상태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원희가 이 몸을 지배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으니까.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지켜봐 주시오.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았으니까.”

“예.”


그녀는 너무 많이 달라진 내 언행에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마구 질문을 쏟아내진 않았다. 다만 헤어져 있던 3년간 유주에서 많은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따름이었다.


대화하면서 그녀가 유씨보다 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유씨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고, 일단 참을 땐 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좀 쉬고 싶구려.”


일단 그녀와 방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천하통일, 황위찬탈 등 내 마음속의 야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걸 느꼈다.


‘천하통일이고 뭐고, 견복과 좋은 곳을 놀러 다니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까?’


문득 든 생각에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결국 원담의 삽질과 조조의 공격에 모든 게 무너질 테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비가 견복을 빼앗아 갈 것이다. 그만큼 견복의 미모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이런 미인을 마누라로 데리고 있으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싸패새끼 때문이라도 천하통일해야 돼.’


-멍하니 뭔 생각하고 있어?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이 행복한 시간에 재수 없는 마상희의 말이 들리다니. 고개를 흔들고 견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존중하여, 생각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갑시다.”


난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대낮부터 거사를 치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좀 씻고, 대화도 나누고 싶었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 방에 들어가면 나도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다.


*


원소치소.

원소는 원희를 돌려보낸 후, 심배, 봉기, 신비, 순심을 호출했다. 죽은 전풍과 저수, 항복한 허유의 자리를 이들이 채웠다. 신평과 곽도는 원담을 보좌하여 청주를 관리하는 중이었기에 여기 없었다.


심배와 봉기가 원상을, 신비가 원담을 지지했고, 순심은 중립이었다. 순심은 원소가 명령을 내리면 그걸 따를 생각이었다. 원소는 그들을 가만히 돌아보고는 묵직한 음성을 토해냈다.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자, 자사.”

“말 끊지 말도록.”


원소는 걱정이 가득한 순심의 입을 다물게 만든 후, 말을 이어갔다.


“이제까지 내 앞에서 후계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지만, 많은 관리와 장수, 대호족들이 치열하게 이 문제로 다투고 있다는 걸 잘 알아.”


원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대의 영웅 중에서 가장 정치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그였는데, 어찌 이 상황을 모르겠는가?


다만 그간 원담은 자격이 없고, 원희는 무능력하고, 원상은 어렸기에 결단하지 못한 채 후계자 논의를 모른척했었다. 물론 그의 마음은 원상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희가 예상치 못하게 치고 나오자, 원소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깊은 병세는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에 초조해졌다. 그리고 급진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원소는 절대 이런 급격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주자사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는지, 시험해 봐야겠어.”


매우 급진적인 발언에 모두 깜짝 놀랐다. 심배, 봉기, 신비가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 순심이 입을 열었다.


“참으로 영명한 판단입니다. 분명 유주자사는 후계자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그에게 짧은 기간에 강력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되, 실패하면 후계자를 넘보지 말라고 강력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혼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소가 후계자 문제를 공론화하자, 순심은 기다렸다는 듯 속내를 드러냈다. 그의 중립적이고 이상적인 제안에 원소는 흡족했다.


원희가 짧은 기간에 후계자로서 능력을 드러내면 그를 후계자로 삼으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원상을 보조하게 만들면 된다. 아직 원상이 너무 어렸기에 홀로 원담과 조조를 상대하긴 역부족이라 원소도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원희가 원상을 뒷받침해 준다면 원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면 영특한 원상은 조조와 맞상대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원소는 원희가 적절한 능력을 발휘하여 원상을 보좌해 주길 간절하게 바랐다. 생각 같아서는 원담의 군사력을 뺏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청주자사였기에 쉽지 않았다.


원담은 몇 개 현에서 시작하여 청주 전체를 석권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고, 청주 전체를 강력하게 통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소도 함부로 그의 군권을 회수하긴 어려웠다.


또 원담의 군권을 회수하려다가 자칫 내전이 발발하는 날이면 조조만 좋은 일 시켜주는 셈이었다. 순심이 다시 조언했다.


“자사, 유주자사에게 확실히 후계자 문제를 언급해 주셔야 합니다.”

“그게 좋겠군.”

“급히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적어도 셋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후, 의견을 교환해야 합니다.”


신비가 급히 나서 제동을 걸었다. 원담을 지지하는 그였다. 원담은 자격이 없었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그가 엉뚱한 짓을 벌이면 곤란했기에, 원소는 인상을 찡그렸을 뿐, 신비의 제안을 거부하진 않았다.


“자사. 유주자사가 달라졌다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굳이 그런 기회를 줄 필요가 있습니까? 오히려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차라리 그를 불러 후계자가 정해지면, 그를 잘 보좌하라고 명령하십시오.”


