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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 님의 서재입니다.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112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6.15 06:00
조회
208
추천
9
글자
7쪽

73화. 거대한 그림자(2)

DUMMY

검둥이가 여전히 인희 앞에서 털을 세우고 작은 그림자에게 으르렁 거렸다.


인희가 내려가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순덕과 그림자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면서 제대로 된 형상이 보였다.


정말 거대한 멧돼지였다.


큰 놈이 300 킬로그램 정도 되어 보였고, 작은 놈도 200 킬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짐작될 만큼 컸다.


큰 놈의 목덜미 부분이 순덕의 불에 그을린 자국이 보였다.


누가 멧돼지 아니랄까봐 그을린 털에서 나는 냄새가 지독했다.


- 가! 더 이상 오면 나한테 죽어! (그르르릉, 그르르르릉.)


큰 멧돼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잘 확인할 수는 없지만 냄새로는 개 같은데 덩치는 개보다 훨씬 크고, 눈앞에 불꽃이 일렁이니 저것이 개인지 다른 동물인지 알쏭달쏭 했다.


- 너 뭐냐? (꽤액-쿨쿨)


- 알고 없고, 어여 가! 인간들이 곧 너희들을 잡으러 올 거여. (크르르르릉, 컹, 컹, 컹!)


작은 멧돼지가 침을 흘리며 말했다.


- 맛있는 냄새가 난다. 저 아래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쿠쿨쿨쿨, 쿠쿨쿨쿨.)


- 아래에는 총 가진 인간들이 있어. 가면 죽어. 어여 돌아가! (크르릉, 컹, 컹, 컹!)


순덕 앞에서 씩씩 김을 내뿜으며 바닥을 긁던 큰 멧돼지가 말했다.


- 지금 우리가 가면 안 쫓아올 건가? (쿠르쿠쿨쿨쿨)


- 내가 인간들을 막을 테니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 마. 여기는 너희에게 죽음의 땅이여. (컹, 컹컹, 그르릉, 컹, 컹컹컹!)


순덕의 말을 듣던 큰 멧돼지가 마침내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 너는 개 같은데 어째 좀 이상한 개다.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고, 흠. (쿠르륵, 쿨, 쿨.)


결국 큰 멧돼지가 돌아서자 작은 멧돼지도 마지못해 그 뒤를 따랐다.


순덕은 멧돼지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마침내 그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순덕이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 미친놈, 지가 나 이상한 거에 뭐 보태준 거 있어? 별 헛소리를 다 허구 자빠졌네.


순덕도 몸을 돌려 길을 내려갔다.


주문을 통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저도 모르게 몸이 후들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아이고, 다리가 다 후들거리는구먼.


순덕은 예전에도 산에서 멧돼지를 봤었다.


하지만 항상 거리가 있었고, 이번처럼 직접 물고 뜯으며 싸우는 경우는 생각도 못했다.


마침 입구에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인한이 순덕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올라오고 있었다.


- 인한이 내려가. 뭐 하러 와?


“괜찮으세요?”


- 니 눈엔 내가 괜찮아 보이냐?


굳어있던 인한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생각보다 멀쩡해보이세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멧돼지는요?”


- 갔어, 걱정 안 혀도 돼. 내려가.


인한의 눈에 벌써 언덕을 넘는 멧돼지의 엉덩이가 보였다.


인한의 눈에도 멧돼지가 몹시 컸다.


“얼른 마을에 가서 알려야 하는 거 아녜요?”


- 알리지 않기로 약조혔어. 암말 마.


“예? 그러다 또 오면 어떻게 해요···.”


- 안 온댔어. 내가 그놈들한테 내려가면 죽는다고 혔어. 안 올 겨.


그제야 긴장의 끈을 늦춘 인한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인한의 눈에 순덕의 어깨에 생긴 상처가 들어왔다.


순덕의 상처를 살펴본 인한이 말했다.


“할머니, 어깨 다치셨어요. 길이가··· 10센티 정도 되겠는데요. 이거 소독하고 봉합해야 할 거 같은데요.”


- 일단 내려가서 얘기 혀. 가자.


숲길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인희가 바닥에 앉아 있었고, 그 옆을 지키는 검둥이가 보였다.


검둥이를 쓰다듬고 있던 인희의 얼굴이 핏기 없이 창백했다.


순덕이 다가오자 인희가 순덕을 향해 움직이려했지만 검둥이가 먼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달려온 검둥이가 순덕의 입을 핥고 순덕의 몸에서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 아저씨, 여기 피나요. (월, 워월월)


- 잉. 그려.


인희가 얼굴이 창백한 채로 인희가 순덕에게 다가왔다.


“할머니, 어깨가 찢어졌어요.”


순덕이 입을 열었다.


- 너, 지렸냐?


인희가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가져대며 속삭였다.


“쉿! 비밀이에요. 구토도 했어요.”


- 먹을 약은 있어?


“소화제는 있어요.”


- 인희, 너 많이 놀란 겨?


“헤헤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 으이구, 웃음도 나오겄다. 너 그거 청심환 먹어야 혀. 안 그럼 병원을 가든지···.


“할머니 어깨가 더 걱정인데요. 많이 찢어졌어요.”


- 소독약 있어?


“예, 그래도 병원을 가는 게···.”


