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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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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7.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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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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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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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1화 불신

DUMMY

101화 <불신>



“켁. 케게겍.”


도플갱어가 꼴사나운 소리를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르 길드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가더 혼자서 옆방에서 튀어나온 도플갱어 다섯을 처리하였다. 기사를 흉내 낸 도플갱어의 목을 졸렸다.

손아귀에 힘을 줌으로써 마지막 도플갱어가 쓰러졌다.

위험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됐다.


“고, 고생했어요. 문지기님.”


캣니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고생한 가더에게 수고의 말을 전했다.


“대, 대단한데? 너 조금 색다르게 보이는 거 같다?”


이중 누구보다 위협을 느꼈던 자일리도 인정했다.

습격에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은 채, 새파래진 안색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흐아. 미쳤어. 설마 그게 한 마리가 아닐 줄이야.”


겨우 긴장이 풀려서 한시름 놨다.

아무리 모험에서 도플갱어가 약하다지만, 이런 상황은 말이 달랐다.

날붙이를 든 순간부터 도플갱어는 성인 남자도 죽일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다.

그것은 큰 차이지만, 가더에게는 별 차이 없었다.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도플갱어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자, 가자고. 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

“아직 남았어.”


자일리가 무릎을 털고 일어서던 그때였다.

어깨를 푼 가더가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갔다.

정제되지 않은 살기를 뿜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어? 어어? 왜그래? 왜 그래!”


자일리는 일어서다 말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심장이 확 쪼그라들고 반쯤 공황 상태가 돼서 뒷걸음질 쳤다.


“잠깐만! 나야 나! 천재 마법사 자일리 톨스라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본인을 변호하였다.

그러나 설득이 통하지 않는지. 걸음은 그대로였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얼른 바닥에 있는 검을 아무거나 주웠다.


“캣니스! 네가 좀 말려봐! 저 자식이 날 죽일 기세라고!”


검까지 들었지만, 가더의 앞에서 무력하다는 점은 그대로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제에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설마···”


캣니스의 도움을 바라기는 힘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조금 전 도프갱어를 본 것과 같은 눈빛이었다.


“어째서···.”


자일리는 팔을 내렸다.

얼굴에 상처받은 빛이 역력하였다.

공포가 한계 이상으로 다다르자 포기의 단계에 이르렀다.


“지, 진짜로 나인 줄 모르는 거야?”


감정에 호소하는 와중에도 가더의 몸은 다가왔다.

그의 싸늘한 붉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니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믿어 줘. 나는 정말 마물이 아니···”


더 이상의 변명은 소용없었다.

조금의 거리낌 없이 주먹이 움직였다.

자일리는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받아들이려 했다.


“크윽··· 어째서 나를···”


그러나 고통에 찬 목소리를 낸 건 다른 사람이었다.

자일리를 지나쳐 그 뒤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그. 브레드 머슬릿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피를 토했다.


“움직일 거면 함께 움직였어야지. 어정쩡하게 움직이는데 모를 리가.”


제 가슴을 꿰뚫은 가더의 손을 황망히 쳐다보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그 뒤로 움직임이 없었다.


“문지기님. 착오는 없는 거겠죠···?”


캣니스는 입술을 떨었다.

제 동행자가 어련히 잘했겠지만, 조금 전까지 믿던 동료의 죽음이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건 캣니스 뿐만 아니라 자일리도 마찬가지였다.


“마, 맞아! 너 뭔가 실수한 거 아니지?”


말투와 행동. 모든 것이 브레드 본인이었는데 돌연 가더의 손에 죽었다.

가더가 앞서 도플갱어를 알아본 행적이 없었다면 정말로 그가 미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될 수준이었다.

혹은 정말로 그가 미쳤다거나 말이다.


“휘유~ 대단한데요. 여러분?”


그때였다.

피로 얼룩진 복도에서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입구 쪽 방향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레드 님!”

“으음. 저게 내 모습을 한 도플갱어란 말인가?”

“루나 님!”

“후냥. 저런 게 돌아다닌다니 징그럽다냥.”

“그리고··· 이카루스.”

“하하. 이제는 존칭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요?! 이거 참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금 눈앞의 이카루스 님은 도플갱어가 아니겠죠?”

“어라? 왠지 제가 도플갱어였으면 하는 목소린데. 제 기분 탓일까요 캣니스 양?”


브레드, 루나, 이카루스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닥에 널린 일곱 구의 사체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왔다.


“우와. 이거 봐 브레드 머슬릿. 당신이 죽으면 이런 표정이 되나 본데?”

“으음. 이건 상당히 찝찝하군. 설마 아이들이 담을 넘는 걸 살핀 직후에 이런 가짜가 숨어들었을 줄이야.”

“후냥. 왠지 조금 그렇다냥. 내 가짜도 어디에 숨은 거 아닐까냥?”