심배가 강직한 어조로 진언 올렸다. 사실상 원상을 후계자로 삼고, 원희에게 조연 역할을 권한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유주자사는 사실상 후계자 일 순위인데,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뒤로 물러나라고 압박한다면 나중에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순심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시 진언 올렸다. 폐출이라는 약점을 지닌 원담을 지지하는 신비와 어린 나이라는 약점을 지닌 원상을 지지하는 심배·봉기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순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반박하진 않았다. 원소의 마음이 그리로 기울어진 듯 보였고, 순심의 의견이 타당했기 때문이었다. 원희가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날이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게 분명했다.


“그럼, 청주자사를 부르게.”

“예.”


신비가 즉각 대답했다.


“현혁을 불러와. 지금.”

“알겠습니다.”


원희를 불러오라는 명령에 순심이 대답했다. 원소는 피곤하다며 그들을 물리쳤다. 그들은 밖으로 나오자, 순심을 둘러쌌다.


“유주자사를 어찌 싸고 도시오?”


봉기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후계자 선정은 공정하게 진행하고, 거기에 도전했던 자들이 납득해야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소. 그런 취지로 진언 올렸는데, 어찌 이 사람을 힐난하시오.”


순심은 대수롭지 않게 반박했다. 순하고 평소 주장이 강하지 않았던 순심이었지만, 역시 순가팔룡의 일원답게 당차게 심배·봉기·신비를 몰아붙였다. 순욱 못지않게 영특하다고 평가받은 순심이었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오.”

“그럼, 순 별가는 유주자사를 지지하오?”

“난 원씨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 누굴 지지하지 않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순심은 봉기에게 대답하고는 등을 돌렸다. 셋은 서로 얼굴을 잠시 마주 보았다. 그러고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


원희치소.

난 물로 씻어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기병을 이끌고 훈련하며 달려왔기에 먼지가 한가득이었다.


‘먼저 씻고 의복을 정제한 다음에 원소와 유씨를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쯧쯧.’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업성으로 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순심이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원소가 호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다. 다 지나간 일이었다.


깨끗이 씻고 나자, 하복부가 불끈해졌다. 사람 일이 마음대로 안 된다. 아직 낮이었기에, 견복과 차분히 대화를 나누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마음과는 다른 결과가 일어나고 말았다.


남자의 결심은 예쁜 여자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문득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주자사, 계십니까? 별가 순심입니다.”


난 쌍욕이 나오려는 걸 초인적인 인내로 참았다. 견복은 급히 일어나 옷으로 몸을 가린 후, 욕간으로 씻으러 갔다. 난 아쉬움에 견복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 입을 열었다.


“잠시 기다리시오. 금방 나가겠소.”

“예.”


천천히 청의로 갈아입은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시오?”

“기주자사께서 부르십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소.”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 걸었다. 곁에서 시비가 들었으니, 견복에게 알려줄 것이다. 순심은 차분하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참으로 고맙소.”

“그저 원씨의 영광을 위해 일할 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 누굴 지지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기회를 주었다는 게 고마운 일이지요.”

“아마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힘겨운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해야지요.”

“그리고 실패하면 더는 후계자 자리를 욕심내시면 안 됩니다.”

“분란을 일으키지 않겠소.”


난 힘주어 대답했다. 사실상 기회가 원천 차단되었었는데,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 지금으로선 이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못하겠다고 하는 순간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날 게 분명했으니까.


물론 유주자사부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반발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원소의 영토는 넷으로 쪼개지게 된다. 그럼, 결국 조조에게 모두 점령당할 것이고,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여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중에 원담이 반발할 거 같았지만, 그 문제는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유주, 기주, 병주를 한 손에 틀어쥐면 설령 원담과 조조가 손을 잡더라도 해볼 만했다.


원소치소.

순심은 나를 안내하고는 물러났다.


“내 뜻을 알겠느냐?”

“예.”

“그래.”


원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지도가 그려진 벽으로 향했다. 난 조심스럽게 따라가 그의 옆에 섰다.


“이곳을 점령하거라.”


원소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관중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요충지로 중심지는 장안이었다. 또 서량, 익주, 형주, 낙양, 병주와 연결된 지역으로 현재 조조의 점령지였다.


조조는 낙양 분지 외곽에 있는 허도에서 황제를 모시고 있었다. 관중을 점령하면 조조를 측면에서 압박하면서 익주, 서량, 형주를 노릴 수 있었다. 원소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하겠습니다.”

“신중히 생각하거라. 실패하면 넌 후계자 구도에서 완전히 탈락한다. 그리고 조연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내 건강이 좋지 않아서 더는 기회를 줄 수 없어.”

“기회는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단호한 내 표정을 본 원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 아들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달라졌구나. 바보 같은 놈. 진즉 이런 모습을 보일 것이지.”


원소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원희가 처음부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홀가분하게 그를 후계자로 임명하고, 지금쯤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물러나서 준비하거라. 필요한 건 요청하고. 곧 현사(원담)가 도착하면 그때 다시 부르겠다. 현사가 반발할 거야.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예.”

“정말 괜찮겠느냐?”