- 일단 가서 좀 씻자. 이 발 봐. 아주 진흙신이여.


순덕이 앞발을 들어올렸다.


인한이 끼어들었다.


“할머니, 업어드릴까요?”


- 아, 됐어! 남사스럽게, 그러다 다른 사람들 보면 뭐라 할 겨? 그냥 앞장 서.


결국 순덕네는 팬션으로 향했다.


순덕은 쫄랑거리며 따라오는 검둥이에게 말했다.


- 검둥아, 잘 혔어.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여.


- 네, 아저씨. (월, 월.)


- 넌 괜찮어? 많이 놀랐지?


- 그래도 꼬리 안 말았어요. (우-월, 월.)


- 말던데? 그래도 잘혔어. 그 정도면 최고로 용감한 거여. 아주 잘혔어. 그러니 가슴 펴고, 꼬리 들고 가.


- 헤헤헤. 아저씨가 최고! (월, 워워월, 워월.)


인희가 걸어가면서도 순덕을 살폈다.


“할머니, 다른 곳은 괜찮으세요?”


순덕의 왼쪽 어깨부분에서 흐르던 피가 어느 새 멈춘 상태로 굳어있었다.


- 어깨 말고는 괜찮어. 그 녀석들 돌아갔으니 안심혀. 검둥이 꼬리 들고 오는 거 봐라. 좀 쓰다듬어줬어?


인희가 눈이 붉어진 채 울먹거렸다.


“죄송해요. 제가 괜히 오자고 해서···.”


- 아녀, 할미는 좋았어. 오랜 만에 상큼한 공기도 마음껏 들이마시고 아주 좋았어. 어여 가자. 검둥이 좀 봐주라니깐. 이럴 때 자꾸 칭찬해 줘야 혀. 맛있는 것도 많이 주고. 오늘 인희 지키느라 목숨 내놨구먼.


인희와 인한이 순덕의 말에 검둥이를 쓰다듬고 안아주면서 칭찬을 했다.


이윽고 팬션으로 돌아온 인희가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과 옷이 땀으로 범벅이 된 인한이 숨을 크게 내쉬고는 순덕에게 말했다.


“할머니, 아까 멧돼지 뒷모습만 멀리서 보고도 오줌 쌀 뻔 했어요. 할머니 안 계셨으면 인희도 저도 최소한 사망이었겠죠?”


- 아마 검둥이는 죽었을 것이고···. 인희도 크게 다쳤겄지?


“할머니가 우리 위험하다고 하셨던 게 이거였나 봐요.”


- 글쎄,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엥? 아닌 것도 같다는 말씀은 뭐예요?”


인한이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 이걸로 끝이면 왜 내가 흰둥이 몸속에 1년이나 있어야 하겄냐?


“아! 그렇네요.”


순덕이 남매에게 말했다.


- 멧돼지 봤다는 말은 하지 마. 약속은 약속이여.


인희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멧돼지하고 약속하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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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이선미 살인 사건(7) +9 21.06.25 203 9 7쪽
88 88화. 이선미 살인 사건(6) +4 21.06.24 187 7 7쪽
87 87화. 이선미 살인 사건(5) +6 21.06.23 198 8 7쪽
86 86화. 이선미 살인 사건(4) +6 21.06.22 193 8 7쪽
85 85화. 이선미 살인 사건(3) +9 21.06.21 182 8 8쪽
84 84화. 이선미 살인 사건(2) +6 21.06.21 180 7 8쪽
83 83화. 이선미 살인 사건(1) +4 21.06.20 185 7 7쪽
82 82화. 고양이 테러 사건(8) +2 21.06.20 184 6 7쪽
81 81화. 고양이 테러 사건(7) +4 21.06.19 194 6 7쪽
80 80화. 고양이 테러 사건(6) +6 21.06.19 192 7 7쪽
79 79화. 고양이 테러 사건(5) +6 21.06.18 181 7 8쪽
78 78화. 고양이 테러 사건(4) +7 21.06.18 184 7 7쪽
77 77화. 고양이 테러 사건(3) +11 21.06.17 188 10 7쪽
76 76화, 고양이 테러 사건(2) +9 21.06.17 189 6 7쪽
75 75화. 고양이 테러 사건(1) +9 21.06.16 196 9 7쪽
74 74화. 거대한 그림자(3) +7 21.06.16 186 7 7쪽
» 73화. 거대한 그림자(2) +8 21.06.15 209 9 7쪽
72 72화. 거대한 그림자(1) +7 21.06.15 203 9 7쪽
71 71화. 인한 운전면허 따다 +8 21.06.14 213 9 7쪽
70 70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4) +6 21.06.14 193 8 7쪽
69 69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3) +8 21.06.13 189 8 7쪽
68 68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2) +2 21.06.13 190 7 7쪽
67 67화. 바바리맨을 잡아라! (1) +6 21.06.12 207 6 7쪽
66 66화. 개도둑 사건(5) +5 21.06.12 199 9 7쪽
65 65화. 개도둑 사건(4) +11 21.06.11 201 11 7쪽
64 64화. 개도둑 사건(3) +7 21.06.11 196 9 7쪽
63 63화. 개도둑 사건(2) +10 21.06.10 198 10 7쪽
62 62화. 개도둑 사건(1) +4 21.06.10 231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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