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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님의 서재입니다.

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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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작품등록일 :
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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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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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최후의 눈치 게임

DUMMY

인원이 많기 때문에 끝없이 늘어질 수 있다.

계속 앉아만 있으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천선은 이러한 문제를 제한 시간을 둬서 해결했다.


“10초 내로 눈치 게임을 끝내야 해요. 만약 아무도 안 걸리고 제한 시간이 지났으면, 남은 사람 탈락! 간단하죠?”

“그럼 10초에 다들 일어나면요?”

“네, 그분들은 탈락. 끝까지 안 일어난 사람은 살아남는 거죠.”


간단한 규칙이다.

더욱이 빠르고 간단하게 인원을 줄여나갈 수 있을 터였다.

1분 내로 3판 이상은 하고도 남을 테니까.


-재밌겠다

-이거 보는 사람 중에 자기도 숫자 외치면서 노는 놈 있다

-마즘 내가 그럴 거임

-야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지금 그러겠냐 난 벌써 가위바위보부터 하고 있었다

-이거 레알ㅋㅋㅋㅋㅋㅋ

-누가 우리 집에 CCTV 설치했냐ㅋㅋㅋㅋㅋ


채팅창 역시도 즐거운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킬킬대기 시작했다.

생존자 600명 역시도 머리를 굴리느라 바빴다.

각자가 전략을 세워대는 것이다.


“이제 타이머 띄워주세요.”


화면에는 숫자 10이 떠올랐다.

게임이 시작하면 0까지 추락하겠지.


“다들 머리 잘 굴렸나요?”

“네에···!”


전략 짜기는 끝났다.

이제 실전에 돌입할 뿐.


“그럼 준비하시고···, 시작!”


그렇게 타이머가 막 동작할 무렵,


“1!”

“1!”

“1!”


우렁찬 목소리가 너무나도 많이 겹치고 말았다.


“인원 많으면 보통 처음엔 뭉개야 하는데. 이상하게 1에서 꼭 걸리더라고요.”

“아···.”

“어쩔 수 없죠. 탈락자는 외곽으로 이동해주세요.”


천선은 탄성을 내뱉었다.

너무나 흔하게 생기는 그림이다.

그리고 여기,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내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너네 왜 이렇게 진심인데···! 나 탈락해야 한다고···!”


불운의 아이콘은 눈치마저도 없었다.


“모두, 아무것도 안 들리죠?”

“네!”

“잠깐, 지금···”

“그럼 타이머 돌려주세요.”


그와 함께, 타이머는 10으로 돌아왔다.


“준비들 되셨죠?”

“네···!”

“안 됐는데!”

“그럼 시작!”


어수선한 분위기에 외친 말.

이 순간을 노린 사람은 많았다.


“1!”

“1!”

“1!”


너덧 명이 한꺼번에 일어섰다.

부산스러운 타이밍은 잘 봤지만, 그게 몇 명씩이나 되면 소용없었다.


“아, 이게 두 번까지는 곧잘 반복되더라고요.”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탈락자는 뒤로 향했다.


“왜 이렇게 다들 열정이 넘치···”

“다음 경기 준비할게요!”

“아, 진짜! 나 탈락해야 한다고!”


600명을 떨어뜨리려면 바빴다.

타이머를 원래대로 돌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


“시작!”

“1!”


이번에는 정말 한 명만 일어섰다.

다만, 진짜 탈락하기를 바랐던 사람이.


“2!”

“2!”

“2!”


세 명이 한 번에 걸려들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뒤로 빠졌다.

정작 말이 많은 사람은 1을 외친 인간뿐이었다.


“또 왜! 내가 안 하는 것도 아니잖아!”


불운의 아이콘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타이머는 다시 10으로 돌아올 뿐이다.


“자, 고요하죠? 빠르게 시작할게요.”

“이 사람아···!”

“다들 앉아주세요. 알겠죠?”


열불을 내며 앉자마자.

천선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시작!”


나름대로 기습 공격.

이미 한 번 썼던 전략이다.

이때다 싶어서 다들 우수수 일어났었지.


“1!”

“2.”


이변이 일어났다.

두 명이 순식간에 통과하고 말았다.


“······.”


앉아있던 사람들은 뭐라고 말도 못 한 채 입만 벙끗댄다.

9초.

8초.

7초.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도 말이다.

일어나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3···.”


5초에서 4초로 넘어갈 무렵,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시선이 한 곳에 몰렸다.

그곳엔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물론, 남은 사람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3초.

2초.

1초.

깎여가는 숫자과 서로를 향해 눈치가 갈 뿐이다.

도저히 일어난 타이밍이 가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0초가 되었을 때.


“······.”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와.”

