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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6.29 21: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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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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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17화. 오래 오래 사십시오.

DUMMY

202년 1월.

내가 기병을 이끌고 업성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1월 초였다. 비교적 수월한 길로 최대한 휴식을 부여하며 행군했지만, 업성에 도착했을 때 나와 기병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를 제일 먼저 반긴 이는 놀랍게도 원담이었다. 그는 분노한 얼굴로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난 담담하게 그를 상대했고, 그의 분노에 찬 주먹을 모두 막아냈다.


‘호오, 정말로 사이가 좋지 않군.’


두기는 나와 원담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기 예상이 맞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초는 동그래진 눈으로 쳐다봤고, 조독과 왕문은 착잡한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 난 쪽팔렸다.


‘어휴, 이런 걸 형이라고. 기분이 나쁜 건 알겠는데, 부하들 앞에서 뭔 짓이냐? 쯧쯧.’


이 인간이 제멋대로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유헌, 엄경을 관중에 놔두고 왔으니, 화가 난다는 건 이해되는데, 이래서야 양아치와 뭐가 다르겠는가?


적어도 한 세력의 수장이라면 정치적으로 일을 풀어야 한다. 정 주먹다짐을 하고 싶다면, 부하가 없는 자리에서 하든가? 그리고 원담도 이적행위를 했으면서 뭘 잘했다고 이러는가?


“그만하시오.”


난 강하게 그를 밀어냈다. 빙의된 지 4개월 정도 지나면서, 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원담이 용맹하고 무예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여포·장비급인 내겐 무리였다.


“이 자식이.”


호구로 생각했었던 나를 상대로 주먹싸움에서 이기지 못하자, 원담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난 가만히 서서 그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피곤하니, 길을 비키시오.”

“어째서 유헌과 엄경을 관중에 남겼느냐?”

“중요한 그곳을 지키려면 뛰어난 장수를 남기는 게 당연하지 않소? 그리고 아버지께서도 허락하셨고.”


난 또박또박 반박한 후, 뒤로 고개를 돌려 장수들에게 먼저 가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원담에게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맞댔다.


“내가 관중에서 실패하기를 바라셨소?”

“무슨 말이냐?”

“유헌과 엄경을 충동질하여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사주했느냔 말이오?”

“난 그리 비열한 놈이 아니다.”


원담은 뜨끔했지만, 정색하며 부정했다. 이 말이 그의 정곡을 찔렀을까? 아까 나를 죽일듯하던 그 기세는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진 상태였다.


“곽도, 그 자식 도망치지 못하게 잘 간수하시오.”

“무슨 소리냐?”

“내가 증거를 갖고 있거든. 만약 곽도가 도망치면 그 죄를 형님이 뒤집어쓸 테니까, 그놈 도주하지 못하게 잘 감시하시오.”

“헛소리.”

“왜 이리 아둔하시오? 이렇게 말한다는 자체가 뭔가를 안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그리고 엄경과 유헌을 왜 관중에 남겨뒀겠소?”


원담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제야 왜 유헌과 엄경이 내게 항복했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원담에게 서신을 보내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들은 그런 것도 없었으니까.


“네놈이 그들을 협박한 것이냐? 이걸 아버지가 알면 용서하실 듯싶으냐?”

“갑시다. 누구 손을 들어주실지.”


원담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수작을 부렸다는 게 알려지면, 업성은 발칵 뒤집힐 것이다. 물론 청주라는 근거지가 있으니, 군대를 이끌고 물러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간 공을 들였던 업성의 중신들은 원담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그리고 후계자는 영원히 날아갈 것이다.


‘곽도, 이 개자식.’


원담은 곽도의 계책을 들은 걸 후회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곽도는 유헌·엄경에게 제대로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원소의 군현황을 속속들이 조조에게 제공했다.


앞 내용도 문제였지만, 뒤는 더 문제였다. 이게 다 까발려지는 날이면 원담은 끝이었다. 군대가 있으니, 그를 어쩌진 못하겠지만, 평생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관중을 정벌하느라 매우 힘들었나 보구나. 이상한 말도 다 하고.”


