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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6.26 21: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14,672
추천수 :
2,887
글자수 :
213,847

작성
24.06.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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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글자
17쪽

제6화. 두 영웅 원담과 원상.

DUMMY

원상치소.

심배와 봉기가 상황을 전파하면서 원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제 15살로 성인이 된 그는 경험이 일천했지만, 사실상 후계자로 받들어지고 있었고, 본인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원담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폐출되었으니 절대 경쟁자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원희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원소의 급진적인 결단은 원상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대로 지켜봐야 합니까?”

“뒤집을 명분이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유주자사는 후계자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매우 어려운 임무가 주어질 테니,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심배가 불안해하는 원상을 안심시켰다. 아무리 영특하다지만, 어렸고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기에 심배와 봉기는 수시로 원상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임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까?”

“곧 알려지겠지요. 하지만 대략 유추할 수 있습니다. 군공을 세우는 임무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군재가 부족하면 절대 후계자가 될 수 없지요.”


심배의 대답에 봉기가 동의했다.


“두 분만 믿겠습니다.”


원상은 망설이던 눈빛을 지우고 의연한 자세를 취했다. 이를 본 심배는 속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원소가 앞으로 십 년 정도 더 살 수 있다면, 헌헌장부로 성장한 원상에게 후계자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문에 매진하십시오. 현재로선 그것이 최선입니다.”

“예. 그런데 형님은 정말 다른 사람처럼 변했습니까?”

“척박한 유주에서 지내면서 달라진 듯합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봉기는 애써 원희의 존재감을 축소하여 대답했다. 어차피 이번 임무의 성패에 따라 원희의 역할이 결정되기에, 굳이 원상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


그날 저녁.

책을 읽던 원상은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도저히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을 만나봐야겠어.”


원상은 심배·봉기를 통해서 원희를 파악했지만, 뭔가 미적지근한 느낌이었기에 직접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호위병을 거느리고 곧장 원희치소로 향했다.


원희치소.

지도를 보며 관중 점령을 고민하던 나는 원상이 왔다는 보고를 받고 지도를 덮었다.


“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서 오너라. 그간 격조했구나.”


난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분란을 일으킬 게 뻔한 원담은 경계의 대상이지만, 영특한 원상은 어떡하든 내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원가가 사분오열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북의 힘을 하나로 뭉쳐 조조와 맞설 수 있었다.


원상의 두 눈은 빠르게 내 몸을 스캔하듯 훑고 지나갔다. 그의 눈은 놀라움이 가득했다.


“정말 달라지셨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원상은 결국 속마음을 드러냈다.


“조조가 칼을 갈며 이곳을 넘보고 있는데, 어찌 천하 태평할 수 있겠느냐? 이 형을 믿거라. 네가 영특하지만, 조조를 상대하기엔 아직 어리다.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짚어주는 것이니 곡해하지 말고.”

“그간 세상을 속이고 사셨습니까?”


언제쯤이면 이 고루한 질문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속인 게 아니라 정신 차린 것이다. 조조가 이곳을 무너뜨리면 우리 원씨들은 모조리 목이 베어져, 구천을 떠돌게 될 테니까. 나도 진즉 정신 차리지 못한 것이 한일 따름이다.”

“어떤 임무를 받았습니까?”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

“군공 관련한 임무입니까?”

“영특하구나. 그렇다. 혹여 비밀이 조조에게 새어나갈까 염려하여 자세히 말하지 않는 것이니, 곡해하지 말거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원상은 변한 내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긴 경쟁자로 여기지도 않았던 내가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니, 황당했을 것이다.


“형님은 이제껏 전투에 직접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의 제안을 승낙하신 겁니까?”

“그것이 최선이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원씨를 보전하기 위해선 내가 강해져야 한다.”


난 단호하게 대답한 후, 원상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었다. 그의 두 눈을 강렬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십 년 후라면, 현보 네가 후계자가 되어도 난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네 능력은 뛰어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네가 후계자가 되면 현사(원담)형님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또 병주자사(고간)도 다른 마음을 품을 테고. 이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연륜은 매우 중요하지.”