“뭐야, 이게?”

“나머지 다 탈락이야? 진짜?”


뒤늦게야 모두가 일어났다.

정말 탈락이었다.

경악과 어리둥절함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자, 방송 화면으로 전환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채팅창도 보였다.


-인터뷰한 사람 다 살아남음

-이야 이게 되네

-저 형 운이 좋은 걸지도???

-그건 아직 모름

-아냐 될 거야 여기까지 와서 떨어지면 진짜 죽어야지

-ㅇㅇ 그 정도로 운 없는데 살아서 머함

-내가 보기엔 위에 두 놈이 제일 악질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겠지.

생각보다 일찍 결판이 날 판이니까.

천선은 가장 사람이 많은 방향을 향해 목소리를 돋웠다.


“우선 몇 명 동시 탈락인지 다들 궁금하시죠?”

“네에···!”

“그럼 안전요원분들, 인원 체크 부탁드려도 될까요? 두세 분만 움직여주세요.”


그 말만 남긴 후, 천선은 생존자에게 손짓했다.

살아남은 셋은 가까이 다가와 용건을 기다렸다.


“자, 그럼 결승전까지 가기에 앞서 인터뷰를 해볼까요?”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걸음.

가장 답답해 보이는 이가 먼저 나섰다.


“하, 진짜···”

“우선 일반인은 거르고 시작할게요.”

“야···!”

“보이지 않아요. 들리지 않아요. 그게 계약 조건이었어요.”


단호한 태도였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즐거울 일이다.


-이 집 진행 잘하넼ㅋㅋㅋㅋㅋ

-보지 않습니닼 듣지 않습니닼ㅋㅋㅋㅋㅋㅋ

-불매운동하냨ㅋㅋㅋㅋㅋㅋㅋㅋ


산뜻한 발걸음은 요란한 불만을 지나쳐갔다.

두 번째 통과자는 가위바위보를 차분하게 분석해서 통과했던 남자다.


“어떻게 통과하셨네요?”

“예.”

“이번에는 어떤 작전을 쓰셨죠?”

“단순한 얌체 전략입니다. 누군가 1을 외치면 곧바로 따라 일어서는.”


이번에도 나름 전략을 세워서 통과했다.

다만, 뭔가 거슬리는 점이 있었을까?

천선은 조금 더 캐물었다.


“계속 앉아있는 전략도 있었을 텐데요?”


그랬다.

이쪽이 더 안전했다.

아니, 평범하게 판단하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대부분이 택할 선택지만큼 위험한 곳이 없습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적극적인 사람은 먼저 탈락하고, 기다리는 다수만 남았으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혹시 다른 이유도 있나요? 딱 그뿐만은 아닐 것 같은데.”


천선이 넌지시 캐물었다.


“사실 선점 효과도 노렸습니다. 얌체 전략으로 계속 2를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은 그 숫자를 아예 포기해버릴 테니까요.”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는 거죠? 통과하고 싶으면 2를 불러선 안 된다고.”

“맞습니다.”

“처음 2를 부를 수 있는 판은 걸렀잖아요? 그건 같은 얌체 전략을 쓰는 사람을 보내기 위해서인가요?”

“예, 정확합니다.”


남자가 세운 전략을 꿰뚫어 보았다.

가위바위보에서와는 정반대였다.


-쟤들 뭐래냐?

-음 완전히 이해했어

-누가 설명 좀

-쟤네도 설명은 했어 니가 못 알아들은 거지

-말하는 사람은 문제 없음 니 머리가 문제인 거

-너네 학창시절 선생님도 문제는 없었을 거야 다만 학생이....

-그만 패 썩을 놈들아

-머리도 나쁜데 성격까지 안 좋네

-성질도 나쁜데 성적도 나쁘네


천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뗐다.


“이제 다음 사람으로 넘어갈게요. 아, 탈락자 숫자 나왔나요?”

“604명입니다!”


동시 탈락자는 정말로 많았다.

오죽했으면 모두 놀랄 정도였다.


“대기록이네요. 그럼 다음 생존 전략을 들어볼게요. 여기 여성분, 스피커 도둑님이라고 하시면 다들 알까요?”


여자는 벌써 숨이 가빠진다.

팬심이 뭔지 뚜렷이도 보여줬다.


“안녕하세요? 또 인터뷰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이번에 600명 넘게 제치고 결승전까지 왔어요. 비결이 있을까요?”


대단하다는 말.

칭찬해주니, 팬 입장에서는 기쁠 만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로 울먹임이었다.


“그게···, 탈락하고 싶었는데···.”

“네? 왜요?”

“1등 하면 사인 못 받으니까···.”


그랬다.