원담은 갑자기 대인배인 양 행동했다. 이 제멋대로인 놈도 살기 위해서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실로 양파 같은 놈이었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모습이라니.


“명심하시오. 내 말. 난 허튼 소리하지 않으니까.”


내가 원담을 스쳐 지나가려고 하자, 그가 내 팔을 잡고는 나지막한 말로 으르렁거렸다.


“날 건드리면 네놈도 죽는다.”

“쉽지 않을 거요.”


난 싱긋 웃고는 그대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투구를 쓰고는 곧바로 말을 내달려 업성 안으로 들어갔다.


‘곽도 이 빌어먹을 자식.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현혁(원희), 저 새끼가 정말 알고 있으면 큰일인데.’


원담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곧바로 곽도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내 그의 걸음은 점차 빨라졌고, 뛰기 시작했다.


곽도치소.


“곽도!”


원담은 고함을 지르며 문을 벌컥 열었다. 서탁에 앉아 있던 곽도는 당혹감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보자, 원담은 애써 분노를 가라앉혔다.


곽도는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주인도 무는 뱀처럼 비정한 사내라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원담에게 파렴치한 계책을 진상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현혁이 업성에 입성했네.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원담은 애써 사안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워낙 제멋대로인 원담이었고, 후계자 문제로 노심초사했던 그였기에 곽도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지켜보십시오. 현재로선 대안이 없습니다. 차츰 상황을 지켜보며 그의 약점을 알아내어, 힘을 약화시키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힘으로 뒤엎어야 합니다.”


원담은 그때가 원소가 죽는 날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과연 원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덜컥 들었다.


“만약 그가 우리가 한 짓을 눈치챈다면?”

“딱 잡아떼십시오. 그리고 정 불리하면 그때 청주로 돌아가면 됩니다. 군대를 이끌고 오셨는데, 누가 자사를 건드리겠습니까? 어차피 힘으로 눌러야 할 상대입니다.”


‘그만 좀 징징대십시오’


곽도는 이 말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원담은 잔혹한 일면이 있고, 군재가 뛰어났지만, 이럴 때 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보채는 것 같았다.


원희가 모든 걸 눈치채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청주로 피하는 걸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또 조조와 연합하여 원희를 몰아내면 그뿐이었다. 곽도는 왜 오늘 따라 원담이 이리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원담은 곽도를 노려보더니 문을 쾅하고 닫고 나갔다. 곽도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젠장할.’


곽도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 차가운 물을 들이키자, 치솟았던 열기가 차차 식었다. 그리고 그의 냉정한 두뇌가 영활하게 돌기 시작했다.


‘왜 저럴까? 분명 이 부분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이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리고 내 이름을 저리 크게 부르다니. 그것도 정말 이상하구나.’


한번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녔다. 그전과 오늘을 비교했고, 달라진 조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오늘은 유주자사가 업성에 입성한 날이다. 그래, 그가 야료를 부렸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갑자기 청주자사가 변할 리가 없어. 도대체 어떤 아료를 부렸길래, 저리 화가 난 걸까?’


곽도는 원희를 의심했다. 그것 말고는 원담을 흔들만한 상황이 없었다. 그는 다시 원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유주자사가 증거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만약 엄경·유헌이 배신했다면? 그럴 가능성이 커. 둘은 청주자사나 내게 서신도 보내지 않았고, 유주자사의 뜻에 따라 관중에 머물렀으니까.’


곽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유헌에게 건넨 서신이 떠올랐다. 찢어서 폐기하라고 했지만, 그게 원희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런 바보 같은.’


곽도는 다급해졌다. 자신의 추론이 성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정확하다면 원소는 그의 목을 칠 것이다. 원담이야 그의 아들이니 살아남겠지만. 전풍도 죽인 원소였다. 곽도의 이적행위를 알면 살려둘 리가 없었다.