세 사람은 도플갱어의 죽음을 신기해하였다.

당사자였던 자일리와 캣니스만이 살 떨리는 긴장감을 맛보았다.

이토록 멀쩡한 브레드를 보게 되니 긴장의 끈이 허무하게 풀렸다.

결국 가더의 행동은 옳았다는 뜻이다.


“자, 그러면 어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하러 가죠.”


이카루스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들은 맨 처음에 봤던 기사단 건물로 돌아왔다.

많은 모험가와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파로 가득 채운 공간 안에 발을 들였다.


“어이. 거기 기사. 잠깐 이리로 좀 와봐.”


이카루스는 도착하자마자 한 기사를 붙들고 이것저것 명령을 내렸다.

취조실에 있는 중요 참고인과 도플갱어 사체 일곱 구에 대한 조치였다.


“브레드 공.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브레드 공도 이번 일에 참여하는군요.”


베르 길드를 제일 먼저 반긴 사람은 아는 너구리 수인 라군이었다.

그 또한 긴급 소집령의 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두 개의 도끼를 허리춤에 달고 사슬 갑옷으로 무장하였다.

평소의 술꾼을 떠올릴 수 없는 노련미가 빛나는 모습이었다.


“라군. 자네도 여기 있었군. 그런데 옆에 있는 여인은 누구인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딸내미입니다. 요년아, 모험가 선배에게 얼른 인사하지 않고 뭘 멀뚱멀뚱 서 있는 거냐?”

“아, 말로 하면 되지 왜 때려요!”


라군의 곁에서 브레드의 관심을 끈 인물.

일전에 모험가라고 이야기 들었던 라군의 딸이었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에 난 너구리 귀가 여지없이 라군의 딸임을 증명해주었다.

그녀는 여성인데도 제 아비와 비슷한 키를 가졌으며, 모험가다운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요. 제가 이 아빠의 딸 라나라고 해요.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길래 제 인사부터 받으려고 하죠?”


삐딱한 모습으로 제 금목걸이를 풀어서 보여줬다.

모험가가 제 목걸이를 보여준 목적은 명확했다.


“라군. 자네는 딸을 훌륭하게 키웠군, 이 나이에 벌써 금 등급의 모험가라니.”

“무능력한 우리 아빠에 비하면 훌륭한 솜씨죠. 그래서 대체 아저씨는 누구길래 제 인사만 받냐니까요?”


스무 살의 나이에 금 등급 모험가가 되기란 쉽지 않다.

오만한 말투 안에는 이를 받쳐줄 충분한 실력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일세.”


더 이상 라군과 대화하다가는 라나가 삐질지 모른다.

브레드는 검지에서 반지를 빼내어 건네었다.


“뭐야 이건? 청혼 반지? 아쉽지만 나는 아저씨 취향이 아닌···”


곧, 상대를 깔보던 라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지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인지 다시 확인했다.


“설마 당신이 그 브레드 머슬릿···?”

“그 브레드 머슬릿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만. 내가 브레드 머슬릿은 맞네.”

“딸꾹. 뵈,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머슬릿 선배님!”

“편하게 브레드라고 부르게. 라군의 딸이면 그대 또한 내 친우일세.”

“아뇨, 아뇨! 제가 어찌 하늘 같은 머슬릿 선배님에게 반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정말로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조금 전까지 오만한 태도는 어디 가고 깍듯하게 행동했다.

라나는 브레의 반지를 돌려주고는 굽신굽신 허리를 숙였다.


“그, 그러면 옆에 계신 분은 브레드 님의 파티···”

“아, 내 길드원일세. 이곳에서 새로운 길드를 꾸렸네.”

“길드? 길드요?! 그 천하의 독신주의자가 길드를 꾸렸어요?”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목소리가 커졌다.

사람들의 이목이 단번에 쏠렸다.


“대체 독신주의자는 뭔가? 나는 딱히 그런 걸 지향하지 않았는···”

“대박! 혹시 그 길드에 저는 들어갈 수 없나요? 보아하니 레인저 자리는 빈 거 같은데. 저 같은 인재 어떠세요?”


맨 처음 멸시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충직한 개가 한 명 있었다.

브레드가 만든 길드에 들어갈 수 있다면 목걸이도 장비도 전부 팔 기세였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사정을 아는 몇몇 모험가가 결과를 예측하고 훈수 두었다.


“그만둬라, 라나. 브레드 머슬릿은 길드원을 늘릴 생각이 없다고.”

“네? 그게 무슨 우리 아빠가 금주하겠다는 소리예요? 무려 금 등급 랭킹 1위가 길드를 꾸렸는데, 왜 규모를 키우지 않고···”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뭘 또 그렇게 주절주절 말이 많아?”