“예.”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원소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포가 큰 건지, 겁이 없는 건지 모르겠구나.”

“둘 다입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조조에게 이곳을 넘길 순 없습니다.”


난 적개심을 표현하기 위해 ‘조씨’, ‘거기장군’으로 호칭하지 않고, 직접 ‘조조’라고 호칭했다. 이 시대에 이름을 직접 부르는 건 굉장한 실례였다. 그러니 적개심을 표현하는데 제격이었다.


원소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조조 따위에게 하북(기주, 유주 일대)을 넘길 순 없지.”


원소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더니 심호흡하며 눈을 감았다. 매우 아픈 듯 보였기에, 안쓰럽게 느껴졌다. 원소는 어서 돌아가라며 손짓했다.


“보중하십시오.”


정중하게 예를 취하고는 치소를 물러났다. 문을 나설 때, 의원이 허겁지겁 달려 들어갔다. 치소를 나온 나는 돌계단을 내려오다가 중간에 앉았다.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뭔가 떠올랐기에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담과 원상의 견제 등을 고려하여 조조군과 싸울 계책이 떠올랐다.


한참을 생각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호위병을 보내 조독을 호출했다.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부르셨습니까?”

“정예기병 1천과 경험 많은 노병이 필요해. 유주로 전령을 보내라.”

“노병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최대한 많이. 경험이 부족한 자는 필요 없다. 대 기병전 경험이 있는 자만 추려서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예.”


조독이 군례를 올린 후, 물러났다. 난 그 자리에 앉아 가만히 해가 지는 서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은 온통 ‘관중을 어찌 점령할까?’하는 생각뿐이었다.


군대를 모으고 출병하려면 11월이나 가능했다. 다시 말해 추운 겨울에 전투를 벌여야 한다. 절대적으로 내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어떡하든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관중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조조군의 발목을 묶은 후에, 난 관중으로 향해야 한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어. 내가 정예부대를 이끌고 관중으로 향하더라도, 조조가 대군을 그곳에 투입하여 지키기만 한다면 어찌 성과를 내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다시 원소를 찾았다.


“못하겠느냐?”

“아닙니다.”


난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업성에서 대군을 움직여 조조군을 업성 인근에 붙잡아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조는 대군을 관중에 투입할 테고, 그럼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이냐?”

“예. 허도까지 진격하진 않더라도 조조가 대군을 관중으로 투입하지 못하게 막아주십시오. 더는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하마.”


원소는 선선히 허락했다. 아마 그는 여기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제대로 핵심을 짚고 있구나. 혹 계책은 생각해 두었느냐?”

“여러 방법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지금으로선 계책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관중으로 진입한 후, 그곳의 지형과 날씨, 조조군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계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신중함이 마음에 든다. 부디 실패하지 말거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원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두 손으로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병색이 완연했지만, 눈빛만큼은 강렬한 원소였다. 문득 안타까움이 일었다. 원소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비가 무거운 짐을 네게 떠넘겼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증명하거라. 그래서 떳떳하게 기주를 달라고 요구하거라.”

“예. 반드시 성공해서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원소의 진심이 느껴지자, 울컥한 나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다짐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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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차분하게 대비하다. +8 24.06.20 3,343 112 16쪽
22 제22화. 조조와 동급으로 올라서다. +9 24.06.19 3,433 110 16쪽
21 제21화. 사전정지작업. +11 24.06.18 3,553 113 16쪽
20 제20화. 냉정한 원소. +19 24.06.17 3,634 118 17쪽
19 제19화. 원담의 힘을 빼앗다. +6 24.06.16 3,597 106 16쪽
18 제18화. 차도살인(借刀殺人)[지도포함]. +7 24.06.15 3,768 85 17쪽
17 제17화. 오래 오래 사십시오. +4 24.06.14 3,666 95 17쪽
16 제16화. 위험을 대비하다. +2 24.06.13 3,848 98 15쪽
15 제15화. 협상, 맹장을 얻다. +8 24.06.12 4,067 99 16쪽
14 제14화. 대권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3 24.06.11 3,945 102 17쪽
13 제13화. 각자의 처지. +6 24.06.10 4,050 98 16쪽
12 제12화. 정치질. +9 24.06.09 4,084 97 16쪽
11 제11화. 주고받는 협상의 묘미. +4 24.06.08 4,186 113 17쪽
10 제10화. 다음을 대비하다. +5 24.06.07 4,254 94 16쪽
9 제9화. 첫 전투, 첫 전과. +7 24.06.06 4,327 107 16쪽
8 제8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2 24.06.05 4,292 94 16쪽
7 제7화. 원희, 진군하다. +8 24.06.04 4,588 96 18쪽
6 제6화. 두 영웅 원담과 원상. +1 24.06.03 4,734 97 17쪽
»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7 24.06.02 4,991 105 16쪽
4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4 24.06.01 5,100 106 16쪽
3 제3화. 군권을 장악하다. +6 24.05.31 5,422 9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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