‘어떡한다?’


고민하던 곽도는 원담을 만나 상황을 파악하기로 결심했다.


*


성안에 들어선 나는 조독을 가까이 불렀다.


“마초와 서량기병이 불편함이 없도록 숙식을 제공하도록.”

“이미 조치했습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역시 조독이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가까이 부른 후, 매우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노련한 병사를 변복시켜 청주, 연주로 향하는 길목에 배치하게. 객잔에 머무르면서 지키면 될 거야.”

“누굴 잡는 겁니까?”

“곽도.”


곽도란 말에 조독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곽도는 청주자사부의 이인자였기에 업성에서도 굉장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왜 도망칠까? 하는 의아함이었다.


“분명 호위기병 몇 기만 이끌고 도주할 거야. 무조건 잡아 오게. 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은밀히 움직이겠습니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독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원담의 속을 뒤집어 놓았으니, 분명 곽도를 의심할 것이다. 곽도는 눈치가 빠르고 음험한 자니,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도주하겠지. 이적행위는 참형이니까. 그리고 도망치다가 잡혀 오면 그때는 빼도 박도 못할 것이다.’


난 가만히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곽도가 이적행위를 지시했지만, 그가 원담과 입을 맞추고 강하게 부인하면 처벌이 미뤄지거나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곽도가 도주하도록 일부러 원담을 자극했다.


‘어쩌면 곽도가 미쳐서 내게 자객을 보낼 수도 있겠지. 절대권력이란 없으니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군. 제 무덤을 파는 짓이니까.’


이 몸을 완벽하게 장악했기에 자객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여포·장비 급의 자객이 온다면 모를까? 더군다나 내 곁에 강한 호위병이 있었다.


촉의 천재라 불리던 비의가 위 항장 곽순의 암습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난 비의가 아니었다. 비의는 문관이면서 호방하여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나는 여포·장비급의 무인이었고, 항상 호위병을 곁에 두었다. 또 암습을 대비하여 얇은 호신갑은 항상 착용하고 있었다.


‘김정은 암살 시도도 꽤 있었다고 들었는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절대권력을 지녔고, 철벽같은 경호를 받아도 암살 시도가 존재한다. 이 시대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


원소치소.

내 머릿속엔 견복이 먼저 떠올렸지만,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는 원소에게로 향했다. 치소로 들어서자, 종사관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원소가 기다리고 있으며, 몸 상태도 괜찮다고 귀띔해 주었다.


“고맙네.”


담담하게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너라. 고생했다.”

“예.”


난 짧고 굵게 대답하고 원소에게 군례를 올린 후, 그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가만히 원소의 얼굴을 살폈다. 병색이 완연한 그를 보니, 역사대로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씩 원소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고, 아버지란 생각이 들었기에 아쉬웠다.


“춥지 않았느냐?”

“괜찮습니다. 젊지 않습니까? 다만 기병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왔기에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 장병의 너의 힘이고, 모든 것이다. 잘 관리하고 훈련시켜라.”

“예.”


원소는 가만히 나를 훑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내 눈을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로부터 하북을 지킬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쉽진 않겠지만, 조조를 무너뜨린 후 천하를 통일하여 원씨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원씨 세상은 다분히 원소를 겨냥한 말이었다. 원소는 공손찬을 무너뜨리고, 관도대전에서 패배하기 전 최강이었다. 그때 넌지시 황제가 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가 반대가 심하자, 그 뜻을 접었다.


이후 관도대전에서 대패하고 세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원소는 더 이상 속내를 표현할 기회를 되찾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원소의 눈 속 깊은 곳에서 뭔가 반짝하고 빛났다.


그건 야망이었다. 순간 나는 이런 야망이 원소에게 삶의 의지를 회복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원소가 좀 더 오래 산다면, 내가 하북을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이미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원소는 짐짓 모르는 척했다. 난 주변을 모두 물렸다. 원소와 단둘이 남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낮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씨를 끌어내리고, 원씨 천하를 만들겠습니다.”