“아니 아저씨들! 내가 길드에 들어가겠다는데 왜 훼방 놓고 난리야? 방금 말한 것도 뻥이지? 내가 잘 나가고 있으니까 배 아파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됐네. 아쉽게도 그런 이유로 그대의 부탁을 거절해야겠군.”


말싸움이 길어질 거 같으니 브레드가 직접 나섰다.

본인이 거절의 의사를 밝히고 나서야 라나도 폭주를 멈췄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것과 별개로, 표정에는 길드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역력하였다.


“와, 대박. 그러면 너희들 땡잡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더 일찍 집에 돌아올걸.”


그 말에 비난의 의도는 없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자일리는 라나를 향해 적대적인 눈빛을 보냈다.

정작 당사자는 단순히 철없는 꼬마의 치기로 여겨졌지만 말이다.


“그래서 머슬···. 에잇!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죠?”

“물론이네 라나 양.”

“그래서 아저씨는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게 있어요? 여기 모인 사람 중 누구도 이번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서요.”


이번 소집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이들도 소리 높여 궁금증을 밝혔다.

이미 소집이 끝난 지 오래인데. 아직 그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가 없었다.


“듣자 하니 몇 달 전에는 엄청 거대한 골렘. 몇 주 전에는 인간족 우월주의자들이 깽판 쳤다며? 이거이거, 내가 없는 사이에 이렇게 재밌는 도시가 됐을 줄이야. 이번에는 무슨 일일지 흥미가 돋는단 말이지.”


한 나라의 수도가 몰락할 뻔했는데 단순히 재미로 치부했다.

이 도시에 애정이 깊은 사람 속에서 꽤 배짱 좋은 발언이었다.


“하하하. 그렇고 말고, 브레드 형씨 라군 형씨! 이번에도 끝내고 나서 술 한잔하자고!”


그런데 이곳 사람들 모두가 그 말에 동조하려면 했지 핀잔은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즐거워하는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휘유, 훌륭해요. 역시 용감한 모험가들답군요.”


감탄의 휘파람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소란스럽던 실내는 단번에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정문에서 유유히 걸어오는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을 보았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게 멋진 기사 여러분과 모험가분들이 함께한다니요. 칼투스 14세는 참으로 복에 겹군요. 정말로 행운아입니다.”


이번 소집의 근원이기도 한 한 사람.

이카루스가 예의 미소를 지으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해 가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 저는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워낙 중대한 사건이다 보니 정보가 늦었는데. 여러분은 무슨 일인지 감도 안 잡히죠?”


많은 사람이 침묵하였다.

평소에 이카루스의 입담을 아는 모험가답게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하하.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 여러분의 마음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테니, 잠깐만 조용히 하시고 이걸 봐주시죠.”


이카루스가 손짓하자 문이 열렸다.

곧바로 여덟 명의 기사가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 어깨에 자루를 짊어지고 있었다.


“이게 여러분을 소집한 이유입니다.”


여덟 명의 기사는 어깨에 멘 자루를 풀었다.

여덟 개의 자루를 뒤집자 각기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졌다.


“저건! 브레드 머슬릿?!”


어느 모험가가 자루 속에서 쏟아진 시체를 보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가 아는 브레드 머슬릿은 그의 앞에 멀쩡히 살아 있었다.


“어? 어라? 그러면 뭐지?”


그 괴리감에 당황한 건 모험가뿐만이 아니었다.

자리를 지키던 기사 한 명도 흠칫 놀라서 그쪽을 바라봤다.


“어? 어째서 재가 저기에···.”


숙련된 기사들도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살인 사건 일부를 알고 있던 기사들이다.

그런데 한때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시체로 찾아오다니. 그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이건 모두 가짜입니다.”


이카루스가 밝은 미소와 다르게 발을 휘둘렀다.

걷어차인 시체의 머리가 하늘을 향했다.

옷차림과 신체 그리고 머리카락까지 같았던 그것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도플갱어···.”


조금 전까지 여유롭던 표정들이 사라졌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소집된 이유를 깨달았다.


“오늘 아침에 한 구. 그리고 오후에 베르길드 모험가분들께서 일곱 구의 마물을 찾아주셨습니다.”


군중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이카루스만이 웃음을 유지하였다.

시신을 갖고 온 기사들은 바짝 긴장했는데, 소란스러운 상황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그것도 조금 전. 이 기사단 건물 내부에서 말이죠.”


대혼란이었다.

작았던 수군거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갑자기 사람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무기를 빼내 들고 서로에게 겨누기도 하였다.

이런 대혼란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이 일을 예상했거나 아니면 이런 태도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아는 몇몇뿐이었다.


이카루스 님! 이대로라면 이야기는커녕 부상자까지···!”

“쉿.”


당황하는 기사들 사이에서 이카루스가 검지를 올렸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들을 무시한 채 모험가 길드의 종업원을 불렀다.


