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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1,267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3.07.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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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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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9화 동향과의 재회

DUMMY

89화 <동향과의 재회>



“자일리 님. 지금이에요!”


캣니스가 외쳤다.

성역의 영향으로 드러난 장막을 부숴야 했다.

이에 명령을 기다리던 자일리는 마법 스태프를 휘둘렀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세 개의 마법을 영창했다.


“트리플! 라이트닝! 파이어 볼! 락 블래스터!”


세 개의 마법진이 각각의 마법을 토해냈다.

반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돔 형태의 장막에 적중했다.


“해치웠나?”


마법이 부딪친 장막에 금이 갔다.

무너지는 장막 내부로 알렉산드로스와 가더가 서 있었다.

수행자들은 안심했다.

그들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모두가 안심하는 사이에 누군가는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캣니스?!”


장막과 제일 가까이 선 자일리 옆을 지나갔다.

캣니스가 성역을 유지하던 힘을 거두자, 황금빛 숲이 가장자리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멈추세요!”


장막을 향해 달리는 캣니스.

장막 안으로 뛰어들었다.


“멈추세요 문지기님!”


장막 안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치하고 있던 가더와 알렉산드로스 둘 다 훼방꾼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 끝났어요! 이제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요!”


캣니스는 알렉산드로스를 등지며 섰다.

제 동행자를 향해서 애달픈 목소리를 냈다.

그러고 뒤를 돌아서 알렉산드로스에게도 확인받았다.


“선생님도 이쯤 하시면 되셨죠? 이 이상의 싸움은 의미가 없어요!”


멀리서 봤을 때, 서로 대치하는 듯한 인영만 보였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싸움은 대등하게 이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비키거라 캣니스.”

“선생님!”


알렉산드로스는 살기를 가라앉히지 않았다.

캣니스의 몸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턱이 맞물리는 잇새로 은 말뚝을 물었다.

한쪽 팔을 잃고, 교단의 성물인 기요틴이 바닥을 뒹구는데도 싸울 의지를 꺾지 않았다.

처형자는 제 육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적의 목숨을 끊기 위한 발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덤벼라 괴물 놈아. 여기서 끝을 보자꾸나.”


얼굴이 피로 젖고 쇳소리가 섞인 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투기만큼은 날카롭게 다듬었다.


“선생님 그만···”


품 안이 답답한 캣니스가 발버둥 쳤다.

이 승산 없는 대치를 이어가려는 그를 말리려 했다.


“걱정하지 마라 캣니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게 하지 않으마.”


그런데 그 발버둥을 어떻게 오인했는지. 신부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캣니스는 경악하였다.

대체 어디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지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알렉산드로스를 설득하는 건 포기하고, 싸움을 끝낼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다.


“문지기님. 저는 이제 괜찮으니까 그만 하세요!”


그 말에, 동행자가 눈을 부릅떴다.

이어서 조금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까만 물체들이 나타나 그들을 에워쌌다.

캣니스는 자신을 안은 팔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충분히 긴장할만했다.

그만큼 정체불명의 액체 하나하나가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마왕군의 존재보다 저 오물 하나하나가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러지 뭐.”

“뭣?!”

“네 말을 따라야지. 뭐 어쩌겠어.”


가더가 수상쩍은 액체를 전부 제 손바닥 안으로 집어넣었다.

짐짓 당황한 표정인 알렉산드로스를 무시한 채 캣니스를 바라봤다.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네 놈이 유리하기만 한 상황인데 대체 어째서···”


퍼억.

알렉산드로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풀어달라는 발버둥을 무시당한 캣니스가 팔꿈치를 휘둘렀다.

정확히 명치 부위를 가격하고 무장 해제시켰다.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더를 향해 달려갔다.


“기다리거라! 캣니···”


당황한 알렉산드로스가 제자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지켜주려 했던 제자는 멀어졌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알렉산드로스에게서 당혹스러운 감정을 끌어냈다.


“문지기님. 방금 그건 뭐였어요?”

“···가족이랄까. 정확히 설명하기 곤란한 것들.”


제자가 조금 전까지 목숨 걸고 싸운 상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뿐이라면 그뿐인 이야기겠지만. 하얀 머리의 괴물 또한 캣니스의 장단에 맞춰주고 있었다.


“허.”


조금 전까지의 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마치 캣니스의 말이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규격 외의 괴물은 제 품에서 벗어난 제자에게 꼬리치기 바빴다.