이글거리는 내 눈빛을 본 원소의 눈빛도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다 꺼진 줄 알았던 야망의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자, 원소는 당혹스러웠다.


야망이 가득한 원소의 눈빛을 보고 난 확신했다. 그 역시 황상에 앉길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을. 욕심과 집념은 모든 걸 바꾼다. 특히 원소는 불치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울화병이었다.


“허풍만 늘었구나.”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천하에 산재한 모든 영웅을 토벌하고 점령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조조를 무너뜨리면 사실상 천하의 요지를 모두 얻는 것이지요. 그때 새로운 제국을 세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황제로 추대하겠습니다.”


천하를 모두 석권하자고 말한다면 원소는 너무 길다고 느낄 것이다. 하여 ‘조조를 무너뜨리면’으로 바꿨다. 그러면 기존의 기주·유주·청주·병주에 연주·서주·예주·사예와 양주 북부를 얻게 된다.


남은 곳은 서량과 양주남부, 형주, 익주, 교주뿐이다. 이 정도면 제국을 수립할 수 있다. 물론 격렬한 반대가 따를 테지만,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원소가 희망을 품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며 골골대면서라도 오래 살길 원했다. 원소가 살아있으면, 원담과 고간은 절대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테니까.


“가능하겠느냐?”


독대하는 자리라 그런지, 원소는 드디어 황제에 오르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입니다. 아버지.”

“그래.”

“힘드시겠지만, 오래 사십시오. 용상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더 과감하게 한 발짝 나아갔다.


“건방지구나.”

“소자를 어떻게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반드시 조조를 무너뜨릴 것이고, 아버지를 황제로 만들 테니까요.”

“정말 조조를 꺾을 수 있겠느냐? 그는 대단한 전략가이며 군재를 지닌 장수다. 또 그 휘하에는 맹장이 득실거리고, 그의 장병은 매우 용맹하다.”

“하북에도 용장이 득실거리고, 맹렬한 장병이 넘칩니다. 또 기병에서 조조보다 앞서니, 해볼 만합니다.”

“어떻게?”


원소는 귀신에 홀린 듯 물었다. 그만큼 내 언행이 파격적이었고,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북의 힘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형주자사(유표)와 동오의 토조장군(손권)과 손잡고 조조의 배후를 치겠습니다. 한 손으로 세 손을 막을 수 없습니다.”

“형주는 늙었고, 토로는 어리다.”

“대신 남양군에는 좌장군(유비)가 있습니다. 그라면 충분히 조조의 배후를 흔들 수 있습니다. 또 조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토로장군은 반드시 욕심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는 절대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조조를 무너뜨리고 영토를 삼분할하면 의미가 없다.”

“적어도 조조의 영토 3/4은 얻어야 합니다. 반드시 그럴 생각입니다. 또 좌장군과 토로장군의 약점은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점이라?”

“형주자사는 의심이 많아 좌장군을 믿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물심양면으로 돕겠지만, 좌장군의 전공이 커질수록 시샘하겠지요. 그걸 이용하면 좌장군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토로는?”

“야망은 크지만, 경험이 일천합니다. 또 강동은 호족의 기세가 강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아마 뒤늦게 참전할 테고, 얻는 것도 적을 겁니다.”

“경험이 일천한 건 너도 마찬가지다.”

“그렇군요.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믿고 맡겨주시면 반드시 조조를 무너뜨리고, 아버지에게 용상을 선물하겠습니다.”

“허어.”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숙적이었기에 조조는 이름을 불렀고, 유표·유비·손권은 잠정적인 동맹이었기에 관직을 부르며 낮춰 부르지 않았다.


원소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 내 말이 믿어지지 않았을 테고, 한편으론 정말 황제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분명한 건 최근 약해지고 있는 그의 생존의지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생존의지가 강하다고 무조건 오래 사는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컸다. 난 원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오래 사십시오. 하북이 안정되지 않으면 조조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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