1등은 주마줌스에서 끝이다.

어떤 팬 서비스도 못 받는다.

그걸 떠올린 순간, 여자는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오히려 성공 비결이었을지도 몰라요. 다들 통과하기 좋은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아···.”

“가만히 계셨다면 오히려 몇 명만 탈락하고 끝이었겠죠. 지금은 이렇게 대량 탈락을 했지만요.”


전략과 우연이 겹쳐져서 나온 그림이다.

누군가가 보기엔, 정말 운이 좋아서 나온 방송 하이라이트겠지.


“스피커 도둑님 덕분에 결승전까지 금방 올 수 있었어요. 저도 600명 선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도플갱어는 이마저도 대강 예상했던 모양이다.

하긴, 숫자가 이 정도로 모이면 뛰어난 전략가는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지.

동시에 우연이란, 반복만 충분하다면 필연이 되는 법이다.

대량 탈락은 언젠가는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지금과 비교해서, 다소 규모는 작아지더라도.


“한 사람은 뛰어난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다른 한 사람은 탈락으로 향한 길이 정답이었고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음···.”

“어···, 엄청난 불운?”

“이쯤이면 행운 아냐?”

“그래요, 이 일반인께서는 하이브리드였네요. 탈락을 원했고, 누가 봐도 1을 외칠 것 같았으니까요.”


불운의 아이콘.

생각해보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수행한 경우였다.

처음에는 모르겠지만, 나중엔 진심으로 탈락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누가 봐도 1을 외칠 듯이 보였고, 모두가 그 숫자를 피했다.

결국, 이렇게 결승전까지 오게 됐다.


“이제 마지막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네요. 탈락자분들도 이제 뒤로 가주세요.”

“네에···!”

“세 분은 중앙에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서 주세요.”


이렇게 하면 조작은 힘들겠지.

그게 어떤 게임이든지 간에.


-야 세 명이서 눈치 게임이 가능함????

-할 수는 있지 않냐 상남자 게임으로

-근데 이건 탈락자 두 명 뽑는 거잖아

-맞음 1등 하면 안 되는 건데


동시에 게임 역시도 바뀔 터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룰은 그대로. 최후의 눈치 게임 시작할게요.”

“···응?”


그렇기에 천선이 이 말을 했을 때,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상품도 다시 들어오네요.”


의문이 더 반복되기 전, 외제차가 가까이 다가왔다.

여전히 색감은 선명하게 빛났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로 눈이 갈 정도다.


작가의말

얌체 전략은 눈치게임에서 굉장히 유용합니다.

보통 다음에 언제 일어날지 고민하지, 그 다음을 노리는 사람은 많이 없거든요.

잘 새겨두시면 내기할 때 좋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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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화. 최후의 눈치 게임 24.04.22 9 0 12쪽
95 95화. 안 들려요 24.04.19 10 0 12쪽
94 94화. 가위바위보 24.04.18 8 0 12쪽
93 93화. 날카로움 24.04.16 14 0 12쪽
92 92화. 돌아온 아들 24.04.15 11 0 12쪽
91 91화. 소년병 24.04.13 11 0 12쪽
90 90화. 비디오테이프 24.04.11 13 0 12쪽
89 89화. 어머님 24.04.09 10 0 12쪽
88 88화. 천재 24.04.08 12 0 12쪽
87 87화. 복수 24.04.06 15 0 12쪽
86 86화. 도마 위 24.04.04 10 0 12쪽
85 85화. 보호받아야 할 24.04.03 10 0 12쪽
84 84화. 개판 24.04.01 13 0 12쪽
83 83화. 외모라는 컨텐츠 24.03.30 14 0 12쪽
82 82화. 오소서, 주 예수여 24.03.28 11 0 14쪽
81 81화. 요한묵시록 24.03.27 10 0 13쪽
80 80화. 종말 24.03.25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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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유기견 보호센터 24.03.21 12 0 12쪽
77 77화. 기말고사 마지막 날 24.03.19 14 0 12쪽
76 76화. 주마줌스 24.03.18 14 0 12쪽
75 75화. 안녕하세요 24.03.15 15 0 12쪽
74 74화. 목숨은 하나 24.03.12 13 0 12쪽
73 73화. 갈굼의 시작 24.03.11 11 0 12쪽
72 72화. 책임은 어른에게 24.03.05 14 0 11쪽
71 71화. 요즘 애들 24.03.05 10 0 12쪽
70 70화. 가해자와의 조우 24.03.04 12 0 12쪽
69 69화. 범죄자 옹호 24.03.04 12 0 12쪽
68 68화. 좋은 책임자 24.03.03 16 0 12쪽
67 67화. 참교육? 24.03.03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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