“큭. 크핫.”


알렉산드로스는 이마를 짚었다.

동그란 안경은 깨져버린 지 오래였다.

너무 큰 것에 급급한 나머지, 확실한 것 하나를 보지 못했다.


“그렇군. 그랬던 거였군. 홀린 건 네가 아니었다는 건가.”


제자와 적 사이에서 소외된 분위기.

혼자만의 처절한 싸움이 끝났음을 깨닫고 고개 들었다.

시야 한 편에는 잔뜩 눈물을 머금고 있는 수행자들이 모여 있었다.


“울지마라. 아이들아.”


알렉산드로스는 지쳤지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언제나 말하지 않았느냐.”


아이들 앞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본 처형자.

그들의 밤은 눈물로 얼룩졌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화롭게 끝이 났다.

이미 서로 치고받고 한 마당에 이상한 결론이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끝났다.

최종적으로 캣니스는 가람왕국을 떠나지 않게 되었다.

알렉산드로스의 잘린 팔은 캣니스가 직접 치료해줬다.

이에 베르길드는 금전적 보상을 두둑이 받았고. 심지어 언젠가 네 번째 칼에게 도움을 요청할 권리도 얻었다.


“미안하구나. 네가 이토록 한 몸을 바치고 있었는데 몰라주었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알렉산드로스가 직접 고개를 숙였다는 점이다.

정작 사과의 내용에는 영문 모를 말이 많았지만 말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데 있어 문제없었다.

성직자 특유의 기술인 웃으면서 넘어가기.

캣니스는 그럴듯한 대꾸를 하면서 앉아있었다.


“네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했을 텐데. 멋대로 내 의견을 강요해서 미안하구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 대충 제 스승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캣니스는 그것을 정정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입 다물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선택했다.

딱히 오해가 불리한 쪽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알렉산드로스가 아는 신실한 아이는 마왕성에 버려두고 왔기에, 이런 편법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였다


“이토록 훌륭한 아이를 두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내 은퇴가 아주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니.”

“네. 그렇죠. 선생님이 은퇴··· 네? 선생님이 은퇴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캣니스.

그의 말을 다시 곱씹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놀랄만하겠구나. 아직 자리를 완전히 옮기지 못했지만 새로운 네 번째 칼이 들어왔다.”

“지, 진짜요? 어떤 분이 들어왔는데요? 신탁이에요? 아니면 선생님이 선택하신 거예요?”

“신탁이었다. 꽤 개성이 강한 친구였지. 하지만 나보다 고집이 세니 너랑은 안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선생님보다 고집이 세다니···. 무시무시한 분이군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

알렉산드로스는 네 번째 칼 자리에서 은퇴했다.

한마디로 지금 그는 임무가 아니라 평범하게 수행자를 돌보는 중이었다.


“하긴, 그렇네요. 중대한 회의에 선생님이 빠질 리가 없죠.”


회의에 마르티만 보냈다고 해서 처음에는 이쪽 일을 더 신경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상은 애초에 본인이 갈 필요가 없던 것이다.


“당장 돌아올 것이 아니니 신전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자꾸나. 그나저나 삼 년 전에 비해 정말 어여쁘게 자랐구나. 캣니스.”


이로써 형식적인 이야기는 끝났다.

미약하게 남았던 긴장감이 풀렸다.

알렉산드로스는 옛 제자가 장성한 모습을 보고 느낀 바를 말했다.

캣니스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얼핏 감격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용사와 좋지 못한 일은 유감이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될 정도구나.”


알렉산드로스는 용사와 있는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다.

용사들 사이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추측한 게 분명했다.

용사가 제 제자를 희생양으로 버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이렇게 얌전하게 말할 리가 없었다.

만약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처참한 미래가 엿보였다.

그렇기에 캣니스는 용사 사이에 있던 일을 숨겼다.


“네,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거짓과 진심을 한 마디씩 보태어 미소 지었다.

적대했던 순간은 사라지고, 사랑하는 스승과 제자만 남았다.

그들은 별것도 아닌 근황 이야기로 세월의 격차를 좁혀갔다.


“선생님도 많이 변했네요. 예전 같았으면 마족과 엮이면 어떻게든 끝장 보려고 하셨을 텐데 말이에요.”

“은퇴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고 말이지.”

“다른 이유요? 어떤 이유요?”