“그래서 형님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강렬하게 쏘아내는 흉포한 내 눈빛을 이를 악물고 받아내는 원상을 보며 난 속으로 감탄했다. 이 나이에 이 정도면 대단한 기백이었다.


“그래. 현사형님과 병주자사를 힘으로 누르고, 조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오직 나뿐이다. 전쟁이라면 자신 있다. 궁금하면 직접 군대를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마.”


난 그의 어깨에 둘렀던 손을 풀고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상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따라 일어섰다.


“현사형님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겨우 평원군 세 현을 거점으로 삼아 청주 전체를 점령했다. 성격과 인성, 품위에서 큰 문제가 있지만, 야망이 크고 군재가 탁월하다. 순순히 물러난다고 생각했다면, 네가 순진한 거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 형님은 현사형님의 반발을 어찌 대처할 생각입니까?”

“힘으로 눌러야지. 무예로 싸워도 자신 있고, 군대를 이끌고 싸워도 자신 있다. 물론 조조를 앞에 두고 원씨끼리 싸우는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겠지만, 싸워야 한다면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이건 만약인데, 형이 조조와 손을 잡더라도 내가 기주와 유주만 갖고 있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원상은 무언가를 더 알아내고 싶은 듯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홱 돌리고는 그대로 치소를 나섰다. 밖으로 나온 원상은 쿵쿵거리며 한참 걷다가 멈춰서서 고개를 홱 돌렸다.


‘바보 같이. 그대로 당해버렸어. 이래서 정남(심배), 원도(봉기)은 내가 형님을 만나는 것을 경계했구나. 예전의 형님이 아니다. 그건 그렇고, 이를 어쩐다. 휴우.’


원상은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한 만남이었다. 원희에게 압도당했던 상황을 떠올리자, 원상은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 형님께서 뛰어난 군공을 세운다면 사실상 후계자가 될 것이다. 그럼, 난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원상은 다시 고개를 돌린 후, 그의 처소로 걷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후계자 자리였다. 그걸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만약 원담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분노했을 것이다.


처소에 도착했을 때, 심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배는 온화한 표정으로 원상을 위로했다.


“잘하셨습니다. 궁금하면 직접 만나봐야지요.”

“칭찬이 질책받는 것만 못하군요. 감군(심배 관직) 말씀대로 만나지 말 걸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제 시작일 뿐이고, 유주자사는 매우 어려운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그가 적당히 성공하면 그것은 실패나 다름없습니다. 그가 현보공자를 돕는다면 오히려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심배의 위로에 원상은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성공하리라 확신합니까?”

“아닙니다. 다만···. 아닙니다. 쉬겠습니다.”


원상은 고개를 재차 흔들고는 예를 취했다. 심배는 더 조언하려다가 그만두고 돌아섰다. 홀로 남은 원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혁(원희)형님이 후계자로 적격이란 말을 쏟아낼 뻔했어. 힘내자.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원상은 공부에 더 매진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청주 평원군 평원현.

평원현은 원담의 치소가 있는 대현이었다. 청주는 동서로 길게 형성된 주였는데, 평원현은 서쪽 끝에 있어서 치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담이 이곳에 치소를 정한 이유는 업성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필요하면 언제든 군대를 이끌고 업성으로 진군할 수 있었다. 비록 원담은 청주에 있었지만, 마음은 업성에 가 있었다.


원담치소.


“아아악.”


애를 끊는 단말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원담은 피 묻은 칼을 오른손에 쥐고, 정면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명령했다.


“치워라.”

“예.”


그의 명령에 호위병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어떤 머뭇거림도 없이 벌거벗겨진 채 축 늘어진 젊은 여자의 시체를 둘러메고 나갔고, 시녀들이 고개를 숙인 채 들어와 피를 닦아냈다.


원담은 그녀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그는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한 계집이 재수 없게 주둥일 놀렸으니, 오늘은 일진이 사납겠구나.”


원담은 멀리서 달려오는 곽도를 바라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만한 곽도는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었는데, 오늘 그는 서두르고 있었다. 그는 여인 시체를 치우는 호위병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원담에게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웬만하면 좀 참으십시오.”