“루나. 부탁할게?”

“알겠다냥!”


루나는 가슴을 펴고 깊게 심호흡했다.

그동안 실내에서만 활동하느라 감춰두었던 목청을 힘껏 뽐내었다.


“모두 조용히 해라냥!”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건물 내부에 울렸다.

조금 전까지의 소란을 전부 덮을 정도의 고성이었다.

루나의 외침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잠깐이라도 소란이 그쳤다.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이카루스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했다.


“다들 집중해. 너희가 무슨 걱정 하고 있는지 알아. 무얼 두려워하는 건지도 아는데. 지금 우리 중 아무런 대책 없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


때로는 큰 목소리보다 작은 목소리가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이다.

서로 경계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도플갱어는 사람의 정보를 복사해. 외형과 지문 그리고 기억과 스테이터스까지 싹 다 똑같이 만들지.”


그래서 모험가가 도플갱어를 경계한다.

만약 파티와 떨어져서 사망한 파티원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다가오면 그 파티는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플갱어 개체 수 자체가 적기에. 도플갱어를 모르는 모험가라면 백이면 백 큰일을 겪는다.


“하지만 아무리 도플갱어라고 해도 태생은 마물이야. 마물은 신성력에 거부반응이 있으니 알아보는 법은 간단하지.”


이카루스는 제 심장을 짚으며 말했다.

신전과 모험가 길드는 과거에 협력하여 한 가지 방책을 만들었다.


“용암을 제 몸속에 붓는 일인데 멀쩡한 마물이 있겠어?”


도플갱어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심장에 신성력을 주입하면 된다.

도플갱어가 도시에서 살 수 없는 이유가 성직자가 득실거리는 곳이 도시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나를 시작으로 인족이 맞는지 확인할 거야. 이 자리에 도플갱어를 모두 확인하면 우리끼리 암호를 공유할 거고.”


이카루스의 작전은 어떻게 보면 간단했다.

그들을 시작으로 왕국 전체를 돈다.

모험가와 기사단 그리고 신전의 협력으로 하나하나 도플갱어를 처리한다.

국가 단위의 규모여서 쉽지 않겠지만 이 방법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보다 마물 대처 능력이 뛰어난 모험가와 기사를 소집한 거다.


“자. 이렇게 프로텐시아 신전에서 파견 보낸 사제님이 심장에 신성력을 주입하면···. 봐. 멀쩡하지? 지금부터 분류할 테니 사제님들 앞에 줄을 서줘.”


도시의 어디까지 도플갱어의 마수가 끼친 지 모르는 상황.

지금부터 신중히 행동해야 했다.

이 시간부터 가람 왕국은 도플갱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작가의 tmi: 도플갱어- 사람의 형태에 계란 같이 밋밋한 얼굴을 가진 마물이다. 특정 대상의 모습을 따라서 모습과 얼굴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다만 이것에게 지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여전히 많은 학자의 논읫거리이다. 본능으로 과거의 기억에 따라 행동하는 게 사람이랑 같은 위치에 놓을 수 있느냐가 주 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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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99화 휴식 23.09.20 15 0 13쪽
121 외전 서큐버스 여왕 23.09.16 16 0 29쪽
120 98화 서큐버스 여왕 23.09.12 14 0 13쪽
119 97화 서큐버스여왕 23.09.09 18 0 15쪽
118 96화 서큐버스 여왕 23.09.05 19 0 18쪽
117 95화 서큐버스 여왕 23.09.01 17 0 13쪽
116 94화 서큐버스 여왕 23.08.29 17 0 16쪽
115 93화 서큐버스 여왕 23.08.23 17 0 22쪽
114 92화 서큐버스 여왕 23.08.21 22 0 13쪽
113 91화 서큐버스 여왕 23.08.18 20 0 14쪽
112 90화 서큐버스 여왕 23.08.16 24 0 19쪽
111 외전 인연의 시작 終 23.08.14 19 0 24쪽
110 외전 인연의 시작9 23.08.11 22 0 18쪽
109 외전 인연의 시작8 23.08.09 18 0 17쪽
108 외전 인연의 시작7 23.08.07 22 0 21쪽
107 외전 인연의 시작6 23.08.03 23 1 13쪽
106 외전 인연의 시작5 23.08.02 25 1 12쪽
105 외전 인연의 시작4 23.08.01 20 1 13쪽
104 외전 인연의 시작3 23.07.31 18 1 15쪽
103 외전 인연의 시작2 23.07.29 19 0 17쪽
102 외전 인연의 시작1 23.07.28 20 0 15쪽
101 89화 동향과의 재회 23.07.27 27 0 17쪽
100 88화 동향과의 재회 23.07.25 23 0 13쪽
99 87화 동향과의 재회 23.07.24 26 0 21쪽
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7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2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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