“글쎄다. 그건 캣니스 네가 잘 생각해 보아라.”


알렉산드로스는 탁자 앞에 놓인 약차를 마셨다.

한쪽 눈을 떠서 찻잔 너머를 보았다.

알쏭달쏭한 표정인 캣니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정체불명의 마족.

만약 싸움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갔다면 자신은 어떻게 됐을까.

제자가 그런 위험한 상대와 진한 유대로 이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쓴웃음이 나왔다.

이내 씁쓸한 티타임을 음미하며 찻잔을 내려놨다.


“성서에는 마족을 상종해서도 안 될 원수처럼 적혀 있단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더냐?”

“그야 마족은 간악하고 사악한 존재니까요. 그래서 선생님도 그런 교육을···”

“아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란다.”

“네?”

“성서에서 마족을 상종 못 할 쓰레기로 적어둔 것은, 성서의 내용을 말한 이가 겁쟁이라서 그런 거란다.”


캣니스는 잠깐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들은 말을 몇 번이고 뇌 내에서 반복하였다.

성서를 작성한 이가 겁쟁이라서 마족을 깎아내렸다는 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그럴 리가요···.”


감히 신의 말씀이라 일컫는 성서다.

신이 인간을 위해 세상에 내려줬다고 하는 석판이다.

그렇기에 조금 전의 발언은 믿기 힘들었다.

이 말이 알렉산드로스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더욱 믿기 힘들었다.


“단순히 옮겨적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 거죠···?”


책 내용 중에서 신의 말씀이 아닌 부분이 없다.

그 책을 필사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거 같지도 않다.

조금 전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일축하자면 셀레브리디 여신님을 겁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지, 진짜 선생님이세요?”


캣니스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아는 알렉산드로스는 신의 뜻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시되는 이야기는 아니란다. 다만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도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실 리가···”

“너도 언젠가 느끼게 될 때가 있을 거란다. 여신의 말씀에 담긴 순수한 감정을 말이다.”


알렉산드로스는 다정하게 캣니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한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다정한 말과 행동을 하는 동안, 그의 눈빛은 캣니스 너머에 있는 자를 향했다.


“물론 네 말대로 간악하고 사악한 자. 언제든 여신의 요람 안에서 위험이 될 수 있는 자는 해치워 두는 편이 좋겠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본인을 겨냥한 말에 가더는 코웃음 쳤다.

그 오만한 모습을 지켜본 알렉산드로스는 김이 빠진 미소를 지었다.


“역시 선생님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인 게 아닌지···”

“캣니스.”


알렉산드로스는 제자를 불렀다.

창밖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보였다.

이에 캣니스는 멍하니 시선을 올렸다가, 덩달아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는 건가요?”

“그래, 기운 넘치는 얼굴을 보았으니 이만 가려 한단다.”

“함께 밥이라도 먹지 않으시고···”

“그러려고 왔던 게 아니었단다. 네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기한 것도 보았으니 더 있을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절대 함께하지 않겠다고 적대할 때는 언제고. 캣니스는 눈에 띄게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알렉산드로스는 작은 숨을 내쉬었다.


“캣니스. 노파심에 말해두마. 네가 아무리 이곳에 머무르고 싶어도 운명이 그리 두지 않을 거란다.”


헤어지는 마당에 하기에는 좋지 못한 말이었다.

그 말에 캣니스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그녀는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카마인 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녀석. 정말로 너를 아꼈구나. 다 떠나는 마당에 원망하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은 걸 보면.”


내심 외면하고 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들쑤셨다.

캣니스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그녀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니, 얼굴 위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도 이겨내거라. 너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내 제자이며. 교단의 위대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분명하니.”


얼굴만 한 손이 머리 위에 얹었다.

알렉산드로스의 격려에 얼굴 위 그림자가 어렴풋이 걷혔다.


“잊지 말아라. 언제나 네 뒤에는 셀레브리디 교단이 있으며, 여신께서는 항상 너를 지켜보심을.”


모든 게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캣니스의 눈가가 새빨개졌다.


“감사해요. 이런 못난 저를 아직도 제자라고 말해주셔서요.”

“엄밀히 말하자면 제자는 아니란다. 위대한 성직자 중 한 명이지. 정말로 내 제자라면 쓴맛을 보여주지 않았겠느냐.”


캣니스는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비록 좋지 못한 일이 있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그녀를 존중해주었다.