“천것이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데 어찌 참겠소?”

“그래도 참으십시오. 기주자사께서 위중합니다.”

“알고 있소.”


원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관심사는 온통 후계자뿐이었다. 비록 폐출되었지만, 후계자로 자격이 없단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연륜이 부족한 원상이나 무능한 원희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업성으로 가셔야 합니다. 기주자사께서 부르십니다.”


곽도는 원소의 친서를 내밀었다. 원담은 서신을 손에 쥔 채, 가만히 곽도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왜 부르신다고 생각하시오?”

“유주자사께서 업성을 방문했는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달라져 봤자지. 병신새끼.”

“그게 아닙니다. 기주자사께서 그를 인정하고, 어떤 임무를 맡길 예정입니다.”

“아버지가 현혁을 인정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제야 원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세상 두려울 게 없는 원담이지만, 부친 원소만큼은 두려웠다. 그의 군재와 정치, 엄정한 카리스마는 원담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재능이었다.


원담은 빠르게 서신을 펼쳐 읽었다. 이내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서신을 읽어보라고 곽도에게 돌려준 원담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어려운 임무를 유주자사에게 맡길 겁니다. 그 후, 대성공을 거두면 그걸 근거로 후계자로 지명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실패하면?”

“그땐 현보공자를 후계자로 삼겠지요. 그리고 유주자사는 그를 돕게 할 겁니다.”


원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빈말이라도 원담이 후계자가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어차피 폐출된 상태였기에 원소가 죽은 이후에 힘으로 후계자 자리를 강탈할 생각이었다.


“현혁이 성공하리라 생각하오?”

“쉽지 않을 겁니다.”

“내가 몇 개 현에서 시작하여 청주 전체를 점령했으니, 적어도 이에 준하는 공을 세워야 해. 그렇다면 아버지는 도대체 어딜 노린단 말인가? 더군다나 조조를 상대로 그게 가능할까?”


원담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바뀌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하지만 사람이 바뀔 뿐이지,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이 갑작스럽게 성장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볼 때, 현혁은 군재가 없소.”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원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식을 호적에서 파낼 만큼, 원소는 뱀처럼 비정한 사내였다. 그런 그가 원희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 무모한 일을 추진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가서 확인하십시오. 한 다리 건너 듣는 게 전부니, 저도 정확한 진언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알겠소. 공칙(곽도)은 나와 함께 갑시다. 이곳은 중치(신평), 숙치(왕수)에게 맡기고.”

“뜻을 따르겠습니다.”

“서두르시오.”

“예.”


곽도가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원담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천것이 주둥이를 요망하게 놀리더니···. 쯧쯧.”


*


업성.

원담은 곽도와 정예기병 1천 기를 거느리고 업성에 도착했다. 그는 성밖에 주둔한 채 가볍게 훈련하는 기병을 바라보았다.


“저 자는 조독인데.”

“그렇습니다. 철기병과 경기병의 기세가 제법입니다.”


원담은 아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독은 원래 그의 장수였었다. 원소는 조조에게 대패한 후, 군을 재정비하면서 엄경을 주고, 조독을 빼앗아 원희에게 넘겼다.


엄경도 괜찮은 장수였지만, 조독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이는 질책이었다. 관도대전에서 패할 때, 원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그 당시 원소의 분노가 굉장했기에, 원담은 감히 반발하지 못했었다.


“오셨습니까?”


조독이 원담을 알아보고는 훈련을 중지시킨 후, 휴식을 부여하고는 급히 달려와 군례를 올렸다. 충직한 그를 보자, 원담은 더욱 아쉬웠다.


“유주는 살만한가?”

“예.”

“청주로 올 생각은?”

“기주자사의 명을 받들어 유주자사부로 적을 옮겼습니다. 하북이 어수선한데 어찌 사사로운 마음을 먹겠습니까?”


원담은 아쉬움을 털어내며 조독이 지휘하던 기병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체구가 작아졌군. 기병은 날래야 하는 법이지. 자네 생각인가?”

“유주자사의 명령입니다.”

“누가 조언했는가?”

“아무도 조언하지 않았습니다.”

“허어.”


원담은 좀 더 구체적으로 조독에게 질문하고는 탄식을 터트렸다. 조독은 거짓말하지 않는 충직한 자였다. 그렇기에 그의 말은 믿을 수 있었다. 원담은 원희가 달라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찌 재능이 순식간에 발전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구나.’


원담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 없지만, 현실이었기에 원희를 만나 파악하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말을 몰아 업성 안으로 들어갔다. 곽도는 호위기병만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성안의 상황을 살피겠습니다.”

“그러시오.”


안으로 들어온 곽도는 곧장 원담과 헤어졌다. 그는 이제 관리를 만나 상황을 자세하게 파악할 것이다. 원담은 곧바로 원희치소로 향했다. 일단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그였다.


원희치소.


“현혁!”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당당한 체구의 사내가 들어왔다. 원담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형님.”


원담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서서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보며 ‘요걸 어떻게 할까?’ 하는 표정이었다. 난 가볍게 몸에 힘을 주고, 그의 눈을 정시하며 흉포한 눈빛을 담담히 받아냈다.


“이 껍데기 안에 무엇이 든 것이냐?”


원담은 내 가슴을 쿡 찔렀다.


“피와 살, 뼈가 들었소.”

“원희, 자는 현혁. 맞느냐?”

“당연히.”

“푸하하하하.”


원담은 두 손으로 옆구리를 짚으며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나도 질세라 대소를 터트렸다. 문득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기세 싸움에서 지기 싫었다. 역시 원담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볼까?”


순식간에 웃음을 그친 그가 예고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 빠르고 강렬한 주먹이었지만, 난 한 손으로 가볍게 쳐냈다.


“호오.”


원담은 ‘제법인데’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지하게 바꿨다. 그리고 앞선 주먹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주먹을 날렸다.


난 인상을 굳히고 한 발짝 물러나며 그의 행위를 무위로 만들었다. 연이어 강렬한 주먹이 날아왔다. 난 일부러 방어에 전념하며 그의 펀치를 막았다. 단 한발도 내 몸에 적중하지 못하자, 원담은 초조한 기색을 살짝 드러냈다.


그 순간 난 한 발짝 치고 들어가며 오른손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날렸다.


쒜에에에엑.

내 주먹은 공기가 쪼개지는 살벌한 소리를 내며 원담의 턱을 노렸다. 원담은 급히 두 손으로 내 주먹을 막아내고는 쿵쿵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만하시죠.”


난 가만히 주먹을 풀며 말했다. 원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이구나. 다음에 보자.”


원담은 즉시 몸을 돌려 치소를 나갔다.


“제멋대로군.”


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했던 원담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당황스러울 만큼 제멋대로였고, 예측하기 어려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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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사전정지작업. +11 24.06.18 3,553 113 16쪽
20 제20화. 냉정한 원소. +19 24.06.17 3,634 118 17쪽
19 제19화. 원담의 힘을 빼앗다. +6 24.06.16 3,597 106 16쪽
18 제18화. 차도살인(借刀殺人)[지도포함]. +7 24.06.15 3,768 8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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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위험을 대비하다. +2 24.06.13 3,848 98 15쪽
15 제15화. 협상, 맹장을 얻다. +8 24.06.12 4,067 99 16쪽
14 제14화. 대권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3 24.06.11 3,945 102 17쪽
13 제13화. 각자의 처지. +6 24.06.10 4,050 9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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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화. 다음을 대비하다. +5 24.06.07 4,254 94 16쪽
9 제9화. 첫 전투, 첫 전과. +7 24.06.06 4,327 107 16쪽
8 제8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2 24.06.05 4,292 94 16쪽
7 제7화. 원희, 진군하다. +8 24.06.04 4,588 96 18쪽
» 제6화. 두 영웅 원담과 원상. +1 24.06.03 4,735 97 17쪽
5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7 24.06.02 4,991 105 16쪽
4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4 24.06.01 5,100 10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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