“언젠가 네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했을 때 교단으로 돌아와라. 그때 네가 잃은 힘을 되찾게 도와주마.”

“알겠어요. 선생님이 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기도할게요.”

“그러마. 그러면 이만 가도록 하마.”

“네. 그러면 안녕히.”


알렉산드로스는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

수십의 수행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양옆으로 서서 그가 가는 길을 따랐다.


“···고마워. 여동생.”


은근슬쩍 자리에서 이탈한 벨라가 캣니스의 귀에 속삭였다.


“···나도 오해해서 미안해.”


덩치만 컸던 수행자도 은밀히 말을 건넸다.

캣니스는 아쉬움이 역력한 눈동자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신보다 키가 큰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분 모두 언젠가 다시 만나요.”


훗날을 약속하였다.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찼다.


“응!”

“약속한 거다?”


대열을 이탈한 두 사람과 함께 베르길드의 정원 앞까지 나왔다.

벨르길드 대문 앞에서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아. 그렇지. 깜빡했던 말이 있었구나.”

“네?”


막 두 수행자와 이별의 말을 나눈 그때였다.

알렉산드로스가 잊고 있던 말을 전했다.


“너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은 길드장에게 해두었으니 가서 듣거라.”


캣니스를 위한 말을 이카루스에게 해뒀다는 언질.

대체 그가 어떤 말을 남긴 건지 짐작 가지 않았다.



*****



<외전- 떠나는 수행자>



“선생님. 그냥 가도 돼?”


가람왕국을 벗어난 길.

캣니스와 헤어지고 앱솔루트 왕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돌연 벨라가 제 상관에게 물었다.

옆을 돌아본 알렉산드로스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엇이 말이더냐?”

“신탁. 캣니스도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벨라는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캣니스와 헤어지는 내내 그것이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신부가 중히 여기는 제자인데 신탁의 내용을 몰라도 되는 걸까.

지금껏 누군지 파악하지 못했던 신탁의 주인공을 알아채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귀한 손님이 날개를 접을 때. 본래의 주인이 지팡이를 쥐고 나타나리라.”


벨라는 신탁의 내용을 말한 뒤 신부의 눈치를 살폈다.

신부에게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탁. 캣니스를 가리켰다.”


본래의 자리로 데려오지는 못해도, 신탁의 내용 정도는 말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신탁이라는 것이 흔히 내려온 일이 아니니 더더욱 그래야 했던 게 아닌지 생각했다.


“굳이 그럴 필요 있더냐?”

“네?”

“고귀하신 여신의 어리광에 필요 이상 어울려줄 필요는 없단다.”


벨라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 말한 알렉산드로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정면을 향하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듯한. 그의 얼굴은 마치 각오를 끝낸 전사와도 같았다.


“책임감이 두터운 아이다. 이 이상 짐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는 진지한 표정을 풀고 벨라를 내려봤다.

불안한 눈빛인 제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여느 때와 같이 다정한 손길이었다.

더 이상 벨라는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돌아오겠다고 말하였으니 기다리면 된단다. 여신께서 그 아이를 버리지 않는 한, 언젠가 같은 길에서 만날 터이니.”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다음 편은 용사의 과거를 외전편으로 다루겠습니다. 여사제와 용사의 사이가 나쁜 이유가 무엇일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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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외전 인연의 시작1 23.07.28 19 0 15쪽
» 89화 동향과의 재회 23.07.27 26 0 17쪽
100 88화 동향과의 재회 23.07.25 22 0 13쪽
99 87화 동향과의 재회 23.07.24 24 0 21쪽
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3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19 0 17쪽
96 84화 동향과의 재회 23.07.18 22 0 16쪽
95 83화 동향과의 재회 23.07.17 24 0 22쪽
94 82화 동향과의 재회 23.07.12 30 0 14쪽
93 81화 동향과의 재회 23.07.10 36 0 13쪽
92 외전 마계의 끝자락에서 23.07.05 42 0 29쪽
91 80화 그의 비밀 23.07.03 37 0 24쪽
90 79화 그의 비밀 23.06.28 39 0 19쪽
89 78화 이안류 23.06.23 66 0 25쪽
88 77화 이안류 23.06.20 32 0 16쪽
87 76화 재침공 23.06.16 39 0 18쪽
86 75화 재침공 23.06.13 33 0 24쪽
85 74화 재침공 23.06.07 34 0 25쪽
84 73화 재침공 23.06.03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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